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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차 윤이상음악회를 보고
 

리석훈

 

주체101(2012)년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윤이상음악당에서는 제31차 윤이상음악회가 진행되였다.

이번 음악회는 20세기 후반기 세계음악계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작곡가 윤이상을 다시한번 깊이 추억하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로 되였다.

첫날공연에는 국립교향악단 지휘자 방철진의 지휘에 의한 독창종목과 기악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첫 연주종목으로서 무대에 오른 녀성독창 《밀림이 설레인다》는 노래의 심오한 사상정서적내용과 장중한 울림의 관현악반주에 의하여 음악회시작을 품위있고 무게있게 하였다.

메쪼-쏘프라노(녀성중음)가수 허금희는 노래의 음악적감정을 충만된 울림으로 여유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냄으로써 관중들을 음악의 세계에 깊이 빠지게 하였다. 계속하여 부른 비제 작곡 가극 《카르멘》중에서 《하바네라》는 에스빠냐의 독특한 무곡적성격을 잘 살렸다.

윤이상 작곡 현악기를 위한 《융단》은 제목그대로 각이한 색갈의 실로 천을 짜듯이 현악기들의 섬세한 울림적짜임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전에 진행된 윤이상음악회무대에 자주 올랐던 작품이였던것만큼 연주가들도 이 곡에 대하여 깊이 파악하고있는듯 하였다.

연주는 확신성있었고 현악기의 충분한 울림을 들을수 있게 하여주었으나 색채성을 좀더 섬세하게 살렸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1일공연에서 또 하나 깊은 인상을 준것은 챠이꼽스끼 작곡 환상서곡 《로미오와 쥴리에트》였다.

지휘자는 챠이꼽스끼 특유의 아름다운 서정과 관현악적인 극성을 깊이 느끼며 열정적으로 지휘함으로써 로씨야적인 독특한 화성으로 안받침된 서정적인 사랑의 1주제와 매력적인 리듬을 타고 빠르게 흐르는 활력있는 2주제의 전개와 결합에서 나타나고있는 높은 작곡수법과 독특한 음악세계를 충분히 느끼게 하였다.

첫날공연의 마지막곡목인 윤이상 작곡 실내교향곡 제1번은 단악장으로 이루어져있지만 다악장교향곡적인 음악형상을 담고있는 작품으로서 그 음악적구성이 뚜렷하고 매 부분에서 주요음향기법에 의한 음량의 확대와 력도의 변화, 색채적다양성과 첨예한 극성 등 다양한 작곡기법을 보여주었다.

이 곡에서 연주가들은 매부분의 음악적형상을 정확하게 리해하고 작품의 세계에 고도로 전심하여 연주함으로써 작품이 요구하고있는 형상세계를 비교적 충분히 도출해내였다.

2일공연에는 주로 규모가 작고 아담한 형식의 실내악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공연에서 주목되는것은 이전에 실내악무대에 별로 나서지 않던 젊은 연주가들이 눈에 많이 띄운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윤이상의 무조적인 현대음악을 어떻게 연주하겠는가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하였다.

하지만 생각했던것이상으로 훌륭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특히 현악4중주 《봄타령을 주제로 한 소품》에서는 서로가 호흡을 맞추어가면서 아기자기한 안삼블로 봄의 정서를 표현하는 민요풍의 변주적선률을 잘 살려 연주하였으며 연주가들 호상간 교감이 잘 이루어지고 실내악적인 음색도 좋았다.

윤이상 작곡 현악4중주 제4번 연주도 기대했던것 이상으로 훌륭하였다.

이전까지 윤이상음악회무대에 오른 현악4중주곡목은 주로 제5번과 제6번에 국한되여있었다.

현악4중주 제4번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였다. 2개의 악장으로 되여있는 이 작품은 앞의 곡(제1, 2, 3번)들에 비하여 그 내용과 연주표현에서 보다 폭넓고 구체화된 특징들을 가지고있다.

특히 Ⅰ바이올린에 독주악기가 가지는 기교적역할을 더 부여함으로써 협주곡과 같은 성격도 은근히 내포하고있는것이다.

연주는 첫 시작부터 뚜렷한 음악적감정을 가지고 확신성있게 울렸으며 긴장과 완화, 력도적 및 명암적차이를 명확히 구분지어 형상함으로써 작품에서 보여주려고하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 희열과 랑만 등의 다양한 감정정서를 훌륭히 표현하였다.

Ⅰ바이올린연주가 하경진은 Ⅰ바이올린에 부여된 연주기술적수법들을 잘 살려나가면서 작품의 뚜렷한 표상을 잘 살리면서 음악을 주도적으로 재치있게 이끌고나갔다.

윤이상의 첼로와 하프를 위한 2중주는 현대적기교와 서정성, 랑만성이 훌륭히 결합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현대음악에서 찾아보기 드문 《가창성》이 풍부하고 대, 소 3도 음정결합에 의한 화성적울림이 많은것으로 하여 현대음악에 익숙되지 않은 청중들에게도  감성적으로 안겨지는  통속적인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연주된 챠이꼽스끼의 피아노3중주 《라-소조》는 3명의 연주가들이 자기들의 개인기량과 높은 안삼블수준을 보여준 종목이였다고 할수 있다.

챠이꼽스끼의 아름다운 서정과 안삼블적조화에 깊이 잠겨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외국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친근감을 가지고 작품의 세계에 심취되게 하였다.

플류트독주를 위한 《소리》는 윤이상이 동양의 음악적인 소리, 특히 조선민족의 고유한 소리를 서양악기에 구현하여 창작한 작품이다.

작품은 단순히 《소리》라는 표제를 가지고 무반주 플류트독주로 울리지만 그것이 펼치는 음악세계는 참으로 동양적인 기묘하고 신비로운감을 느끼게 하였다. 마치 동양의 옛 그림에 그려진 절묘한 자연풍경을 상상한듯 하였고 황혼이 깃든 절간의 신비로운 세계를 그린듯 하였다.

3일공연무대에는 윤이상음악연구소 소장 겸 지휘자인 공훈예술가 김호윤의 지휘에 의한 관현악작품과 독창종목이 올랐다.

관현악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로부터 시작된 이날 공연은 시종 관중들로 하여금 커다란 감흥속에 열렬한 박수갈채를 일으키게 하였다.

이날의 윤이상음악곡목은 서정적이며 극적인 특색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여있었다.

소관현악 《인상》은 20세기 현대음악의 기법에 윤이상의 고유한 창작적특성인 주요음과 주요음향을 적절하게 적용하여 한폭의 산수풍경을 묘사한 작품이다.

곡은 산골짜기 자그마한 계곡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한 물의 흐름이 점차 내물에 합류되여가는 과정을 묘사하고있다.

연주는 무조적인 흐름속에서 감성적인것을 표현하고 음악적흐름의 변화들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자연의 다양한 화폭들을 생동하게 묘사하였다.

윤이상 작곡 쏘프라노와 실내합주를 위한 곡 《밤이여 나뉘라》는 작곡가의 높은 음악적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곡은 히틀러파시스트의 수용소에서 학살된 유태인출신의 녀류시인 넬리 작스의 서로 다른 3개의 시에 기초하여 창작된 작품으로서 시의 내용을 표현하는 쏘프라노성음을 음악전개의 중심에 놓고 강한 극성을 띤 실내합주로 그와 대조를 이루면서 음악을 전개해가고있다.

쏘프라노성음과 실내합주의 력도성에 있어서나 정서적흐름에 있어서의 대조는 마치 독재의 전횡과 연약한 인간사이에 벌어지는 충돌과 대립을 보여주는듯 하다.

이 작품의 형상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것은 쏘프라노성음이다.

쏘프라노가수 리정화는 정확한 가사발음과 시의 정서적내용에 맞는 소리색갈로 비극적인 인간의 내면세계와 폭압과 전횡에 대한 항거의 감정을 잘 표현하였다.

교향시 《화염속의 천사》는 작곡가 윤이상의 생의 총화작이라고도 할수 있는 작품으로서 남조선사회에서 반파쑈민주화를 위하여 투쟁하는 애국청년학생들에 대한 지지와 찬양을 내용으로 하고있다.

작곡가는 이 작품에서 정의롭고 성스러운 투쟁에 한몸바친 애국청년들을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인간《천사》로 묘사하였으며 그들의 영웅적기개는 겨레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아있을것이라고 절절히 구가하였다.

관현악은 남조선사회의 모순에 찬 시대상을 보여주는듯 무거운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로 시작되여 점차 관현악적으로 확대되고 인간의 비극적인 내면세계를 보여주며 전개되다가 마지막에는 타악기들의 소란하고 불안한 울림속에 화염에 쌓여 추락하는《천사》의 분신자결장면을 그리고있다.

우리는 작곡가 윤이상의 유고작품인 교향시 《화염속의 천사》를 통하여 통일에 대한 그의 절절한 념원과 지향을 깊이 느낄수 있었다.

3일공연은 윈왈쯔의 정서적감흥을 안겨주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서곡 《박쥐》의 멋들어진 음악과 로씨니의 매력적인 관현악서곡 《윌리암 텔》과 같은 유명한 외국고전작품들이 무대에 올라 마지막공연의 인상을 더욱 깊게 하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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