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7(2018)년 12월 7일 로동신문

 

실화

삶의 궤도

 

평양역주변의 어느 한 건물창가에서 점도록 거리를 내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평양철도종합대학의 최화일원사였다.

원사가 바라보는 곳은 무궤도전차로선의 종점이였다. 늘 보아오던 곳이였지만 왜서인지 그날따라 눈길을 뗄수 없었다. 어느덧 인생의 종착역을 가까이하고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서글퍼졌던것이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과학자, 기술자들은 과학과 기술로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에게 복무하는 인재들입니다.》

철길의 현대화를 위한 연구는 하나하나가 다 복잡한 력학계산을 동반한다. 하기에 그는 그날도 계산에 몰두하고있었다.

문득 등뒤에서 귀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철도성 일군이였다.

《부상동지가 어떻게…》 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어느새 일군의 손이 그의 어깨를 감쌌다.

《선생님, 제 얼마나 사정했습니까.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그저 대학시절처럼 불러주면 전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

스승인 동시에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원사에게 그 일군은 벌써 몇번째 이렇게 간청하였다. 그러나 원사는 늘 한본새였다.

《저, 선생님. 이건 제가 오래동안 생각해오던 문제인데… 그런 어려운 계산과제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선생님은 뒤에서 봐주기만 하면…》 하며 일군은 말꼬리를 흐리였다. 허나 예상외로 원사의 기색은 담담하였다.

사실 원사는 오늘 벌써 이런 말을 여러번 들었다. 아침에는 딸이 감기가 채 낫지도 않았는데 도지면 어쩌는가고 거듭 말하더니 오후에는 치료상태에 대해 전화로 알아보던 대학책임일군들도 그런 투로 당부하였다.

(이젠 정말 한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단 말인가?…)

로학자의 눈가에는 한생의 잊지 못할 추억들이 끝없이 물밀어왔다.

 

*         *

 

그가 철길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된것은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였다.

어느 한 공장에서 기사장으로 사업하던 그의 아버지가 중요설비들을 안전한 곳에 파묻기 위해 뛰여다니다가 집에 들린것은 늦은 밤이였다. 아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서 부지런히 걷던 아버지는 철길우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부턴 너 혼자 가거라. 아버진 아직 할 일이 있다.》

순간 무서움이 온몸을 엄습했다. 그 말마디들이 캄캄한 밤하늘을 쿵쿵 뒤흔드는 포성보다 어린 가슴을 더 크게 뒤흔들어놓았던것이다.

《무서워 말아. 이 철길을 따라 후퇴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면 된다. 그러니 먼저 가거라. 래일 저녁쯤엔 아마 아버지가 너를 따라잡을수 있을게다.》

그러나 설비들을 마저 파묻고 인츰 온다던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를 찾아 발길을 돌렸다. …

《아니, 너 화일이가 아니냐?…그냥 가라는데. 여기가 어딘줄 알구…》

《아버지, 받으세요. 아직 따끈따끈해요.》

쇠살창을 댄 뙤창가로 자그마한 손에 감싸인 주먹밥이 올라왔다.

《그러다 너까지 잘못되면 어쩔려구. 화일아, 철길을 따라 어서 가거라. 그래야 살수 있다. …》

그것은 어린 그에게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당부였다. 고향땅에 기여든 원쑤놈들은 공장설비들을 묻은 위치를 대라고 모진 고문을 들이대다가 끝끝내 아버지를 비롯한 애국자들을 야수적으로 학살하였다.

어린 그의 가슴속에는 치솟는 적개심과 함께 철길을 따라가야만 살수 있다던 아버지의 그 마지막말이 깊숙이 새겨졌다. 그때부터 그는 작문시간에도 철길에 대한 글을 지었고 그림을 하나 그려도 두줄기 궤도와 기관차를 그렸다. 마치 철길에 자기의 모든것이 달려있는듯…

희망대로 평양운수대학(당시)을 졸업한 그가 과학자로서의 남다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것은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내밀이식공법에 의한 다리건설방법을 연구완성하고 위대한 수령님의 과분한 평가를 받아안았을 때부터였다.

그의 연구조가 내놓은 건설방법은 지상에서 시공한 거대한 다리본체구조물들을 한치한치 내미는 식으로 다음교각에까지 가닿게 하는 새로운 공법이였다.

경험도 없고 기술도 부족하였던 그때 수백수천t이나 되는 구조물들을 허공중에서 자그마한 편차도 없이 제자리에 맞추어놓을수 있는 확고한 과학기술적담보를 찾는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였다. 하지만 바로 그 길만이 강물우에 휘틀을 대고 진행하던 종전의 뒤떨어진 공법에 비하여 로력과 자재, 시간을 훨씬 절약하면서도 당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건설속도를 창조할수 있는 길이였기에 그들은 초행길의 간고한 낮과 밤을 이어가며 끝끝내 성공의 언덕에 올랐던것이다.

그들이 새로 연구한 공법이 양각다리공사에 처음으로 도입되였을 때였다. 가슴이 졸아들던 한초한초, 그 모든 아슬아슬한 시각들이 흐르고흘러 거대한 다리본체구조물들이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상상을 초월하며 한교각 또 한교각 넘어갈 때마다 사람들은 저도모르게 만세를 불렀다. 눈앞에 펼쳐진 건설의 새로운 화폭이 온 공사장 아니 온 평양시를 크나큰 흥분과 환희로 세차게 뒤흔들어놓았다.

허나 그와 대비조차 하지 못할 더 세찬 격정의 파도는 그뒤에 일어번졌으니 새로운 과학기술적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그들에게 위대한 수령님께서 또다시 분에 넘치는 값높은 평가를 안겨주시였던것이다.

꿈결에도 생각지 못했던 크나큰 믿음과 사랑을 거듭 받아안은 그의 심장에서는 두줄기 레루를 따라 내달리는 기관차마냥 당을 따라 오직 앞으로만 힘차게 돌진해나갈 열의가 세차게 끓어번졌다. 그날의 맹세를 지켜 그는 지난 수십년동안 이 땅 이르는 곳마다에 일떠서는 각종 철다리와 철길구조물, 언제와 갑문은 물론 수도의 청류다리를 비롯한 중요건축물마다에 뚜렷한 삶의 흔적을 진하게 새겨갔다.

 

*         *

 

그날 밤 원사에 대한 생각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평양철도종합대학 총장이였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료양권을 가져다주고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였다. 원사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있었기때문이다.

필요없이 주춤거리지 말아야만 무사고정시운행을 보장할수 있는것처럼 교육자는 단 한순간도 해이되여서는 안된다. 이것은 벌써 수십년전에 여러 학급 학생전원을 쟁쟁한 실력가로 키워 온 나라에 널리 알려졌던 원사가 교원생활을 갓 시작한 그에게 늘 입버릇처럼 해오던 말이였다.

강의와 과학연구사업, 론문지도와 도서집필 등 맡겨진 모든 사업들을 언제나 흠잡을데 없이 완료하는 원사의 사업기풍과 일본새를 따라배우는 과정에 대학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학위학직소유자들이 배출되였던가.

요구성이 높은것만큼 교원들에게 기울이는 사랑과 정 또한 이를데없이 뜨거웠다. 그처럼 어려웠던 고난의 시기에도 어쩌다 생긴 강냉이 한가마니도 교원들의 집으로 날라갔고 교직원들의 김장용남새를 해결하기 위해 찬이슬 내리는 남새포전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어느해인가는 휴가차로 고향에 내려갔다가 급병으로 중태에 빠진 한 교원의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수백리를 오가며 설날의 이른아침부터 보름나마 침식을 잊고 뛰여다닌적도 있었다. 며칠을 뜬눈으로 새워가며 많은 량의 보약들을 구해온 뜨거운 사랑에 떠받들려 그 교원은 마침내 자리를 털고 일어설수 있었다.

이런 일들은 하도 많아 이제는 기억에 삭막하다. 그러나 명백한것은 원사가 그처럼 품들여 키운 인재들이 오늘에 와서는 철도의 현대화를 앞장에서 추동해나가는 기수들로, 중진들로 자라났다는것이다.

그런데 그렇듯 자신뿐아니라 온 집단을 당이 가리키는 오직 한길로 줄기차게 떠밀어주던 지난날의 스승, 우리 나라의 철도건설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보배와도 같은 한 공훈과학자의 육체가 흐르는 세월과 더불어 점점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그래서 다문 얼마만이라도 안정치료를 받게 하려고 별러왔건만 뜻대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단 한순간도 전진하는 대오의 뒤전에서 어물거릴수 없다는 원사의 대답앞에서 더 할 말을 찾지 못하였던것이다.

 

*         *

 

삼라만상이 다 잠든 깊은 밤 미래과학자거리에 자리잡은 원사의 집에서만은 밝은 빛이 흘러나왔다. 고요한 방에서 책상을 마주한 원사가 깊은 사색을 이어가고있었다.

얼마전 그는 콩크리트구조물의 부식을 막기 위한 과학기술적문제들을 서술한 방대한 량의 도서집필을 끝마쳤다. 그에 이어 지금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진동과 소음을 방지하자면 건설에서 어떤 요구를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도서집필에 달라붙었다.

사실 그 나이에 철길의 현대화를 위한 연구와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 철도운수건설학위론문분과심의위원회 위원장사업, 대동강갑문관리운영을 위한 연구 등 중요한 일들을 하고있는 조건에서 집필은 힘에 부친것이였다.

하지만 그는 단 하루도 집필을 멈춘적이 없었다. 수십년간에 걸치는 과학연구과정에 얻은 귀중한 경험과 교훈을 하나도 놓침없이 새 세대들에게 물려주는것을 자기의 의무로 간주하고있기때문이다. 그 나날 그는 세계적인 철도발전동향과 실태를 서술한 도서를 집필한것을 비롯하여 4만여페지에 달하는 수십권의 참고도서를 내놓아 교육과 과학연구사업에 크게 기여하였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해볼새도 없이 집필에 몰두하고있는데 문득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대학책임일군이였다.

《이 밤중에 어떻게…》

《밤중이라니요? 벌써 새날이 밝아오는데… 그러니 선생님은 또 밤을…》

그제서야 벽시계를 올려다보던 원사는 저도모르게 《아뿔싸-》 하며 무릎을 쳤다. 몸을 혹사하지 말라고 그토록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밝아오는것도 모르고 꼬박 밤을 새웠다는것을 스스로 드러냈던것이다.

《참, 선생님도… 오늘은 현장에 나가지 말고 대학으로 오셔야 하겠습니다.》

영문을 알수 없어 의아해하는데 수화기에서는 숱한 로력과 자재를 절약하면서도 공사기일을 훨씬 단축할수 있는 새로운 시공방법을 연구도입하여 고암-답촌철길건설에 크게 기여한 원사에게 높은 국가표창이 수여되였다는 기쁨넘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순간 원사의 가슴속에서는 불덩이마냥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다.

흰갈기 물결만이 출렁이던 날바다 한가운데 아득히 뻗어나간 철길궤도를 바라보시며 정말 훌륭하다고, 마치 미술작품을 보는것 같다고, 당에서 관심하던 문제가 또 하나 풀렸다고, 대단히 만족하다고 그토록 기쁨에 넘쳐 말씀하신 경애하는 원수님,

볼수록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그 귀중한 창조물에 깃든 자신의 로고와 헌신은 다 묻어두시고 우리 건설자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이 어렵고 방대한 공사를 자체의 힘으로 훌륭히 해제꼈다고 하시며 과학자들의 업적을 그렇듯 높이 평가하시였다는 감격적인 소식에 접하고 북받치는 격정속에 그만에야 오열을 터뜨렸던 원사였다.

그 하나만으로도 이 땅의 과학자된 긍지와 자부가 끝없이 파도쳐와 가슴뿌듯해짐을 금할수 없는데 또다시 그처럼 높은 국가표창을 안겨주도록 해주시였다니 그가 과연 무슨 말을 더 할수 있으랴. 송수화기를 놓지 못하는 원사의 모습은 창가에 오래도록 비쳐졌다.

철없던 시절부터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했던 두줄기 궤도에 대한 꿈, 과연 그 꿈은 누가 이루어주었던가.

과연 어느분이 나라의 철길과 기차굴, 다리건설부문에서 없어서는 안될 인재중의 인재로 그토록 값높이 내세워주었던가.

끓어오르는 격정과 흥분으로 달아오른 숨소리만이 이윽토록 들려오던 수화기에서 원사의 목소리가 전류를 타고 흘러나왔다.

《…당에서 그토록 내세워주고있는데 내 무엇을 더 주저할수 있겠소. 지금 나에겐 이마의 주름은 피할수 없어도 우리 과학자들의 정신에는 절대로 주름이 생겨선 안된다는 이 하나의 생각뿐이요. …총장선생, 당에서 전철기를 틀어쥐고 앞길을 환히 열어놓았는데 진정으로 날 생각한다면 마지막순간까지 그냥 앞으로만 나갈수 있게 뒤에서 잘 떠밀어주오. …》

새날이 밝아오는 그무렵 총장은 옛 스승에게서 또 한번 뜨거운것을 받아안았다. 근 반세기에 이르는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언제나 변함없는 한모습, 당의 부름, 조국의 요구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여들어 앞장에서 돌파구를 열어제끼고야마는 충정과 의리, 열정에 불타는 로과학자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쳤다.

그와 더불어 세상천지가 열백번 변해도 자기를 키워주고 내세워준 우리 당만을 일편단심 굳게 믿고 따르는 과학자의 참된 삶의 궤도에는 종착역이란 있을수 없으며 그 길을 따라 멈춤없이 줄기차게 내달릴 때에만 그처럼 값높은 생의 자욱을 뚜렷이 새겨갈수 있음을 다시한번 심장으로 절감하였다.

그 정신, 그 기백으로 불같이 살며 투쟁할 때 이제 또 점령 못할 첨단이란 있을수 없다는 신심이 불쑥불쑥 용솟음쳐 출근길에 오른 그의 발걸음은 나래가 돋친듯 가볍기만 하였다. 미래과학자거리의 또 하루의 새날은 이렇게 시작되고있었다.

 

본사기자 김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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