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 재 선 발
옛날 어느 한 고을 원은 무더운 여름날 머리가 잘 돈다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였다.
산골마을인지라 푸르싱싱하게 무성한 록음은 동헌앞마당을 병풍처럼 에워싸서 한결 더 신선한 공기를 몰아오며 시원하고 태평스런 푸른 배경을 펼치고있었다.
원앞에는 그 심산계곡에서 방금 으르렁대며 뛰여나올듯 한 생동한 호랑이그림이 한장 걸려있었다.
원은 한 젊은이에게 《저 그림속에 있는 호랑이를 내앞에 산채로 끌어내다 놓아라.》라고 하였다.
지명된 사나이는 드레박줄로 참새뒤다리를 맬줄 아는 꾀를 쓴다는 사람이였으나 눈이 둥그래서 놀랄뿐 대답을 못했다.
원은 두번째 젊은이에게 다시 분부를 내렸으나 그도 역시 난처한 표정을 짓고 한숨만 쉬였다.
원은 차례차례로 물어보았으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는 사람, 머리를 수그리고 마는 사람 등 표정은 각이하나 결국 아무도 그림속의 호랑이를 끌어내지 못하였다.
원은 다시 좌중을 향하여 말했다.
《여기 누가 저 그림속에 있는 호랑이를 산채로 내앞에 끌어내다 놓을 사람이 있느냐?》
이것이 원의 마지막분부였다.
이때 맨 뒤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젊은이가 일어났다.
아직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어리고 소년기를 갓 벗어난듯 장난기가 력력히 엿보이는 젊은이였다.
그 젊은이는 어린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당돌한 표정과 몸가짐으로 천천히 말을 떼였다.
《사또님? 호랑이를 산채로 잡겠으니 사또나리께서 그쪽으로부터 소인앞으로 호랑이를 몰아주십시오.》
원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놀라서 그 젊은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젊은이는 당장이라도 호랑이를 홀치려는듯 굵은 바줄을 쥔채 팔을 벌리고 딱 버티고 서있었다.
원은 입을 벌린채 말문이 막히고말았다.
그후 어느날 원은 이 젊은이를 한번 더 시험해보기로 작정하고 자기앞에 불렀다.
원은 젊은이들앞에 여러명의 신선을 그린 병풍그림을 보이면서 《저 신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는지 엿듣고 와서 나에게 아뢰여라.》라고 하였다.
이것 역시 그림호랑이를 산채로 끌어내리는 분부에 못지 않게 난감한 문제였다.
그런데 젊은이는 별로 난처한 기색도 없이 병풍곁으로 걸어가더니 자기 손을 귀가에 가져다대고 엿듣는 시늉을 하였다.
잠시후 그는 《사또님에 대한 이야기를 속삭이고있었던것 같습니다. 소인이 곁에 가니 주고 받던 말들을 뚝 그치고말았소이다.》라고 말하였다.
원은 그 젊은이가 후날에 큰 인물이 될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곧 관가에서 중요한 일을 보도록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