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다 미련한 정승의 아들

 

옛날 서울에 사는 한 정승에게 외아들이 있었다. 정승은 아들을 공부시켜 벼슬자리에 올려앉힐 욕심에서 글을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훈장을 청해왔다.
  그러나 정승의 아들이 워낙 게으른데다가 머리가 어찌나 둔했던지 삼년석달을 부지런히 가르쳤어도 글 한자 변변히 외우지 못하였다.
  속이 탈대로 탄 훈장은 이렇게 꾸지람하였다.
  《소한테 그만큼 배워줘도 너보다는 나을게다.》
  정승의 아들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훈장의 말을 제 애비에게 고스란히 일러바쳤다.
  아들의 말을 들은 정승은 성이 독같이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끼 고현놈, 벼슬도 돈도 없는 거지같은 놈이 감히 정승의 자식을 모욕해. 그놈을 당장 잡아들여라.》
  조금 지나서 하인들이 훈장을 데려오자 정승은 서슬이 퍼래서 따졌다.
  《너 이놈, 네놈이 내 아들을 소보다도 못하다고 모욕했다지?》
  《네에- 소생이 대감의 아들을 삼년석달 힘껏 가르쳤사오나 글 한자도 모르옵기에 답답한김에 소보다도 못하다고 했소이다. 황송하오나 사실이 그렇지 않소이까?》
  그러자 정승은 더욱 약이 올라 소리질렀다.
  《네놈이 내 아들을 업신여겨도 분수있지 사람이 못하는 일을 짐승이 어찌 할수 있느냐?
  오늘부터 소에게 글을 가르친 후 내앞에서 그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네 목을 자르겠다.》
  이렇게 되여 훈장은 다음날부터 황소에게 글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훈장이 소고삐를 바투 감아쥔 다음 《하늘 천》하고는 손을 번쩍 쳐들자 소는 코가 아파서 대가리를 하늘로 쳐들었다. 다시 《따 지》하면서 소의 대가리를 땅쪽으로 내리눌렀다.
  이리하여 나중에는 《하늘 천》하는 소리가 나기 바쁘게 소는 대가리를 하늘로 번쩍 쳐들었고 《따 지》소리가 나면 대가리를 땅에 꾹 박았다.
  어느덧 정승과 약속한 날이 되였다.
  훈장이 소를 끌고 나타나자 정승은 눈살이 꼿꼿해서 재촉하였다.
  《이놈, 어서 소에게 가르친 글을 보여라.》
  훈장은 소를 마당 한가운데 세워놓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하늘 천》하고 소리쳤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소는 대가리를 번쩍 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순간 정승은 물론 모여온 구경군들까지도 뜻밖의 일에 놀라 탄성을 올렸다.
  다시 《따 지》하는 소리에 소는 들었던 대가리를 땅에 꾹 박았다.
  훈장이 허허 웃으며 정승에게 물었다.
  《대감님, 도련님은 삼년석달동안 글 한자 익히지 못했지만 소는 두 글자나 익혔소이다. 이래도 도련님보다 소가 훨씬 낫다는 소인의 말이 틀리옵니까?》
  모였던 구경군들은 정승과 그의 아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배를 그러안고 웃었다.
  정승은 말문이 막혀 얼굴이 뻘개가지고 꼬리가 빳빳해서 집안으로 뺑소니쳤다.
  훈장은 그 길로 책보따리를 싸가지고 정승의 집을 떠나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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