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2008. 11. 22 《남북공동선언실천련대》
구치소 가는 길
《문경환동지덕에 다시 사색에 잠겨보았다. 성동구치소 가는 길…
성동구치소로 면회는 처음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성동구치소가 친근했다. 10년전 내가 살았던 바로 그곳…
그래서 더욱 사색의 길로 쉽게 갔나보다.…》
감옥은
1평 남짓
밤에도 끌수 없는 30촉짜리 등
하루에도 수없이 힐끗힐끗 감시하는
뻥 뚫린 철창
사랑하는이와
보고싶은이와
있고싶은 곳과
단절된 세상
그런데
어느 목사님은 감옥을
기도원이라 하고
어느 수배자는 감옥을
임대아빠트라 하고
어느 시인은
창살안으로 독재《정권》을
가둬놓고 감시하는 스스로를
교도관이라 하고
어느 가장은
부인사랑 아이사랑
가슴뜨겁게 회상하고
더 큰 사랑 간직하게 하는
사랑의 용광로라 하고
감옥은 폭압자에게 있어
억압의 상징
감옥은
《보안법》딱지를 단
우리에게 있어
감옥은
투쟁의 진앙지
《구치소정문으로 가려면 구치소 사거리담장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담장중간쯤이 바로 문경환동지가 있는 7동이다. 이렇게 잘 아는 리유는 내가 있던 방 옆방에 동지가 있기때문이다.》
구치소담장
별로 높지 않은
담장
종이비행기 힘껏 날리면
당신 철창사이로 비껴날아가
내 손 온기 사라지기 전에
당신 손에 닿을텐데
별로 튼튼히 보이지 않는
여기저기 금가고 부서진
담장
광화문 사거리에 모였던 초불
담장우 고리에 걸고
한줄의 줄다리기만 해도
우르르 쾅쾅 자빠지고
당신 두발로 나와
당신 손 잡을텐데
조금만 기다려주오
그리하지 않아도
분명 당신 만날수 있을거요
내 아직 밖에 있고
우리 천막 굳건히
보신각에 있고
초불이 겨울을 반기고있소
담장안 당신
조금만 기다려주오
《그립고 보고싶었던 동지를 보았다. 낯익은 방에서…》
10년, 강산만 변했다
10년
강산만 변했다
구치소접견실
공안수면회실
1번방
나 매번 접견할 때 들어갔던
그 방 그대로다
동지의 오른가슴
시뻘건 송곳으로 박아놓은 수번
공안수번호
59번
내 가슴에 칼날로 박아넣었던
100번이하 번호
그 번호 그대로다
동지뒤에 붙어있는 꼬리표
죄명 《보안법》
죄명 《리적단체구성, 가입》
죄명 《리적표현물소지, 배포》
죄명 《반국가단체 고무찬양》
10년전
《한총련》에 붙어있는 그 꼬리표
그 법 그 마녀
10년
죽이지 못한 그 법
《실천련대》 다시 붙어
그 법 그대로다
《면회가는 길, 곰곰히 생각을 했다. 문경환동지에게 뭘 해주면 가장 좋아할가… 전날밤 고민, 고민하다 생각해낸건 동지와 동지의 안해가 목소리 주고받게 하는것, 하지만 주변에서는 절대 안된다고 하고 못하게 한다고 하고… 갈등이였다.…》
60초사랑
접견시간 10분
동지안부 묻고
《실천련대》동지들 안부 건네고
쪽지에 가지런히 써갔던
소식 전하고
그리고
전화기 꺼내 통화를 눌렀다
전화기밖으로
며칠전
400리 떨어진 곳에서
남편 손대신
차디찬 쇠붙이 잡고
아이를 낳은
동지의 안해가 나왔다
아이낳은 안해에게
한마디 해줄수 없었던
동지
아이의 아빠에게
한마디 해줄수 없었던
동지의 안해
유리창너머 마이크속에서 들려오는
퍽이나 쉬여보이는 안해의 목소리
보는 눈이 있어서일가
듣는 귀가 있어서일가
아무렇지 않는다는듯 한 표정
미세하게 떨리는 동지의 목소리
《고생 많았어.》
짧게 대답하는 동지의 안해
《… 응…》
안해의 대답에 침묵하는 동지
그리고
《몸은?… 건강은?》
안해의 짧은 대답
《괜찮아…》
전화기 들고있는 떨리는 손
전화기 끄라고 고함치는 교도관
그렇게 지난 60초
교도관 미친 성화에
동지의 안해에게 미안하다 하고
전화기의 종료단추를 눌렀다
《무심코 문경환동지가 필요하다던 책들을 무심코 챙겨준이에게 건네받고 접견물품실로 들어섰다.》
애국사전
감옥서 공부한다고
넣어달라던
국어사전
영어사전
사무실 그대 책상에
꽂아져있던
낡은 사전 두개
구치소 접견물품 접수창구서
다시 꺼낸 사전 두개
그대 수번, 이름 적기 위해 넘긴
영어사전 표지뒤장
그곳에
이미 자리잡고있는
그대 안해의 이름 그리고 수번
수번이름 쭉쭉 줄 긋고
다시 쓴
동지의 수번
동지의 이름
더 낡은 국어사전
넘긴 표지 뒤장
이번에
그대 이름과 옛날 수번
한동안
적지 못하는
그대 이름 그리고 수번
이 땅에 태여나
함께 시련겪는
애국의 한길 같이 가는
국어사전
영어사전
《동지를 만나고난 후 애졸이던 가슴이 많이 풀어졌다. 그리고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문경환동지가 구치소를 접수했을거라는 생각…》
구치소초불의 배후
구치소에
초불이 켜졌어요
한평 남짓
감옥에
또 한평 남짓
접견실에도
성동뿐아니라
서울에도
영등포에도
수원에도
《실천련대》초불이 켜졌어요
구치소안
이방저방
초불이 번지네요
교도관들에게도 번지고
소지들에게도 번지네요
아!
이 초불의 배후는
누구일가요
《구치소를 나왔다. 그리고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사무실로 왔다. 시속 90km를 넘기며 잠실대교를 건넜다. 그리고 한강에게 말했다.》
접 견 후
달려라 애마야
액셀 팍팍 땡기며
다시 간다
광화문으로
그대 철문 나오면
비여있을 방
그 방 주인
잡으러
《에필로그》
《문경환동지덕에 사색을 하게 되고 황선동지덕에 시를 완결짓고 또 소개할수 있게 되였다. 동지들에게 참으로 고맙다.
대주제 <구치소 가는 길>속에 들었던 곁사색을 에필로그에 담아본다…》
민주와 통일의 로맨스
그대없이 나 있을가
많이 아픈가요
그대 아픔 있는 곳
같이 아파오네요
그대 이름 크게 웨쳐보아요
멀리서 다시 돌아오는 메아리
그런데
나 이름으로 돌아오네요
나 초되여
세상 밝게 비치고
그대 컵되여
나를 감싸주네요
그대가 핀 웃음꽃
세상에 번져
나에게로 오네요
하얀 눈길
그대 함께 걷는 발자국
그대를 내가 업고가기에
그대가 날 업기에
발자국 하나인걸
보 신 각 전 선
매일
보신각엔 전선이 쳐진다
매일
창들고
칼차고
갓쓰고
보신각앞을 지킨다
포졸이
포도대장이
매일
천막치고
칼쓰고
쇠사슬 묶고
소리통 들고
초불 들고
방을 붙이며
보신각앞을 지킨다
롱성을 쌓은
《실천련대》가
《나라님》 성토하는
숱한 백성이
상상 그이상의 끝
(황선시인의 《끝을 알지》를 읽고)
리승만
박정희
전두환
로태우
그리고
그 리
잠도 없는 리가
그 끝을
알고있을가
알고싶을가
알려고 할가
잠도 없는 리가
잠도 못 이루며
상상한 끝
그 끝
무슨 상상을 해도
그이상일수밖에
(박현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