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01(2012)년 제9호에 실린 글


손 형 호
동 생 조 신 혁
나와 동생 신혁이는 어릴적부터 무척 다정했습니다. 나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꽤나 고와했습니다. 신혁이도 나를 언제나 그림자처럼 졸졸 따랐습니다.
유치원시절부터 신혁이는 아침에 눈이 짜개지자마자 나에게 옛말을 해달라고 조르군 하였습니다.
나의 옛말주머니는 인차 바닥이 나서 나는 하는수없이 별의별 옛말을 다 지어내군 했습니다.
아침에 내가 잠에서 깨여가지고도 또 동생의 성화를 받을가봐 눈을 감고 자는척 하면 신혁이는 그것을 정찰병 찜쪄먹게 제때에 간파하고 나를 호물딱 녹여내는 수를 쓰군 했습니다.
《형, 형의 귀가 만두처럼 생겼다야.》
내가 더 참지 못하고 키드득 웃음소리를 내면 동생은 한걸음 더 접근합니다.
《만두귀형님, 이 동생에게 옛말 하나만 좀 해달라구요.》
그러면 나는 어쩌는수없이 동생에게 말려들군 했습니다.
그 애는 나를 대상으로 장난도 곧잘 쳤습니다.
어느 일요일, 침대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여난 나는 그만 간이 떨어지게 놀랐습니다. 누가 나를 빨래줄로 꽁꽁 묶어놓았던것입니다.
깔깔대는 신혁이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그 애의 짓이라는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나는 그만 화가 났습니다.
(자식, 아무리 놀음이래도 형을 미군장교로 삼다니.)
그러나 내가 구원되자면 다른 수를 써야 한다는것을 동생과 함께 흘러보낸 날들이 가르쳐주고있었습니다.
《정찰병 조신혁동무, 당신은 나를 잘못 보았소. 나는 적들속에 침투하여 활동하던 애국자 조신철이요. 빨리 구출하시오.》
그제서야 나는 겨우 풀려나올수 있었습니다.
신혁이가 소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나는 그 애가 언제나 학급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도록 살뜰히 도와주었고 생활에서도 모범이 되도록 걸음걸음 따뜻이 이끌어주었습니다.
어느덧 어제날의 장난꾸러기 신혁이는 올해에 소년단원이 되였습니다. 게다가 분단위원장까지 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두명의 분단위원장이 있게 되였습니다. 나는 이미 4학년 5반 분단위원장이였으니까요.
나 의 고 민
두 형제가 한학교에서 분단위원장으로 되였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그런데 우리 집의 이런 경사가 나의 고민거리로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신혁이가 분단위원장이 된지 한달이 지난 어느날이였습니다.
아침모임시간에 분단별 학습과 조직생활정형에 대한 총화가 있었는데 나는 그만 놀랐습니다.
신혁이네 분단이 단연 1등이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분단은 마지막에서부터 두번째 자리였습니다.
나는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습니다. 온 학교 학생들이 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것 같았고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습니다.
《형이 동생보다 못하구나.》
이보다 끔찍한 비난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나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왜 이 지경이 되였담? 신혁이때문에? 아니, 우리 분단이 1등하였다면 그런 비난이 애당초 있을수가 없어.)
나는 입술을 감쳐물고 주먹을 불끈 틀어쥐였습니다.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지 안되겠어.)
그런데 그날따라 일은 별스럽게 번져갔습니다.
과외체육시간이였습니다.
모두가 운동복차림으로 교실을 나서는데 새침데기 송련이만은 교복차림으로 오도카니 앉아있었습니다.
《왜 그러고있니?》
《아침부터 몸이 떨리더니 열이 나서 그래.》
나의 미간에 주름이 하나 생겼습니다.
(또 규률점수가 떨어지겠구나.)
나는 교탁밑의 마분지곽에서 체온계를 찾아들었습니다. 갑자기 앓는 동무가 생기면 쓰려고 선생님이 마련해둔 체온계였습니다.
《자, 끼여봐.》
그러자 송련이는 대뜸 새파래져서 토달거렸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는거지?》
내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높아졌습니다.
《규률점수가 떨어지지 않니.》
《동문 규률밖에 모르니?》
나는 더 참을수 없었습니다.
《그래, 동무같은 애들때문에 우리 분단이 뒤자리를 차지하는게 난 정말 싫단 말이야.》
그러면서 나는 한손을 홱 내리그었습니다. 그바람에 책상우에 놓았던 체온계가 교실바닥에 떨어져 아주 박살이 났습니다.
《흑―》
송련이는 얼굴을 싸쥐더니 책상에 엎드려 흐느껴울기 시작했습니다.
그앞에 성난 범의 기상이 되여 서있던 나는 소리내여 한숨을 내쉬며 교실을 나섰습니다.
《우리 분단이 뒤자리를 차지한건 저 송련이같은 애들때문이야.》
선 인 장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신혁이가 선인장 한잎을 손에 들고 가시를 뜯어내며 《우리 학급 동무들…》이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뚝 멈추었습니다.
《축하해, 1등 한걸.…》
내가 이렇게 말하자 신혁이는 얼굴이 발깃해져서 씩 웃었습니다.
《고마와. 형, 다음번엔 형네가 꼭 1등을 해.》
동생의 진정어린 말에 나는 불시에 코허리가 시큰해져서 잠시 묵묵히 있다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선인장은 어디서 났니? 뭘하려구?》
《2층 4호집에 가서 구해왔어.》
나는 눈이 둥그래져서 신혁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니, 너 그럼 종처가 또 났니?》
언제인가 그의 팔에 종처가 났을 때 어머니가 선인장잎을 구해다 붙여주었던것입니다.
신혁이는 깔깔 웃었습니다. 별안간 나에게 와락 안겨들며 나를 침대우에 넘어뜨렸습니다.
《형, 그전처럼 또 형을 빨래줄로 꽁꽁 묶어볼가? 난 형이 참 좋아. 성도 한번 안내고…
나두 형이 날 위해주는것처럼 분단동무들을 대해주자고 하는데 잘 안돼.》
나는 겨드랑이에서 신혁이의 손을 잡아뽑으며 말했습니다.
《얘얘, 간지러워. 선인장을 어데 쓸건지 거나 대답해.》
《응, 우리 분단 송훈동무네 누나가 다리에 종처가 나서 고생하거던. 학교진료소 의사선생님이 종처엔 선인장이 좋다고 했대.…》
나는 신혁이를 새삼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너희 분단 애들은 저의 누나 다리에 난 종처까지 너한테 말하니?》
《응, 우리 분단 동무들은 나한테 뭐나 다 말해.》
나는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참 좋은 애들이구나. 그런데 우리 분단은… 얘, 우리 분단에 새침하기짝이 없는 애가 있단다.…》
나는 신혁이에게 과외체육시간에 있은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난 신혁이가 눈을 동그랗게 치뜨더니 발딱 일어나앉았습니다.
《형이 욕한 그 누나 이름이 혹시 안송련이가 아니야?》
나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너 그걸 어떻게 아니?》
《그 누나가 바로 우리 분단 송훈이네 누나야. 송훈이가 자기 누난 과외체육시간에 교실에 남아 울었다더니 형때문에 울었구나.》
《뭐?! 그런데 왜 나한텐 아침부터 몸이 떨리더니 열이 난다고…》
《글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뭐. 좌우간 형, 이 선인장 송련누나에게 갖다줘.》
나는 저으기 쑥스러워나 손을 내저었습니다.
《싫어, 네가 갖다주렴.》
신혁이는 금시 시무룩해졌습니다.
《그 누난 형네 분단이야. 그리구 형때문에 울었어. 형, 난… 형네 분단이 다음달엔 꼭 1등 하였으면 해.》
동생의 간절한 눈빛에 가슴이 찌르르해진 나는 말없이 그 애를 끄당겨 꼭 그러안았습니다.
(신혁아, 송련이한테 간다고 1등을 하겠니? 그러나 네 마음이 고마와 내 갈게. 그리구 꼭 1등을 하겠어.)
그길로 송련이네 집에 가니 그의 동생 송훈이가 고수머리를 내밀고 누나는 없다고 했습니다.
내가 선인장을 쓰는 방법을 대주고나서 과외체육시간에 모르고 성을 냈으니 용서해달란다고 말하라고 하자 새까만 눈으로 나를 말똥말똥 쳐다보던 그 애는 덧이를 드러내며 쌩긋 웃었습니다.
《신혁이네 형, 고마와요.》
집에 돌아오며 나는 저도 모르게 픽― 웃었습니다. 나를 마치 북극사람 쳐다보듯 하던 송훈이의 새까만 눈이 생각났던것입니다.
(송련이가 아마 자기네 분단위원장이 어떠어떠하다고 미주알고주알 다 말했을테지.)
되 돌 아 간 사 과
다음날 아침 집에 있던 체온계를 학교에 가지고간 나는 그만 놀랐습니다. 교탁밑의 마분지곽안에 누가 벌써 새 체온계를 가져다넣었던것입니다.
(아니, 누가?!…)
나의 눈길은 얼결에 송련이쪽에 가닿았습니다. 아닐세라 송련이가 나를 지켜보다가 이내 눈을 내리깔며 방싯 웃는것이였습니다.
(그럼 송련동무가…)
나는 《음―, 음―》 하고 헛기침을 깇으며 자리에 가앉았습니다.
그런데 오후 과외체육시간이였습니다.
남먼저 운동복을 갈아입은 송련이가 왜서인지 주밋거리더니 다른 애들이 다 밖에 나가자 잽싸게 가방안에서 사과 두알을 꺼내들고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어리둥절해진 나의 량손에 사과를 덥석 쥐여주고난 송련이는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가지고 말했습니다.
《대동강과수종합농장거야. 동무가 가져다준 선인장을 붙였더니 의사선생님이 치료해준 종처가 더 빨리 나았어.
고마와. 그리구 날 용서해, 남동무인 분단위원장동무에게 다리에 종처가 났다고 사실대로 말하기가 부끄럽기도 하고 또 규률을 두고 그처럼 강조하던 동무가 두렵기도 해서 그만 거짓말을…
어제 난 자신을 돌이켜보았어. 조직에 속을 주기 싫어하면 다리의 종처는 나을수 있어도 마음속에 종처가 생길수 있다는걸 난 깨달았어.》
나는 눈만 크게 뜨고 덤덤해있었습니다.
(새침데기인줄 알았더니 말을 아주 수준있게 잘하누나.)
그러고보면 송련이랑 나에게 말을 잘하지 않고 새침해있은것은 다 나때문이였습니다. 내가 언제나 무뚝뚝하게 굴면서 요구성만 내세운 탓이였습니다.
저녁에 나는 신혁이에게 송련이가 준 사과를 주었습니다. 나를 깨우쳐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습니다.
그런데 이틀후였습니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갈 때쯤에 송련이가 생긋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분단위원장동무, 내가 준 사과를 동생한테 주었더구나.》
《응?! 그걸 어떻게 아니?》
송련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습니다.
《동무네 동생이 그 사과를 글쎄 우리 송훈이한테 주지 않았겠니. 종처때문에 고생한 누나에게 주라고… 호호, 그 사과가 그렇게 되돌아올줄이야. 분단위원장동무네 형젠 어쩌면 그리도 꼭 같니. 마음씨가 곱구 정도 깊구…》
나는 그만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내 마음씨가 곱고 정도 깊다구? 아니, 난 멀었어, 너무나도 멀었어.)
그러는 내 눈앞에 동생 신혁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애가 하던 말이 새삼스레 귀전에 울렸습니다.
《나두 형이 날 위해주는것처럼 분단동무들을 대해주자고 하는데 잘 안돼.》
나는 손바닥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내리쓸었습니다. 비로소 깨달아지는것이 있었습니다. 분단을 훌륭히 이끄는 묘술, 그것은 강한 요구성에만 있는것이 결코 아니였습니다. 형이 친동생에게 기울이는것과도 같은 다심한 인정미, 뜨거운 사랑에 그 묘술이 있었습니다.
깊어지는 생각을 안고 학교정문을 나서는데 나의 마음속에 문득 뜻깊은 조선소년단창립 66돐경축 전국련합단체대회에서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의 축하연설이 다시금 들려왔습니다.
그 사랑의 말씀을 더 깊이 가슴에 새기느라니 문득 그 연설이 실린 《소년신문》을 언제나 열심히 보던 신혁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신혁이가 그래서 나보다 앞서나가댔구나!)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앞에서 신혁이의 청높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형, 빨리 와!》
나는 사랑하는 동생 신혁이를 향해 막 달음질을 쳤습니다.
《응, 같이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