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에 실린 글

 

◇ 과학환상중편동화 ◇

 

( 제 4 회 )                                  라  경  호         

 

              

5. 두 소년의 별명

 

할아버지거부기의 길안내로 보물창고동굴앞에 이른 길남이는 굴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 학동이는 저 동굴속 어디에 있을것이였습니다.

학동이는 왜 아직 나오지 못할가?… 불길한 예감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얘들아, 내 동무를 구원해야겠어. 누가 날따라 동굴안에 들어갈수 있겠니?》

길남이가 물었습니다.

《내가 들어가겠어.》

대게가 한걸음 나섰습니다.

《네가? 물이 없는 동굴에 어떻게?》

곱등어가 물었습니다.

《체, 우리 게들은 땅우에서도 잘 기여다녀. 간석지에 가봐. 갈게랑 우리 게들이 감탕우로 기여다니는걸 보면 깜짝 놀랄거야.》

대게는 물속에서도 살고 땅우에서도 사는 자기네 게들을 자랑하였습니다.

그러자 전기뱀장어도 한마디 했습니다.

《나두 가겠어. 저 안에 물이 없는것두 아니야. 들어봐, 물소리가 나거던. 난 아주 얕은 물에서도 헤염칠수 있어. 정 물이 없는데가 나지면 대게야, 네가 날 좀 도와주렴.》

곱등어는 한몫 할수 없는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물로 헤염치거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일이라면 대게나 전기뱀장어한테 뒤지지 않겠는데 동굴속으로 들어가는것만은 자신이 없었습니다.

《곱등어야, 너는 여기서 기다려라.》

길남이가 이렇게 말하고 대게와 전기뱀장어를 데리고 동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굴안이 컴컴해지자 전기뱀장어가 아가미의 안쪽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비상용축전지를 리용하여 두눈으로 탐조등마냥 불빛을 내뿜었습니다. 동굴안은 대번에 환해졌습니다.

대게는 길남이의 걸음이 더딘것이 성차지 않아서인지 씽 앞서더니 발발발 기여나갔습니다.

전기뱀장어도 물홈들을 찾아 살살 헤염쳐나갔습니다.

대게의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눈깜빡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얘들아, 빨리 따라와.》

저 앞쪽에서 대개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대게는 불빛이 희미해지자 앞으로 더 나갈수 없었던것이였습니다.

전기뱀장어도 길남이에게 《우리가 갔다올테니 너는 밖으로 나가 기다려.》라고 말하고는 스르르 미끄러져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럼 부탁한다.》

앞이 환해지자 대게는 다시 기여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발발발 스르르… 발발발 스르르…  대게와 전기뱀장어는 마침내 거부기를 만났습니다.

《너 학동이를 보지 못했니?》

《너희들은 누구냐?》

거부기가 물었습니다.

《거북아, 우린 학동이를 구원하러 왔어.》

《그래? 그럼 빨리 도와줘. 학동이는 저 앞으로 나갔어.》

오래 이야기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앞으로 나갔습니다.

얼마후 쓰러져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밝은 불빛에 드러났습니다. 그는 헛소리를 치고있었습니다.

《나… 금속털그물… 나… 금속털그물…》

대게는 집게손으로 그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마에 집게손을 대보았습니다. 불덩어리처럼 뜨거웠습니다.

눈을 뜬 소년은 대게와 전기뱀장어를 쳐다보았습니다.

《네가 박학동이지? 정신 차려라. 우린 길남이가 보내서 왔어.》

《길남이? 그앤 어데 있니?》

학동이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습니다.

《시간이 급하다. 이제 곧 알게 돼.》

대게는 학동이를 부축하려고 하였습니다.

《어데로 가려고 그러니?》

학동이는 정신이 번쩍 들어 물었습니다.

《동굴밖으로.》

학동이는 앓는 사람같지 않게 대게를 밀어버렸습니다.

《넌 지금 위험해. 열이 40도를 넘을것 같애. 빨리 나가자.》

대게는 학동이를 꽉 그러안았습니다.

《안돼. 여기까지 왔다가 돌아설수는 없어. 금속털그물을 가지고 가야 해.》

학동이가 안타까이 말했습니다.

《금속털그물이란게 뭐냐?》

대게는 학동이의 입에서 계속 튀여나오는 그게 뭔지 몰라서 전기뱀장어에게 물었습니다.

《나도 몰라. 그게 어데 있니?》

전기뱀장어가 학동이에게 물었습니다.

《이 동굴 끝에 가면 있어.》

대게와 전기뱀장어는 학동이의 말에 감동되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대단히 귀중한 물건이며 그것을 가지려는 학동이의 소원을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였습니다.

《시간만 자꾸 지체시키누나. 대게야, 이렇게 하는게 어때? 넌 학동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난 끝까지 가서 그걸 가지고 오자꾸나. 학동아, 다른 의견이 없겠지?》

전기뱀장어의 이 말에 학동이가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아니야, 난 끝까지 가야 해.》

더는 학동이를 돌려세울수 없다는것을 깨달은 전기뱀장어와 대게는 모두 함께 동굴끝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갔는지…

드디여 동굴끝에 이른 그들은 세개의 번쩍이는 보물함을 발견하였습니다.

《야!》

학동이는 혼미해지는 의식속에서도 보물함을 열고 털그물과 효소를 꺼내 손에 꼭 쥐였습니다.

대게와 전기뱀장어는 학동이를 부축하고 동굴밖으로 향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게와 전기뱀장어는 학동이가 동굴밖으로 나가기 전에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조여들었습니다.

《빨리 가자, 빨리.》

그들은 나오는 길에 거부기도 돌려세우고 로케트도 다 끌고 나왔습니다.

동굴밖으로 나오니 길남이는 학동이를 조심히 받아업고 할아버지거부기네 집으로 데려다눕히였습니다.

지치고 잠이 몰렸던 학동이는 아래목에 눕자 곧 잠이 들었습니다. 그는 련 사흘을 내처 잤습니다.

사흘만에 눈을 뜬 학동이는 두팔을 내뻗치며 기지개를 하였습니다.

《학동아, 나야, 나.》

길남이가 학동이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두 소년은 맞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오래동안 그간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뜸해지자 전기뱀장어가 보물창고동굴에서 가지고온 두가지의 털그물과 《효소》라고 쓴 가루봉지를 내놓았습니다.

《이건 뭐냐?》

길남이가 가루봉지를 보며 물었습니다.

《길남아, 동굴속에 끝까지 가니까 보물함이 세개 있었어. 첫째 보물함에는 작은 털그물, 둘째 보물함에는 큰 털그물, 셋째 보물함에는 이 봉지가 있더구나.》

《학동아, 넌 기어코 가져왔구나!》

길남이는 입술이 부르트고 손끝에 피멍이 진 학동이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습니다.

《학동이가 효소를 가져왔구나. 이걸 가져오지 못했더라면 다시 가야 하는건데…》

할아버지거부기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거부기에게 물그릇을 주며 바다물을 길어오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빠르지.》

전기뱀장어가 물그릇을 빼앗아들고나가 바다물을 제꺽 길어왔습니다.

할아버지거부기는 먼저 바다물에 작은 털그물을 잠그었습니다. 방울방울 작은 물방울이 솟아올랐습니다. 1분쯤 있다 꺼내보니 털그물에는 하얀 알갱이들이 달라붙어있었습니다. 소금이였습니다.

이번에는 물그릇에 효소가루를 뿌리였습니다. 바다물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서로 붙어있는 금속알갱이들이 떨어지는 분쇄반응이 일어나는것이였습니다. 거기에 큰 털그물을 잠그었다 꺼내보니 반짝이는 알갱이들이 무수히 붙어있었습니다. 그것은 금속알갱이들이였습니다.

이번에는 학동이가, 다음번에는 길남이가 해보았습니다. 역시 꼭같이 잘되였습니다. 그들은 마치 자기들이 교예극장의 요술사처럼 생각되였습니다.

두 소년은 이 희한한 소식을 어서 빨리 과학궁전 바다연구소조원들에게 알리고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소년이 털그물과 가루봉지를 가지고 일어나려는데 할아버지거부기가 학동이에게 말하였습니다.

《네가 고생하면서 가져온것이여서 달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구나. 하지만 나에게도 꼭 필요한데가 있어서 그러니 다문 한개씩이라도 남겨주렴.》

할아버지거부기의 눈빛은 간절하였습니다.

학동이는 어디에 쓰려느냐 묻고싶었지만 그를 섭섭하게 하고싶지 않아 효소가루봉지와 금속털그물을 하나씩 남겨놓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찌물쿠며 먹장구름이 떠돌던 하늘에서는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소년은 할아버지거부기가 비나 긋고 떠나라고 하였지만 엉뎅이가 들썩거려 더 앉아있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소년은 자기들을 도와준 대게, 전기뱀장어, 곱등어와 작별인사를 나누고나서 웃고 떠들며 비속을 헤쳐갔습니다.

학동이네 일행이 거부기네 마을을 벗어나자 소낙비는 뚝 멎고 하늘에서는 해빛이 쏟아지기 사작하였습니다. 학동이와 길남이는 맞들고 가던 로케트를 땅우에 내려놓았습니다.

조종대의 계기눈금을 들여다보던 길남이의 입이 벙글서해졌습니다. 태양열을 받아 에네르기가 만충전된것이였습니다. 그는 서둘러 《크기》단추를 오른쪽으로 세바퀴 돌리고나서 소리쳤습니다.

《자, 모두들 타거라.》

길남이가 먼저 앞자리에 들어가 앉자 학동이와 거부기도 올라탔습니다. 로케트는 잠간사이에 고향마을 바다가에 도착하였습니다.

학동이네가 돌아온 소식은 바람처럼 과학궁전과 학교, 온 마을에 쫙 퍼졌습니다. 그 다음날 하루공부가 끝나자 과학궁전 바다연구소조실에는 발을 들여놓을수 없게 많은 소년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소조실들을 돌아보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 과학궁전 총장선생님은 실험을 보고싶어하는 소년들의 심정을 헤아려 《래일 1 500석 대중과학연구실에서 공개실험을 조직할터이니 오늘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시오.》라고 말하였습니다. 바다연구소조실이 비좁아 문안에 들어서지 못하고 현관 복도에서 서성대던 소년들은 좋아라 떠들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총장선생님은 학생들과 약속한만큼 그 준비를 잘하기 위해 소조선생님을 불러 대중과학연구실에서 모의실험을 하도록 지시를 주었습니다.

소조선생님은 필요한 실험설비들과 마이크까지 대중과학연구실 앞탁에 설치해놓고 학동이와 길남이 그리고 거부기더러 나와 앉아보라고 하였습니다. 길남이는 앞탁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반객석에 앉으려는데 학동이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바람에 마지못해 나가 앉았습니다.

먼저 소조선생님이 마이크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때 객석의 출입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대여섯명의 소년들이 허리를 굽히고 발끝걸음으로 들어와앉았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과학궁전 바다연구소조원 박학동과 김길남학생이 밝혀낸 거부기눈물의 비밀에 대한 실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모의실험을 한다는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여라문명의 소년들이 또 조용히 들어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소조선생님의 소개말이 끝나자 학동이가 실험대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소년들의 눈길이 일제히 학동이한테로 쏠렸습니다. 학동이는 저도 모르게 긴장되였습니다.

《동무들이 다 아는바와 같이 바다물에 있는 금속알갱이들은 화합물상태로 서로 붙어있습니다. 때문에 그것들을 원소별로 갈라내자면 막대한 에네르기가 소모되므로 인간은 아직 그 일을 하지 못하고있으며 일부 나라들에서는 시도를 하다가 포기하고말았습니다. 그럼 에네르기를 전혀 쓰지 않는 자연의 조건에서 할수는 없겠는가?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는 거부기네마을에 가서 그것을 알아냈으며 실험까지 해보고왔습니다. 그럼 동무들에게 그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객석의 출입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30~40명의 소년들이 쓸어들어왔습니다.

학동이는 효소가루와 금속털그물을 들어 보여주며 그 특성을 간단히 설명하고나서 실험에 착수하였습니다.

객석의 소년들은 숨소리마저 죽이였습니다. 기대에 찬 눈길들이 학동이의 손동작을 하나하나 지켜보았습니다.

학동이는 자그마한 그릇에 바다물을 부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다물에 효소가루를 뿌렸습니다. 그런데 바다물은 끓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효소가루를 더 뿌렸습니다. 역시 바다물은 잠잠하였습니다. 그는 가슴이 덜컥하였습니다.

학동이의 실험동작을 지켜보고있던 길남이가 달려갔습니다. 그는 학동이가 쓰던 바다물을 버리고 새 바다물에 효소가루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금속털그물을 잠그어보았습니다. 역시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 애들이 거부기네 마을에서 해봤다는게 사실이야?》

《글쎄, 믿어지지 않아. 거기서 되는데 여기서라고 안되겠니? 거짓말이야, 가자.》

호기심이 나서 몰래 숨어들어왔던 소년들은 하나둘 일어나 나갔습니다. 넓은 대중과학연구실에는 소조선생님과 학동이, 길남이 그리고 거부기만 남았습니다. 소조선생님도 이상한지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내 생각엔 될것 같구나. 얘들아, 신심을 잃지 말고 곰곰히 원인을 따져보아라.》

소조선생님은 학동이, 길남이와 함께 그 원인을 밝혀내고싶었으나 과학궁전 지도교원들의 모임이 있다는 련락이 와서 자리를 떴습니다.

《길남아, 거부기네 마을에 다시 가보지 않겠니?》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학동이가 하는 말이였습니다.

《미련한 곰같은것, 넌 그저 맞받아나가는것밖에 모르는구나. 장애물이 나서면 에돌아갈줄도 알아야지.》

길남이는 아직도 미련을 가지고있는 학동이에게 퉁을 주었습니다.

《내가 곰이라구? 이 령리한 토끼야, 쉬운 길만 찾아보렴. 너처럼 해서야 무슨 일이 되겠니?》

학동이는 약이 올라 길남이에게 토끼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튀여나온 말인데 신통한 별명이라 여겨져 학동이는 통쾌하게 웃었습니다.

《그래 나는 토끼다. 곰이 이기나, 토끼가 이기나 내기 해볼가?》

《해보자.》

학동이가 이렇게 말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길남이가 자기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흔들었습니다. 그들의 롱담은 누가 먼저 성공하는가 하는 진짜경쟁으로 되고말았습니다.

 

 

6. 별나라 탐험

 

여름날 밤 길남이는 마당에 펴놓은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에서는 셀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거렸습니다. 단추알만 하게 보이는 별 하나가 지구보다 몇곱, 어떤 별은 몇십곱 크다는 저 별나라에는 산도 바다도 있다는데 산에는 무슨 나무들이 자라고 바다에는 무슨 물고기들이 있을가? 거부기의 눈물보다 더 신기한 비밀을 가지고있는 물고기는 없을가?…

별나라의 반짝이는 별들은 길남이의 가슴에 끝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길남이는 멀지 않은 마을에 사는 한 천문학자아저씨가 별나라에 갔다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였습니다. 그는 천문학자아저씨를 찾아가 자기의 심정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별나라에 가면 바다도 있을수 있지. 우리 지구와 비슷한 별들도 많으니까. 이 별은 지구와 거의 같은데 흥미있는 비밀들이 너무 많아 우리 천문학자들이 〈수수께끼별〉이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천문학자아저씨는 이렇게 말하며 별나라지도를 펴놓고 원주필끝으로 별 하나를 꼭 짚었습니다.

《야, 그 별에 한번 가보고싶네.》

《그럼 가보렴.》

천문학자아저씨는 길남이가 기특한지 별나라지도를 한장 주었습니다.

《자, 이걸 가져라. 별나라 가는데 도움이 될게다.》

길남이는 돌아오는 길로 학동이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학동이는 집에 있었습니다. 그는 콤퓨터앞에 앉아 큰 거부기를 관찰하고있었습니다.

《넌 언제까지 거부기를 붙들고 눈물을 흘리려니? 이젠 나랑 같이 웃어보자. 자, 봐라.》

길남이는 학동이앞에 별나라지도를 펼쳐놓았습니다.

《아니야, 난 끝까지 밝혀볼테야.》

《에이, 우둔하기도 하네.》

길남이는 별나라에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우주탐험복을 갈아입고 자가용로케트의 콤퓨터에 지구와 비슷하다는 《수수께끼별》을 기억시킨 다음 곧 별나라로 떠났습니다.

해빛이 쩅쨍 내려쪼이는 여름날인지라 로케트는 씽씽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어떻게나 빨리 날아오르는지 길남이가 뒤를 돌아보니 지구는 축구뽈만 하게 보였습니다. 지구가 멀어질수록 길남이는 누가 자기 몸을 바줄로 매서 뒤로 끌어당기는것 같았습니다. 그는 몸을 앞으로 굽히고 조종대를 꽉 그러쥐였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뒤로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지면서 반대로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하, 지금 나는 지구의 인력권을 벗어나고있구나.)

길남이는 새처럼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였습니다.

드디여 길남이를 태운 로케트는 별나라의 어느 한 바다기슭에 서서히 내렸습니다. 모래불에서 더운 기운이 확확 일어올랐습니다. 몹시 더웠습니다. 눈앞에 바라보이는 바다물빛은 노랬습니다.

로케트에서 내린 길남이는 바위우에 올라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저쪽 후미진 언덕에서 길남이의 행동을 지켜보고있는 동물이 눈에 띄였습니다. 몸집이 물개만 한데 주둥이는 삽날처럼 생기고 꼬리는 물고기처럼 생겼습니다. 그 동물은 길남이와 눈길이 마주치자 바다물속으로 뛰여들 태세를 취하였습니다. 그 주변은 뜨락또르로 갈아엎은 논밭처럼 온통 파헤쳐져있었습니다.

길남이는 모처럼 만난 동물을 놀래우지 않으려고 살그머니 우주탐험복 주머니에서 물고기언어번역기를 꺼내들었습니다.

《난 지구에서 왔어. 너는 이름이 뭐냐?》

그 동물은 주둥이를 쳐들고 작은 눈만 깜박거렸습니다.

《이름이 뭐냐 말이야?》

길남이는 다시 물었습니다.

《…》

언어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길남이는 물고기언어번역기를 주머니에 넣고 바다기슭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누구를 만나 알아볼게 없이 직접 바다물속으로 들어가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우주탐험복은 그대로 멋있는 잠수복이기도 하였습니다. 물 한방울 스며들지 않게 만든것이였습니다.

길남이는 바다물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별나라의 바다는 지구의 바다보다 그를 더 흥분시켰습니다.

물고기들은 길남이를 따라오기도 하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헤염쳐가기도 하였습니다.

길남이가 호기심에 싸여 한참이나 바다물속을 헤여다니다나니 우주탐험복에 방열장치가 되여있는데도 가슴이 답답해오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돋았습니다.

맥이 빠진 길남이는 마지막으로 마주 헤염쳐오고있는 한 물고기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말 좀 물어보자.》

대가리가 류별나게 큰 그 물고기는 가던 길을 멈추어섰습니다.

《무얼 말이냐?》

길남이는 뜻밖이여서 자기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이 바다물에 녹아있는 금속알갱이들을 뽑아내는 재간을 가진 물고기는 없니?》

길남이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지구의 바다물과 같이 여기 바다물에도 금속알갱이들이 녹아있을것이였습니다.

《있어. 보배어라고 부르는 물고기야. 보배어는 내가 온 길로 고개를 두개 넘어가면 온천이 있는데 그곳에서 살아.》

대가리 큰 물고기는 오던 길을 가리키며 설명하였습니다.

길남이는 낯선 고장이여서 찾아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나를 그곳까지 좀 데려다줄수 없겠니?》

《그랬으면 좋겠는데 사정이 딱하구나. 난 앓는 엄마의 약을 구해가지고 가는 길이야.》

대가리 큰 물고기는 매우 딱해하며 가버렸습니다.

길남이가 온천부근에 도착하여 보배어를 찾고있을 때였습니다. 대가리가 큰 물고기가 숨가쁘게 길남이한테로 다시 달려왔습니다. 그 물고기는 길남이를 보자 반가와하였습니다.

《있었구나. 보배어를 찾았니?》

길남이는 다시 나타난 물고기를 놀란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엄마한테 너를 만났던 이야기를 했어. 그랬더니 엄마는 〈내 병은 당장 숨 넘어갈 병이 아니다. 어서 그 애를 도와주고 오너라.〉라고 하더구나. 그래 난 달려왔어.》

길남이는 가슴이 찡하였습니다. 이 물고기의 엄마가 고마왔습니다.

《보배어는 저기 뜨거운 물이 샘솟는 온천에서 산단다.》

이렇게 말하며 대가리 큰 물고기는 길안내를 했습니다. 그 물고기를 따라가는 길남이의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점점 뜨거운 곳으로 가는것이 싫었습니다.

보배어라는 물고기를 만나보니 길남이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보배어가 바다물에서 금속알갱이를 골라내는 재간은 전기뱀장어나 대게의 방법과 비슷하였습니다. 전기뱀장어는 전기로, 대게는 힘으로 바다물에서 금속알갱이들을 고른다면 보배어는 온천에서 나오는 더운 열로 골라내고있었습니다.

길남이의 기대와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말았습니다. 그는 더 멀리 갈수록 그만큼 희한하고 귀중한것이 더 많으리라 생각해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던 거부기의 재간이 그중 나은것 같았습니다.

길남이는 별나라 바다에서 그 무엇을 더 찾아보고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과학탐구를 잘못하고있다는것을 통절히 깨달았습니다.

길남이는 로케트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로케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바위아래며 주변들을 샅샅이 살펴보았습니다. 로케트를 세워둔 자리가 분명한데 없었습니다.

길남이는 가슴이 덜컥하였습니다. 순간 그의 머리속에는 로케트를 바위곁에 세워놓을 때 지켜보던 동물이 생각났습니다. 삽날같은 주둥이를 가진 그 동물의 작간이 분명한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동물을 어데 가서 찾는단 말인가. 길남이는 눈앞이 아뜩하여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언제인가 집에 찾아갔을 때 함께 연구하자고 손을 잡아끌던 학동이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학동이의 말을 들었을걸… 지구와 판판 다르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수 없는 별나라에 와서 과학탐구를 해보려고 꿈꾼 자기가 어리석기 그지없었습니다. 어리석고 우둔한 곰은 학동이가 아니라 우주의 한끝에 와있는 자기자신이라는 생각이 그의 가슴을 치고 또 쳤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지고있었습니다.

바위우에 주저앉아 밭이랑처럼 뚜져진 주변이며 언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있던 길남이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로케트를 찾아보고싶어 자리에서 움쭉 일어났습니다. 그는 바다기슭을 따라 주위를 살피며 걸어가다가 또 하나의 뚜져놓은 언덕과 바위를 발견하게 되였습니다. 바위옆에는 꿈인듯 로케트가 그냥 놓여있었습니다.

길남이는 로케트를 바라보며 허거프게 웃었습니다. 얼마나 허파에 바람이 들고 제정신이 아니였으면 이렇듯 가까운 곳에 있는 로케트를 보지 못하고 딴곳에 가서 헤맸으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남이는 맹랑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꾸르릉ㅡ꽝ㅡ》하는 세찬 폭음이 울려왔습니다. 운석이 떨어지는 소리같았습니다. 길남이는 점점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누가 자기를 별나라에 붙잡아둔것만 같아 더럭 겁이 났습니다.

길남이는 한시바삐 별나라를 떠나 지구로 돌아가려고 서둘러 로케트에 몸을 실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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