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에 실린 글

 

◇ 동 화 ◇

막내곰이 얻은 답 

                                 황  령  아                

              

어느 숲속에 착한 짐승들이 사는 동산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서로 화목하고 다정하게 살고있었습니다.

그들중에는 자기밖에 모르는 막내곰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제일 좋은 열매는 제가 먼저 먹으려 했고 좋은 자리도 제가 먼저 차지하고 웃어른이나 동무들에게 양보할줄 모르는 막내곰때문에 엄마곰은 걱정이 많았습니다. 막내곰도 머지않아 어른이 될텐데 도대체 어른구실을 할것같지 않았기때문이였습니다.

어제만 해도 꼬마짐승들이 모여 재미나게 놀고있는 곳으로 불쑥 뛰여들어 흥을 깨뜨리는가 하면 좁은 오솔길에서 장난을 하며 길을 비켜주지 않아 사슴할아버지가 그만 도랑에 빠질번 하였답니다.

또 언젠가는 도토리를 잔뜩 따먹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놀음을 하다가 (곰들은 때때로 그런 놀음을 한답니다. 제몸에 겨울나이기름이 얼마나 생겼는지 알아본다나요.) 밑에서 놀고있던 애기염소를 깔아놓아 큰 소동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엄마곰의 근심은 날마다 커갔습니다.

아무리 타일러도 듣지는 않지, 어떻게 하면 그의 나쁜버릇을 고쳐줄수 있을가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나머지 엄마곰은 그만 앓아눕고말았습니다.

엄마곰은 열매 한알 입에 대지 못했습니다.

막내곰은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는 엄마곰의 머리맡에 앉아 물었습니다.

《엄마, 무슨 약을 쓰면 되는지 말해주세요. 내 그럼 그 약을 꼭 구해오겠어요.》

그 말에 엄마곰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얘야, 내 병은 약을 써서 낫는 병이 아니다.》

《그럼요?》

막내곰은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내 병은 네가 동산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곰이 되면 낫는 병이란다.》

《그래요? 그럼 난 이제부터 동산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곰이 될래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수 있나요?》

엄마곰은 한숨을 쉬였습니다.

《내가 그동안 훌륭한 곰이 되여야 한다고 얼마나 많이 말했니. 그런데 너는 조금도 듣지 않았지. 그러니 이젠 네가 그 대답을 스스로 찾아내보거라. 그러면 엄마병은 즉시 나을거다.》

《알겠어요.》

막내곰은 이렇게 대답을 쉽게 했지만 어떻게 해야 훌륭한 곰이 되는지 알수 없었습니다.

대답을 찾으러 집을 나와보니 하늘은 파랗고 산은 푸르고 나무들은 진록색잎으로 뒤덮여있었습니다.

《훌륭한 곰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막내곰은 푸른 산과 파란 하늘과 나무들을 향해 물었습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었습니다.

《체, 모두 모르는 모양이구나.》

이렇게 툴툴거리는데 어디선가 동무들이 모여 왁작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옳지, 저 애들에게 물어보자.》

막내곰은 동무들이 놀고있는 곳으로 어기적어기적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막내곰이 오자 재미있게 놀고있던 꼬마짐승들은 모두 숨어버리는것이였습니다.

막내곰은 시무룩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내가 그렇게 무섭니? 사실 난 너희들에게 하나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

그 말에 꼬마짐승들은 호기심이 동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뭔데?》

막내곰은 코밑을 쑥 문지르고나서 말했습니다.

《음ㅡ 동산에서 사랑을 받고 훌륭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거야.》

그러자 꼬마사슴이 말했습니다.

《해해. 그런것도 묻니? 그건 별게 아니야. 웃어른들을 만나면 꼭꼭 인사하면 돼.》

그러자 꼬마노루가 살래살래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아니야, 난 그보다도 좋은 열매, 좋은 자리, 좋은 길을 웃어른들에게 먼저 내드리는거라고 생각해.》

꼬마토끼가 갸우뚱하고있다가 두귀를 쫑긋하며 대답했습니다.

《난 특별히 큰일을 해서 온 동산에 소문을 내야 한다구 봐.》

막내곰은 귀맛이 당겼습니다.

《뭐, 특별한 큰일? 어떤 일인데?》

《말하자면 누가 다 죽게 된걸 살린다던가, 큰물에 동뚝이 터진걸 막는다던가…》

막내곰은 성급히 말했습니다.

《얘, 당장 누가 죽어가는것도 없고 비도 오지 않는데 살리긴 누굴 살리고 동뚝은 어디 가서 막는단 말이야?》

《하하하…》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꼬마토끼는 멋적어져 두귀를 축 늘어뜨리며 대답했습니다.

《누가 뭐 그런 일이 당장 있대? 이를테면 그렇단 말이지.》

막내곰은 그들이 한 대답들이 다 그럴듯해보여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습니다.

그때 꼬마다람쥐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습니다.

《얘, 뾰족봉 흰바위산에 사는 산양할아버지를 찾아가보렴. 모르는것이 없는 할아버지라고 하더라. 너에게 멋있는 대답을 줄수도 있어.》

《그래?》

막내곰은 한번도 산양할아버지를 본 일이 없었습니다.

산양할아버지는 흰바위산에서 별로 떠난적이 없었으므로 막내곰네 동산에서는 그를 만나볼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그런 할아버지라면 막내곰의 마음에 드는 훌륭한 대답을 해줄지도 몰랐습니다.

《거기가 어데라고 간다고 그래? 길이 얼마나 험하다구.》

하고 누가 말하자 꼬마짐승들은 너도나도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막내곰은 기어이 가보리라고 결심했습니다. 엄마곰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가야 했습니다.

 

×

 

이튿날 막내곰은 흰바위산으로 떠났습니다.

길은 매우 험했습니다. 가시덤불이 엉켜있었고 톱날같이 날이 선 바위들이 길을 막았습니다.

《산양들은 이런 곳에서 사는구나. 이 험한 곳에서 무슨 재미로 살가…》

막내곰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기어이 대답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엄마곰이 들으면 기뻐하며 툭툭 병을 털고 일어날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힘들어도 참고 그냥 걸었습니다.

산양할아버지는 자기가 살고있는 흰바위산벼랑중턱에 있는 작은 뙈기밭을 갈고있었습니다.

그는 막내곰을 보자 《오ㅡ 막내곰이냐?》하고는 하던 밭일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기운이 약한지 괭이로 땅을 한번 찍고는 숨이 차서 한참이나 서있군 하였습니다.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간 막내곰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산양할아버지, 난 알고싶은 문제가 있는데 누구도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해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먼길을 찾아왔는데 그 문제는 이런것입니다. 동산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곰이 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거예요.》

산양할아버지는 서서 막내곰이 하는 이야기를 듣더니 《그건 네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거다.》하고는 다시 괭이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해주기 싫어하는구나.) 하고 막내곰은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설수 없었습니다. 엄마곰의 병을 낫게 하는 일이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또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험한 길을 헤치며 겨우 찾아왔어요. 좀 대주세요.》

《허, 그녀석! 하던 일이나 마저 하고 보자.》

그런데 산양할아버지의 일감을 보니 언제 끝날지 아뜩하였습니다.

마침내 막내곰은 (일을 빨리 끝내도록 내가 도와드려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산양할아버지, 힘이 드시겠는데 나한테 맡기고 좀 쉬십시오.》 하며 산양할아버지의 괭이를 빼앗아 들었습니다.

괭이를 막내곰에게 넘겨준 산양은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막내곰은 두어번 괭이질을 하고는 또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산양은 들은척도 안하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일하기 힘들면 내가 하겠으니 자넨 쉬라구.》

막내곰은 끔쩍 놀라 다시 땅파기를 계속 했습니다. 산양할아버지는 모르는것이 없다니 시원한 대답을 해줄것만 같았던것입니다. 더군다나 엄마곰의 병을 낫게 할 대답을 들으려고 찾아왔는데 그의 노여움이라도 산다면 이렇게 먼길을 걸어온 보람도 없이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것 아닙니까.

한시간 지나고 두시간 지나자 해는 산너머로 사라지고있었습니다.

땅파기도 거의 끝나갔습니다.

막내곰은 초조해났으나 꾹 참고 괭이를 땅에 박으며 또다시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산양할아버지, 어서 아무 말씀이라도 좀 해주십시오.》

그때 산양은 대답대신 어딘가를 보며 다급히 말하는것이였습니다.

《저것 보게. 누가 이리로 뛰여오는구만. 누굴가?》

막내곰이 돌아보니 정말 숲속에서 긴 수염이 돋은 뿔난 짐승이 이리로 오고있었습니다.

《뿔염소아저씨로군요.》

곰이 대답했습니다. 정말 염소였습니다.

그런데 염소는 두손으로 배를 움켜쥔채 겨우 걸음을 옮기고있었습니다.

간신히 곰과 산양이 있는 앞에까지 온 염소는 그만 땅에 쓰러졌습니다.

그의 입에서 모기소리만 한 신음소리가 새여나왔습니다.

곰과 산양은 얼른 달려가보았습니다.

염소의 얼굴과 배에 큰 상처가 나있었는데 날이 선 바위돌같은데 찢긴 자리였습니다. 산양이 말했습니다.

《난 늙어 손이 말을 듣지 않아 그러는데 자네가 좀 치료해주게.》

막내곰은 산양이 시키는대로 얼른 상처의 피를 씻어주고 자기의 옷을 찢어서 동여매주었습니다.

그러나 피는 멎지 않았습니다. 곰은 자기 옷을 더 찢어서 꽉꽉 동여매주었습니다.

그러나 피는 여전히 멎지 않아서 다시 상처를 씻어내고 조뱅이풀을 짓찧어 붙여주었습니다.

가까스로 피는 멈추었으나 상처가 쑤셔 계속 비명을 지르는 뿔염소를 보는 막내곰의 마음은 안타까왔습니다.

꼭 집에서 앓고있는 엄마곰을 보는것 같았습니다.

막내곰이 어찌할바를 몰라 안절부절하는데 산양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아픔을 멈추고 독을 푸는데는 저 뾰족봉마루에 돋아나는 돌나무이상 없다네.》

막내곰은 뾰족봉마루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뾰족봉이 어찌나 가파로운지 곰은 몇번이나 굴러떨어졌습니다. 그러느라고 손발톱이 다 닳아지고 얼굴이 긁히고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였습니다.

그래도 끝끝내 돌나물을 뜯어낸 그는 산양네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산양은 그것을 잘 짓찧어 염소의 상처에 발라주었습니다.

그러자 아픔이 멎은 뿔염소는 눈을 감고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곰도 몹시 피로하여 곧 잠이 들었습니다.

짧은 여름밤은 지나고 날이 밝았습니다.

어느새 먼저 깨여난 뿔염소가 밝은 얼굴로 막내곰을 내려다보고있었습니다. 곰은 황황히 일어나며 그에게 물었습니다.

《상처가 좀 어떤가요?》

뿔염소는 고마운 눈길로 이윽토록 막내곰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상처는 깨끗해졌다. 너는 참 훌륭한 곰이구나. 정말 고맙다.》

《내가 훌륭한 곰이라구요?》

막내곰은 제귀를 의심하며 뿔염소를 바라보았습니다. 자기는 그 대답을 들으려고 예까지 왔는데 벌써 훌륭한 곰이라고 하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난생처음 이런 칭찬을 들으니 마음은 더없이 기뻐졌습니다.

뿔염소는 막내곰의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암, 훌륭한 곰이구말구. 날 용서해라.》

막내곰은 더욱 어리둥절해져 물었습니다.

《아니, 아저씨는 나에게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 뭘 용서한다는거예요?》

그러자 뿔염소는 막내곰을 정답게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네가 이렇게 훌륭한 애인줄 모르고 난 너를 미워만 했구나.》

《예? 왜요?》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잘 알고있단다. 지난 가을 넌 나무에서 떨어지는 놀음을 하다가 우리 막내를 깔았지. 그때 다친 상처로 하여 우리 막내는 아직도 잘 걷지 못하고있다. 그래서 난 너를 미워하다못해 언제든지 널 만나면 단단히 혼쌀내주려고 벼르고있었단다. 어제도 난 우리 막내 상처에 좋다는 약초를 뜯으러 벼랑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이렇게 됐단다. 그런데 알고보니 넌 정말 훌륭한 애였구나. 내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말이다. 나때문에 저 험한 뾰족봉마루까지 올라갔댔다지. 날이 어두워오는데 싫단 소리도 안하고 달려가더구나. 고맙다, 막내곰아.》

막내곰은 그제야 자기가 나무에서 떨어질 때 새끼염소가 비명을 지르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훌 달아나버렸던것입니다.

그렇듯 큰 잘못을 저지른 자기를 이렇게까지 깊이 리해해주는 뿔염소아저씨가 무척 고마왔습니다.

막내곰은 뿔염소아저씨에게 몇번이나 용서를 빌고 새끼염소가 다 나을 때까지 잘 돌봐줄것을 약속하였습니다. 그러자 웬일인지 가슴이 후련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막내곰은 기쁜 마음으로 산양할아버지를 찾아 밖에 나갔습니다.

산양할아버지는 어제 갈아놓은 땅에 약초를 옮겨심고있었습니다.

막내곰은 그를 도와 약초를 다 심고나서 말했습니다.

《산양할아버지, 이제는 대답을 해주세요. 예?》

그러자 산양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너는 벌써 대답을 얻지 않았느냐?》

《대답을 얻었다고요?》

막내곰은 놀라 되물었습니다.

산양할아버지는 밭고랑에 호미를 놓고 앉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 어제 너는 내가 지친걸 보고 밭일을 도와주지 않았니. 그건 네가 남의 수고를 헤아릴줄 안다는걸 말하거던. 그리구 넌 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뾰족봉에 가서 약초를 뜯어다 뿔염소를 구원해주었지. 염소가 얼마나 고마와 하는가 봐라. 너에 대한 고까운 생각으로 얼어붙었던 마음이 다 녹지 않았느냐.

그러니 잘 기억해둬라. 동산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곰이 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그것은 매일 매 시각 자기보다 먼저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것이다. 이런 마음은 누구나 다 감동시키고 움직이게 하며 동산을 하나로 뭉치게 한단다. 그렇게 뭉친 힘으로는 산도 옮길수 있고 어떤 강한 원쑤도 물리칠수 있지.》

막내곰은 마침내 큰것을 깨달았습니다. 동산의 사랑을 받으려면 자기가 먼저 동무들을 사랑하고 동산을 사랑할줄 알아야 한다는걸 말입니다.

《알겠어요. 산양할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그는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였을가요?

그의 대답을 들은 엄마곰은 그후에 인차 병을 털고 일어났고 막내곰은 참말로 동산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곰이 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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