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에 실린 글
◇ 우 화 ◇
잉어를 잃어버린 너구리
김 현 순
어느날 작달막한 산골너구리
마누라 열병에 잉어가 명약이라
고기잡이 간다는 얼룩곰 뒤를 따라
얼른 두팔걷고 나섰네
물속에서 꼬리치던 잉어와 초어
어느새 기슭에서 풀떡풀떡 뛰는데
너구리 얼씨구 좋다
물고기 덥석 잡아쥐였네
생선문센 처음이라 물고기 뒤적이며
반짝 뜬 두눈 뱅그르르
너구리 제 먼저 속구구했네
(생김새도 비슷하고 크기도 같음직해
좋은 놈을 내가 가져야 할텐데…)
너구리의 속을 알리 없는 얼룩곰
큼직한 두마리 고기 흐뭇이 바라보며 말했네
《자네 마누라 병에는 잉어가 약이라니
이걸 어서 가져가게나》
얼룩곰 내미는 팔뚝같은 고기
너구리 닁큼 받아드는데
아뿔싸, 이게 뭐냐
길다란 수염이 척 달려있으니
너구리 실눈짓고 곁눈질했네
(내겐 수염달린 늙어빠진 놈을 주었구나
이것 봐라 생선볼줄 모른다고
날 업어넘기려구, 흥)
꾀바른 생각을 굴리던 너구리
얼룩곰의 초어꿰미 나꿔채며 말했네
《이왕이면 젊고 쌩쌩한 이 고길 내게 주게》
《아니? 젊은 고기라니?》
얼룩곰 놀라와 어리둥절해지는데
너구리 어느새 잉어꿰미 내던지고 달려가며
저혼자 중얼거렸네
《이왕이면 팔팔한 요런놈을 약에 쓰지
늙어빠진 그따위를 쓸텐가》
기세좋게 집에 다달은 너구리
삽짝문 걷어차며 큰소리쳤네
《여보 마누라, 잉어를 잡아왔네
하마트면 이걸 뺏길번 했어
아니 글쎄 엉큼한 그 얼룩곰
수염없는 젊은 놈은 제 가지고
수염나온 늙은 놈을 내게 주겠지》
그런데 이것 보게
두팔을 내저으며 마누라 야단치고
사슴의원 기막히다 한숨을 짓네
그때에야 머리싸쥔 산골너구리의 넉두리
《아이쿠, 마누라
잉어잡이 떠날 때 말해줘야지
그것만 알았다면 아무렴 내가
수염달린 잉어를 잃었을텐가》
이 말 듣고 사슴의원 심중히 하는 말
《여보게, 너구리
자넨 마누라보다 더 큰 병을 앓는군
좁고 속된 생각으로
함부로 남의 마음 재려드는 병
어리석은 그 병을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잉어보다 더 큰걸 잃게 될걸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