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에 실린 글

 

◇ 과학환상중편동화 ◇

 

( 제 3 회 )                                  라  경  호         

 

              

4. 먼바다에서 있은 일

 

과학탐험준비를 갖춘 길남이는 곱등어를 만나려고 바다가 방파제를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였습니다. 그가 곱등어를 만나군 하던 곳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멀지 않은 바다 한가운데서 어뢰정처럼 생긴 물체가 불쑥 바다물우로 솟구쳐올라 몇번 재주를 부리더니 포물선을 그으며 서서히 떨어졌습니다.

길남이는 대뜸 낯익은 곱등어를 알아보았습니다.

(야, 그 사이 교예기교가 대단히 늘었구나. 사람들이 보면 희한해하겠는데…)

길남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곱등어도 그를 발견하고 좋아라 헤염쳐나왔습니다.

길남이는 제꺽 물고기언어번역기단추를 눌렀습니다.

《길남아, 마침 잘 왔어. 좋은 소식이 되겠는지 몰라서 물어보려고 기다리던 중이야. 아니 글쎄 전기뱀장어라는 물고기가 물에서 철, 동, 금 같은 금속알갱이들을 뽑아낸대.》

《뭐라구?》

길남이는 대번에 입이 벙글서해졌습니다.

《내가 찾는게 바로 그런거야. 빨리 전기뱀장어를 찾아가자.》

기쁨에 넘쳐 헤덤비는 길남이에게 곱등어가 말했습니다.

《원, 성미두. 내 말을 마저 들어. 한가지 아쉬운건 전기뱀장어가 바다가 아니라 저 남아메리카의 아마조나스강이라는데서 산다는거야.》

《아니, 그거야 민물이 아니니?》

길남이는 금시 시무룩해졌습니다.

《전기뱀장어의 재간이 아깝구나.》

길남이는 그래도 행여나 해서 휴대용콤퓨터를 가동시켰습니다. 전기뱀장어의 최근자료를 알아보고싶었던것이였습니다.

콤퓨터화면에 표시되는 자료들을 훑어나가던 길남이는 한곳에서 눈길을 멈추었습니다.

《아마조나스강의 전기뱀장어들을 인디아양에서 살도록 순응시키는데 성공.》

며칠전에 발표된 이 자료를 길남이가 미처 모르고있었던것입니다.

길남이는 환성을 올렸습니다.

《곱등어야, 어서 가자, 인디아양으로.》

갑자기 기뻐하는 길남이를 놀란 눈길로 바라보던 곱등어는 최근자료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듣고서야 영문을 알게 되였습니다.

《좋다. 빨리 가자, 빨리.》 곱등어도 너무 기뻐 재주넘기를 했습니다.

길남이는 얼른 잠수복을 입고 곱등어잔등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곱등어는 파도를 헤가르며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길남이의 마음은 둥둥 떠가는것 같았습니다. 이제 전기뱀장어의 재간을 알아오면 학동이가 깜짝 놀랄것입니다.

길남이는 거부기를 붙들고 낑낑거리고있을 학동이가 답답하게 생각되였습니다.

곱등어는 쉭ㅡ쉭ㅡ 나는듯이 달리건만 길남이에게는 더딘것만 같았습니다.

《아직 멀었니?》

《거의 다 왔어. 저기…》

곱등어가 앞을 가리키는데 몇발자국앞에서 갑자기 물기둥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다음 막대기처럼 생긴 웬 물고기가 나타나더니 긴 꼬리로 그 물기둥을 후려쳤습니다. 그러자 번쩍 하고 번개불이 일며 《우르릉ㅡ 꽝》하고 귀청을 때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뒤로 일어나는 산같은 파도에 휘말려 길남이는 곱등어의 잔등에서 공중제비로 바다물에 떨어졌습니다. 곱등어도 정신을 잃고말았습니다.

막대기처럼 생긴 그 물고기는 전기뱀장어였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은 번개놀이를 하고있었는데 길남이와 곱등어는 전기뱀장어가 내뿜는 센 전기에 감전되였던것이였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은 물밑으로 가라앉는 길남이와 곱등어를 보자 달려와 여럿이서 맞들어 가까운 한 집에 눕히였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은 뜻밖의 사고에 당황하여 어찌할바를 몰라하였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의 지극한 간호속에 곱등어가 먼저 눈을 떴습니다. 곱등어는 방안을 휘둘러보았습니다. 자기 몸의 백분의 하나도 되나마나한 작은 물고기들이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고있었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은 곱등어가 정신을 차리자 기뻐하였습니다.

곱등어옆에는 길남이가 누워있었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은 길남이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인공호흡을 시키며 헤덤비고있었습니다.

자리를 차고 일어난 곱등어는 길남이의 가슴에 귀를 대보았습니다. 심장이 뛰고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라! 길남아, 정신을 차려!》

곱등어는 눈물을 떨구며 길남이의 몸을 흔들었습니다. 곱등어의 말을 들었는지 길남이는 후ㅡ 하고 긴숨을 내쉬더니 눈을 떴습니다.

길남이는 집안을 둘러보았습니다. 방바닥에서는 모래같은 작은 알갱이들이 반짝거리고있었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이 분주히 드나들면서 몸뚱이에 묻혀 들여온것이였습니다.

무슨 알갱이들일가?

길남이는 반짝거리는 알갱이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철알갱이, 동알갱이 모두 금속알갱이들이였습니다. 그는 널려있는 금속알갱이들을 손으로 쓸어모아 홀린듯 보고 또 보았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은 길남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금속의 쓸모를 모르는 전기뱀장어들은 그 알갱이들을 깨끗한 방안에 묻혀 들여온 모래나 먼지처럼 보잘것 없는것으로 여기는 모양이였습니다.

《이거 어디서 났니?》

길남이는 누구에게라없이 물었습니다.

《우리가 번개놀이할 때마다 생겨나. 한번 보겠니? 얘들아, 밖으로 나가 번개놀이를 보여줘라.》

몸집이 큰 전기뱀장어가 이렇게 말하고 길남이와 곱등어에게 절연옷과 주먹만 한 솜뭉치를 하나씩 주었습니다. 길남이와 곱등어가 절연옷을 입고 솜으로 귀를 막자 몸집이 큰 전기뱀장어가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나가 물속바위우에 앉히였습니다. 넓은 운동장에는 몇천인지 가늠할수 없는 전기뱀장어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번개놀이를 다시 해라.》

몸집이 큰 전기뱀장어의 말이 떨어지자 한무리의 전기뱀장어들이 일시에 물을 쭉 들이마시더니 하늘을 향해 내뿜었습니다. 파도가 일며 물기둥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뒤로 한 전기뱀장어가 긴 줄을 늘어놓자 다른 한무리가 우르르 모여들어 그 줄을 입으로 물었습니다. 한 전기뱀장어가 그 줄 한끝을 물고 물우로 솟구쳐오르더니 긴 꼬리로 물기둥을 후려쳤습니다. 번쩍하고 시퍼런 불이 이는 동시에 귀청을 째는듯 한 우뢰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러자 반짝거리는 무수한 알갱이들이 천천히 물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길남이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길남아, 저게 네가 찾던거지?》

곱등어는 그게 바로 금속알갱이들이라는것을 알고 꼬리를 치며 벙글거렸습니다.

길남이는 휴대용콤퓨터를 꺼내들고 몸집이 큰 전기뱀장어를 가까이 불러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전기뱀장어 한마리가 보통 전력을 얼마나 생산하는가, 전기줄을 잡았던 전기뱀장어는 몇마리인가, 금속알갱이들이 뿌려진 마당의 넓이는 얼마인가… 그리고나서 길남이는 콤퓨터의 건반을 부지런히 눌렀습니다. 그러자 손바닥만 한 콤퓨터의 영상막에 금속 1kg을 얻어내는데 소비되는 전력량이 표시되였습니다.

그 수자를 바라보는 길남이의 얼굴에는 그늘이 비끼였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전기로들에서 철 1kg을 생산하는데 쓰는 전력량과 대비해보니 아이보다 배꼽이 큰셈이였던것입니다.

고무풍선처럼 부풀어올랐던 길남이의 가슴은 푹 꺼져들고말았습니다.

그가 수천리 먼 길을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것도 맹랑한 일이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면 선생님들과 학동이, 삼촌 그리고 동무들을 무슨 낯으로 만난단 말입니까.

길남이는 문득 학동이의 소식이 궁금해졌습니다.

《곱등어야, 학동이라는 내 동무의 소식을 좀 알아봐주렴. 그 앤 우리 고향바다 거부기네 마을에 있을거야.》

《알겠어.》

곱등어는 지느러미 안쪽주머니에서 초음파송수신기를 꺼내 안테나를 길게 뽑은 다음 주둥이에 가져다대였습니다.

《나 조선동해 곱등어야. 내가 사는 조선동해 거부기네 마을에 가서 학동이라는 소년을 만나보고 소식을 알려달라.》

얼마 기다리지 않아 초음파송수신기에서는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알아봤다. 학동이라는 소년은 거부기눈물의 비밀을 밝혀냈다. 그것을 실마리로 해서 전기를 전혀 쓰지 않고 보통온도의 바다물에서 금속알갱이들을 갈라내는 금속털그물에 대해서도 알아냈다. 그 금속털그물이 보관되여있는 거부기네 보물창고동굴에 들어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 동굴은 길고 험하다고 한다.》

저쪽 곱등어의 이야기를 다 들은 길남이는 믿어지지 않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전기를 전혀 쓰지 않고 보통온도에서〉라고 했지?》

《길남아, 너도 그런걸 찾니?》

곱등어가 물었습니다.

《응!》

《야, 그럼 떠날 때 진작 그렇게 말할게지.》

곱등어는 공연히 헛수고를 했다고 아쉬워하였습니다.

《가만, 내 친구가 있는지 알아보고 떠나자.》

곱등어는 접으려던 초음파송수신기의 안테나를 다시 펴들고 이번에는 대서양의 대게를 찾았습니다.

《내 이제 귀한 손님을 모시고 갈테니 잘 준비해라. … 하하하. 그건 롱담이고 만나서 얘기하자.… 됐어. 자, 떠나자.》

길남이와 곱등어는 다시 먼 려행의 길에 올랐습니다.

마침내 대서양의 어느 한 섬기슭에 이른 길남이와 곱등어는 대게네 마을을 찾아 깊은 바다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먹같은 돌들이 윙ㅡ윙ㅡ 날아올라왔습니다. 한대 맞으면 머리가 단박에 부서질것 같았습니다. 길남이와 곱등어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습니다.

《손님을 오라고 초청해놓고 돌덩이들을 날려보내다니?…》

성이 머리끝까지 치민 곱등어는 초음파송수신기를 꺼내들더니 욕설을 퍼부어댔습니다.

《아… 아… 그런게 아니라니까.… 체육경기대회를 하던 중이야. 잠간만… 여 심판원, 바위던지기경기를 당장 중지해.》

초음파송수신기에서는 큰 대게의 급해하는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습니다.

《그럼 그렇겠지.》

길남이와 곱등어는 다시 바다밑으로 내려갔습니다. 대게네 마을은 대서양 깊은 바다밑에 자리잡고있었습니다. 드넓은 운동장에는 수천수만마리의 대게들이 두편으로 갈라져 체육경기대회를 하고있었습니다.

길남이와 곱등어는 귀한 손님으로 운동장중심에 자리잡은 심판석으로 안내되였습니다.

길남이는 특수한 잠수복을 입었지만 몸을 꽉 내리누르는 수압에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잔등에서는 막 진땀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대게들은 아무런 불편없이 살고있었습니다. 대게들의 갑옷은 기껏 5~6㎜의 두께밖에 안되였습니다. 여느 물고기들이라면 수압에 눌리워 납작해지고말텐데 대게들은 자유롭게 기여다니고있었습니다. 그러니 대게들은 바다물고기들가운데서 제일 센 힘장수들이였습니다.

심판석에 길남이와 곱등어가 자리잡고앉자 큰 대게는 자기도 앉으면서 앞에 놓여있는 마이크를 집게손가락으로 막고 곱등어만 알아듣게 귀속말로 소곤거렸습니다.

《우리 대게들의 재주도 구경할겸 체육경기대회를 마저 끝내고 찾아온 용건을 토론하자.》

곱등어는 옆에 앉은 길남이에게 눈길을 보냈습니다. 길남이는 그 의미를 알고 점잖게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큰 대게는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대고 운동장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바위던지기경기를 계속하라.》

그러자 큰 집게손을 가진 대게들이 운동장 한가운데로 나와섰습니다. 먼저 한 대게가 출발선에 나서더니 바위를 쥐고 뒤로 물러섰다가 앞으로 나가면서 힘껏 던졌습니다. 바위는 윙ㅡ 하고 물우로 솟아올랐다가 운동장끝에 있는 너럭바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빨갛고 파랗고 노란 불꽃들이 튕겨났습니다. 그 불꽃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냥 반짝거렸습니다.

그 다음 대게가 바위를 날리자 또 불꽃들이 피여났습니다. 그것은 바위에서 떨어져나온 금속알갱이들이였습니다.

길남이는 저도모르게 움쭉 일어나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저 손님이 어쩌자구?》

대게들은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심판원대게는 호각을 빽빽 불어댔습니다. 호각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달려간 길남이는 너럭바위우에 쭉 깔린 금속알갱이들을 황홀한 눈길로 내려다보고는 쓸어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곱등어는 길남이의 심정을 대뜸 알아맞히였습니다. 곱등어는 큰 대게에서 만족해서 말하였습니다.

《바로 저걸 보자고 손님이 찾아왔어. 너희들은 정말 멋진 재간을 가지고있구나.》

《그렇다면 마침 잘됐어. 우린 저것들이 필요없어. 경기를 하고나면 운동장밖으로 쓸어내다버려야 하니까.》

큰 대게도 기뻐하였습니다.

심판석으로 돌아온 길남이는 휴대용콤퓨터를 꺼내들고 큰 대게에게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곳 바위밑까지의 깊이가 얼마 되는가. 내리누르는 수압은 얼마인가. 수압을 이겨내고 바위를 저 멀리 날리자면 얼마만 한 힘을 써야 되는가…

그리고나서 길남이는 너럭바위 한㎡안에 떨어진 금속알갱이들을 쓸어모아 그 무게를 저울로 달아보라고 하였습니다.

휴대용콤퓨터의 건반을 한참 눌러보고난 길남이의 얼굴은 어두워졌습니다. 역시 아이보다 배꼽이 큰셈이였습니다. 전기뱀장어들이 강력한 전기로 바다물에서 금속알갱이들을 뽑아낸다면 여기 대게들은 엄청난 힘으로 그것들을 뽑아내는것이였습니다.

《우리에겐 보통온도와 보통기압에서 금속알갱이들을 얻어내는 재간이 필요하단다.》

《그런건 나도 모르겠어.》

곱등어는 더 알아볼 용기가 나지 않는지 시무룩해서 말하였습니다.

허탕을 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길남이의 머리에는 학동이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지금 꽃보라속에 휩싸여있을것이였습니다.

길남이의 부탁을 받은 곱등어는 학동이의 소식을 알아보았습니다.

《거부기네 보물창고동굴에 들어간 후 아직 나오지 않았대.》

《뭐라구?》

길남이의 가슴 한구석에 불안감이 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혹시…)

《얘들아, 그 동굴에 빨리 가보자.》

길남이는 힘장수 대게를 곱등어잔등에 태우고 함께 떠났습니다. 그들은 가는 길에 전기뱀장어도 데리고갔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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