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에 실린 글

 

◇ 우 화 ◇

 

                                 김  설  주               

              

 

 

 

 

 

 

 

 

 

 

 

 

 

 

 

 

 

 

 

굶주린 배 움켜쥐고 숲속을 돌아치던 삵

어슬녘이 되자 땅에 주저앉아버렸네

《에이, 분해라.

  다 잡았던 산토끼는 늑대한테 뺏기구

  새끼노루는 호랑이한테 떼우구

  내 신세두 참》

 

혼자서 넉두리하던 삵

어디선가 풍겨오는 피비린내에 코를 벌름거렸네

《이게 뭐야?》

삵이 단숨에 달려가보니

승냥이가 큼직한 고기덩이 뜯고있었네

 

저보다 힘이 센 승냥이인지라

덤벼들지 못하고 군침만 흘리는 삵을

흘깃 쳐다본 승냥이 생각했네

 

(배가 불러 저놈까지 먹지 못하겠구나

 어쩐다?…)

 

음흉한 속궁리 굴리던 승냥이

살점묻은 뼈다귀 하나

삵에게 내밀며 지껄였네

 

《혼자 먹어 안됐구만

  이거라두 맛보라구

  우리야 형제지간이나 같은데》

 

너무도 황송해서

어쩔줄 몰라하던 삵

승냥이한테 굽석거렸네

《고맙수다, 형님

  이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삵은 다음날부터 숲속을 돌아치며 으시댔네

자기는 승냥이가 《사랑》해주는 동생이라고

승냥이 《형님》이 있는 한

자기는 먹을 걱정 아예 없다고

우리는 《의좋은 형제》라고

 

어느날

벼랑에서 떨어진 노루를 실컷 뜯어먹고

우연히 다람쥐까지 손에 걸려들자

삵은 불쑥한 배 문지르며 생각했네

 

(이런 때 한번 선심을 써봐야지)

삵은 얼른 승냥이 찾아가

먹이를 내밀며 말했네

《승냥이형님

  성의로 알고 받아주시우.》

 

마침 굶주렸던 승냥이

다람쥐 한입에 널름 먹어치우고

성차지 않아 으르렁댔네

 

《동생의 〈성의〉는 고맙지만

  다람쥐따위로는 내 큰 배를 달랠수가 없어》

승냥이 다짜고짜

삵의 목덜미 덮쳐물었네

 

《아이쿠, 형님. 이게 무슨짓이요?》

삵은 숨막혀 캑캑대는데

승냥이 삵의 목줄을 끊어버리며 씨벌였네

《형님은 무슨 말라빠진 형님이냐

배부를 땐 널 동생 삼을수 있어도

배고플 땐 동생도 먹이감이 돼야 해》

 

(평양시 모란봉구역 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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