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에 실린 글

 

◇ 우 화 ◇

 

                                 리  완  기              

              

 

어느 한 골안에 감자밭을 지키는 얼룩개가 있었습니다.

감자수확철이 다가오자 흉물스런 큰 메돼지, 작은 메돼지가 때없이 달려들어 밭을 사정없이 뚜져댔습니다.

엊그제는 감자밭을 마구 탕쳐대는 큰 메돼지놈과 맞붙어 싸우던 검둥개가 그만 버덩이에 걸려 숨을 거두고말았습니다.

얼룩개는 한집에서 살던 검둥개의 복수를 제가 한다고 떠들며 감자밭을 지켜섰습니다.

하지만 싸울 용기가 부족했던 얼룩개는 날이 어두워지자 어쩐지 속이 떨려왔습니다.

밤은 점점 깊어갔습니다.

바스락소리가 나더니 아닐세라 큰 메돼지놈이 나타났습니다.

그놈은 무서울게 없다는듯 꺼리낌없이 온밭을 헤매며 감자들을 쑤셔내서 어적어적 먹어댔습니다.

단숨에 멱을 물어메칠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나 얼룩개는 오금이 저려 발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도리여 심장이 밖으로 튀여나올것만 같았습니다.

(저런 놈에게 잘못 걸렸다간 뼈도 못 추리겠군. 온 마을이 메돼지놈들을 요정내자고 나선 판에 내가 서뿔리 덤비는게 아니지.)

실컷 먹어댄 큰 메돼지놈이 가버리자 얼룩개는 긴숨을 내쉬였습니다.

조금 지나자 작은 메돼지놈이 또 감자밭에 덤벼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선손을 쓰면 얼마든지 요정낼수 있었지만 잔뜩 겁에 질린 얼룩개는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숨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온 마을에 굉장한 소문이 퍼졌습니다.

큰 메돼지놈이 새벽에 염소네 감자밭에 덤벼들었다가 염소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죽었다는것이였습니다.

모두 염소가 대단하다고 추어올렸습니다.

얼룩개는 생각했습니다.

(내 복수를 남이 해주는걸. 어제 밤 피하길 정말 잘했어. 작은 메돼지놈도 얼마 못 갈거야.)

그날 밤 얼룩개가 감자밭경비도 걷어치우고 발편잠을 자는데 작은 메돼지놈이 문을 차고 쳐들어왔습니다.

《네놈이 큰 메돼지가 죽었다고 시원해서 자빠져 자는구나, 흥?!》

뜻밖의 정황에 얼룩개는 비실비실 뒤걸음치며 떠듬거렸습니다.

《어디서 얻어맞고 누구에게 화풀이야?!》

작은 메돼지놈이 느물거리며 다가섰습니다.

《이놈아, 그럼 내가 나까지 없애치우겠다고 윽윽대는 염소놈에게 가란 말이야. 네놈에게라도 골풀이를 해야 내 속이 좀 풀릴것 같단 말이야.》

메돼지놈은 와락 달려들어 얼룩개를 받아넘겼습니다.

피를 토하며 얼룩개는 뼈저리게 후회를 하였습니다.

《아, 맞받아싸울 용기가 없었던탓에 이렇게 앉아죽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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