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2호에 실린 글

 

   ◇ 우 화 ◇

                               문  영  철

 

어느날 너럭바위우에서

새끼토끼와 새끼다람이

새끼양과 새끼노루가

다정하게 놀고있었네

 

이때 절름발이족제비 한마리

너럭바위밑으로 다가와

그림책 꺼내들고 말했네

《얘들아, 우리 족제비동산에서 만든

멋진 그림책이다

어서 내려와 봐라

그림 그리는데서야

우리 족제비들이 으뜸이지

괜히 우리 족제비꼬리를 일러주는줄 아니?》

 

족제비의 너스레에

그림책이라면 오금을 못쓰는 새끼노루

다른 새끼짐승들을 둘러보며 말했네

《어서 내려가보자, 그림책이래》

 

그러자 새끼토끼 새끼다람이 새끼양이

새끼노루한테 말했네

《가지 말아

족제비는 나쁜 놈이래》

《그놈들이 만든 책도

나쁜 책일거야》

동무들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손목을 잡아끄는데

새끼노루 제 고집 부렸네

 

《헹, 싫으면 그만둬 겁쟁이들

아무렴, 그림책이 우릴 잡아먹겠니?》

이렇게 큰소리치며

너럭바위밑으로 내려온 새끼노루를 보자

족제비 기다린듯 그림책 내밀었네

《어서 봐라, 얼마나 멋진 책인가를…》

 

새끼노루 만일을 생각하여

절름발이족제비와 얼마쯤 사이 두고

책을 펼쳐보는데

뚜껑을 펼치자마자 두눈이 휘둥그래졌네

 

지금껏 자기 동산에선 보지 못했던

희한한 그림들이 장마다 그려져있는데

그중에는

온몸이 다 들여다보이는 그물조끼에

구슬알들이 매달린 꼬리를 달고

앞끝은 쪽배처럼 좁고 긴데다

뒤축은 황새다리처럼 껑충한 신발을 신고

뜀뛰듯 춤을 추는 족제비와 승냥이그림도 있었네

 

《너도 그 그림처럼 멋진 차림을

한번 해보지 않겠니?

나한텐 그 그림책에 나오는

옷이랑 신발이랑 꼬리도 있단다》

족제비 넌지시 하는 말에

새끼노루 부쩍 호기심났네

 

이윽고 족제비가 준 옷을 입고

꼬리를 달고 신발 신은 새끼노루

갑자기 가슴이 졸아들고 사지가 나른해지자

덜컥 겁이 났네

(이크, 이거 안되겠구나)

 

급해맞은 새끼노루 달아나려 했지만

무거운 꼬리는 땅에 끌리고

삐죽하고 뒤축높은 괴상한 신발은

자꾸만 돌부리에 걸려

동산의 달리기명수인 새끼노루

오도가도 못하게 됐네

 

그걸 보고 절름발이족제비 깔깔 웃으며

신발이며 옷 벗느라 낑낑대는

새끼노루한테 다가와 씨벌였네

《자, 그럼 이젠 그림책 본 값을 내야지

요런 햇내기들이 많아야

한쪽다리가 짧은 이 족제비님도

포동포동한 노루고길 떨구지 않겠는데, 히히》

그제야 새끼노루 눈물 뚝뚝 흘리며 후회했네

(아, 족제비의 그림책이

내 목을 조이는 올가미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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