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1호에 실린 글

 

                  

동 화

 

 

 

맹 성 재

 

백설동에서 사는 갑돌이라는 젊은이는 돌을 잘 가려내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어릴적부터 돌을 캐는 아버지를 따라 날마다 산을 오르내린 그는 쇠돌이며 구리돌이며 금돌을 남달리 잘 가려보았습니다. 남들은 막돌인줄 알고 그냥 버려도 갑돌이는 해빛에 비쳐보고 똑똑 두드려보고 살살 쓸어보고는 보물을 영낙없이 골라냈습니다.

그래서 백설동사람들은 《정말 귀신같군.》하며 혀를 끌끌 차군 했습니다. 그러나 보물을 류달리 잘 가려보는 그의 지혜는 타고난것이 아니였습니다.

《돌멩이 하나라도 망탕 버리지 말거라. 그 하나하나가 백설동의 보물일지 알겠니? 돌을 잘 알고 잘 쓸수록 우리 고향땅이 빛나는거란다.》

아버지가 늘쌍 입에 올리군 하던 이 말을 갑돌이는 맘속깊이 씨앗처럼 심어놓았습니다.

돌이 많은 백설동은 산도 바위산이고 밭도 돌밭이였습니다. 그러니 산에는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밭에는 곡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예나제나 감자로 겨우 끼니를 에우고 베잠뱅이로 겨우 몸이나 가리우고 돌막집에서 겨우 눈비나 피하며 근근히 살아가고있었습니다. 나서자란 고향이지만 사람 못살 고장이라고 머리를 저으며 떠나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갑돌이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바위도 보물이고 돌도 보물이고 모래도 보물이라면 백설동은 락원으로 되고 마을사람들은 세상에 부러운것이란 하나도 없이 잘 살것이였습니다.

갑돌이는 쇠돌바위를 찾아내서는 사람들에게 캐주기도 하고 금싸래기를 골라내서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은 많고많아도 쓸모있는 쇠돌이나 구리돌은 적었습니다.

백설동에 있는 돌이란 거의나 하얀 돌이였습니다. 산도 바위도 돌멩이도 하얀 돌이였습니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사철 흰눈이 덮인것처럼 하얀 돌이 눈이 부시도록 안겨온다고 백설동이라고 했습니다.

그 하얀 돌을 볼 때면 갑돌이는 늘 마음이 알찌근했습니다. 하얀 돌은 보면 보물같아도 정작 쥐면 보물이 아니였습니다.

(하얀 돌이 정말로 보물이라면…)

어느날 갑돌이는 바위산을 다니다가 처음 보는 돌덩어리를 하나 주어들었습니다. 분명 하얀 돌이지만 막돌은 아니였습니다. 부푼듯이 잔구멍이 숭숭 뚫리고 해빛에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하얀 빛발이 아롱다롱 비낀게 꼭 보물돌같았습니다.

갑돌이는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무슨 보물돌일가?)

아직은 잘 알수 없어도 보물인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이웃집에 갖다주어야겠군.)

그 집에서는 쌀이 떨어져 고생하고있었습니다.

갑돌이는 그 보물을 망태기에 넣고 산을 내렸습니다. 이웃집뜨락에 들어서며 망태기를 내리던 갑돌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망태기에는 쌀자루가 들어있었습니다. 넣어두었던 그 보물돌은 없었습니다.

(아니 이런, 그 보물돌이 쌀로?!)

갑돌이는 고개를 기웃기웃했습니다.

(하얀 돌이 어떻게 이런 보물로 될가?)

정말 모를 일이였습니다.

그 이후에도 갑돌이는 바위산에서 이따금 그런 보물돌을 집어들고 왔습니다. 그걸 헐벗은 사람에게 갖다주면 비단천으로 되고 앓는 사람에게 갖다주면 산삼으로 되였습니다.

(귀한 보물돌이구나. 그런데 하얀 돌이 어떻게 되여?)

갑돌이는 영문을 알수 없었습니다. 그는 날마다 바위산에 올랐습니다. 그러다가 그 보물돌은 바위산에 벼락이 치고나면 생겨난다는것을 알았습니다.

(벼락이 칠 때마다 보물돌이 한덩이씩?)

점점 모를 일이였습니다. 누가 신비한 재간을 부리는듯싶었습니다.

갑돌이는 바위산에 벼락이 칠 때 산마루를 눈여겨보았습니다.

번개불이 번쩍했습니다. 그러자 산마루에 누군가가 얼핏 나타났습니다.

(누굴가?)

번개불이 번쩍번쩍했습니다. 그러자 녀인이 하나 커다란 함지같은걸 이고 서있는것이 똑똑히 보였습니다.

(웬 녀인이?)

함지에는 그 보물돌이 한가득 들어있었습니다. 번개불빛에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하얀 빛발을 아롱다롱 뿌리고있었습니다.

(그 보물돌이!)

번개가 그치고 구름이 가시자 갑돌이는 종주먹을 쥐고 바위산을 뛰여올랐습니다.

그러나 산마루에는 번개불빛에 어려오던 그 녀인은 간데온데없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득하던 그 보물돌도 단 한덩어리뿐이였습니다.

(그 많던 보물돌은 다 어디로 가고?)

한덩어리는 새발의 피였습니다. 보이던 그 보물돌이 몽땅 있으면 마을사람들이 모두 살림에 도움을 받을수 있겠는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누가 어디로 없애치웠는지 그 한덩어리 한덩어리가 정말 아까왔습니다.

벼락이 칠 때면 몇번이나 산마루에 그 녀인이 나타나고 그 보물돌이 반짝이는것을 보고난 갑돌이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녀인을 꼭 만나야 한다.)

벼락불에 나타나는 그 녀인은 착각속의 허깨비는 분명 아니였습니다. 녀인을 만나야 그 보물돌의 비밀을 알수 있었습니다.

(벼락을 맞는 한이 있어도 꼭!)

갑돌이는 번개가 치기 전에 바위산으로 올랐습니다. 구름에 덮인 산마루는 사위를 가려볼수없이 어둑컴컴했습니다. 갑돌이는 바위밑에 배겨앉아 때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번개가 일며 불빛이 번쩍번쩍 사방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봉우리에서 그 녀인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아니, 저 녀인이?!)

갑돌이는 놀라며 녀인을 바라보았습니다. 봉우리가 글쎄 그 녀인이였습니다. 츠렁바위처럼 곧추 쳐든 머리며 벼랑처럼 우뚝 세운 몸이며 너럭바위처럼 꾹 내디딘 발이며… 녀인은 거인이였습니다.

녀인을 소리쳐부르며 막 일어서려던 갑돌이는 흠칫 놀랐습니다.

(저건 또 누구야?)

구름속에서 웬 키꺽다리가 나타나더니 산마루로 내려섰습니다. 키꺽다리는 눈꼬리가 왼켠은 우로 쭉 째지고 오른켠은 아래로 쭉 째졌는데 눈을 껌벅할 때마다 번개가 번쩍번쩍했습니다. 그리고 주먹코에 아궁이같은 코구멍으로 숨을 쉴 때마다 내굴이 확확 쓸어나오는데 숨소리가 우뢰처럼 우릉우릉했습니다.

키꺽다리는 손에 든 채찍으로 툭툭 장화목을 치며 녀인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산엄마, 그새 편안했는가요?》

녀인은 눈을 내리깔며 키꺽다리를 외면했습니다.

《번개장수가 지금 보는대로.》

그제야 갑돌이는 녀인은 산엄마이고 키꺽다리는 번개장수라는걸 알았습니다.

번개장수가 산엄마의 머리우를 넘겨다보았습니다.

《음, 도가니바위에 하얀 돌을 가득 채웠군.》

녀인이 이고 선것처럼 보인것은 함지가 아니라 머리너머에 있는 도가니바위였습니다.

《어서 하얀 돌을 구워야겠군.》

번개장수가 채찍을 휘익 휘둘렀습니다.

《불채찍아, 번개불을 일으켜라.》

불채찍이 불꼬리를 달고 번쩍 번개불을 일으켰습니다.

번개장수가 불채찍을 내리쳤습니다.

《도가니바위를 달구어라. 하얀 돌을 구워라.》

불덩어리가 도가니바위로 떨어졌습니다. 불길이 솟고 도가니바위가 시뻘겋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러자 도가니바위안에 쌓여있던 하얀 돌이 이글이글 달며 구워졌습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하얀 빛발이 도가니바위를 물들이였습니다.

(아, 그 보물돌은 하얀 돌을 구워낸것이였구나. 하얀 돌을 구운 보물돌.)

갑돌이는 어금이를 으스러지게 깨물었습니다.

번개장수가 보물돌을 중태기에 넣었습니다.

《하나 둘 셋… 불값은 열, 돌값은 하나.》

번개장수가 보물돌 한덩어리만을 산엄마의 발치에 훌 던졌습니다.

(그랬댔구나.)

갑돌이는 불쑥 일어나며 성큼 나섰습니다.

《여보, 번개장수라는 어른.》

번개장수도 놀라고 산엄마도 놀랐습니다.

《누구길래?》

《난 산아래마을사람이요.》

갑돌이는 번개장수앞에 척 서며 보물중태기를 손짓했습니다.

《너무하지 않소? 렴치도 없이! 주인앞에서 무슨 짓을?!》

번개장수가 흥흥 코방귀를 뀌였습니다.

《주인은 무슨 말라빠진 주인. 이건 번개불에 구운 내 보물돌이야. 열에 하나! 알겠나?》

번개장수는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보물중태기를 들어 구름우에 던져실었습니다.

 

흥흥 열에 하나

흥흥 열에 하나

 

갑돌이는 번개장수에게 못을 박았습니다.

《다신 얼씬하지 마시오. 우리가 불을 지펴 우리 돌을 구워낼테니.》

번개장수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구름우로 올라섰습니다.

《뭐, 불을 지펴?! 어디 실컷 지펴봐. 그리고 산엄마의 얼굴을 봐서 내 오늘 참는다.》

갑돌이는 번개장수에게 아무 대꾸도 않고 산엄마를 불렀습니다.

《산엄마, 우리가 미처 몰라 이때껏 남의 종살이를… 정말 죄스러워요.》

산엄마는 눈굽을 자꾸 씻었습니다.

《기다렸네. 백설동에서 사람이 찾아오길 내 기다려왔다네.》

머나먼 옛날 여기에서 화산이 터지며 돌물이 흐를 때 산엄마는 타지도 않고 녹지도 않는 하얀 돌을 떠이고 바위산으로 우뚝 솟아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오랜 세월 여기 백설동사람들이 어서 도가니바위에 불을 지펴올리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왕청같이 번개장수가 나타나 하얀 돌을 구워서는 《열에 하나.》하고 보물돌을 가져가면 산엄마는 피눈물을 삼키며 도가니바위에 하얀 돌을 채워넣군 했습니다. 산엄마는 도가니바위에서 불이 타오를 때만이 그 불빛에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갑돌이는 산엄마에게 다짐하듯 말했습니다.

《산엄마, 도가니바위에 꼭 불을 지피겠어요. 그때 우리 다시 만나요.》

번개장수는 가버리고 산엄마도 사라졌습니다.

갑돌이는 번개장수가 떨궈둔 보물돌을 꽉 틀어잡았습니다.

《이 바위산을 몽땅 구워 우리 백설동을 빛내리라.》

갑돌이는 그날부터 밤잠을 잊고 도가니바위에 숯불을 피워갔습니다.

(숯불은 너무 약해. 그럼 무슨 불로?)

백설동에는 땔감이란 숯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야장간들을 찾아보아야겠군.)

백설동에는 이 마을, 저 마을에 야장간을 세우고 쇠붙이도 달구고 쇠돌도 녹이는 야장군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갑돌이는 건너마을 삼쇠네 야장간을 찾아갔습니다. 삼쇠는 쇠붙이를 달구어 도끼랑 칼이랑 벼리는 야장군이였습니다.

《어서 오라구, 어서.》

삼쇠가 갑돌이를 반겨맞았습니다.

《불을 보러 왔네.》

불도가니에서는 불이 빨갛게 타오르고있었습니다. 불속에서는 쇠붙이들이 한껏 달고있었습니다.

갑돌이는 이글거리는 불을 보며 물었습니다.

《무슨 불로 쇠를 달구나? 숯불이 옳나? 불길이 빨갛게 타오르는구만.》

삼쇠는 땀발을 씻었습니다.

《숯불이 아니면 무슨 불이겠나. 숯불도 때는 재간에 달려있네.》

삼쇠는 불칸아래서 윙윙 바람개비를 돌리며 쏴쏴 바람을 내쏘는 통을 가리켰습니다.

《저 바람통이 내 재간이라네.》

삼쇠의 그 바람통은 내리부는 산바람도 잡고 올리부는 골바람도 잡아 불도가니에 바람을 불어넣는 통이라고 했습니다.

《풀무질이나 해서는 안돼. 그래서 내 애쓰며 저 바람통을 만들어 쇠붙이를 땅땅 달군다네.》

갑돌이는 삼쇠의 손을 틀어잡았습니다.

《됐네, 삼쇠. 어서 바위산에 오르자구. 우리 도가니바위에 숯불을 지펴 보물돌을 만들자구.》

삼쇠는 두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가자구. 백설동에 야장군이 있는데.》

그들은 바람통을 둘러메고 바위산을 올랐습니다.

바람통이 윙윙 바람을 잡아서는 쏴쏴 도가니바위에 불어넣고 숯불이 이글거리며 빨갛게 타올랐습니다. 도가니바위가 차츰 달아올랐습니다.

《자 바람아, 더 세게! 불길아, 더 세차게!》

삼쇠가 땀발에 떠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불길이 치솟고 열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암만 바람을 내불며 숯불을 피워도 도가니바위는 더 달지 않았습니다. 하얀 돌은 구워지지도 않았습니다.

《허, 안되겠는걸.》

삼쇠는 헐떡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습니다.

이때 뭉게구름이 떠오더니 번개장수가 얼굴을 내밀고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고작 숯불로?! 감자나 구워먹어라.》

번개장수는 불채찍을 휘둘러 도가니바위를 내리쳤습니다. 번쩍 번개불이 숯불을 삼키며 하얀 돌을 태웠습니다.

《자, 열에 하나! 이거나 먹어.》

번개장수는 보물돌을 하나 떨구고는 보란듯이 몽땅 가지고 갔습니다.

갑돌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번개불보다 뜨거운 불을 찾자구. 그래서 우리 번개장수를 이기자구.》

갑돌이와 삼쇠는 아래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에는 바우라는 야장군이 쇠돌을 녹여 쇠물을 뽑고있었습니다.

《반갑네. 어서들 들어오라구.》

바우가 두사람을 맞아들였습니다.

《불구경을 왔네.》

불도가니에서는 불길이 퍼렇게 타오르고있었습니다. 도가니안에서는 쇠돌이 녹고 쇠물이 흘러내리고있었습니다.

《이거 무슨 불인가? 숯불이 맞나? 불길이 퍼렇게 타는구만.》

바우는 쇠물바가지가 다 차자 옮겨놓았습니다.

《숯불이 아니면 무슨 불이겠나. 숯불을 때는것도 다 묘리라네.》

바우는 숯불을 헤치고 통을 하나 꺼내놓았습니다. 통에서는 단김이 칙칙 내뿜고있었습니다.

《이 물통이 내 묘리라네.》

바우의 그 물통은 물을 채워 불을 때기 전에 도가니안에 넣으면 물이 끓으면서 단김을 뿜는다고 했습니다.

《물과 불은 서로 상극이지만 이글거리는 불길에 내뿜기는 단김은 불로 타오른다네. 이걸 힘들게 알아냈어도 난 쇠돌을 녹여 쇠물을 꽝꽝 뽑아내거던.》

갑돌이는 바우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됐네, 됐어. 삼쇠의 바람통에 바우의 물통이면 숯불이 얼마나 멋있겠나. 어서 하얀 돌을 구워내자구.》

바우는 물통을 둘러메고 앞섰습니다.

《어서 가자구. 백설동에 불을 다룬다는 사람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도 원.》

그들은 바위산에 올라 도가니바위에 숯불을 피웠습니다. 바람통이 윙윙 바람개비를 돌리며 쏴쏴 바람을 내불고 물통이 부글부글 물을 끓이며 칙칙 단김을 내뿜었습니다. 불길이 황황 타오르며 도가니바위를 달구었습니다.

《자 바람아, 단김아. 더 세게! 불길아, 더 세차게!》

삼쇠와 바우가 열이 올라 웨쳤습니다.

불길이 바람을 타고 솟아오르고 단김을 태우며 솟구쳤습니다. 그러나 도가니바위는 더는 달아오르지 않았습니다. 하얀 돌은 한절반 구워지다가 말았습니다.

《허, 암만 해도 안되겠는걸.》

삼쇠와 바우가 맥을 놓고 주저앉았습니다.

이때 번개장수가 구름우에서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직도 숯불?! 감자나 삶아먹어라.》

번개장수는 불채찍을 휘둘러 하얀 돌을 구워냈습니다.

《자, 열에 하나!》

바우랑 눈에 달이 올랐습니다.

《저놈을 그저!》

갑돌이가 그들을 손잡아 일으켰습니다.

《우리 꼭 불로 번개장수를 이기자구. 야장군들을 더 찾아보면 무슨 방도가 있을걸세.》

그러는데 오손이가 갑돌이를 찾아 산마루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웃마을에서 구리돌을 구워내는 야장군이였습니다.

《이것 보게. 내 하얀 돌을 구워냈네.》

갑돌이는 벌떡 일어나 오손이가 보여주는 그 돌을 보았습니다. 보물돌이 옳았습니다. 번개불에 구워진것과 꼭 같았습니다.

《이걸 무슨 불로 구웠길래?》

오손이가 히쭉 웃으며 불꼬챙이를 꺼냈습니다.

《숯불이지. 바로 이 불꼬챙이가 재간을 부렸다고 할가.》

오손이는 갑돌이가 하얀 돌을 구으려고 애를 쓰는걸 알고 자기도 몇덩어리를 가져다 불도가니에 넣었습니다. 그에게는 불꼬챙이가 있었는데 그것으로 불이 한창 피여오를 때 불구멍을 뚫어놓으면 도가니에서 타는 불이 그 불구멍으로 모아들며 솟구친다고 했습니다. 오손이는 오래동안 신고하다가 끝내 한덩어리를 구워냈습니다.

《됐구만.》

갑돌이가 오손이를 그러안았습니다.

《그런데 한덩어리뿐이고 그나마 며칠이나 걸렸네.》

오손이가 미타해하자 갑돌이는 주먹으로 그의 가슴팍을 꾹 찔렀습니다.

《한덩어리를 구워냈으면 몽땅 구울수 있다는게 아니겠나. 바람통에 물통 그리고 불꼬챙이로 다시 숯불을 피우자구, 어서.》

갑돌이네는 도가니바위에 숯불을 피워올렸습니다. 쏴쏴 바람이 쏟아지고 칙칙 단김이 내뿜으며 불길을 일으켰습니다. 도가니바위가 이글이글 타올랐습니다.

오손이가 불꼬챙이를 들었습니다.

《불꼬챙이야, 불구멍을 뚫어라. 불길아, 모두 모이며 솟구쳐라.》

불꼬챙이가 도가니안을 빙빙 돌더니 펑 불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러자 불길이 그 불구멍으로 모여들며 황황 솟아올랐습니다. 도가니바위가 확확 달아오르고 하얀 돌은 시뻘겋게 구워졌습니다.

《하얀 돌이 익어간다.》

갑돌이랑 모두 도가니바위에 불을 더 세차게 피워올렸습니다. 불길은 하늘을 태울듯이 솟아오르며 바위산에 불노을을 펼쳤습니다.

번개장수가 악에 받쳐 불채찍을 휘두르며 나타났습니다.

《번개불아, 일어라.》

불채찍이 번개불을 일으키며 도가니바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펑긋 불꽃을 날리며 도가니바위에서 숯불이 삼단같이 솟아오르며 불채찍을 삼켰습니다. 불채찍은 질질 녹아내렸습니다.

바빠맞은 번개장수가 불채찍을 와락 당겨챘습니다. 그 바람에 불채찍을 태우던 불덩어리가 날아가며 번개장수의 면상을 후려갈겼습니다.

《아이쿠.》

번개장수는 얼굴을 싸쥐고 나동그라졌습니다. 그의 이마빼기에는 새빨갛게 덴 자리가 났습니다.

《불도장을 찍었구만.》

《아무렴. 우리 숯불이 불도장을 꾹 찍었지. 달아나는 꼴을 보게나.》

갑돌이네는 웃음발을 날리며 하늘이 떠나갈듯 통쾌하게 웃어댔습니다.

봉우리가 환히 빛발치며 산엄마가 웃으며 나타났습니다.

《이 사람들, 고맙네. 정말 고맙네.》

갑돌이랑 모두 산엄마를 반겼습니다.

《산엄마, 불을 보세요. 도가니바위에서 우리 숯불이 타올라요.》

산엄마는 불빛에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옳네. 우리 백설동을 위한 마음이 불이 되여 타오르네.》

갑돌이랑 백설동사람들은 도가니바위에서 빛발치는 보물돌을 한가득 그러안았습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하얀 빛발이 그들을 감싸며 아롱다롱 빛났습니다.

갑돌이가 보물돌을 두손 높이 받들며 쳐들었습니다.

《아, 귀중한 우리 보물돌아.》

정녕 그것은 고향땅을 위하는 마음이 지혜를 낳고 그 지혜가 모이고모여 번개불도 이긴 숯불로 구워낸 백설동의 보물돌이였습니다.

바위산마루에서 보물돌이 빛발치며 백설동으로 비껴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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