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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1호에 실린 글
◇장편동화◇
(이 작품은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동화로 옮긴것입니다.)
(제 8 회)
그림 전학철, 량수일 21
뿔도깨비가 그려진 도포를 입은 마아는 도적괴수놈의 방에 도적고양이처럼 몰래 기여들어갔습니다. 도적괴수놈은 자기를 해치려는 마아가 들어온줄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코를 드렁드렁 골고있었습니다. 마아는 곧바로 마술족자앞으로 걸어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사납게 으르렁대던 뿔도깨비들이 아무일도 없이 잠잠하였습니다. 마술족자앞으로 다가간 마아는 잠든 도적괴수놈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잠을 깨여라 뚝딱 뿔도깨비들아 뚝딱 방망이야 두들겨라 뚝딱 뚝딱 뚝딱딱
그러자 그림속에 있던 뿔도깨비들이 훌쩍훌쩍 뛰여내렸습니다. 마아는 도적괴수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습니다. 《이놈을 없애버려라!》 마아의 말이 떨어지자 뿔도깨비들이 도적괴수놈한테 덤벼들어 방망이를 마구 두들겨댔습니다. 잠자고있던 도적괴수놈은 이리저리 몸을 뒤틀다 일어나지도 못한채 그대로 숨통이 끊어지고말았습니다. (이젠 이 돌섬의 보물들이 다 내것이 되였구나.) 마아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나서 또 중얼거렸습니다.
잠들어라 뿔도깨비들아 방망이야 사라져라
그러자 뿔도깨비들이 훌쩍훌쩍 마술족자에 뛰여올라 그림으로 변했습니다. 마아는 마술족자를 두르르 말아 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죽은 도적괴수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에서 나갔습니다. 마아가 나가기 바쁘게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꿍꿍할미가 바람같이 들어왔다가 사라졌습니다. 한발 늦어 을미와 해남이가 방에 뛰여들었습니다. 을미는 방 한쪽에 놓여있는 돌함을 가리키며 말하였습니다. 《저 돌함안에 무지개연적이 있을거야.》 해남이는 돌함으로 다가가 뚜껑을 벌컥 열었습니다. 《엉?!》 돌함안을 들여다보던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습니다. 속이 텅 비여있었던것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걸가?》 을미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마아놈이 가져간게 아닐가요?》 《아니야. 그놈은 마술족자만 들고나갔어.》 을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건 틀림없이 꿍꿍할미의 작간일거야. 그 할미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이 돌함안에 무지개연적이 있다는걸 몰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럼 빨리 꿍꿍할미를 찾자요.》 해남이가 을미의 손을 잡으며 서둘렀습니다. 《그러자.》 을미도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도적괴수놈의 방에서 나와 정원을 지나던 그들은 돌감방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해남이와 꼭같이 생긴 아이가 돌감방안에 갇혀있는 바우와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고있었습니다. 《저건 꿍꿍할미가 너와 꼭같이 변장한거야.》 을미가 해남이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거렸습니다. 그들은 꿍꿍할미가 노는 꼴을 지켜보았습니다. 가짜해남이가 무지개연적을 바우의 눈앞에 내보이며 물었습니다. 《바우야, 이게 그 무지개연적이 맞지?》 《응, 맞아.》 아무것도 모르는 바우는 빼앗겼던 무지개연적을 찾은것이 너무 좋아 어쩔줄을 몰라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연적으로 그린 그림이 진짜로 변한다고 했는지 생각 안나니?》 가짜해남이가 또 물었습니다. 《뭐? 넌 그것두 생각 안나니? 도사할아버지가 준 붓을 무지개연적에 담그어 그림을 그린 다음 좌상할아버지한테 있는 노을빛오동나무잎으로 세번 쓸어주면 된다고 하지 않았니.》 《노을빛오동나무잎으로 세번 쓸어줘야 한다구?》 가짜해남이는 바우의 말을 듣자 춤출듯이 기뻐하였습니다. 《바우야, 그놈은 마귀할미야. 넌 속고있어.》 해남이는 이렇게 소리치고싶었으나 을미가 그의 입을 막는 바람에 말을 못하였습니다. 《가만 있어. 저놈이 어떻게 노는지 좀더 두고보자꾸나.》 을미가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바우는 가짜해남이를 보며 재촉했습니다. 《빨리 문을 열어줘.》 가짜해남이가 갑자기 낯색이 달라지며 말했습니다. 《아니야. 넌 여기서 살아야 해. 나 혼자 갈래.》 《그게 무슨 소리니? 가다니?! 날 여기에 혼자 남겨두고?》 바우는 혹시 잘못 듣지 않았나 하여 가짜해남이를 쳐다봤습니다. 《이 서툰 애숭이화공아, 그래 아직도 내가 누군줄 모르겠니? 흐흐흐, 그럼 한번 잘 봐.》 가짜해남이는 말을 마치고 몸을 팽그르르 돌렸습니다. 그러자 해남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약초캐는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날 알아보겠지?》 《약초캐는 할아버지》가 히물거리며 말하였습니다. 바우는 정신이 얼떨떨해졌습니다. 그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약초캐는 할아버지》가 또 몸을 팽그르르 돌렸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약초캐는 할아버지》가 없어지고 늙수그레한 《포수》가 나타났습니다.
바우가 놀라 어리둥절해있는 사이에 그 《포수》는 또 은별선녀로 변하였습니다. 바우는 그제야 자기앞에 나타난 해남이가 다름아닌 변신술을 쓰는 마귀할미라는것을 알았습니다. 《아, 내가 눈이 어두워 나쁜 놈도 가려보지 못했구나.》 바우는 분을 참지 못해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히히히, 그럼 잘있어. 난 간다.》 이죽거리며 돌아서던 꿍꿍할미는 갑자기 말뚝처럼 굳어졌습니다. 진짜해남이와 을미가 성난 눈길로 쏘아보며 다가오고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비실비실 뒤걸음치던 꿍꿍할미는 엉! 하며 놀란 눈을 크게 떴습니다. 해남이의 손에 쥐여진 빛을 뿌리는 붓을 보았던것입니다. 《아니, 그게 신기한 붓이 아니야? 히히, 그걸 주자고 제 발로 날 찾아왔구나. 어서 이리 내놔.》 꿍꿍할미는 손을 내밀고 해남이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뭐라구? 허튼 소리 말고 훔쳐간 그 연적이나 내놔!》 해남이는 꿍꿍할미한테 있는 무지개연적을 가리키며 소리쳤습니다. 《뭐가 어쩌구 어째, 어서 그 붓을 내놓지 못할테냐?》 꿍꿍할미는 악을 쓰며 해남이한테서 빛을 뿌리는 붓을 빼앗으려고 덤벼들었습니다. 그런데 붓에 손을 대던 꿍꿍할미는 갑자기 으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습니다. 그 꼴을 바라보던 해남이의 머리에는 얼핏 그 붓이 나쁜 마음을 가진 놈한테는 벌을 준다고 하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해남이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바우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해남이는 땅바닥에 쓰러진 꿍꿍할미의 손에서 무지개연적을 빼앗아냈습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돌감방문을 열어제꼈습니다. 《빨리 나와.》 바우는 해남이의 손에 이끌려 돌감방에서 나왔습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바우는 어리둥절한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넌 무지개연적을 찾을 생각만 하고 빈손으로 왔지만 해남이는 끝내 신기한 조화를 부리는 붓을 가지고 왔어.》 을미는 바우한테 이때까지 있은 일을 자초지종 다 말해주었습니다. 바우는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해남이 보기가 부끄러웠습니다. 《자, 무지개연적을 찾았으니 빨리 달미포로 돌아가자.》 해남이는 바다가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을미와 바우도 그의 뒤를 따랐습니다. 얼마후 그들은 배에 올랐습니다. 해남이와 바우와 을미는 배가 뭍에 닿자 곧장 청룡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골짜기를 벗어나 얼기설기 뒤엉킨 덤불을 헤치며 산등성이에 올라섰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치듯 따웅!- 하는 호랑이울음소리가 골안을 뒤흔들었습니다. 청룡산호랑이였습니다. 청룡산호랑이는 쉬-익! 하고 휘파람소리를 내며 그들의 머리우를 날아넘어 산중턱 바위우에 앞발을 내짚고 앉았습니다. 그들은 숲속에 몸을 숨기고 호랑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숲사이로 가늘게 흘러드는 해빛이 바위우에 앉아있는 호랑이를 어렴풋이 비쳐주고있었습니다. (해남이가 저 호랑이를 제대로 그려낼가?) 바우가 이렇게 생각하고있는데 해남이는 어느 사이에 도사할아버지가 준 붓을 꺼내 무지개연적에 담그더니 자신있게 호랑이를 그리는것이였습니다. 그가 붓을 휘두를 때마다 이마에 새겨진 검은 줄무늬와 위엄있게 돋아난 수염, 날카로운 발톱이 박혀있는 억센 발통이 생동히 그려졌습니다. 《야, 진짜호랑이같구나.》 을미의 감탄하는 말에 바우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응, 진짜 호랑이같애. 그러니 이젠 빨리 가자.》 을미도 빨리 가자고 서둘렀습니다. 청룡산호랑이가 금시 덮칠듯싶어 무섬증이 난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남이는 붓을 든채 자리에서 일어설념을 하지 않고 호랑이를 바라보기만 하였습니다. 《그림이 다 됐는데 왜 그러니?》 바우가 웬일인지 몰라 물었습니다. 《아무래도 호랑이의 눈을 다시 그려야겠어.》 해남이는 눈정기를 가다듬고 호랑이를 찬찬히 바라보고나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해남이가 그림을 다 그리자 그림속의 호랑이의 두눈에서 금시 불이 뿜어져나올것만 같았습니다. 《됐어.》 해남이는 그제야 손에서 붓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이젠 빨리 가자.》 셋은 곧 청룡산을 내렸습니다.
22
한가위날이였습니다. 달미포마을에선 도적떼들과의 싸움이 한창 벌어지고있었습니다. 왱강댕강 창과 칼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성이 귀를 멍멍하게 하였습니다. 하루도 쉼없이 싸움연습을 해온 마을사람들은 번개같이 창과 칼을 휘둘러댔습니다. 그때마다 여기저기서 도적놈들의 머리가 뎅겅뎅겅 날아났습니다. 용맹한 마을사람들의 기세에 겁을 집어먹은 도적놈들은 비실비실 뒤걸음을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쪽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마아놈은 다급히 마술족자를 꺼냈습니다. 마아놈은 마술족자를 두르르 펼치기 바쁘게 중얼댔습니다.
잠을 깨여라 뚝딱 뿔도깨비들아 뚝딱 방망이야 두들겨라 뚝딱 뚝딱 뚝딱딱
그러자 마술족자에서 뿔도깨비들이 훌쩍훌쩍 뛰여내렸습니다. 뿔도깨비들은 방망이를 연방 두들겨댔습니다. 그때마다 시커먼 연기가 풀썩풀썩 일어났습니다. 연기를 들이킨 사람들은 손에서 맥없이 창과 칼을 뚤렁뚤렁 떨어뜨리며 주저앉았습니다. 매우 위급한 순간이였습니다. 바로 이때 마을에 들어선 해남이네는 미처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 좌상할아버지부터 찾았습니다. 해남이한테서 청룡산호랑이그림을 받아든 좌상할아버지는 급히 그림을 펼쳤습니다. 그리고는 노을빛나는 오동나무잎으로 세번 힘있게 내리쓸었습니다. 그러자 따웅!- 하고 산이 무너져내릴듯 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림속에 있던 청룡산호랑이가 뛰쳐나왔습니다. 호랑이는 무쇠통같은 앞발을 들었다놓으며 다시 따웅!- 하고 울부짖었습니다.
무서운 청룡산호랑이를 본 뿔도깨비들은 방망이를 두드릴 생각도 못하고 풀썩풀썩 주저앉았습니다. 도적무리들도 얼이 빠져 싸울 생각을 못하고 사시나무떨듯 부들부들 떨기만 하였습니다. 호랑이는 몸을 휙 하고 날리더니 갈팡질팡하는 뿔도깨비들과 도적놈들을 억센 앞발로 이리치고 저리치였습니다. 억! 아이쿠! 뿔도깨비들과 도적놈들은 사방에서 푹푹 꼬꾸라졌습니다. 기세가 오른 마을사람들은 와 와!- 함성을 올리며 청룡산호랑이와 함께 도적놈들을 무찔렀습니다. 방울눈놈과 함께 쓸모없게 된 마술족자를 내던지고 헐레벌떡거리며 바다가로 내뛰던 마아놈도 뒈지고말았습니다. 달미포마을에 덤벼들었던 도적놈들은 한놈도 살아남지 못하였습니다. 둥둥둥… 승리의 북소리가 높이 울렸습니다. 도적떼를 쳐부신 달미포마을사람들은 너무 기뻐 해남이를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아갔습니다. 좌상할아버지가 싱글벙글 웃음을 짓고 사람들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게들, 해남이는 우리 달미포마을의 큰 자랑이고 더없는 보배일세. 무슨 일이나 해남이처럼 마음을 바로가지고 재주를 키우면 반드시 성공하는 법이라네.》 바로 이때였습니다. 뒤산 바위벽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쩍 일었습니다. (엉?) 사람들은 눈들이 휘둥그래졌습니다. 바위벽은 명주필같은 흰구름에 뒤덮여있었습니다. 흰구름이 서서히 걷히자 바위벽에 을지총각의 이름과 나란히 해남이의 이름이 금빛글자로 빛을 뿌렸습니다. 사람들은 일시에 《야!》하고 환성을 올리였습니다. 그들은 기쁨을 금치 못해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그속에는 마술에서 풀려난 갑쇠와 철메, 옥돌이도 있었습니다. 세 박장수도 춤판에 뛰여들었습니다. 그러나 바우만은 머리를 푹 숙이고 한켠구석에 서서 자신을 깊이깊이 뉘우쳤습니다. 좌상할아버지가 바우한테로 다가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하였습니다. 《바우야, 이번에 잘 알았을테지. 어떤 일도 욕망만으로는 안되는 법이니라.》 《녜, 나도 해남이처럼 꾸준히 재주를 키우겠어요.》 바우는 새로운 결심을 가다듬었습니다. 싸움에서 이긴 달미포마을사람들의 흥겨운 춤판은 해가 지고 달이 솟아 유정한 빛을 뿌리는 깊은 밤에도 끝날줄을 몰랐습니다. 앞바다의 푸른 물결도 기쁨에 겨워 달빛을 싣고 늠실늠실 춤을 추며 끝없이 설레이였습니다. 그후 달미포마을엔 오랜 세월 행복이 깃들어 자자손손 화목하게 살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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