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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0호에 실린 글
◇동 화◇
로 성 금
어느 한 동산에 노랑나비가 흰나비랑 함께 꽃꿀을 따며 부지런히 일해가고있었습니다. 새집들이하는 날 노랑나비랑 흰나비랑 봉봉이네들은 동산에 굉장히 큰 꿀독을 마련해놓고 더 많은 꿀을 따자고 한결같이 말하였습니다. 꿀독에 꿀이 가득 차야 살림이 넉넉해지고 살림이 넉넉해야 동산에 웃음꽃이 필것이였습니다. 웃음은 기쁨이였고 기쁨은 행복이였습니다. 노랑나비는 꿀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는 날이 푸름푸름 밝아오는 이른새벽에 집을 나섰다가는 해가 져 사위가 어둑어둑해서야 돌아오군 하였습니다. 그러나 꿀독은 마음처럼 그렇게 빨리 차오르지 않았습니다. 꿀독을 빨리 채우자면 더 부지런히 일해야 했습니다. 어느날 노랑나비는 여느때 들고다니던 꿀초롱보다 더 큰 꿀초롱을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는 흰나비랑 함께 시간가는줄 모르고 꿀을 땄습니다. 그런데 꿀초롱이 아직 채 차기도 전에 해가 벌써 서산에 가 걸렸습니다. 노랑나비는 저물어가는 해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으나 해는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해를 따라 저녁노을마저 그림자마냥 사라져버렸습니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하루종일 피여있던 꽃들이 하나, 둘 잠들기 시작했습니다. 노랑나비는 입을 다무는 나팔꽃을 보고 말했습니다. 《꽃아, 나팔꽃아. 꿀을 조금만 더 따게 해주렴.》 나팔꽃이 미안해하며 말했습니다. 《우린 해만 지면 힘을 잃어 꼼짝 못한단다.》 노랑나비는 나리꽃을 보고 또 사정했습니다. 《꽃아, 꽃아, 나리꽃아. 꿀을 조금만 더 따게 해주렴.》 나리꽃도 안됐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너의 부탁을 못 들어줘 미안하구나. 우린 해가 지면 꿀을 만들지 못한단다. 그리구 인차 잠에 곯아떨어지거던.》 그러며 나리꽃은 밤에 피는 꽃을 더 찾아보라고 친절히 대주었습니다. 《밤에 피는 꽃이 따로 있니?》 노랑나비가 기쁨에 겨워 물었습니다. 《응, 달맞이꽃이랑은 낮에는 자고 밤에 핀단다.》 《고마워.》 노랑나비는 밤꽃을 찾아 꿀초롱을 마저 채워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이때 흰나비가 그한테로 다가와 빨리 돌아가자고 말했습니다. 《꿀초롱을 아직 다 못 채웠는데 어떻게 돌아가겠니?》 노랑나비가 꿀초롱을 들여다보며 한숨섞인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날이 어두워오는데 어떻게 꿀을 딴다고 그러니. 빨리 돌아가자는데두.》 흰나비가 재촉했습니다. 《너 먼저 가. 난 밤꽃을 찾아 꿀초롱을 마저 채우고 갈테야.》 그 말에 흰나비는 어처구니가 없는듯이 웃었습니다. 날이 이렇게 캄캄 저물어오는데 꿀을 따겠다니 제정신이 아닌것 같았습니다. 《너 새까만 이 어둠속에서 어떻게 꽃을 찾는단 말이니?》 흰나비는 되지 않는 일은 생각지도 말라는듯이 혀를 끌끌 찼습니다. 노랑나비는 흰나비의 말이 틀리는 말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래일도 모레도 이렇게 꿀초롱을 못 채워가지고 돌아간다면 동산의 꿀독을 언제가야 다 채우랴싶었습니다. 그가 뒤를 돌아다보니 흰나비는 벌써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랑나비는 캄캄한 어둠속을 헤쳐가며 밤에 피는 꽃을 찾아 혼자서라도 꿀을 좀더 따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어데서 꽃향기가 혹시 풍겨오지 않나 하여 이리저리 날아보는데 저쪽에서 불빛 하나가 반짝이더니 초롱불을 켜든 반디벌레가 그의 앞에 와 멎어섰습니다. 《누군가 했더니 너 노랑나비로구나. 이 밤중에 예서 뭘하니?》 노랑나비는 반디벌레에게 자기의 안타까운 속마음을 그대로 터놓았습니다. 《꽃꿀을 좀더 따야겠는데 글쎄 어둠때문에 그러지 않니.》 그는 호 하고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반디벌레는 노랑나비의 꿀초롱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꿀초롱을 오늘 못 채운다고 당장 큰일날것도 아닌데 래일 더 따면 되지 않니?》 노랑나비는 머리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오늘 해야 할 일을 래일로 미룰순 없어. 얘, 반디야. 너의 그 초롱불을 좀 빌려주렴.》 노랑나비는 기대어린 눈길로 반디벌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건 안돼, 밤일하는 우린 초롱불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해.》 반디벌레는 그이상 더 말을 않고 어디론가 힝 하고 날아가버렸습니다. 좀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노랑나비는 자기를 후회했습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담.…)
(내 힘으로 꽃을 기어이 찾아볼테야.) 노랑나비는 꿀초롱을 꼭 그러쥐고 팔랑팔랑 캄캄한 하늘가로 날아올랐습니다. (꽃철에 하루를 게을리하면 겨울에 열흘을 굶는다고 했어. 어떻게 하든 꿀초롱을 채워가지고 돌아가야 해.) 노랑나비는 까실까실 타드는 입술을 혀끝으로 감빨며 마음다졌습니다. 노랑나비는 밤하늘을 이리저리 날아예며 꽃을 찾아보았지만 달도 없는 밤이여서 한치앞도 가려볼수가 없었습니다. 《반짝반짝 별들아, 하늘의 별들아, 너희들은 내 마음을 알아줄테지. 너희들이라도 나를 도와 밝은빛을 더 뿌려주렴.》 노랑나비는 하늘의 뭇별들에게 속삭였습니다. 그러나 별들은 초롱초롱한 눈들만 깜박거릴뿐 더 밝은빛을 뿌려주지 못했습니다. 《달아달아, 둥근달아. 하늘의 둥근달아, 너는 지금 어데가 숨었니? 어서 구름이불 들추고나와 밝은빛을 뿌려주렴.》 그러나 달도 그의 마음을 몰라주었습니다. 사위는 여전히 캄캄했습니다. 노랑나비는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모두가 야속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할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날개가 축 처져 고개를 넘던 노랑나비의 두눈이 갑자기 휘둥그래졌습니다. 고개너머 저 멀리 어디선가 환한 불빛이 뿜어져나오더니 어둠을 밀어던지며 밤을 대낮같이 환히 밝혀주고있었던것입니다. (엉?!) 노랑나비는 저도모르게 그 불빛이 비치는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밤인데도 그곳에선 꽃향기가 막 풍겨와 코를 간지럽혔습니다. 《야! 꽃향기.》 노랑나비의 얼굴에 기쁨이 방긋 피여났습니다. 그는 날개를 젓고 또 저어나갔습니다. 그가 다달은 곳은 어떤 큰 마을이였습니다. 향기는 금빛노을로 한껏 물든 마을의 꽃밭에서 풍겨나오고있었습니다. 노랑나비는 너무 기뻐 막 환성을 올렸습니다. 눈덩이같이 하이얀 박꽃이며 분홍빛갈의 꽃술이 류달리 긴 분꽃이며 그리고 특이한 향기를 뿜는 이름모를 갖가지 꽃들이 타는듯 한 노을빛을 받아 자기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고있었습니다. 그곳은 대낮같이 환했습니다. 노랑나비는 꽃들을 보고 누구에게라없이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어떻게 되여 이밤에도 향기를 풍기고있니?》 박꽃이 생긋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건 저 용광로엄마가 우리모두에게 노을빛을 비쳐주고있기때문이란다.》 《뭐, 용광로엄마가?》 노랑나비는 처음 듣는 소리여서 의아한 눈길로 박꽃을 쳐다보았습니다. 《응, 용광로엄마는 밤낮을 쉬지 않고 쇠물을 끓이는데 그 쇠물빛은 하늘의 노을보다 더 눈부시고 아름다워.》 박꽃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분꽃이 발깃한 입술을 열었습니다. 《우린 모두 밤에 피는 꽃들이지만 저 용광로엄마가 비쳐주는 빛을 받으니 이렇게 향기도 더 짙어지고 달디단 꿀도 더 많이 생기누나.》 분꽃의 말에는 자랑이 한껏 어려있었습니다. 《응, 그렇구나.》 노랑나비는 그제서야 알겠다는듯이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그런데 너는 왜 쉬지 않고 밤에 날아다니니?》 야리향이 작은 입술을 곱게 벌리며 물었습니다. 《꿀초롱을 마저 채우려고 그래. 꿀독에 꿀이 가득 차야 행복이 넘쳐나고 행복이 넘쳐나야 동산에 웃음이 꽃펴나.》 노랑나비의 말에 꽃들은 하나같이 탄복하며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야, 넌 정말 꾸준하구나!》 《그래서 남다 자는 이밤에도 우리 꽃들을 찾아다니누나.》 《어서 달디단 우리 꿀을 실컷 떠가.》 노랑나비는 코언저리가 시큰해졌습니다.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꽃들이 고맙기 그지없었습니다. 노랑나비는 꿀을 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일손을 재게 놀렸습니다. 어느 사이에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그러나 노랑나비는 조금도 힘든줄을 몰랐습니다. 용광로엄마가 피우는 노을을 받아서인지 꽃마다에는 향기 가득한 꽃꿀이 샘솟듯이 찰랑찰랑 고여올랐습니다. 하늘에서는 아기별들이 끄덕끄덕 조을고있었지만 노랑나비의 두눈은 밝게 빛났습니다. 어느덧 꿀초롱이 가득 차올랐습니다. 노랑나비는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의 얼굴에 웃음이 함뿍 피여올랐습니다. (흰나비도 함께 있었더라면…) 노랑나비는 분꽃잎사귀에 살며시 걸터앉아 흰나비 생각을 하며 땀을 들이고있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노랑나비야, 너도 로동의 보람을 귀중히 여길줄 아는구나.》 하는 웅글은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노랑나비는 머리를 들고 여기저기를 살폈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암, 그래야지. 무슨 일이든지 한번 먹은 마음을 굽히지 않고 이악하게 노력하면 행복의 대문은 열려지는거란다.》 노랑나비가 귀를 강구어 들어보니 저 멀리에 거인처럼 우뚝 솟아있는 용광로엄마가 그에게 힘을 주고있었습니다. 《고마워요, 용광로엄마가 노을을 피워 밤을 밝혀주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이밤에 꽃꿀을 딸수가 있었겠나요.》 《그런데 낮에 피는 꽃도 많은데 왜 하필 밤꽃의 꿀을 따려고 하느냐?》 용광로엄마가 물었습니다. 《우린 동산을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자고 마음다졌거던요. 낮에는 낮에 피는 꽃에서 꿀을 따고 밤에는 밤에 피는 밤꽃에서 꿀을 따려고 말이예요.》 노랑나비는 용광로엄마에게 자랑스럽게 말하였습니다. 《참, 용쿠나. 네 마음이 정말 기특하구나.》 용광로엄마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더 밝은빛을 뿜어주었습니다. 그 빛을 받아 달맞이꽃이랑 분꽃이랑 더더욱 활짝 피여났습니다. 《어서 우리 꿀을 더 따렴.》 꽃들마다 자기의 꿀을 뜨라고 권했습니다. 《고마워, 꽃들아. 정말정말 고마워.》 노랑나비는 꽃송이들을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며 눈인사를 보냈습니다. 어느덧 푸름푸름 새날이 밝자 동녘하늘에 아침해가 둥실 솟아올랐습니다. 동산으로 돌아온 노랑나비는 흰나비를 찾아갔습니다. 《흰나비야, 이제부터 우린 밤에도 꿀을 딸수 있게 됐어.》 노랑나비는 아직도 따스한 이불밑에서 콜콜 자고있는 흰나비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정말 시끄럽겐 구는구나. 캄캄한 밤에 어떻게 꿀을 딴단 말이냐?》 흰나비는 노랑나비의 말을 귀밖으로 흘려보내며 믿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믿고싶지 않으면 나와 함께 가보자꾸나.》 노랑나비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으나 흰나비는 도리머리를 저었습니다. 《낮에만 일해도 힘이 드는데 어떻게 밤을 밝힌다고 그러니. 너도 어서 쉬렴.》 흰나비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말했습니다. 《편안하게 살아서는 행복의 대문을 열수 없다고 했어.》 노랑나비가 듣기 좋게 말했습니다. 《행복의 대문이고 뭐고 밤에는 더 일을 못하겠어.》 노랑나비는 더이상 그를 타이를 말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흰나비와 헤여진 노랑나비는 그날도 쉼을 모르고 부지런히 일하였습니다. 낮에는 해님이 피워주는 낮꽃에서 꿀을 뜨고 밤에는 용광로엄마가 피워주는 밤꽃에서 꿀을 모았습니다. 노랑나비가 이렇게 일하니 다른 나비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수 없게 되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동산의 꿀독에는 꿀이 돌기돌기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찰랑찰랑 넘쳐났습니다. 향기로운 꿀향기가 동산 가득히 풍기여났습니다. 봉봉이네랑 그 꿀독을 부러워하였습니다. 제일 부러워한것은 흰나비였습니다. 흰나비는 꿀독을 바라보며 혼자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나도 노랑이처럼 왜 처음부터 그렇게 일을 못했을가.… 행복의 대문은 꾸준한 노력으로 열어야 한다던 그의 말이 맞았어.》 흰나비는 자기를 진심으로 뉘우쳤습니다. 노랑나비가 그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부지런히 일하자. 낮에는 해님이 꽃을 피워주고 밤에는 용광로엄마의 밤노을이 우리의 길을 밝혀주는데 뭐가 두렵겠니. 우리 손잡고 힘껏 일해가자.》 흰나비는 자기를 진정으로 이끌어주는 노랑나비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습니다. 《응, 나도 너처럼 꾸준히 일해 우리 동산의 꿀독에 언제나 꿀이 가득가득 차넘치게 할테야.》 흰나비의 결심어린 얼굴이 환히 밝아졌습니다. 《우리 꼭 그렇게 하자!》 두 나비는 손을 꼭 마주잡았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알아서인지 대지우에 우렷이 몸을 솟구고 서있던 용광로엄마가 사철 지지 않는 금빛노을을 한껏 뿜어주고있었습니다.
(김형직사범대학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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