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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0호에 실린 글
◇장편동화◇
(이 작품은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동화로 옮긴것입니다.)
(제 7 회) 그림 전학철, 량수일 17
바우는 쪽배에 몸을 싣고 돌섬으로 가고있었습니다. 배는 점점 돌섬가까이로 다가갔습니다. 돌섬에 배를 갖다댄 바우는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키높은 성벽으로 둘러막은 돌궁전이 보였습니다. 돌궁전으로 드나드는 성문앞에서 긴 창을 든 파수놈이 끄덕끄덕 졸고있을뿐 돌섬은 고요하였습니다. 어디선가 바다새의 울음소리가 끼익ㅡ끼익ㅡ 하고 들려왔습니다. 바우는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어떻게 하면 돌궁전으로 들어갈가 하고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봤습니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때 성문이 찌쿵 하고 무겁게 열리며 물동이를 든 웬 녀인이 나타났습니다. 그 녀인을 바라보던 바우는 깜짝 놀랐습니다. 도적놈들한테 붙잡혀간 을미누나였던것입니다. 을미는 도적괴수놈이 먹을 샘물을 길으려 성밖으로 나오던 참이였습니다. 《을미누나!ㅡ》 바우는 파수놈한테 들키지 않게 목소리를 낮추어 조용히 불렀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시름에 잠겨 걸어오던 을미는 와뜰 놀라 멈춰섰습니다. 《저예요, 누나.》 바우를 알아본 을미는 어찌나 놀랐는지 하마트면 들고있던 물동이를 깨뜨릴번 하였습니다. 을미는 서둘러 바우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너 어떻게 된거니? 여긴 뭣하러 왔니?》 을미가 파수놈이 서있는 성문쪽을 살피고나서 물었습니다. 《도적놈들이 훔쳐간 무지개연적을 찾으러 왔어요.》 바우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했습니다. 《그 귀중한걸 잃다니. 그걸 이제 무슨 수로 다시 찾겠니?》 을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바우도 돌섬에 오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말을 못했습니다. 《내가 널 도와줄수 있다면 성문을 지키는 저 파수놈을 속여넘기고 돌궁전에 들어가게 해줄수 있는것뿐이야. 그런데 거기에 들어가서는 어떻게 하겠니? 무슨 수로 도적괴수놈한테 있는 그 무지개연적을 찾겠나말야. 경치지 말고 어서 돌아가.》 《안예요. 들어가기만 하면 무슨 수가 나겠지요 뭐. 날 돌궁전에만 들어가게 해줘요.》 바우는 을미의 말을 듣지 않고 떼를 쓰다싶이 졸랐습니다. 《글쎄 돌궁전에 들어가는건 그렇다치고 들어가서는 대체 어떻게 하자는거니?》 을미가 다시 물었습니다. 바우는 잠시 생각해보고나서 말했습니다. 《렴탐군할미를 찾아가겠어요. 그 할미를 만나 나한테서 뺏은 연적을 당장 내놓으라고 하겠어요. 그 할미때문에 일을 그르친걸 생각하면 정말… 내 기어코 그걸 뺏아가지고 청룡산호랑이를 그리고야말겠어요.》
《참 애두, 덤비지 말고 잘 생각해봐. 그 할미가 연적을 내줄것 같니?》 을미는 바우한테 꿍꿍할미가 지금 돌감방에 갇혀있다는것과 그가 어떻게 되여 돌감방에 갇히게 되였으며 제 입이 터지면 도적괴수도 재미없다고 하던 말을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자기 생각을 말하였습니다. 《혹시 마술에 걸린 방울눈의 입을 열게 해서 마아가 제 삼촌인 도적괴수놈과 서로 물어뜯게 하면 어떨런지… 그런데 무슨 재간으로 돌로 굳어진 그 입을 열수가 있겠니?》 을미는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그러다가 그림속의 종이 울리면 돌사람이 된 방울눈이 마술에서 풀려난다던 말을 들은 생각이 나서 바우한테 그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에 바우는 대뜸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날 방울눈이 있는 곳에 데려다줘요. 내가 방울눈을 마술에서 풀겠어요.》 《네가 무슨 수로 돌사람이 된 방울눈을 마술에서 풀겠다는거냐?》 《글쎄 날 믿으라니까요.》 바우는 호기있게 장담하였습니다. 을미는 혹시 도사할아버지가 준 붓을 가지고 그림재주를 키운 바우가 방울눈을 마술에서 풀수도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좋아, 그럼 여기 숨어있어. 내 물을 길어가지고 들어갔다가 인차 나올게.》 을미는 말을 마치고 성안으로 총총히 걸어들어갔습니다. 얼마후 을미는 물동이안에 독한 술과 안주를 넣어가지고 다시 나왔습니다. 성문으로 다가간 을미는 술과 안주를 꺼내놓았습니다. 끄덕끄덕 졸고있던 파수놈은 이게 웬 떡이냐는듯 좋아라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리고는 코를 떼가도 모르게 곯아떨어졌습니다. 때를 기다리고있던 을미는 재빨리 바우와 함께 성문을 지나 돌궁전정원에 들어섰습니다. 으슥한 정원구석으로 바우를 데리고간 을미는 돌미륵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림속의 종이 울리면 이 돌사람이 마술에서 풀린다고 했지요?》 《응.》 을미는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바우는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아 붓을 꺼내들고 종이우에 종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종을 다 그린 바우는 그림을 들여다보며 말하였습니다. 《그림속의 종아, 마술을 푸는 종소리를 울려주렴.》 그러나 그림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울려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네 그림재주로는 안되겠구나.》 을미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습니다. 바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덤덤히 돌미륵을 바라보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밸이 울컥 치밀어올라 옆에 놓여있는 큰 돌멩이를 집어들고 돌로 굳어진 방울눈의 잔등을 힘껏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어허허ㅡ 하고 신음소리같기도 하고 무엇을 하소연하는 소리같기도 한 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바우는 혹시 마술에서 풀려나는게 아닌가 하여 이번에는 좀더 힘을 주어 두드렸습니다. 아까보다 더 큰소리가 어허허ㅡ 하고 울리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이건 대체 웬 소리야?》 하는 왜가리청이 울렸습니다. 정원으로 나오던 도적괴수놈이 그 소리를 들었던것입니다. 바우는 얼른 잎이 무성한 나무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도적괴수놈이 눈을 데룩거리며 나타났습니다. 을미는 도적괴수놈이 눈치채지 못하게 얼른 앞에 나섰습니다. 《나예요.》 《네년이? 어떻게 된거야?》 도적괴수놈이 을미를 쏘아봤습니다. 《땔나무를 주으러 나왔다가 저 돌미륵에 걸려 넘어졌어요.》 도적괴수놈은 을미가 가리키는 돌미륵을 바라보다 코웃음을 쳤습니다. 《흥! 돌미륵이라구? 이건 돌미륵이 아니야. 네년도 내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다간 이 돌미륵처럼 된다는걸 명심해! 여기서 어물거리지 말고 썩 사라져!》 도적괴수놈은 큰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을미는 도적괴수놈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얼른 그 자리를 피하였습니다. 을미가 사라진쪽을 바라보던 도적괴수놈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눈을 껌벅거리다가 혼자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왜 그런지 께름한걸. 내 보물함을 탐내는 놈이 있는게 아니야.》 도적괴수놈은 급히 돌궁전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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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뒤에 몸을 숨기고있던 바우는 조심히 머리를 내밀고 정원을 둘러보았습니다. 도적괴수놈이 꺼떡거리며 으리으리한 돌궁전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있는것이 멀리 바라보였습니다. (이젠 어떡하면 좋을가?) 바우는 오르지 못할 벼랑앞에 선듯 막막하였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던 바우가 나무뒤에서 나와 얼마쯤 걸어가는데 문득 《바우야!》 하고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바우는 그만 깜짝 놀라 《아!》하고 소리를 내지를번 하였습니다. 쇠살창을 댄 돌감방에 갇혀있는 사람이 바우를 찾고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해남이였습니다. 해남이가 언제 여기에 왔을가? 자기가 오니 인차 뒤따라오다가 잡힌것이 분명했습니다. 돌감방쪽으로 다가간 바우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사연을 물어보려고 하는데 해남이가 다급히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습니다. 《조심해. 여긴 도적놈들의 소굴이야. 잡히면 죽어!》 해남이의 말에 바우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 돌감방에 갇히게 됐니?》 《널 혼자 보낼수가 없어 뒤따라왔는데 그만 붙잡히고말았어. 그건 그렇구 빨리 날 여기서 나가게 해줘.》 해남이는 누가 오지 않나 살피며 급하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돌감방문을 열수 있니?》 바우는 한발 내짚으며 물었습니다. 해남이는 돌감방문에 채워져있는 뿔도깨비대가리처럼 생긴 큼직한 자물쇠를 가리켰습니다. 《저 뿔도깨비자물쇠의 눈깔을 세번 누르면 돼. 그럼 자물쇠가 열려.》 듣고보니 간단했습니다. 바우는 해남이가 대준대로 뿔도깨비자물쇠의 한복판에 붙어있는 류달리 삐여져나온 눈깔을 세번 꾹꾹 눌렀습니다. 그러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열렸습니다. 바우는 얼른 돌감방문을 열었습니다. 해남이가 뛰쳐나오며 《후유ㅡ 네가 오지 않았다면 난 틀림없이 감방귀신이 되였을거야.》 하고 좋아하다가 갑자기 사방을 두릿거리며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 돌감방에서 나온줄 알면 도적괴수놈이 가만있지 않을거야. 아무래도 그놈의 눈을 속이자면 내대신 네가 좀 들어가있어야 할가봐.》 《뭐?》 바우는 의아한 눈길로 해남이를 쳐다봤습니다. 《내 말을 들어봐. 난 무지개연적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아냈어. 그건 도적괴수놈의 방에 있는 돌함안에 있어. 내 제꺽 가서 그걸 빼내올테니 그동안 네가 이 감방안에 들어가있어주렴.》 해남이의 말에 바우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선뜻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습니다. 《해남아, 무지개연적을 내가 빼내오면 안되겠니?》 《네가 빼내오겠다구? 그건 왜?》 바우의 말에 해남이는 뜻밖인듯 얼굴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생각해보렴. 무지개연적을 잃은건 난데 응당 내가 찾아야 옳지 않니.》 바우의 말에 해남이는 얼굴에 웃음을 담고 말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말아. 누가 찾든 무지개연적을 찾으면 되지 그게 무슨 상관이니. 무지개연적이 있는 곳은 내가 아니 딴 생각 말고 내 말대로 해.》 바우는 잠간 생각하고나서 해남이가 시키는대로 돌감방안에 들어갔습니다. 바우가 돌감방에 들어가기 바쁘게 해남이는 뿔도깨비자물쇠를 절컥 채우고나서 히벌쭉거리며 자리를 떴습니다. 그는 가짜 해남이였습니다. 돌감방에 갇힌 바우는 자기가 꺼내준 해남이가 바로 렴탐군로파인 꿍꿍할미인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꿍꿍할미는 바우가 나타난것을 돌감방안에서 보고 이런 묘한 꾀를 생각해냈던것입니다. 이것을 알리 없는 바우는 이제나저제나 해남이가 무지개연적을 찾아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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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를 감쪽같이 속여넘긴 꿍꿍할미는 저절로 웃음집이 흔들거렸습니다. (죽을수가 생기면 살수도 생긴다더니… 흐흐흐, 누구도 이 꿍꿍할미는 못당해낼걸.…) 생각할수록 흡족하였습니다. (이젠 어떡한다?… 두령놈이 날 보면 가만놔두지 않을텐데… 할수 없지. 마아도령한테 가붙는수밖에.) 전번에 속히운걸 생각하면 피가 꺼꾸로 솟는것 같았으나 별수가 없었습니다. 꿍꿍할미는 괴수놈의 눈에 띄우지 않게 마아의 방을 찾아갔습니다. 《엉?!》 방안을 오락가락하던 마아는 눈앞에 불쑥 나타난 꿍꿍할미를 보고 흠칫 놀랐습니다. 《히히히, 그렇게 놀라지 마시우. 쉽게 죽을 내가 아니라우. 도령님은 약속을 헌신짝버리듯 했어도 난 옛주인의 정을 생각해서 젊은 도령님을 끝까지 잘 모시자구 이렇게 사지판에서도 죽지 않고 찾아왔수다.》 꿍꿍할미는 자기가 좀 수다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서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그래 뭣때문에 왔어?》 마아는 무뚝뚝하게 물었습니다. 《달미포에서 한 화공애녀석이 우리 돌섬에 찾아왔수다. 나한테 뺏긴 무지개연적을 도로 찾겠다구 말이우.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더니…》 《그런데 어쨌다는거야?》 마아는 툭 내쏘았습니다. 《지금 두령님이 마술족자를 뺏길가봐 두려워 마아도령을 좋지 않게 보는데 계속 그러다간 두령이 무슨 일을 칠지 아우? 망둥이 제 새끼를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는데 도령이야 친자식도 아닌 조카인데 제 형을 해친 솜씨에 무슨 일인들 못 치겠수.》 꿍꿍할미는 마아의 얼굴을 흘끔 곁눈질해보고나서 말을 이었습니다. 《도령님도 겉으로는 두령을 받드는체 하다가 때가 되면 삼촌을 없애버리고 마술족자를 손에 넣고 황금보물을 독차지하란 말이우. 난 마아도령님밑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싶수다.》 《그래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거야?》
꿍꿍할미의 말에 마아는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난 그따위 놀음은 안해. 더 다른 말을 할게 없으면 여기서 썩 사라져.》 《참, 코막고 답답하게는 노네. 내 하라는대로만 하슈. 하늘이 준 기회는 놓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소. 그래 황금더미가 탐나지도 않수?》 꿍꿍할미는 거마리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었습니다. 《좀 생각해보겠어. 그러나 지금은 안돼.》 마아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이 미련둥이야, 콱 뒈지기나 해라.) 꿍꿍할미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꿍꿍할미는 마아를 잘 모르고있었습니다. 꿍꿍할미가 하나 하면 마아는 둘, 셋을 넘겨짚었습니다. 꿍꿍할미는 마아가 지금 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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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빛을 뿌리는 붓을 얻은 해남이는 돌섬으로 가기 위해 초대바위를 떠나 산을 급히 내렸습니다. 바다가에서 배를 탄 해남이는 소리없이 돌섬기슭에 가닿았습니다.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한참 동정을 살피는데 찌그덩!ㅡ 하고 성문이 열리더니 물동이를 든 을미가 해남이가 몸을 숨긴 바위앞을 지나갔습니다. 해남이는 《을미누나!》 하고 가만히 불렀습니다. 을미는 놀라 우뚝 걸음을 멈추고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다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성문쪽을 얼핏 바라보고난 을미는 해남이가 숨어있는 바위쪽으로 급히 다가왔습니다. 《너 어떻게 여길 왔니, 응? 바우도 너처럼 불쑥 나타났다가 붙잡혔는데…》 을미는 반가와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바우가 붙잡혔다구요?》 해남이는 놀란 눈길로 을미를 쳐다보았습니다. 을미는 바우가 무지개연적을 찾는다고 돌궁전이 있는 성안에 들어갔다가 꿍꿍할미에게 속히워 돌감방에 갇히게 된 사연을 말해주었습니다. 을미의 말을 듣고난 해남이의 눈에서는 불길이 이는듯 했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을미누나, 날 마술에 걸려 돌로 굳어졌다는 그 방울눈한테 데려다줘요.》하고 말하였습니다. 《그건 안돼. 너도 바우처럼 되려고 그러니?》 을미는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걱정마세요. 나한텐 마술을 푸는 빛을 뿌리는 붓이 있어요. 바우는 이런 붓이 없어 마술을 못 풀었을거예요.》 해남이는 옷섶을 헤치고 붓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뭐? 마술을 푸는 붓이라구?》 해남이는 을미에게 빛을 뿌리는 붓을 얻게 된 사연을 자세히 말해주었습니다. 《네가 그사이 정말 애를 많이 썼구나. 신기한 조화를 부리는 이런 붓이 있으니 무지개연적을 찾을수 있겠구나.》 을미는 마음이 놓이는지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그러고나서 해남이를 방울눈이 있는 정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정원 한쪽에 서있는 돌미륵앞으로 다가간 을미는 해남이를 돌아보며 말하였습니다. 《이게 바로 마술에 걸린 방울눈이란다. 이 방울눈이 입을 열면 무지개연적을 찾을수 있는 무슨 수가 생길거야.》 《그래요?》 해남이는 얼핏 돌미륵을 쳐다보았습니다. 돌미륵을 쳐다보는 해남이한테 을미는 방울눈을 마술에서 풀려면 그림속의 종이 울려야 한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을미의 말을 듣고난 해남이는 얼른 붓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솜씨있게 종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종을 다 그린 해남이가 종이에서 붓을 떼자 그림속에서 뗑! 하는 종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숨을 죽이고 해남이가 그리는 그림을 들여다보던 을미는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종소리가 울리자 꼼짝않던 돌미륵이 숨을 쉬기라도 하는듯 움씰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해남이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림을 북 찢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종소리가 멎고 마술에서 풀려나려던 돌미륵이 다시 본래대로 되여버렸습니다. 《아니, 왜 그러니?》 을미가 영문을 몰라 해남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을미누나, 마아놈을 여기로 데려다줘요.》 《마아놈을?》 을미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수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해남이는 을미한테 자기가 생각하고있는것을 말해주었습니다. 그제야 해남이의 속생각을 알아차린 을미는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마아놈이 있는 방으로 찾아갔습니다. 골살을 잔뜩 찌프리고 방안을 오락가락하던 마아놈은 을미를 마뜩지 않게 흘겨보며 물었습니다. 《왜 왔어?》 《방울눈이 마술에서 풀려났어요. 마아도령에게 뭘 알려줄게 있대요.》 그 소리에 마아는 채찍에 맞은 망아지처럼 껑충 몸을 일으켰습니다. 《뭐라구?! 그게 정말이야? 정말 그놈이 마술에서 풀렸단 말이야?》 마아는 믿어지지 않는듯 눈을 떼룩거리며 을미를 쳐다보았습니다. 《가보면 알게 아니예요.》 을미는 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되돌아섰습니다. 마아는 황급히 을미의 뒤를 쫓아나왔습니다. 정원으로 나온 마아는 그만 말뚝처럼 우뚝 멈춰섰습니다. 마술에서 풀려나온 방울눈이 툭 튀여나온 두눈을 데룩거리며 서있었습니다. 마아가 나타나자 해남이가 감쪽같이 방울눈을 마술에서 풀려나게 하였던것입니다. 마아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입을 헤 벌리고 그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였습니다. 돌로 굳어졌던 그가 어떻게 마술에서 풀려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습니다. 마아는 해남이가 빛을 뿌리는 붓으로 그림을 그려 방울눈을 마술에서 풀려나게 한 다음 나무뒤에 숨어서 자기를 지켜보고있다는것을 알수가 없었습니다. 《방울눈이 맞긴 맞아?》 마아는 자기가 혹시 잘못 보지나 않았나 해서 조심히 물었습니다. 방울눈은 고개를 돌리다 마아인줄 알아보고는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마아도령님, 이거 정말 고마워요. 마술에서 풀어준 이 신셀 죽어두 잊지 않겠어요.》 방울눈은 마아가 자기를 마술에서 풀어준줄로만 알고 코가 땅에 닿도록 연방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마아는 어리벙벙해서 물었습니다. 《내가 돌로 굳어진것은…》 방울눈은 마아가 어떻게 마술에서 풀렸는가고 묻는줄도 모르고 자기가 마술에 걸리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아 삼촌이 독주를 장생불로주라고 하면서 제 형을 독살시킨 일과 그 일이 알려질가봐 마술지팽이를 휘둘러 자기를 돌로 굳어지게 한 일을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였습니다. (그러니 꿍꿍할미의 말이 틀리는 말이 아니였구나. 죽일 놈!) 마아의 눈에서 시퍼런 불꽃이 튕겼습니다. 마아의 머리에는 불쑥 마술족자를 빼앗을수 있는 뿔도깨비가 그려진 도포가 어디에 있는지 방울눈이 안다고 하던 꿍꿍할미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뿔도깨비가 그려진 도포가 어디에 있어?》 마아는 방울눈앞으로 바싹 다가가며 물었습니다. 《그 도포 말인가요. 그게 어디 있는지는 나밖에 모르지요. 두령님이 늘쌍 날더러 자기가 죽고 마술족자가 다른 사람의 손에 쥐여지면 뿔도깨비가 그려진 도포가 있는 곳을 마아도령님께 알려드리라고 했지요. 그 도포를 입으면 마술족자의 뿔도깨비들이 마아도령님을 따르게 된다더군요. 두령님의 말이 다른 사람은 그걸 입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더군요.》 방울눈은 마아의 얼굴을 흘끔 살피며 열심히 주어섬겼습니다. 《그게 어디에 있는가 말이야?》 마아는 방울눈의 말허리를 꺾으며 다시 물었습니다. 《돌궁전밑에 비밀굴이 있는데 바로 거기에 있지요. 내가 제꺽 가서 가져올테니 제발 그걸 입고 마술족자를 빼앗은 다음 날 마술에 걸었던 그 죽일 놈을 없애주시우. 속이 시원하게.》 방울눈은 가슴을 쾅쾅 두드려댔습니다. 《빨리 가서 그걸 가져와.》 마아는 방울눈을 몰아댔습니다. 방울눈은 더 말을 못하고 도포를 가지러 허둥지둥 자리를 떴습니다. 마아도 돌궁전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아와 방울눈이 하는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듣고있던 해남이도 숨어있던 나무뒤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마아의 뒤를 따랐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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