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9호에 실린 글
 

 

◇장편동화◇

 

 

(이 작품은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동화로 옮긴것입니다.)

 

(제 6 회)

그림 전학철, 량수일
 

11

 

꿍꿍할미는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은별선녀로 변신하여 바우를 감쪽같이 속여넘기고 무지개연적을 뺏은게 얼마나 깨고소한지 몰랐습니다.

꿍꿍할미는 무지개연적을 손에 들고 저혼자 좋아 헤벌쭉거렸습니다.

(흐흐흐, 이것으로 그림을 그리면 무엇이나 진짜로 변한단 말이지? 연적이 내 팔자를 고쳐줄지도 몰라.)

꿍꿍할미는 정말로 그렇게 되는지 한번 알아보고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그려볼가 하고 궁리하던 꿍꿍할미는 무지개연적에 붓을 푹 잠그었다가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뱀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세모진 눈깔에 독기를 잔뜩 품은 독사 한마리가 그려졌습니다.

《히히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사야, 어서 그림밖으로 나오렴.》

꿍꿍할미가 그림속의 뱀을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어서 나오라는데두.》

꿍꿍할미가 아무리 살틀한 목소리로 말해도 그림속의 독사는 밖으로 나올념을 안했습니다.

《엉?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감투끈이야?》

꿍꿍할미는 그림을 이리저리 쓸어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탁탁 쳐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꿍꿍할미는 그만 부아가 치밀어올라 빼빼마른 손가락으로 그림을 집어 훌 내던졌습니다. 그림은 머리우에 떠서 몇번 빙빙 돌더니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이젠 어떻게 한다?)

이리궁리 저리궁리하던 꿍꿍할미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까마귀로 변신하여 돌섬을 향해 급히 날았습니다.

한시바삐 두령에게 청룡산호랑이를 그린 소식을 알려주어 바우가 마을에 가닿기 전에 달미포마을에 쳐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났던것입니다.

(이 무지개연적을 두령에게 바치면 날 좀 생각해주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날아가던 꿍꿍할미의 머리엔 문득 마술족자때문에 가슴을 쥐여뜯으며 살아가는 마아도령이 생각났습니다.

마술족자는 원래 돌섬의 도적괴수였던 마아의 아버지가 가지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앓는다는 소리도 없이 갑자기 하루밤사이에 숨을 거두고 마술족자는 삼촌의 손에 쥐여지게 되였습니다.

그때부터 마아는 웃는 법을 통 몰랐습니다. 방에 꾹 박혀 바깥출입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자나깨나 오직 마술족자를 손에 넣을 궁리만 하고있었습니다.

마술족자가 곧 보물이였습니다.

 

12

 

도적괴수앞에 나타난 꿍꿍할미는 청룡산호랑이를 그렸다는 이야기는 겁이 나서 말하지 못하고 무지개연적부터 바쳤습니다.

도적괴수놈은 너무 기뻐 입이 터진 팥자루처럼 벌어졌습니다. 무지개연적에 정신이 팔려 마술지팽이는 감감 잊어버린 모양이였습니다.

속이 조마조마해있던 꿍꿍할미는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일은 자기가 생각한것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준 마술지팽이는 어떻게 했어?》

갑자기 도적괴수놈이 꿍꿍할미를 흘겨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소리에 꿍꿍할미는 가슴이 덜컹 했습니다.

《저…》

꿍꿍할미는 말을 못하고 끙끙 갑자르기만 했습니다.

도적괴수놈은 이상한 기미를 느꼈는지 벌떡 일어나 꿍꿍할미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았습니다.

꿍꿍할미는 흠칫 놀라 몸을 떨었습니다. 아무리 오그랑수를 써도 도적괴수놈을 속여넘기지 못할것 같았습니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그대로 다 말해버리는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꿍꿍할미는 이마에 질펀히 내돋은 땀을 훔치고나서 떠듬떠듬 마술지팽이를 잃어버리게 된 사연을 그대로 말하였습니다.

《흥, 마술지팽이를 불태워버렸다구? 귀신은 속여도 난 못 속여. 그걸 내놓지 않고 견딜상싶어? 어서 내놓지 못할테냐!》

도적괴수놈이 눈알을 부라리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제발 믿어주시우. 이건 죄다 사실이웨다.》

꿍꿍할미는 죽는 시늉을 하며 애걸복걸했습니다.

그럴수록 도적괴수놈은 더욱 부아가 치밀어올랐습니다.

《흥, 괘씸한 년 같으니!…》

성이 나서 펄펄 뛰던 도적괴수놈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마술족자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입에서 침방울을 튕기며 중얼댔습니다.

그러자 그림속에 있던 뿔도깨비들이 훌쩍훌쩍 뛰여내렸습니다.

《이년을 돌감방에 처넣어!》

도적괴수놈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뿔도깨비들이 덤벼들어 꿍꿍할미를 돌감방으로 끌어갔습니다.

뿔도깨비들한테 끌려가던 꿍꿍할미는 도적괴수놈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두령님, 날 죽여도 좋으니 한마디만 들어주시우.》

《필요없다. 어서 끌어가!》

도적괴수놈은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올라 소리쳤습니다.

《두령님, 제발 한마디만 들어주시우. 내 말을 듣지 않았다간 우리 돌섬이 다 망합니다요.》

그 말에 도적괴수놈은 눈을 번쩍 크게 떴습니다.

《뭐라구?》

도적괴수놈은 꿍꿍할미 가까이로 다가왔습니다.

《어서 말해.》

도적괴수놈이 재촉했습니다.

《두령님, 제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요. 그러나 죽더라도 두령님을 위해, 우리 돌섬을 위해 이 사실은 알려드리고 죽겠수다.

지금 달미포마을의 바우라는 녀석이 청룡산호랑이를 그렸습니다요. 아직 그 녀석이 마을에 채 가닿지 못했을테니 그전에 어서 달미포로 쳐들어가야 하우다. 무지개연적이 두령님의 손에 있으니 앞으로는 청룡산호랑이를 더는 그릴수 없을거웨다. 어서 빨리 손을 쓰시우. 이번 싸움만 이기면 되우다.》

《그걸 왜 인제야 말해?》

도적괴수놈이 펄쩍 뛰며 눈알을 부라렸습니다.

《언제 말할 틈을 줬수?》

꿍꿍할미가 볼부운 소리로 대꾸했습니다.

《좋다. 저년을 돌감방에 처넣어. 그리고 빨리 달미포로 갈 차비를 서두르라.》

《두령님! 이런 법이 어디 있수? 이건 너무하웨다. 너무해요!》

꿍꿍할미가 아무리 소리쳐도 도적괴수놈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13

 

돌섬괴수놈은 도적들을 끌고 달미포마을로 쳐들어갔습니다.

꿍꿍할미의 말대로 바우가 아직 오지 않았는지 청룡산호랑이는 보이지 않고 마을사람들만 창과 칼을 휘두르며 맞받아 달려나왔습니다.

도적괴수놈은 코웃음을 치고나서 마술족자를 펼쳤습니다.

그러자 마술족자에서 뿔도깨비들이 훌쩍훌쩍 뛰여나왔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도적놈들을 막아보려고 있는 힘껏 싸웠으나 도무지 당해낼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이때였습니다.

청룡산에 갔던 바우가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와 《좌상할아버지!》하고 소리쳐부르더니 그만 쓰러졌습니다.

사람들이 달려가 그를 안아일으켰습니다.

《좌상할아버지! 청… 청룡산호랑이를 그… 그려왔어요.》

《뭐? 청룡산호랑이를 그려왔다구?!》

좌상할아버지는 급히 바우가 내미는 그림두루마리를 받아 두르르 펼쳤습니다. 호랑이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젠 됐구나!》

좌상할아버지는 더 생각할 사이없이 품속에서 노을빛나는 오동나무잎을 꺼내 그림을 세번 쓸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림속에 있던 호랑이가 훌쩍 밖으로 뛰여나왔습니다.

《청룡산호랑이다!》

《청룡산호랑이가 나타났다!―》

마을사람들은 너무 기뻐 환성을 질렀습니다.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했습니다.

도적놈들은 그 소리에 놀라 기가 질렸습니다.

그림속에서 나온 호랑이는 앞발을 높이 쳐들었다가 땅이 꺼지도록 힘껏 내리치며 울부짖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였습니다.

도사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속에서 나온 청룡산호랑이는 따웅!― 하고 골안을 뒤흔드는 소리로 울부짖었는데 어찌된셈인지 바우가 그려온 그림속에서 나온 청룡산호랑이는 아웅!― 하고 고양이 울음소리같은 소리로 맥없이 울었습니다.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치던 도적괴수놈이 이상한듯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저건 청룡산호랑이가 아니라 큰 고양이가 아니야?) 하고 생각한 도적괴수놈은 졸개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무서워할게 없다. 저건 청룡산호랑이가 아니니 마음놓고 쳐들어가라!》

도적괴수놈의 말에 꽁무니를 빼던 뿔도깨비들과 도적들은 다시 돌따서 마을로 쳐들어갔습니다.

그림속에서 나온 호랑이는 뿔도깨비들과 도적들이 달려들자 무서워서 비실비실 뒤걸음을 치다가 그림속으로 훌쩍 들어가고말았습니다.

싸움에서 이기고 마을을 타고앉은 도적괴수놈은 거드름을 피우며 사람들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이젠 너희들의 청룡산호랑이도 우리 마술족자의 뿔도깨비들을 당해내지 못한다는것을 눈으로 똑똑히들 보았을테지. 더는 허튼 생각을 하지 말고 우리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것이 좋을게다.

한가위날 또 올테니 그때엔 내 요구를 고분고분 듣는것이 옳은 처사인줄로 알라.》

호통을 치고난 도적괴수놈은 숱한 재물을 빼앗아 배에 싣고 돌섬으로 가버렸습니다.

두번씩이나 재물을 털리운 마을사람들은 너무도 분해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가슴을 두드리며 어쩔줄 몰라하였습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좌상할아버지가 바우에게 물었습니다. 바우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네가 그린 그림을 어디 다시한번 보자.》

좌상할아버지는 바우가 그린 그림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림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좌상할아버지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습니다.

《네가 그려온 이 그림은 호랑이가 아니라 큰 고양이같구나.》

《네?!》

《도사할아버지가 그린 청룡산호랑이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었다. 그 호랑이의 두눈은 금시 불이 뿜겨져나오는듯 했고 쩍 벌린 입에는 창날같은 억센 이발이 날카롭게 박혀있었지. 발통도 이렇게 작지 않았구, 몸매도 얼마나 날파람이 있어보였는지 몰랐다. 그런데 이 호랑이는 얼룩얼룩한 줄이 건너간건 호랑이와 비슷해도 맹호다운 기상과 용맹을 어디서 찾아본단 말이냐.》

좌상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웅성거렸습니다.

《허참, 호랑이를 그려온다는것이 큰 고양이를 그려온셈이군.》

《정말 다시 보니 호랑이가 아니라 바우네 뒤집 얼룩고양이군.》

바우는 고개를 숙이고 차마 머리를 들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쏟친 물인즉 다시 주어담을수는 없는것이니 앞으로의 일이나 의논해보자. 바우야, 옥계담에 가서 가져온 무지개연적은 어떻게 했느냐?》

좌상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그건 은별선녀가 다시 돌려달라기에 주었습니다.》

바우는 무지개연적을 돌려주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무지개연적까지 돌려주었으니 이젠 어쩌면 좋단 말이냐?》

좌상할아버지의 얼굴엔 그늘이 짙게 드리웠습니다.

말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좌상할아버지는 무슨 궁리가 떠올랐는지 바우와 해남이를 데리고 병풍바위를 찾아갔습니다.

병풍바위앞에 서있는 오동나무앞에서 걸음을 멈춘 좌상할아버지는 비통한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장차 이 일을 어찌하면 좋소이까. 청룡산호랑이를 제대로 그려오지 못해 돌섬도적놈들한테 또다시 로략질을 당하였사온데 무지개연적마저 은별선녀가 찾아갔으니 이런때엔 어떻게 해야 하옵니까?》

그러자 오동나무에서 이런 말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욕망이 지나치면 어리석음을 낳기마련인즉 재주가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참답게 그리려는 마음과 지성 또한 부족했으니 일을 그르치게 되는것은 자명한 일이로다. 무지개연적은 지금 은별선녀에게 있는것이 아니라 돌섬도적괴수한테 있으니 그놈에게서 뺏아오는 길밖에 딴 도리가 없노라.》

《네? 무지개연적이 도적괴수놈에게 있단말이옵니까?》

너무도 뜻밖의 일이여서 세사람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쳐다보기만 하였습니다.

《무지개연적을 찾으려면 이제 곧 초대바위를 찾아 떠나도록 하라. 달미포마을에서 동쪽으로 아홉고개를 넘어가면 초대바위가 있은즉 그 바위를 그리고 또 그리면 그림속의 초대바위에 불이 켜질것이로다. 그 불빛을 받으면 붓이 노을빛을 뿜는 붓으로 변할것이니 그 붓을 가지고 돌섬으로 가도록 하라. 그 붓은 마술을 풀고 나쁜 마음을 가진 놈이 손을 대면 벌을 주는 신기한 붓이니 그 붓만 있으면 무지개연적은 반드시 찾게 될것이로다.》

오동나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듣고난 바우는 너무도 분해 불끈 쥔 주먹으로 옆에 있는 바위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손에선 피가 줄줄 흘러내렸으나 바우는 그것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아, 그 은별선녀가 변신술을 잘 쓴다는 마귀할미였구나.》

바우는 당장 달려가 그 마귀할미를 요정내여 분풀이를 하고싶었습니다.

《내 돌섬에 가서 무지개연적을 찾아오겠어요.》

바우는 곧장 떠나려고 서둘렀습니다.

좌상할아버지는 펄펄 뛰는 바우를 달래여 눅잦혀 앉혀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다른 생각을 말고 초대바위로 가도록 하거라.》

말을 마친 좌상할아버지는 해남이와 바우와 함께 오동나무앞에 서서 세번 절을 한다음 땅거미를 밟으며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14

 

돌섬에 붙잡혀온 을미는 성밖에 나가 샘물을 길어가지고 돌아오다가 돌감방 가까이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돌감방안에서 꿍꿍할미가 고아대는 소리가 들려왔던것입니다.

(저 할미가 왜 저 지랄일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자리를 뜨려던 을미는 얼른 성벽에 몸을 숨겼습니다.

저쪽에서 마아가 사방을 둘러보며 꿍꿍할미가 갇혀있는 돌감방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고있었습니다.

을미는 숨을 죽이고 그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내 말을 들어.》

마아가 돌감방안을 들여다보며 꿍꿍할미한테 말하였습니다.

《이 돌감방은 한번 갇히면 귀신이 되기 전엔 나오지 못하는 곳이야. 하지만 내가 빼내주겠어. 그대신 혼자만 알고있는 비밀을 내게 말해.》

《그래 정말 날 살려주겠소?》

꿍꿍할미가 물었습니다.

《살려주겠다니까. 난 약속은 어기지 않아. 자, 어서 말해.》

마아는 단단히 약속했습니다.

꿍꿍할미는 살창사이로 목을 길게 빼들고 주위를 한번 살펴보고나서 입을 열었습니다.

《마아도령님의 아버지가 갑자기 죽은데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우.…》

이렇게 말꼭지를 떼고나서 꿍꿍할미는 그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아의 할애비는 한뉘 마술족자와 마술지팽이를 휘둘러대며 도적질로 살아온 도적괴수였습니다.

그에게는 굉장히 많은 황금보물이 있었습니다.

마아 할애비는 죽기 전에 이 보물을 몽땅 맏이인 마아 애비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술족자까지 주었습니다.

그러나 작은아들인 마아 삼촌에게는 웬일인지 마술지팽이만 남겼습니다.

숱한 재물을 형한테 떼운 마아 삼촌은 부아가 치밀어올라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가슴에 독을 품고 어떻게 하면 형이 차지한 황금보물을 뺏을가 하고 늘 기회만 엿보고있었습니다.

그런데 황금보물가까이로는 좀처럼 다가갈수가 없었습니다.

마술족자안에 있는 뿔도깨비들이 늘쌍 보물과 함께 도적괴수를 지키고있었기때문이였습니다. 그리로 가까이 다가갈수 있는것은 오직 눈알이 퉁방울같이 툭 삐여져나와 방울눈이라는 별명이 붙은 졸개놈뿐이였습니다.

어느날 마아 삼촌은 방울눈을 으슥한 제 방에 불러들였습니다.

마아 삼촌은 방울눈을 보고 장생불로주라고 하며 술 한병을 꺼내놓고는 그걸 형한테 가져다주라고 하였습니다.

방울눈은 아무 생각없이 그가 시키는대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장생불로주를 목구멍으로 넘기기 바쁘게 형은 배를 그러안고 쓰러졌습니다. 온몸에 독이 퍼졌던것입니다. 그는 순간에 황천객이 되였습니다.

때를 기다리고있던 마아 삼촌은 방에 뛰여들어 마술족자를 제 손에 거머쥐였습니다.

《으흐흐, 이제야 소원이 풀렸구나, 풀렸어! 이제부터 이 돌섬의 보물은 다 내것이야, 내것!》

마아 삼촌은 미친듯이 웃어댔습니다.

그제서야 방울눈은 마아 삼촌이 마술족자를 뺏기 위해 제 형을 독살했다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한동안 선자리에서 우둘우둘 떨던 방울눈은 문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습니다.

《두, 두령이 죽었소! 동, 동생이 독…》

방울눈은 뒤말을 이을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사이에 마술지팽이가 그의 몸에 와닿았던것입니다.

방울눈은 그만 그 자리에 돌로 굳어져버리고말았습니다.

마아 삼촌은 돌로 변한 방울눈을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습니다.

《흥, 그림속의 종이 울리기 전에는 돌사람신세에서 절대로 풀려나지 못할걸.》

그리고나서 훌쩍 자리를 떴습니다.

꿍꿍할미가 들려주는 말을 듣고난 마아는 이발을 으드득 갈았습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꿍꿍할미를 가까이로 오라고 손짓하였습니다.

《그 마술족자를 빼앗을 무슨 방법이 없나? 그게 있어야 내가 보물을 타고앉을게 아니야.》

마아의 말에 꿍꿍할미는 주위를 흘끔 살피고나서 말하였습니다.

《방법이 왜 없겠소. 그 마술족자를 손에 넣자면 마아도령의 아버지가 입군 하던 뿔도깨비가 그려진 도포가 있어야 한다우.》

《그게 어디 있어?》

마아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습니다.

《그건 방울눈이 알고있다우.》

《방울눈이야 돌로 변한지 오랜데 어떻게 그걸 알아낸단 말이야.》

마아는 맥빠진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거야 마술을 풀면 될게 아니우.》

꿍꿍할미가 큰 수나 대주듯이 말했습니다.

마아는 눈을 껌벅거리며 생각을 굴리다가 무슨 수가 떠올랐는지 훌쩍 그 자리를 떴습니다.

《아, 아니, 날 내놔주겠다고 하더니 어딜 가는거야?》

꿍꿍할미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마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대로 가버렸습니다.

꿍꿍할미는 그제서야 자기가 속히웠다는것을 깨닫고 살창밖으로 침을 퉤! 하고 내뱉았습니다.

《이 생벼락을 맞을 놈. 네놈이 날 속이고 그래 무사할것 같으냐! 제 명을 못살고 뒈질줄 알아라!》

꿍꿍할미는 발을 굴러대며 제 혼자 불그락푸르락했습니다.

몰래 숨어서 엿듣던 을미는 금방 꿍꿍할미가 말한 돌사람으로 변한 방울눈이며 그림속의 종이 울리기 전에는 돌사람신세에서 풀려나지 못한다는 말이며 뿔도깨비가 그려진 도포에 대한 말을 곰곰히 새기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15

 

좌상할아버지는 다음날 초대바위를 찾아 해남이와 바우를 떠나보내였습니다.

그들이 마을 뒤산에 올라 동쪽으로 아홉고개를 넘어서니 초대바위가 나타났습니다.

초대바위는 말그대로 신통히 초대를 세워놓은것 같았습니다.

《이 초대바위를 그린 그림에서 불이 켜지면 노을빛을 뿜는 붓으로 변한단 말이지?》

바우가 해남이를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응, 어서 그리자.》

해남이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자리를 잡고 앉아 종이우에 초대바위를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바우도 뒤질세라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아 초대바위를 그리는데 정신을 쏟았습니다.

그림을 다 그린 바우는 불이 켜질가 해서 그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불빛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맥이 풀려 손에서 붓을 놓고 초대바위를 멍하니 바라보던 바우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디로 가려고 그러니?》

해남이가 물었습니다.

《도적놈들이 있는 돌섬에 가겠어.》

《뭐라구? 그건 안돼.》

해남이는 바우의 앞을 막아섰습니다.

《왜 안된다는거야?》

바우가 고집을 부렸습니다.

《노을빛을 뿜는 붓을 가지고 가야 해.》

《그림속의 초대바위에 언제 불이 켜질줄 알구 기다리겠니. 난 더는 못 참겠어.》

바우는 가만히 앉아서 초대바위를 그리자니 속에서 불이 일어 자신을 다잡을수가 없었습니다.

바우는 해남이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씽하니 산밑으로 내려갔습니다.

해남이가 안타깝게 소리쳐불렀지만 바우의 모습은 벌써 저멀리 숲속으로 사라지고말았습니다.

 

16

 

해남이는 낮에도 밤에도 초대바위옆을 떠나지 않고 부지런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얼마나 그림을 많이 그렸는지 한장, 두장 쌓아놓은것이 어느덧 해남이의 키를 넘었습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초대바위를 꼭같이 그릴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림속의 초대바위에는 불이 켜질줄 몰랐습니다.

어느날이였습니다.

해남이는 손에서 붓을 놓고 초대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습니다. 머리속에 별의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야,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도 왜 불이 켜지지 않을가? 노을빛을 뿜는 붓이고 뭐고 나도 그냥 돌섬으로 가고말가.…)

이런 생각을 하던 해남이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노을빛을 뿜는 신기한 붓이 없이 빈손으로 돌섬에 가서는 무지개연적을 찾아올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입니다.

(그림속의 초대바위에 불이 켜지지 않는건 아직도 내 그림재주가 변변치 못해 그럴거야. 힘들어도 그림재주를 더 닦자. 내가 주저앉으면 고향마을은 어떻게 지킨담.)

해남이는 다시 손에 붓을 틀어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해남이가 종이우에 그림을 다 그렸을 때였습니다.

별안간 그림속의 초대바위에서 눈부신 빛이 펑끗 일었습니다.

그림속을 들여다보던 해남이는 저도모르게 야! 하고 환성을 올렸습니다.

그림속의 초대바위우에 그처럼 애타게 기다리던 불이 환히 켜져있었습니다.

손에 들고있던 붓을 내려다보던 해남이는 또 환성을 올렸습니다.

어느새 붓이 초대바위의 불빛을 받아 노을빛을 뿜고있었던것입니다.

《야! 붓이 노을빛을 뿜는구나!》

해남이의 마음은 하늘을 날것만 같이 기뻤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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