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8호에 실린 글

 

□과학환상소설□

 

                                                                                                       

                      리 금 철                     

 

참, 진심이라고 부르는 저 누나는 별난 누나입니다.

역전에 마중나온 우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지 얼마 안되였는데 언성을 높이니 말입니다.

저 누나로 말하면 몇달전 송도원에 있는 야영소에서 우리 누나랑 야영생활을 같이하면서 얼마나 친한 사이가 되였는지 모른답니다.

그래서 방학을 맞으며 내려온다는 전보를 받은 우리 집에서는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역사앞 공원의자에 앉은 두 누나가 무슨 얘길 하나 하여 살금살금 다가가 귀를 강구었습니다.

《…정말 섭섭하구나. 순희동무, 동문 어쩌면 그리도 나약할수 있니. 글쎄 최첨단과학의 요새를 점령한다는것이 어찌 말처럼 쉬울수 있니. 하지만 우린 그 어떤 시련과 난관도 억세게 극복할줄 알아야 된다고 봐. 그래야 앞으로 훌륭한 과학자로 될수 있지 않니.…》

진심누나의 말에 우리 누나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머리만 다소곳이 숙이고있습니다. 마치 선생님에게 책망을 받을 때처럼 말입니다.

나는 그제서야 진심누나가 왜 저렇게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얘길 하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우리 누나가 무슨 새로운 미생물을 연구하여 도입해보다가 잘되지 않아 줴버린것때문이였습니다.

(쳇, 누난 왜 가만있는거야, 짭짤하게 쏴주지 않고…)

사실 우리 누나가 새로운 미생물을 연구하여 도입해보느라고 얼마나 애썼는지 압니까. 기껏 애를 쓰다가 주저앉았는데 저 누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전에 누나에게 온 편지에도 무슨 훈시질을 했는지 누나의 얼굴이 그닥 밝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반갑게 만나자부터 저러니…

기분이 몹시 잡쳐진 나는 진심누나앞을 씽하니 지나서 집으로 돌아오고말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기분에는 상관없이 누나넨 다시 다정한 동무가 되여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진심누나가 와서부터 우리 누나는 아예 딴사람이 되고말았습니다.

누나의 방에서 때없이 울려나오던 피아노의 경쾌한 선률대신 종이장을 번지는 소리만이 무겁게 울려왔습니다. 또한 방학이 시작되여 매일이다싶이 다니던 유희장과 극장들과는 아예 담을 쌓고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방안에 진심누나와 함께 꾹 박혀서 뭔가 계산하기도 하고 서로 목청을 돋구어가며 론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때에는 둘 다 실험실에 나갔다가 아예 밤을 패는지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함박꽃처럼 활짝 피여나 예쁘고 곱기만 하던 누나의 얼굴이 며칠사이에 까칠해졌습니다.

(모두 그 누나때문이야.…)

누나의 보동보동하던 고운 두볼은 점점 꺼져들어갔고 대신 진심누나에 대한 나의 고까운 생각은 점점 부풀어오르기만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누나는 나를 만나기만 하면 반갑다고 생글거리군 하였습니다.

《순남아, 공부를 잘해야 한다. 자만하지 말구.》

쳇, 최우등생, 모범학생으로 학교와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한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훈시를 하다니요.…

오늘도 나는 생물과외복습시간에 젖소의 위안에서 일어나는 미생물들의 독특한 생화학적작용을 멋지게 설명하여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거던요.

젖소가 뜯어먹은 풀은 위안에서 자라는 수십억개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여 맛있는 우유로 된다는것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속에 나처럼 아는 애가 몇이나 되겠다구요.

나는 이것을 누나한테서 배웠습니다.

우리 누나는 참 좋은 누나입니다.

나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을 아끼지도 주저하지도 않거던요.

어떤 때에는 나의 학습을 도와주느라고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하고 또 자기가 애써 만든 《젖소사양전자조종기구》도 내 손에 선뜻 맡기기도 한답니다.

그런 다정한 누나를 나는 요즘 며칠째 보지도 못하였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누나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나는 슬그머니 학교실험목장으로 나갔습니다.

실험목장에 들어서니 건물안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있습니다. 이전에 누나가 무엇을 만든다고 하면서 분주탕을 피우던 건물이랍니다.

불밝은 창문으로 둥그런 통들과 구불구불한 관들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이전에 누나가 만들던 기계들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건물안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무엇인가가 애처롭게 낑낑거리는 소리였습니다. 그와 함께 달그락거리는 쇠붙이소리도 함께 들려왔습니다.

우뚝 걸음을 멈춘 나는 창문에로 발벼발벼 다가가 발꿈치를 들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저게 웬일입니까.

글쎄 커다란 젖소 한마리가 쇠틀에 네다리를 묶이운채 버둥거리고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젖소의 대가리에는 핀세트같은것들이 가득 꽂혀있습니다. 그 젖소는 누나가 맡아 애지중지하는 얼룩이였습니다.

작업복을 걸친 웬 처녀애가 버둥거리는 얼룩이앞에 서서 별나게 생긴 기구의 손잡이를 움직거리고있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래져 자세히 살펴보니 그 처녀애는 바로 진심누나였습니다.

진심누나가 손잡이를 움직거릴 때마다 얼룩이는 입을 벌리였다다물었다하고있습니다.

(저 얼룩이를 어쩌자는거야?)

대가리에 꽂혀있는 《핀세트》가 뇌에 무슨 작용을 하는지 얼룩이는 울음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커다란 몸뚱이만 괴롭게 꿈틀거리고있습니다.

진심누나가 또다시 기구의 손잡이를 움직이자 쩍 벌린 얼룩이의 입안으로 송충이처럼 생긴 벌레가 마구 기여들어갑니다.

《앗!》

질겁해서 창문에서 물러난 나는 누나의 실험실로 마구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누나는 없었습니다. 이거 정말 야단났습니다. 저러다가는 얼룩이가 아예 죽고말겠는데 말입니다.

(아, 그렇지!)

나는 누나의 책상서랍을 벌컥 당기였습니다.

(있구나!)

나는 누나의 《젖소사양전자조종기구》를 덥석 잡아쥐고 다시 실험실로 달려갔습니다.

《얼룩이를 당장 풀어놔요!》

나는 새되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무슨 장면인가 비쳐진 립체텔레비죤과 얼룩이사이를 맴돌던 진심누나는 흠칫 놀라는것이였습니다.

그러더니 나를 알아보고는 방실 웃음을 짓는것이였습니다.

《오! 너 순남이로구나. 그런데 무슨 일이니?》

《저 얼룩이를 풀어놔요. 우리 누나한테 다 대주겠어요.》

《호호… 요거, 순남이가 보통이 아니구나.》

생글거리는 그 누나를 보니 나는 약이 더 북받쳐올랐습니다. 자기보다 한참이나 낮은반아이라고 나를 얕잡고 놀리는것만 같았거던요.

나는 입술을 옥물고 얼룩이한테로 다가갔습니다.

《순남아, 가만있거라.》

진심누나는 천천히 벽시계를 보더니 손에 쥔 기구의 단추를 살짝 눌렀습니다.

그러자 얼마 안있어 얼룩이의 입에서는 벌레가 엉금엉금 기여나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벌레처럼 생긴 로보트였습니다.

아니, 로보트가 젖소의 배안에 들어가선 뭘한다는것일가요.

진심누나한테서 풀려나온 얼룩이는 어찌나 혼이 났는지 네다리를 휘청거립니다.

얼룩이가 정말 가엾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진심누나는 얼룩이를 내놓아줄 생각은 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또 하고있었습니다.

슬그머니 밖으로 나온 나는 주머니에 넣고온 누나의 《젖소사양전자조종기구》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미 익혀온바 있는대로 단추를 눌러 얼룩이의 생물전기주파수에 맞추었습니다.

기구에서 날아간 생물전자기파가 얼룩이를 자극했는지 실험실안에서는 영각소리가 길게 울려나왔습니다. 그러더니 잠시후에는 열려진 문으로 얼룩이가 성큼성큼 걸어나왔습니다.

《어마나! 얼룩아, 서라! 섯!》

뒤따라 진심누나가 새된 고함소리를 지르며 달려나왔습니다.

나는 얼른 나무뒤로 몸을 숨기였습니다.

진심누나가 얼룩이한테로 뛰여가자 나는 전자기구의 조종단추를 한번 더 눌렀습니다. 그러자 얼룩이는 껑충껑충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리고말았습니다.

진심누나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얼룩이가 사라진 어둠속만을 바라보고있었습니다. 나무뒤에 숨어서 그 모양을 깨고소하게 지켜보던 나는 살며시 자리를 떴습니다.

목장에서 멀리 떨어진 등판에 와서야 나는 전자조종기구로 다시 얼룩이를 불렀습니다.

얼룩이는 나를 보자 반갑다는듯 고개까지 휘-휘- 저어댔습니다.

나는 얼룩이를 쓸어만졌습니다.

《그 누나때문에 혼났지.》

이젠 얼룩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가요.

젖소우리에 넣어두면 진심누나가 나없는 사이에 또 얼룩이를 끌어내서 못살게 굴것입니다.

(그렇지. 솔골에다 놓아두어야겠어.)

솔골은 목장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이므로 얼룩이가 진심누나의 눈에 띄우지 않을것입니다.

누나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기뻐할가요.

난생 처음 누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자랑으로 하여 마음이 들뜬 나는 다음날 누나의 실험실을 찾아갔습니다. 누나의 칭찬을 받고싶었거던요.

그런데 누나의 실험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나를 기다리며 책상앞에 마주앉은 나는 부피두툼한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새로운 미생물생합성에 관한 연구 - 김순희》

이 책은 반년전에 누나가 쓴 책입니다.

거기에는 미생물인 섬유소분해균은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내보낸다는것, 그 효소가 섬유소를 분해하면 포도당이 생긴다는것, 그리고 또 무엇이 어떻다는것 하는 식의 복잡한 내용과 알수 없는 수식, 도표따위가 가득 적혀있었습니다.

《아이참, 네가 여기 있는걸 집에까지 찾아갔댔구나.》

언제 방에 들어섰는지 누나가 다가왔습니다.

《누나, 어제 밤엔 어델 갔댔나?》

《응, 읍에 있는 미생물연구소에 갔댔어.》

요즘 누나의 입에서는 자주 미생물이라는 말이 나오군 합니다. 커다란 젖소를 맡아안고 키우는 누나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을 기를수는 없겠는데 말입니다.

《순남아, 너 <젖소사양전자조종기구>를 가져가지 않았니? 얼룩이가 없어져서 그래.》

울상이 되여있는 누나를 보자 나는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하하하. 누나, 걱정말아. 그걸 내가 건사했어.》

나는 누나한테 어제 밤의 일을 자랑하며 어깨까지 으쓱거렸습니다.

《뭐라구?!》

누나의 얼굴은 갑자기 이그러졌습니다.

《순남아, 네가 무슨 일을 저질러놓았니?》

《뭐, 내가?!》

나는 그만 얼떠름해지고말았습니다.

누나의 얼굴에 저렇듯 노기가 어린것을 나는 처음 보았으니까요.

《그 얼룩이는 누나가 특별히 관찰하여 실험하는 젖소야. 그런데 너때문에 중요한 실험관찰을 못했단 말이야.》

누나는 성이 나서 발까지 굴러댔습니다.

《말해봐. 누가 널보고 얼룩이를 솔골에다 몰래 끌어다 놓으라던? 응?》

나는 억울해서 그만 울음이 북받쳐올랐습니다.

《누난… 내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입술을 실룩거리던 나는 획 돌아서서 바깥으로 뛰쳐나오고말았습니다.

《순남아!》

안타까움에 젖은 누나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울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무턱대고 달리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찔- 미끄러져 어푸러지고말았습니다.

무르팍이 얼얼해났습니다. 정말 분합니다. 내 심정을 알아주지 않는 누나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기분이 울적해진 나는 초원의 드넓은 풀판에 벌렁 누워버리고말았습니다.…

《이 녀석! 어째서 집에는 안 가고 이 풀밭에 누워있느냐.》

울적해서 생각에만 옴해있던 나는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벌떡 일어나 보니 아버지가 엄엄한 표정을 짓고 서있는것이였습니다.

《제 누나한테서 욕을 좀 먹었기로서니 그렇게 찌뿌둥해서야 되겠냐?》

《…》

《순남아, 네 누나는 그전에 연구하다 못한것을 진심누나의 도움을 받아 이젠 거의 완성하게 되였단다. 그런데 넌 누날 돕지는 못하고 방해만 놓았으니…》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쳐들었습니다.

(아, 진심누나는 그런 누나였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나는 벌떡 자리에서 뛰쳐일어나 학교실험실쪽으로 달음박질쳤습니다.

《얘! 순남아, 너 어델 가느냐.》

《누나한테 가요!》

《원, 녀석두…》

껄껄거리는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누나의 실험실은 또 비여있습니다.

(어델 갔을가?)

혹시 실험동물사에 가있을수 있을겁니다.

이전에도 누나는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연구한다고 지금처럼 바빴댔으니까요.

내가 누나의 실험실을 나서려는데 문득 텔레비죤전화기의 신호소리가 울리였습니다.

그것은 텔레비죤전화기의 호출신호입니다.

내가 다가가 수신단추를 살짝 누르니 화면에 낯모를 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얘야, 그곳이 수양산목장이지?》

《예.》

《여긴 미생물연구소란다. 김순희라고 해남중학교 생물소조원이 그곳에 있지?》

《예, 바로 제 누나예요.》

《오, 그래. 난 여기 연구소 소장이란다. 너의 누나가 새롭게 착상한 미생물을 다 만들었으니 빨리 가져가라고 알려주어라.》

《우리 누나가 새롭게 착상한 미생물이 대단한거나요?》

《허허 녀석두. 그래, 대단하지. 정말 너의 누나는 큰일을 했단다. 우린 네 누나가 착상한대로 인공적인 갑작변이로 새로운 미생물그루를 만들어냈단다. 이번에 새롭게 만든 섬유소분해균은 활성이 매우 세서 섬유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본래보다 250배나 더 세단다.》

《네?! 본래것보다 250배나 더 세요?》

소장아저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미생물연구소에서 새로운 미생물까지 만드는것을 보니 누나가 하는 일이 정말이지 보통이 아닌것 같습니다.

나는 이 기쁜 소식을 한시바삐 누나한테 알리려고 학교실험실로 달려갔습니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나들문손잡이를 쥐려는데 문득 누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미생물연구소에서 이젠 다 만들었을가?》

《그래, 인차 소식이 올거야.》

《진심아, 아무래도 시험준비를 마저 끝내고 내가 미생물연구소에 갔다와야 할것 같애.》

《그때면 밤이 퍽 깊겠는데…》

두런거리는 말소리를 듣고 나는 몸을 돌렸습니다.

(누나가 일을 끝내고 한밤중에 읍에까지 갔다오려면 무척 피곤하겠는데…

미생물연구소에 내가 갔다오면 어떨가.)

여기서 연구소까지는 멀지만 소형쾌속전동차를 타면 나도 갔다올수가 있을겁니다.

집으로 달려간 나는 그 누가 볼세라 소형쾌속전동차를 타고 나와 읍으로 달렸습니다.

혹시 이것도 누나한테서 꾸지람을 듣는 일이 아닐가요.

그러나 이 속생각은 공연한것이라는듯 미생물연구소 소장아저씨는 한참이나 나를 칭찬했습니다.

《네가 정말 기특하구나. 용타! 지금이야말로 한시간이 새로운 때가 아니냐. 정말 용하구나.》

소장아저씨가 내여주는 자그마한 통들을 싣고 학교로 돌아오는 나의 마음은 날개라도 돋힌듯 한 기분이였습니다. 이번엔 정말로 누나를 위해 나도 무엇인가를 했으니까요.

그런데도 누나는 칭찬은커녕 깜짝 놀라더니 또다시 나에게 성을 내는것이였습니다.

《너 정말 계속 속을 태우겠니? 네가 없어져서 방금 집에서 전화까지 왔댔어. 못난이처럼 어델 그렇게 싸다녀, 응? 말도 없이 쾌속전동차를 타고 어델 돌아치나 말이야.》

나는 시무룩해서 가지고 온 미생물통들을 누나앞에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누나는 더 성을 내였습니다.

《누가 널보고 이걸 가져오라던, 응?》

나는 그만 설음이 솟구쳐올랐습니다.

《누난 내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사실 나도 누나의 연구사업을 돕자고…》

《뭐, 날 돕자고?!》

눈이 동그래졌던 누나는 갑자기 나를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순남아, 이 누날 도우려는 네 마음은 정말 용타. 그렇지만 밤중에 벼랑길에서 쾌속전동차를 몰고 다니다 사고를 치면 어쩔려구, 응?》

울먹이는 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그만 눈굽이 찡해졌습니다.

그러자 곁에 섰던 진심누나가 누나의 어깨를 다정히 잡았습니다.

《순희, 이젠 그만해. 아무 사고도 나지 않았는데… 야! 이제 보니 우리 순남이가 제법이다 얘. 며칠새에 퍽 어른스러워졌어, 응? 호호호.》

진심누나가 나의 잔등을 두드리며 호호거리자 나는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것을 어쩔수 없었습니다.

《누나, 날 용서해요. 누나의 속깊은 그 마음도 모르고…》

《됐다됐어. 자, 그럼 순남이가 미생물까지 마침 가져왔으니 오늘 밤에 아예 시험까지 해보는것이 어떻니?》

《응, 그게 좋겠어.》

이어 누나가 조종판의 단추를 살짝 눌렀습니다.

그러자 운반로보트들이 이미 뜯어다 놓은듯 한 풀더미들을 기계안으로 쓸어넣기 시작하였습니다.

진심누나는 나를 옆자리에 앉히였습니다.

《순남아, 이제 저 풀더미들이 어떻게 되나 자세히 봐.》

진심누나는 이렇게 다정히 속삭이고는 조종판의 다른 단추를 눌렀습니다.

그러자 커다란 통안으로 자그마한 로보트들이 기여들어갑니다. 어제 얼룩이의 입안으로 기여들어가던 그 로보트들입니다.

《저 로보트들에는 자동현미촬영기가 설치 되여있단다. 이제 저 로보트들이 보내오는 영상이 콤퓨터화면에 나타나게 된단다.》

정말 진심누나의 말대로 커다란 액정콤퓨터의 화면에 불그스레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화면에는 우둘투둘하고 좁쌀알만큼한것들이 득실거리는 모양이 비쳐지고있었습니다.

《저건 젖소의 위를 모방하여 만든 분해탕크의 내부구조란다. 그리고 욱실거리는것들은 네가 가져온 섬유소분해균들을 크게 확대한것이야.》

화면에는 관을 따라 풀색이 도는 걸쭉한 액체가 분해탕크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누나, 저건 뭐나?》

내가 이렇게 묻자 옆에 서있던 누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것은 바로 방금전에 기계안으로 들어간 그 풀더미들이 미분쇄된것이란다. 다시말하면 섬유소액이야. 이제 저 섬유소액이 미생물들에 의하여 분해되거던.》

정말 섬유소액이 미생물이 내보내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지 색갈이 점점 흰색으로 변합니다.

눈섭 하나 까딱않고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누나에게로 슬며시 고개를 돌렸습니다.

《누나, 저건 꼭 우유같애.》

그러자 누나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우고 가볍게 웃었습니다.

《호호… 순남아, 저건 젖소한테서 짜는 우유보다 더 맛좋고 영양가 높은 우유란다.》

《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런 희한한 일도 다 있다니요.

풀을 뜯어 넣으면 우유가 나오는 기계, 정말이지 이것은 꼭 꿈을 꾸는것만 같았습니다.

진심누나와 우리 누나는 계속 화면만을 주시하고있습니다.

《순희, 분해된 용액을 이젠 2호탕크로 넘겨야겠어.》

《응, 그러자.》

누나는 조종판의 다른 단추를 눌렀습니다.

그러자 화면을 가득 채웠던 흰색용액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흐릅니다. 걸쭉한 흰색용액은 다음탕크안에서는 물처럼 투명한 액체로 변합니다.

《저건 섬유소액이 분해되여 포도당으로 변하는 과정이란다.》

옆에 앉아있는 진심누나가 나에게 귀띔해주는 말이였습니다.

또 다음공정은 그 투명한 액체를 변화시켜 덩어리결정체로 만드는것이였습니다.

《당분함유량을 검사해봐야겠어.》

진심누나의 이 말에 누나는 조종판의 계기들을 유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계기의 바늘들이 파들파들 떨며 점점 우로 움직입니다. 그러자 누나의 얼굴에는 웃음이 확 피여올랐습니다.

진심누나도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습니다.

《진심아, 성공이야, 성공!》

《야! 정말?!…》

진심누나는 벌써 곽에 포장되여 나오는것의 하나를 터쳐들고 코앞에 가져다댔습니다. 향긋한 냄새가 온 방안에 물씬 풍겼습니다.

그때까지도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것이 꿈만 같았기때문이였습니다.

두 누나는 한참이나 웃고 떠들다가 그 곽을 내앞으로 가져왔습니다.

《순남아, 봐라. 이것은 바로 네 누나가 연구해서 만든 젖사탕이란다.》

《뭐?! 젖사탕?》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믿을수가 없습니다. 풀로 달콤하고 향기로운 젖사탕까지 만들다니요. 우유를 만든것만 해도 놀라운데…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기계에서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것은 젖사탕입니다.

《당분 함유량이 10배는 넘어.》

누나가 무슨 계기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였습니다.

《그래?! 정말 이것은 멋진 성공이야.》

진심누나는 너무 기뻐 목갈린 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서 쏟아져 내리는 젖사탕포장곽과 누나 그리고 진심누나만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풀로 어떻게 사탕을 만드나?》

진심누나는 나를 보며 방긋 웃었습니다.

《호호… 순남이의 호기심이 보통이 아니구나. 순남아, 너도 학교에서 배웠지. 풀과 나무는 섬유소로 되여있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 섬유소를 더 쪼개보면 구조가 포도당으로 나란히 이루어져있단다. 바로 미생물의 한 종류인 섬유소분해균은 이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내보내여 포도당으로 만든단다. 바로 이런 미생물의 생합성이 젖소의 위안에서 진행되고있단다. 이 원리를 인공적으로 실현한것이 바로 너의 누나가 연구한 미생물에 의한 생합성연구방법이란다.》

나는 이것이 정말 꿈이 아닌가 하여 슬그머니 귀바퀴까지 비틀어보았습니다.

진심누나는 앞으로 이 원리대로 미생물의 생합성을 리용하여 풀과 나무에서 사탕뿐아니라 고기와 기름, 보약 등 갖가지 귀중한것들을 얻어내게 된다는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얼마나 멋있습니까.

바로 이 멋진것을 우리 누나가 연구했다니 얼마나 멋있습니까.

《누나! 정말 축하해.》

나는 누나의 손목을 잡고 껑충껑충 뛰였습니다.

그러자 누나는 도리여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것이였습니다.

《순남아, 축하는 내가 아니라 이 진심누나가 받아야 한단다.》

《아니, 얜 무슨…》

진심누나가 얼굴이 새빨개지며 누나의 팔소매를 그러당겼습니다.

《맞아요, 맞아요. 진심누나, 우리 누나의 말이 맞아요.》

나는 저도 모르게 웨치다싶이 소리쳤습니다.

정말이지 진심누나가 아니였더라면 우리 누나의 오늘과 같은 성공을 어떻게 상상이나 할수 있겠습니까.

나는 저도 모르게 진심누나에게 다가갔습니다.

《누나, 정말 고마와요. 나도 앞으로 누나가 말한대로 그저 시간만 있으면 놀기만 할것이 아니라 학습에서 높은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해나가는 굳센 의지력을 키우겠어요. 정말이예요.》

《호호, 우리 순남이의 결심이 참 좋은걸. 그래 우리모두 온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할 내 나라의 래일을 위해 공부도 연구사업도 더 잘해나가자, 알았지.》

《네, 알았어요.》

나는 힘있게 대답했습니다. 누나도 굳은 결심이 어린 얼굴로 진심누나의 두손을 꼭 잡았습니다.

창밖이 푸름푸름 밝아옵니다.

어둠속에 잠겨있던 목장의 푸른 초원이 희부옇게 드러납니다.

이제는 정말 이 목장에 젖소들이 필요없게 되였습니다.

젖소대신 로보트들이 이제는 초원을 타고앉아 우유와 젖사탕 같은 갖가지 식료품들을 꽝꽝 생산해낼것입니다.

그때면 사람들은 그 젖소들한테서 우유를 얻어내던 오늘을 옛이야기로 주고받을것입니다.

새날이 완전히 밝아왔습니다.

청신한 새벽대기를 가볍게 울리며 우편물을 나르는 로보트들이 마을앞을 지나갑니다.

이제 저녁신문에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새 소식이 실릴것입니다.

《특보!

년산 1만톤의 우유를 생산하던 수양산목장에서 젖소들이 이젠 필요없게 되였다.

이제부터는 젖소들대신 로보트들이 푸른 초원의 <새 주인>으로 되여 우유생산을 하게 될것이다…》

참말 이 얼마나 희한한 일입니까.

이제 한두해만 있으면 이보다 더 놀라운 소식이 신문에 실릴것입니다.

바로 나의 연구성과가 실린 소식을 말입니다.

그때까지 모두 기다려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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