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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8호에 실린 글
□실화□
길 향 미 그림 김 광 진
해빛이 유난히도 쨋쨋한 7월의 어느날이였습니다. 아담하게 꾸려진 련못공원에서 많은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동하여 그리로 다가갔더니 그는 이미 우리와 면목이 있는 서성구역에 살고있는 전쟁로병 장기봉할아버지였습니다.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의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11살 애어린 나이에 구월산인민유격대를 도와 미제침략자들과 그 앞잡이놈들을 반대하여 용감하게 싸운 전쟁로병할아버지. 우리들도 전쟁로병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싶어 아이들틈에 슬며시 끼여앉았습니다. 장기봉할아버지는 그때 가슴속에서 퍼그나 오래되고 색날은 공화국기발을 꺼내여 아이들앞에 펼쳐들고있었습니다. 《얘들아, 이 공화국기발은 내가 지금껏 거의 60년동안 마음속깊이 가장 소중히 안고 살아온 기발이란다.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하는 모든 이야기가 어쩌면 이 한폭의 기발에 다 담겨져있다고도 말할수 있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천천히 계속되였습니다.… 우리 조국이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의 준엄한 시련을 겪던 주체39(1950)년 어느날이였습니다. 기봉이는 서둘러 아침밥을 챙겨먹고 하우개고개감시초소로 향했습니다. 당시 구월산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대원수님께서 제시하신 적후투쟁방침에 따라 도안의 여러곳에서 찾아온 수많은 당원들과 애국적인민들, 황해도지역 서해안에 있던 조선인민군의 일부 구분대들로써 조직된 적후투쟁근거지가 꾸려져있었습니다. 기봉이가 있던 정곡사지구는 그중의 한 방어구역이였습니다. 여기에는 기본전투부대에 참가할수 없는 부상자들과 늙은이들, 녀인들, 아이들 등 수백여명이 안골과 막태골, 백골 골안의 림시반토굴집들에 분산되여있었습니다. 소년단지도원 원형기선생님의 지도밑에 조직된 정곡사지구 구월산소년중대의 임무는 이 방어구역내 인민들의 생명안전을 보호하며 인민유격대의 투쟁을 적극 돕는것이였습니다. 그들은 방어구역 경계선에 있는 4개의 적정감시초소근무를 맡고있었습니다. 기봉이도 그 한 성원이였습니다. 기봉이가 하우개고개초소에 도착하니 벌써 그와 한조인 오덕환동무가 나와있었습니다. 그 애는 마음이 용하고 말주변이 없어 좀해서는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동무였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전에없이 흥분에 떠서 싱글벙글하고있었습니다. 몹시 기분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였습니다. 《너 오늘 별스레 붕 떴구나. 웬일이냐?》 궁금해하는 기봉이의 물음에 그는 입귀가 벌어지도록 벙긋 웃었습니다. 《오, 그럴만한 일이 있어. 너두 잘 알지. 우리 집에 인민군대랑 인민유격대아저씨들이 자주 찾아오는걸.》 기봉이는 덕환이가 무엇때문에 그것을 상기시키는지 몰라 건성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덕환이네 집은 백골 첫어구에 자리잡고있어 그의 말대로 인민군대랑 인민유격대아저씨들이 적후로 나가거나 들어올 때면 종종 들려 밥을 지어먹거나 도중휴식을 하군 했던것입니다. 더우기 덕환이 어머니는 정곡사지구의 녀맹위원장사업을 맡고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봉이는 다그쳐물었습니다. 《오늘 새벽 적후에서 돌아오던 정찰소대장아저씨가 우리 집에 들렸댔어. 우리 어머니가 밥을 지으러 부엌에 나간 사이 소대장아저씨한테 날 정찰조에 받아달라고 했지 뭐. 그랬더니 <이녀석, 너같은 조무래긴 안돼. 된장을 아직 한 댓독쯤 축낸 다음이라면 몰라두.>하구 딱 잘라매지 않겠니.》 기봉이는 보나마나 덕환이가 소대장아저씨의 퉁을 받고 메사해서 물러섰으리라고 넘겨짚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신바람나게 말을 이어나가는것이였습니다. 《그래서 난 막 들이댔어. <아저씬 하나만 알구 둘은 모른다니까요. 바로 내가 아이니까 놈들의 의심을 그닥 받지 않구 얼마든지 적후에서 활동할수 있지 않나요.>하구 말이야. 그랬더니 정찰소대장아저씨는 머리를 끄덕끄덕하며 <네 말두 그럴듯해. 어디 한번 좀 생각해보자.>하지 않겠니. 그래서 난 이때다 하구 총을 한자루 구해달라고 막 들이댔지 뭐. 소대장아저씨가 이 구실 저 구실 대는걸 그냥 떼를 쓰며 졸랐더니 두손을 척 들어보이며 <내 너한테 항복했다, 항복했어. 구해주마.>했어. 하하하.》 기봉이는 정찰소대장아저씨를 《항복》시킨 그의 수완에 감탄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게 되였습니다. 덕환은 평상시 기봉이가 알고있던것처럼 그저 용하고 어리무던하기만 한 애가 아니였습니다. 속에 어른이 척 들어앉은 아주 엉큼한 애였습니다. 《나한테 그저 총만 생겨봐라. 당장 전투부대로 갈테다.》 덕환은 기세가 등등해서 우쭐거렸습니다. 《덕환아, 너 정말 미군놈들과 맞서 싸울 자신이 있니?》 《맞서 싸울수 있지 않구. 까짓거, 총만 있으면 무서울게 뭐있니.》 덕환은 장담해마지 않았습니다. 기봉이는 덕환을 놀랍게 쳐다보았습니다. 그의 담과 배짱이 정말이지 부러웠습니다. 한편 그렇지 못한 자신이 민망스러웠습니다. 기봉이는 어렸을 때부터 사내다운 담과 용기가 부족해 언제한번 동무들과 힘겨루기를 하며 맞붙어 돌아간적이 없었습니다. 팔씨름판이나 무릎싸움에도 아예 끼워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기봉이가 약골인때문이였습니다. 기봉이가 같은또래 동무들속에서 제일 키도 작고 몸도 체소한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기봉이는 해방전 불쌍하게 이 세상에 태여났습니다.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가 그를 낳을 날이 박두했지만 집에는 낟알 한줌, 미역 한오리 없었다고 합니다. 엎친데덮친격으로 아버지마저 왜놈들의 공사장에 징용으로 끌려가있었답니다. 어머니는 생각다못해 읍거리에 내려가 장리돈이라도 변통해보려고 간신히 무거운 몸을 끌고 집을 나섰습니다. 여러 부자놈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사정해보았지만 돈 한푼 갚을 힘도 없는 주제에 웬 장리돈이냐며 그 누구도 돈을 꾸어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할수없이 저고리고름속에 꽁꽁 감싸두었던 동전 한잎으로 겨우 누룩 한덩이를 사가지고 돌아서지 않으면 안되였습니다. 오는 도중 갑자기 진통이 시작되였습니다. 어머니는 길가의 숲속에서 기봉이를 낳은후 누데기치마폭에 싸안고 기다싶이 겨우 집으로 돌아와 그만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웃들의 눈물겨운 구완으로 다행히도 목숨은 건졌지만 풀죽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어머니한테서 한모금 젖이나마 나올리 만무였습니다. 어머니는 배고파 악을 쓰며 우는 기봉이를 부둥켜안고 매일매일 피눈물속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기봉이가 돌이 채 되기도 전에 끝내 한많은 세상을 떠나고야말았습니다. 이렇듯 갓난애기때부터 심한 영양실조를 만난 그는 크면서도 지지리 약골신세를 면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연히 속대까지 약한 애가 되여버렸습니다. 생각할수록 저주로운 왜놈세상이였습니다.… 제풀에 주눅이 들어버린 기봉이는 덤덤히 감시구역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원쑤놈들이 둥지를 틀고있는 읍지구로 뻗은 한내천 좌우골안은 쥐죽은듯 조용했습니다. 다만 서북쪽 산너머에서 때없이 총소리가 들려오군 했습니다. 놈들이 집들을 불사르는지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치솟아오르는것도 보였습니다. 《개놈들, 나한테 총만 있으면 당장 달려가 땅땅땅, 뚜루룩 냅다 쏴갈기는건데…》 덕환은 총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기세로 윽윽했습니다. 그의 마음은 오직 총을 잡고 원쑤놈들과 맞서 싸우는데 가있는듯싶었습니다. 《호ㅡ》 기봉이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소년단지도원 원형기선생님이 그들한테로 올라오고있었습니다. 늘씬한 키에 체육선수처럼 탄력이 넘치는 몸, 둥그런 얼굴에 서글서글한 웃음… 《수고들 하는구나.》 덕환이가 소년단경례를 하며 씩씩하게 보고했습니다. 《근무중 이상없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난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은 감시초소안에 들어와 한동안 전방을 살펴보았습니다. 《잠시도 각성을 늦춰선 안되겠다. 교활한 놈들이 언제 어느쪽으로 기여들지 모르니까. 수백명 인민들의 생명안전이 동무들한테 달려있다는걸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있을수 있는 여러가지 정황들에 대하여 일일이 알려주고난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은 차일봉초소쪽으로 떠나갔습니다. 그들은 계속 긴장하게 감시근무를 서나갔습니다. 그런데 배가 출출해졌습니다. 피뜩 해를 쳐다보니 점심때가 다 된듯 했습니다. 《덕환아, 점심먹지 않겠니.》 감시초소에서는 밥도 철저히 교대로 먹어야 했습니다. 《응, 네가 먼저 먹어라.》 자기부터 얼른 먹고 덕환이와 교대해줄 생각으로 기봉이는 두말없이 배띠처럼 찼던 주먹밥보자기를 풀었습니다. 기봉이가 주먹밥을 두덩이가량 먹었을 때였습니다. 산밑에서 날카로운 눈길을 떼지 않고있던 덕환이가 별안간 몸을 솟구치며 다급한 소리를 질렀습니다. 《놈들이 기여든다.》 《뭐 놈들, 그게 정말이야?》 기봉이는 화닥닥 자리를 차고 일어나 덕환이가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한내천기슭에 바싹 붙어 살금살금 기여드는 놈들의 움직임이 눈에 안겨왔습니다. 야단났구나! 가슴이 후두둑 무섭게 뛰였습니다. 《기봉아, 넌 빨리 웃부락에 알려라. 난 아래부락을 맡겠다.》 덕환은 두말할새 없이 산밑으로 총알처럼 내달았습니다. 기봉이도 웃부락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숨이 하늘에 닿을듯 얼마동안 냅다 달려 자기가 맡은 부락입구에 들어선 기봉이는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뚝 굳어져버렸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안골쪽에서 한무리의 놈들이 불쑥 나타났기때문이였습니다. 마을을 포위하려는것이 분명했습니다. 기봉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놈들속을 뚫고 마을로 뛰여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놈들을 속여넘길 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걷잡을수 없는 공포로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당황하여 어쩔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사이 놈들의 선두가 벌써 마을 막바지에 거의 이르렀습니다. 잠시후 어떤 일이 벌어지리라는것은 너무도 명백했습니다.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광경에 기봉이는 두눈을 꼭 감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랑랑한 돌격나팔소리와 함께 산성쪽에서 만세의 함성이 터져올랐습니다. 인민유격대가 돌격해 내려오는것이였습니다. 콩볶듯 하는 총소리에 뒤이어 원쑤놈들은 숱한 주검들을 남긴채 황황히 도망쳤습니다. 《후ㅡ》 기봉이는 막혔던 숨을 크게 내쉬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습니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때 놈들은 정곡사방어구역을 은밀히 포위하고 사람들이 집에 모여앉는 점심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놈들이 막태골후면으로 기여들었을 때는 이미 놈들을 먼저 발견한 성지골초소와 안골초소의 련락을 받고 사람들이 안전한 지대에로 모두 피신한 뒤였습니다. 그러나 기봉이의 비겁한 행동은 그 무엇으로써도 변명할수 없는것이였습니다. 그는 그날 전투총화때 이 사실을 동무들앞에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럴만한 용기마저 부족했던것입니다. 잘못한 일을 감추고있자니 마음은 몹시 괴로왔습니다. 모두가 자기를 비겁한 애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비웃는것만 같았습니다. (난 왜 덕환이와 같은 담과 배짱을 가지고 태여나지 못했을가. 이 세상에 사람을 용감하게 하는 그런 약은 없을가?…) 기봉이는 고개를 푹 떨군채 자책과 괴로움에 모대겼습니다. 총화모임이 끝난 후 기봉이는 지휘부로 가는 소년단지도원선생님과 나란히 밤길을 걷게 되였습니다. 《기봉이, 오늘 왜 그렇게 우울해있어. 동무들과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었니?》 다심하고 사려깊은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의 물음에 기봉이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아닙니다. 저… 사실은…》 기봉이는 그제서야 있은 일을 사실대로 다 털어놓았습니다. 《음, 그랬댔구나. 기봉아, 내가 하나 물어볼가. 기봉인 자기가 오늘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됐다구 생각하니?》 《저… 전 원래부터 담이 약합니다. 애기때부터 약골이 돼서…》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은 가볍게 머리를 저었습니다. 《아니, 그래서가 아니야. 작아도 고추알이라는 말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원쑤들과 반드시 싸워이겨야 한다는 기봉이의 사상적각오가 부족한데 있어. 어떤 일이 있어도 임무를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는 정신, 한목숨 바쳐서라도 김일성장군님께서 찾아주시고 세워주신 고마운 어머니조국을 기어이 지켜내야 한다는 정신이 말이다. 그런 정신만 강하면 그 어떤 원쑤놈들도 무섭지 않구 담과 배짱도, 지혜도 샘솟듯 다 생기는 법이란다. 한마디로 기봉이처럼 나이는 어리구 힘은 약해도 그 어떤 원쑤와도 싸워이기는 승리자, 제일 센 강자가 될수 있지.》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은 계속하여 항일무장투쟁시기 고추가루폭탄으로 왜놈들을 족치고 총을 빼앗은 나어린 아동단원들의 투쟁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홉살 애어린 아동단원이였던 김금순동무의 투쟁과 최후에 대해서도… 나도 그날의 김금순동무처럼, 아동단원들처럼 용감히 싸울수 있을가?… 집에 돌아가서도 기봉이의 머리속에서는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느때없이 심각해있는 그를 보고 아버지가 웬일인가고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왜놈들의 징용에 끌려가 허리를 심하게 상한탓으로 하여 미처 후퇴하지 못하고있었던것이였습니다. 기봉이의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더니 장농안에 간수했던 공화국기발을 꺼내놓았습니다. 그 기발은 바로 우리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창건되던 날 기봉이 아버지가 한뜸두뜸 손수 만들어 지붕우에 높이 띄웠던 공화국기발이였습니다. 또 기봉이가 명절날때마다 자랑스럽게 흔들며 거리를 누비던 참된 삶과 행복의 상징이였습니다. 《이제부터 이 공화국기발을 네 품에 아니, 네 심장속에 간수하거라. 어렵고 힘겨운 일에 부닥칠 때마다 <나는 공화국의 아들이다. 위대한 김일성장군님께서 세워주신 내 조국을 목숨으로 지켜야 한다.>하는 결심을 굳히거라. 그러면 항일의 아동단원들처럼 용감한 소년단원이 될수 있을게다.》 조국의 참된 아들로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깊은 뜻을 가슴에 새기며 기봉이는 공화국기발을 소중히 받아안았습니다. 기봉이는 그때부터 그 공화국기발을 가슴속에 꼭 품고 다녔습니다. 날이 흐를수록 원쑤놈들과의 싸움은 더욱 치렬해졌습니다. 인민유격대아저씨들은 은률, 신천, 안악, 재령 등 도처에 진출하여 미군놈들의 지휘부와 반동놈들의 소굴을 습격소탕하였고 수많은 애국자들을 구원하였습니다. 악에 받친 미제침략자들은 《구월산토벌사령부》와 《구월산토벌대》까지 무어 구월산 《토벌》에 수많은 병력을 들이밀었습니다. 구월산을 겹겹이 포위한 적들은 그 부근의 산들과 집들을 닥치는대로 불태우고 심지어 하루에도 몇차례씩 비행기폭격과 은률앞바다쪽에서 함포사격까지 퍼부으며 악착하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소년유격대원들은 방어구역 인민들을 안전지대로 소개시키는 일을 맡아 수행하는 한편 싸우는 인민군대와 인민유격대아저씨들의 련락임무도 수행하고 식사도 운반하고 부상자들도 후송했습니다. 밤이면 벼를 망으로 타개고 절구에 찧어 원호미를 마련했고 어른들을 도와 무너진 반토굴집들도 보수했습니다. 녀동무들은 장갑과 양말 등을 떠서 인민유격대아저씨들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그 나날 구월산소년중대 대장 리동무와 그의 녀동생은 은률읍에 내려가 전재고아로 가장하고 적의 병력과 무장상태, 방어시설물과 류동정형을 정찰하여 인민유격대아저씨들의 시가전투에 큰 도움을 주었고 두 녀동무들은 적후지하조직과의 련락임무를 여러차례 훌륭히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어떤 동무들은 깊은 밤을 타서 대담하게 적후에 내려가 부상자들의 치료에 쓸 많은 약재와 그들의 입맛을 돋구어줄 수산물들을 구해왔습니다. 놈들의 《토벌작전》을 분쇄하기 위한 그 나날에 있었던 소년중대원들의 투쟁을 하나하나 다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것입니다. 적들과의 치렬한 싸움이 계속되던 어느날이였습니다. 기봉이네는 적들의 뒤통수를 호되게 후려치고 체포된 애국자들을 구원하는 은률읍 시가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인민유격대아저씨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차일봉마루에서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상봉마루에 솟아오른 아침해가 찬연히 빛을 뿌리고있을 때 인민유격대아저씨들의 대렬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환성을 올리며 달려나갔습니다. 그런데 맨앞에서 올라오는 담가에는 부중대장아저씨가 의식을 잃은채 실려있었습니다. 《아저씨! 부중대장아저씨!》 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부중대장아저씨가 누워있는 담가를 에워쌌습니다. 눈물에 젖은 그들의 애타는 부름에 가까스로 의식을 차린 부중대장아저씨는 힘겹게 눈을 떴습니다. 그들을 알아본듯 한가닥 미소를 지어보이고난 아저씨는 또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문득 기봉이의 머리속에는 싸움을 끝내고 돌아올 때마다 대오의 맨 앞장에서 공화국기를 펄펄 휘날리던 부중대장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공화국기발을 보면 아저씨한테 큰힘이 될것만 같았습니다. 기봉이는 품속에 간직했던 공화국기발을 꺼내들었습니다. 《아저씨, 이 기발을 보세요. 공화국기발이예요. 어서 눈을 뜨세요. 예, 아저씨!》 그의 피타는 웨침에 부중대장아저씨는 다시 눈을 떴습니다. 숭엄한 눈길로 공화국기발을 우러렀습니다. 《얘들아, 우리의 공화국기발을… 끝까지 지켜다오.… 김일성장군님만 계시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을 안고… 용감히 싸우거라. 우린 꼭 이긴다. 이긴다니까.…》 마지막부탁을 남긴 부중대장아저씨는 공화국기발을 꼭 그러쥔채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부중대장아저씨!》 그들은 흑흑 눈물을 흘리며 아저씨의 당부대로 사랑하는 어머니조국, 위대한 김일성장군님의 품을 지켜 더욱 용감하게 싸울것을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때부터 기봉이는 공화국기발을 자기의 신념과 의지의 기발로 더욱 소중히 가슴에 품어안았습니다. 원쑤와 생사를 판가리하는 준엄한 싸움의 나날 그들은 그런 가슴아픈 희생을 많이도 겪어야 했습니다. 송화 약산(당시)전투에 참가했던 인민유격대 습격조는 수적으로 우세한 적들의 포위속에 들게 되였습니다. 그속에는 원형기소년단지도원선생님과 소년유격대원이였던 김성순동무도 있었습니다. 위험에 처한 습격조원들의 철수를 보장하기 위해 원형기소년단지도원선생님이 적들의 유인을 자진해나섰습니다.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은 적들을 맞받아나가기에 앞서 수류탄주머니에서 빨갛게 익은 사과 두알을 꺼내여 성순동무에게 주었습니다. 그 사과 두알로 말하면 좀전에 사과밭을 지날 때 어느 나무밑에서 주어넣었던것이였습니다. 적들의 폭격에 거의다 불타버린 사과밭, 그들의 고향뿐아니라 온 나라에도 소문난 특산품종의 사과가 달리던 사과밭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성순아, 지금 내가 너에게 줄것은 이것밖에 없구나. 자, 받아라. 우리 지방의 자랑이였던 이 사과알들이 다시는 원쑤놈들의 포격과 폭격에, 더러운 발굽아래 짓밟히게 해서는 안된다. 넌 꼭 살아돌아가 동무들에게 승리의 그날까지 더욱 용감히 싸워달라는 나의 마지막부탁을 전해다오.》 《소년단지도원선생님!》 성순은 눈물을 머금고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시간이 없다. 자, 어서 받아라.》 막무가내로 성순의 주머니에 사과를 넣어주고난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은 성난 호랑이처럼 놈들을 맞받아나갔습니다. 《이놈들아, 인민유격대가 여기 있다!》 적들을 유인하는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의 웨침과 자지러진 총성이 터졌습니다. 잠시후 아래골짜기에서 《김일성장군 만세!》의 웨침이 울렸습니다. 뒤이어 요란한 수류탄폭음이 산발을 뒤흔들었습니다.… 원형기소년단지도원선생님은 이렇게 25살의 청춘을 바쳤습니다. 기봉이와 소년유격대원들모두에게 어머니조국을 위해 어떻게 살며 최후를 마무리해야 하는가를, 영생하는 참된 삶의 진리를 가슴속깊이 새겨주었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소년단지도원선생님을 빼앗아간 가증스러운 원쑤들에 대한 불타는 복수심을 안고 더욱 용감히 떨쳐나섰습니다. 밤마다 적구에 들어가 《미제침략자들에게 죽음을 주라!》, 《인민군대는 곧 돌아온다!》등의 삐라를 붙여 원쑤놈들에게는 무서운 불안과 공포를, 인민들에게는 승리의 신심을 안겨주었고 인민유격대아저씨들과 함께 전투에 직접 참가하여 길안내를 맡아 수행하기도 하고 작은 손에 총을 틀어쥐고 원쑤놈들을 쓸어눕히기도 했습니다. 조국을 지키는 준엄한 싸움의 불길속에서 소년유격대원들은 지혜롭고 용감한 싸움군들로 자라났습니다. 그 대오속에는 기봉이도 들어있었습니다. 인민유격대가 굴량동습격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굴량동은 은률군 남부면(당시) 소재지로서 면내 반동놈들의 기본소굴이였습니다. 굴량동에는 시집간 기봉이의 누이네가 살고있었고 그가 다닌 소학교가 있어 그는 그곳 지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습니다. 기봉이는 자진하여 그곳 정찰임무를 맡아나섰습니다. 인민유격대 정찰소대장으로부터 남부면 《치안대》와 산동리 《치안대》의 본부위치, 애국자들을 붙잡아가둔 감방 등의 적정을 알아올데 대한 임무를 받은 기봉이는 어둠을 리용하여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길목마다 보초놈들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순찰대가 때없이 돌아치고있었습니다. 아슬아슬한 고비를 여러번 넘기며 마을복판에 있는 누이네 집에 이른 기봉이는 가슴이 선뜩해졌습니다. 집 대문짝이 떨어져나가고 깨여진 장독이며 갖가지 세간살이들이 마당에 나딩굴고있었기때문이였습니다. 누이네 집 식구들이 모두 붙잡혀가거나 잘못된것이 분명했습니다. 누이나 매부를 통해 적정을 알아보리라고 생각했던 기봉이는 눈앞이 아뜩해졌습니다. 잠시 어쩔바를 모르고 머뭇거리던 기봉이는 동창생인 박동무를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것은 그의 식구들이 다 피살되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그 대신 《치안대》놈들이나 경향이 나쁜 놈이 살고있지 않겠는가 하는것이였습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위험한것은 더 말할것도 없고 적정을 알아내는것도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선뜻 발걸음을 내짚지 못하고 주저하던 기봉이의 귀전에는 문득 아버지가 하던 말이며 부중대장아저씨의 마지막당부가 울려왔습니다. 또한 소년단지도원 원형기선생님의 장렬한 최후의 웨침소리도 울려왔습니다. 공화국기발앞에 떳떳하게, 그들의 고귀한 넋앞에 부끄럽지 않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찰임무를 꼭 수행하고야말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기봉이는 단호히 박동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울안을 넘어 뒤쪽 뙤창문에 다가선 기봉이는 만약의 경우를 위해 허리에 찼던 《곤봉수류탄》 (자체로 만든 무기로서 참나무를 작은 곤봉처럼 깎아서 앞부분에 끝이 뾰족한 철덩이를 박은것입니다.)을 뽑아 오른손에 쥐고 왼손에는 《고추가루폭탄》을 든 다음 나직이 주인을 찾았습니다. 잠시후 방안에서 《누구요?》하는 귀에 익은 박동무 어머니의 음성이 울렸습니다. 기봉이는 녀맹위원장 (기봉이 누이는 그 부락 녀맹위원장이였습니다.)네 동생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박동무의 어머니는 뙤창문을 열어주며 어서 넘어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기봉이가 방으로 들어가자 박동무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박동무의 아버지와 박동무는 나라에 애국미를 바쳤다고 놈들에게 악독하게 학살되고 자기는 죽도록 매를 맞아 바깥출입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기봉이의 누이네 온 식구가 잘못된 소식도 들려주었습니다. 해방전 산동리 지주의 마름 리문규놈의 둘째아들놈이 《치안대》 대장을 하고 남조선으로 도주했던 셋째아들놈이 괴뢰군장교가 되여 또다시 기여들었는데 기봉이 누이네 온 집안을 《악질빨갱이》라고 무참하게 학살하였다는것이였습니다. 누이의 등에 업힌 네살잡이 조카 영옥이까지 몽둥이로 무참히 때려죽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봉이는 너무도 억이 막혀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집안의 막내인 그를 끔찍이도 위해주던 다심하고 인정많은 누이며 매부, 귀염둥이 영옥이를 영영 다시 볼수 없다는 아픔으로 가슴은 미여지는듯 했습니다. 아울러 그들에게 또다시 비참한 노예살이의 운명을 강요하려고 온갖 야수적만행을 일삼으며 사람잡이에 미쳐날뛰는 미제원쑤놈들과 계급적원쑤들에 대한 적개심이 활화산처럼 솟구쳐올랐습니다. (개새끼들, 내 기어이 네놈들을 천백배로 복수할테다.) 기봉이는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였습니다. 박동무의 어머니를 통해 면소재지에 둥지를 틀고있는 적들의 위치와 병력, 무장장비, 경비초소, 감방위치를 알아낸 기봉이는 곧 그의 집을 나섰습니다. 긴장감을 안고 앞골목길을 돌아설 때였습니다. 별안간 《누구얏?》하는 웨침과 함께 총을 멘 놈이 앞을 떡 막아섰습니다. 순찰을 도는 놈 같았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금시 눈앞이 새까매졌습니다. 어떻게 할것인가? 다급하고 경황이 없는 속에서도 이놈한테 붙잡혀선 절대로 안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기어이 맡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자각이 머리를 쳤습니다. 피뜩 주머니에 있는 《고추가루폭탄》이 떠올랐습니다. 《저… 어머니약을 가지러…》 《뉘집놈의 새낀데 이 밤중에 약을 가지러 다닌단 말이야?》 놈은 한걸음 다가서며 기봉이얼굴에 전지불빛을 비쳤습니다. 기봉이는 반사적으로 왼손을 들어 불빛을 막았습니다. 《저… 정말이예요. 여기 약이 있어요.》 기봉이는 오른쪽 웃주머니에 넣었던 《고추가루폭탄》을 꺼냈습니다. 놈은 정말인가를 확인하려는듯 감때사납게 치째진 눈을 부릅뜨며 바투 다가섰습니다. 이때다! 기봉이는 기회를 놓칠세라 《고추가루폭탄》을 놈의 상판에 힘껏 뿌려던졌습니다. 《어이쿠.》
기봉이는 날쌔게 허리에 찼던 《곤봉수류탄》을 뽑아 놈의 대갈통을 힘껏 내려쳤습니다. 놈은 헉ㅡ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땅바닥에 풀썩 쓰러졌습니다. 기봉이는 자기자신이 어떻게 그런 용감한 행동을 했는지도 미처 의식하지 못한채 놈의 총까지 걷어쥐고 골목을 빠져나왔습니다. 마을을 무사히 벗어나 논벌에 들어섰을 때에야 등뒤에서 총성이 울리고 왝왝 제놈들끼리 고아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개새끼들, 실컷 지랄을 쳐봐라. 네깐놈들이 날 잡아. 흥! 어림도 없다.) 기봉이는 통쾌감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맞다든 위험을 이겨내고 임무를 수행했다는 긍지로 가슴이 한껏 부풀어올랐습니다. 지휘부를 향해 달려가는 그의 발걸음은 날개라도 돋힌듯 했습니다. 정찰보고와 그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난 정찰소대장아저씨는 기봉이의 잔등을 두드려주며 여간만 대견해하지 않았습니다. 《참 잘 싸웠다. 장하다, 장해. 기봉아, 넌 용감한 소년유격대원이다. 용감한 소년유격대원!》 용감한 소년유격대원! 기봉이는 크나큰 기쁨속에 지난날 몸도 마음도 약골이였던 자기가 어떻게 그 위험한 정황속에서도 혼자서 맞다든 원쑤놈과 싸워이기고 임무를 용감히 수행하는 소년유격대원으로 될수 있었는가를 돌이켜보았습니다. 굳센 마음의 기둥, 신념의 기둥을 안고 살도록 걸음걸음 떠밀어준 원형기소년단지도원선생님과 부중대장아저씨,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준엄한 투쟁의 나날들이 되새겨졌습니다. 기봉이는 조용히 품속에서 공화국기발을 꺼내 두손에 받쳐들었습니다. 한없이 숭엄한 마음으로 오각별 찬란한 람홍색기발을 우러르며 영원히 조국의 참된 아들로 살며 싸우리라 굳게 맹세했습니다.… 그때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장기봉할아버지는 지금도 그날의 그 공화국기발을 더없는 가보로 귀중히 보관하고있습니다. 장기봉할아버지는 이날 이렇게 자기의 말을 끝맺았습니다. 《비록 나이는 어리고 키는 작아도 오직 위대한 아버지장군님만을 믿고 따르는 신념과 의지만 강하면 그 어떤 원쑤놈들과도 싸워 이기는 승리의 강자가 될수 있단다. 그 불굴의 정신력을 대를 이어 간직하고 너희들도 언제 어디서나 이 공화국기발을 온 세상에 높이높이 휘날려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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