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8호에 실린 글

 

◇동 화◇

   

                                                                                                        전 충 일

 

옛날옛적 어느 한 고을에 무술에 능한 장수가 살고있었답니다.

그 장수는 칼과 창도 잘 다루었지만 활솜씨는 더 특별히 뛰여났습니다.

그는 석대, 넉대의 화살을 단번에 쏘아 서로 다른 과녁을 맞힐뿐아니라 천걸음이나 떨어진 곳까지도 화살을 날려보낼수 있었습니다.

그는 황금물을 입힌 훌륭한 활을 가지고있었습니다.

장수가 활을 쏠 때면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멋진 활을 부러움에 차서 바라보군 했습니다.

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활을 가지고있는 장수라고 하여 모두가 그를 금빛활장수라고 불렀습니다.

그 장수는 고을의 군사들을 거느린 방어사였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금빛활장수라고 부르는것을 더 좋아하였습니다.

말을 탄 그의 모습이 먼발치에 피뜩 보이기만 해도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금빛활장수다!》, 《금빛활장수가 온다!》하면서 기뻐서 맞이하군 하였습니다.

날마다 고을사람들의 칭찬과 존경에 묻혀살다보니 금빛활장수는 점차 의기양양해졌습니다.

(아무렴, 이 금빛활장수가 지키고있으니 외적놈들이 얼씬도 못하구말구. 내가 있어 이 고을 백성들은 마음편히 농사를 짓고 나라도 태평해진다니까.)

금빛활장수는 말을 타고 거들먹거리면서 제 활솜씨만이 제일인듯이 으시대였습니다.

금빛활장수에게는 시중을 드는 심부름군들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순돌이라는 어린 소년도 있었습니다.

순돌이는 금빛활장수에게 화살도 날라다주고 그가 쏘아잡은 새나 짐승들을 주어오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는 늘 볼품이 없는 낡은 활을 등에 메고다녔는데 장수는 그것을 보고 은근히 비웃었습니다.

장수는 심부름군소년의 낡은 활로 하여 자기의 금빛활이 더욱 돋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순돌이에게 있어서 그 낡은 활은 무엇보다 소중했습니다.

그 활은 궁수였던 순돌이의 아버지가 성을 지켜 오랑캐놈들과 용감히 싸우다가 숨을 거두면서 어린 순돌이에게 물려준것이였답니다.

그때 다섯살잡혔던 순돌이는 아버지의 유언이 깃든 활을 꼭 쥐고 훌륭한 군사로 자라나 피맺힌 원쑤도 갚고 나라를 철벽으로 지켜가리라 굳게굳게 마음다졌습니다.

그때로부터 순돌이는 아버지의 활을 몸에서 떼여놓지 않고 활쏘는 훈련을 직심스럽게 하였습니다.

자진하여 금빛활장수의 심부름을 들게 된것도 이름난 장수의 활솜씨를 늘 가까이에서 보면서 익히고싶었기때문이였습니다.

순돌이는 금빛활장수를 따라다니면서 그의 훈련모습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보아두었습니다. 그리고는 금빛활장수가 그늘아래에 네활개를 펴고 누워 낮잠을 잘 때면 멀찌감치 물러서서 활쏘는 련습을 하군 하였습니다. 저녁에도 일이 끝나면 혼자서 활을 메고 산등판에 올라가 과녁앞에 초롱불을 켜놓고 낮에 보아두었던 활쏘기동작들을 그대로 해보군 하였습니다.

피타는 열성이 있어 날과 달이 흐르는 속에 순돌이의 활솜씨는 몰라보게 늘었습니다.

그의 팔은 어른처럼 억세여지고 그가 날리는 화살은 백걸음, 이백걸음을 벗어나 금빛활장수가 쏘는 화살에 못지 않게 멀리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과녁도 어김없이 명중하군 하였습니다.

자기 가까이에 있는 심부름군소년이 그렇게 자라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금빛활장수는 여전히 자기만 제일이라고 우쭐거리고있었습니다. 한편 금빛활장수의 가슴속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야심이 꿈틀거리고있었습니다.

(온 나라가 다 아는 금빛활장수가 북변땅 작은 고을의 방어사로만 있을텐가. 마땅히 나라의 군사들을 통솔하는 병조판서나 하다못해 병마사로라도 되여야지.)

금빛활장수는 밤마다 나라의 임금으로부터 높은 표창과 벼슬을 받고 으리으리한 가마를 타고 서울로 행차하는 화려한 꿈만 꾸었습니다.그러다보니 손바닥만 한 이 고을이 눈에 찰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금빛활장수는 차츰 무술훈련도 게을리하게 되였고 날마다 술판만 크게 벌려놓았습니다.

어느날 아첨쟁이관리들과 함께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있던 금빛활장수는 잠시 바람을 쏘이려고 앞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뒤산 벼랑쪽에서 《핑, 치르륵ㅡ》, 《핑, 치르륵ㅡ》하고 활쏘는 소리가 쉬임없이 울려왔습니다.

깜짝 놀란 금빛활장수는 당장 술기운이 깨여 소리쳤습니다.

《이밤중에 웬 활소리냐? 어서 가서 알아보지 못할가!》

뒤산으로 달려갔던 군사들은 단벌적삼이 땀에 푹 젖은 순돌이를 금빛활장수앞에 데리고왔습니다.

《이 애가 거기서 활쏘는 련습을 하고있었소이다.》

장수는 어처구니가 없어 한바탕 웃고나서 순돌이에게 물었습니다.

《너도 장수가 되고싶으냐?》

순돌이는 대답했습니다.

《소인은 그저 나라를 지키는 군사가 되고싶나이다.》

《나라는 장수와 군사들이 마땅히 지키는것이니 아직 철부지나 같은 너까지 주제넘게 활을 메고 다니지 않아도 되느니라!》

순돌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방어사님, 들리는 소문에는 오래전에 쫓겨갔던 오랑캐놈들이 다시금 나라를 넘보고있다고 하온데 제 나이 어리다고 어찌 무술훈련은 하지 않고 발편잠 자겠나이까.》

《어허, 이 금빛활장수가 있는데 감히 어디라고 오랑캐놈들이 기여들어. 당치 않은 소리! 여봐라, 활소리를 울려 내 기분을 잡친 순돌이를 당장 내쫓으라.》

아첨쟁이들은 순돌이에게 곤장까지 안겼습니다.

순돌이는 억울하게 끌려가서 곤장을 얻어맞고 대문밖에 팽개쳐졌습니다.

어린 그의 두볼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상처가 아파서만이 아니였습니다.

활쏘는 련습을 마음대로 할수 없게 된것이 억울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으로써도 아버지처럼 궁수가 되여 나라를 지키려는 어린 순돌이의 마음을 꺾을수는 없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는 금빛활장수가 깊이 잠든 밤중에 가만히 일어나 활을 메고 산으로 오르는 순돌이의 모습을 밤하늘의 별들만이 볼수 있었습니다.

순돌이는 굴함없이 활쏘기훈련을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그가 날리는 화살은 점차 바위도 꿰뚫을수 있는 큰 힘을 가지게 되였고 안개속에서도 어김없이 과녁을 맞힐수 있게 되였습니다.

금빛활장수는 여전히 자기의 활솜씨를 믿고 술놀이에만 빠져 싸움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나니 무기고의 칼과 창이 녹쓸고 화살들이 못쓰게 되여가는것도 알수 없었습니다. 이 틈을 타서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있던 오랑캐놈들이 이 고을을 향해 덤벼들었습니다.

산봉우리에서는 대군의 침입을 알리는 봉수대의 불연기가 뭉게뭉게 치솟아올랐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달려온 금빛활장수는 웅성거리는 고을사람들앞에서 자기의 활을 내흔들며 큰소리로 장담했습니다.

《내게 다 생각이 있다. 오랑캐놈들이 우리 성으로 쳐들어오려면 모름지기 저 높은 절벽을 지나게 될테니 내가 그놈들을 멀리서부터 족쳐버리겠다. 그러니 이 금빛활장수앞에 그저 화살만 산더미처럼 날라다놓으라.》

금빛활장수는 쉽게 오지 않는 이 기회에 큼직한 무공을 세워 늘 품고있던 야심을 이루어보리라 마음다졌습니다.

마침내 고을사람들과 흉악한 오랑캐놈들사이에 싸움이 시작되였습니다.

금빛활장수는 보란듯이 성벽에 떡 버티고 서서 황금빛이 번쩍이는 활로 연거퍼 화살을 날려보냈습니다.

여러대의 화살을 단번에 날리니 그것이 그대로 놈들의 멱통들에 들어가맞았습니다.

(그러면 그렇겠지. 내 재주야 갈데가 있을라구.)

금빛활장수는 제 활솜씨에 스스로 만족해하였습니다.

잠시 전장을 살피던 금빛활장수는 그만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자기가 날리는 화살을 앞질러 힘있게 날아가는 또 다른 화살이 보였던것입니다. 그 화살은 수많은 원쑤놈들을 눈깜빡할 사이에 삼대베듯이 푹푹 쓰러뜨렸습니다.

불뭉치를 단 화살도 있었는데 그것이 날아가면 여러놈이 한꺼번에 무서운 불길에 휩싸여 아우성치며 절벽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순돌이가 쏘는 화살이였습니다.

고을사람들은 순돌이의 활솜씨를 보고 환성을 올리며 저희들도 신이 나서 화살을 날리고 또 날렸습니다.

(저 녀석이 언제 저런 활재주를 익혔을고. 혹시 이 금빛활장수의 공로를 다 가로채자는게 아니야?)

초조해난 금빛활장수는 어금이를 꽉 사려물고 화살을 연방 날리였습니다.

끊임없는 싸움속에 낮이 가고 밤이 갔습니다.

털보오랑캐장수놈은 제놈의 졸병들이 썩은 울바자 넘어지듯 줄줄이 쓰러지는것은 보는둥마는둥 하고 날아오는 화살의 형세만 가늠해보면서 태연하게 씨벌였습니다.

《제깐놈들이 암만 요동을 부려야 쪼꼬만 성안에 우리 대군을 감당할 화살이야 있을라구. 이제 얼마 안있어 화살이 떨어지고야말걸.》

정말 놈들이 바란대로 우리 군사들에게는 화살이 점점 떨어져갔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화살들을 보고 금빛활장수는 가슴을 쳤습니다.

《화살이 없이야 무슨 수로 대적을 막아낸단말인가. 아ㅡ》

금빛활장수는 그제서야 지난 기간 화살도 넉넉히 만들어두고 싸움준비를 튼튼히 갖추고있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날아오는 화살들이 차츰 뜸해지자 손채양을 하고 하늘만 바라보고있던 적두목놈은 입을 쩍 벌리고 너털웃음을 웃었습니다.

《내가 기다리던 때는 왔다. 야! 한달음에 달려가 고을을 짓뭉개버리라!》

오랑캐놈들은 움츠렸던 고개들을 들고 제법 소리까지 지르면서 덤벼쳤습니다.

바로 이럴 즈음에 좌상로인이 성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전장을 둘러보던 좌상로인은 한숨을 쉬더니 어디론가 가서 비단천으로 싸고싼 작은 궤를 가지고왔습니다.

좌상로인은 떨리는 손으로 비단천매듭을 풀고 고리에 채워진 주먹만 한 쇠를 열었습니다.

궤짝안에서는 화살촉아래에 하얀 댕기를 맨 범상치 않은 화살 한대가 나졌습니다.

《나도 오랜 세월 물려오면서 간수해왔지만 한번도 꺼내보지는 못했네. 일단 꺼내면 날려야 하는 화살이여서 함부로 쓰는것이 아니라고 하더구만. 헌데 이젠 때가 된것 같네. 이 화살은 신기한 보배화살인데 아무리 많은 오랑캐놈들이 덤벼들어도 단살에 무리죽음을 줄수 있다네.》

《아니, 그 한대의 화살로?…》

둘러선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좌상로인은 방어사에게 말했습니다.

《신기한 이 화살은 반드시 나라에서 제일가는 궁수가 쏘아야만 날릴수 있으니 금빛활장수로 이름난 방어사어른이 지금껏 비밀히 보관해온 이 화살을 받아주시오이다.》

금빛활장수는 궤속에 들어있는 화살을 꺼내였습니다.

무쇠로 된듯 무겁고 단단한 그 화살은 여느 화살보다 몇뽐 더 길었고 활촉은 시퍼런 서리발을 내뿜고있었습니다. 화살대의 끝에는 신기한 깃털이 달려있었습니다.

신기한 화살을 본 사람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이제는 오랑캐놈들을 물리칠수 있게 되였다고 환성을 올렸습니다.

금빛활장수도 흡족한 마음으로 신기한 화살에 매여져있는 하얀 댕기를 서둘러 풀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이 화살에 적병 수천이 죽는다.》라는 글이 씌여져있었습니다.

금빛활장수의 심장은 큰 북을 울리듯 높뛰였습니다.

(이 화살이야말로 하늘이 나에게 마련해준 귀물이 틀림없구나. 이젠 승전은 다 먹어놓은 떡이로다.)

그러나 다음순간 댕기를 뒤집어본 장수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습니다.

댕기의 뒤면에는 《이 화살을 쏜 사람도 생명이 위태롭다.》라고 새겨져있었던것입니다.

장수의 떨리는 손에서 댕기가 흘러내리고 화살이 쟁그렁 떨어졌습니다.

죽은 뒤에는 아무리 높은 벼슬도 필요없고 금빛활장수의 명예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장수는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그 틈을 타서 오랑캐놈들은 성으로 거의다 기여들게 되였습니다.

사람들은 발을 구르며 금빛활장수를 불렀습니다.

《금빛활장수님! 어서 활을 쏘시오이다.》

《금빛활장수님! 왜 그러고만 있소이까?》

금빛활장수는 그 애타는 목소리에 떠밀리워 하는수없이 떨구었던 화살을 다시 주어서 활줄에 먹이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화살이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지면서 도저히 활줄을 당길수가 없었습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통에 앞을 제대로 겨냥할수도 없었습니다.

금빛활장수가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씨근씨근 갑자르는데 신기한 화살의 불타는듯한 깃털이 모닥불 사그라지듯 꺼멓게 죽어들었습니다. 그러자 화살을 재웠던 장수의 금빛활도 녹쓴듯이 뿌옇게 변해버렸습니다.

두눈을 크게 흡뜬 금빛활장수의 투구아래로는 식은땀이 좔좔 흘러내렸습니다.

금빛활장수는 종시 활줄을 늦추고 화살을 성돌우에 도로 내려놓고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눈등을 어루쓸며 중얼거렸습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장수의 변명에 사람들은 그만 아연해지고말았습니다.

방금전까지 펀펀하던 장수가 이 위급한 모퉁이에 와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니 누가 그걸 믿겠습니까.

좌상로인은 금빛활장수의 갑옷을 붙잡고 준절하게 웨쳤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바람앞의 초불신세가 된줄을 방어사어른이 그래 모르신단 말이요. 제 한몸이 그렇게 아깝단 말이지. 아, 이젠 보배로운 이 화살도 무용지물이 되였구나.…》

머리를 푹 숙이고 말 한마디 못하는 장수에게서 그전날 으시대던 금빛활장수의 위용은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빛을 잃은 장수의 활도 불타다 남은 삭정이마냥 가련하게 보였습니다.

이때 순돌이가 땅바닥에서 펄럭이는 흰 댕기를 주어들었습니다.

댕기에 씌여진 글을 읽어보고난 순돌이는 말없이 신기한 화살을 들어 자기의 낡은 활에 메웠습니다.

《아니, 저, 저런…》

금빛활장수는 너무도 놀라와 뒤걸음치다가 그대로 펄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러거나말거나 순돌이는 태연한 기색으로 활줄을 힘있게 당겼습니다.

그러자 화살대의 깃털이 타는듯 빛나고 그 빛이 어리자 낡은 활도 황금빛으로 변하였습니다.

좌상로인도 다른 사람들도 숨을 죽이고 어린 순돌이의 활을 지켜보았습니다.

순돌이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활줄을 잡아당겼던 손을 놓자 신기한 화살은 시위에서 벗어났습니다.

그 순간 맑고푸른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이 쳤습니다.

순돌이는 금빛으로 변한 활을 쥐고 비칠거렸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순돌아!》

《순돌아, 정신차려라.》

사람들은 금시 쓰러지려는 순돌이를 품에 받아안았습니다. 순돌이의 엄지손가락에는 작은 새깃털이 가시처럼 박혀있었습니다.

해쓱해진 순돌이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순돌이는 자기의 온넋과 힘을 신기한 화살에 깡그리 넘겨주었던것입니다.

보배화살은 마치 살아나기라도 한듯 무서운 휘파람소리를 내며 오랑캐무리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화살은 잠간새에 굵고 기다란 쇠창대로 변하고 신기한 깃은 불길로 되여 펄펄 휘날렸습니다.

그 불길은 화살을 통채로 휘감더니 마침내 화살이 수천대의 화살쪼각으로 탁 터져나갔습니다.

절벽에 붙어있던 오랑캐놈들은 자기들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을 보고 무서워 벌벌 떨었습니다.

뻘겋게 단 수천대의 화살은 오랑캐놈들의 목과 가슴을 푹푹 꿰질러 절벽아래로 떨어뜨렸습니다.

여기저기서 《악.》, 《악.》비명소리가 울렸습니다. 뒈져가는 놈들중에는 털보오랑캐두목놈도 있었습니다.

《오랑캐놈들을 한놈도 살려보내지 말라.》

고을사람들도 남은 화살을 깡그리 날려 넋을 잃고 꽁무니를 빼는 송사리떼같은 놈들을 모조리 요정내버렸습니다.

싸움이 끝나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듯 순돌이의 두리에 모였습니다.

작은 새깃털이 박힌 손으로부터 시작하여 순돌이의 온몸은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순돌이의 팔다리를 애타게 주물러주었지만 그의 숨결은 점점 꺼져만 갔습니다.

《순돌아, 넌 죽어선 안돼. 아버지의 활을 잡고 나라를 지키겠다던 네가 죽어선 안돼.》

《순돌아ㅡ》

사람들의 웨침소리가 절벽을 흔들며 하늘땅에 메아리쳤습니다. 그러자 웅글은 우뢰소리가 하늘에서 맞받아 울렸습니다.

사람들의 눈물은 폭포수마냥 하염없이 흐르고 흘러 금빛활을 안은 순돌이의 작은 손을 적셨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이겠습니까. 순돌이의 엄지손가락에 박혀있던 작은 새깃털이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 사라져버리고말았습니다. 온 고을사람들의 뜨거운 마음이 그 깃털을 말끔히 녹여버렸던것입니다. 순돌이의 꺼져가는 심장의 박동을 되살려주었던것입니다.

순돌이는 사람들의 뜨거운 눈물에 젖어 번쩍이는 금빛활을 틀어쥐고 일어나 고을사람들의 품에 안기였습니다.

《순돌아ㅡ》

좌상로인은 순돌이의 잔등을 어루쓸면서 말했습니다.

《결국 이름난 장수가 아니라 이 땅을 목숨보다 아끼는 평범한 백성들이 나라를 구원했구나. 아무렴, 그 어떤 훌륭한 무기보다도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이 더 놀라운 힘을 내거늘. 순돌이 너야말로 이 고을의 진짜 금빛활장수로다.》

둘러섰던 사람들은 그 말이 정말 옳다고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오랑캐놈들을 쳐부신 고을에는 다시금 행복이 깃들었습니다.

순돌이와 마을사람들은 그후에도 금빛활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금빛활이 무서워 오랑캐놈들은 이 고을로 더는 기여들념을 못했습니다.

그러면 방어사로 있던 금빛활장수는 어찌되였을가요.

이 고을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방어사자리에서도 쫓겨난 그는 이제는 아무런 힘도 내지 못하는 자기의 활을 늪 한가운데 던져버리고 한숨을 푹푹 쉬면서 영영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고을에는 순돌이의 금빛활만이 남아 영원히 전해지면서 찬란한 빛을 뿌렸다고 합니다.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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