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8호에 실린 글

 

◇장편동화◇

                                             

(이 작품은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동화로 옮긴것입니다.)
              

                                                              그림 전학철, 량수일
(제 5 회)

9

 

잠에서 깨여난 해남이는 앞가슴을 더듬어보다가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보석신발과 뿔나팔을 싼 보자기가 없어졌던것입니다.

《엉?!》

해남이는 소스라쳐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약초캐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해남이는 곁에 누워 아직도 자고있는 바우를 급히 흔들어 깨웠습니다.

《바우야, 일어나. 보석신발이 없어졌어!》

《뭐라구?》

보석신발이 없어졌다는 소리에 바우도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일을 어쩜 좋니, 응?》

해남이는 안타까와 입술을 씹었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훔쳐가지고 달아난게 아니야?》

바우는 동굴밖으로 뛰여나가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우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이젠 다구나. 얼음산은 어떻게 넘구 무지개연적은 어떻게 가져오냐 말야.》

《우리가 너무 각성이 없었댔어. 그 할아버지가 그런 나쁜 마음을 먹은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니.》

해남이의 얼굴에 그늘이 비끼였습니다.

《어디 만나기만 해봐라. 그저!…》

바우가 주먹을 틀어쥐며 씩씩거렸습니다.

이때 저쪽에서 누군가 떨기나무숲을 헤치며 다가오고있었습니다.

뜻밖에도 《약초캐는 할아버지》였습니다.

《엉?…》

바우와 해남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습니다.

《너희들 여기서 뭣들 하고있느냐? 옛다,이걸 받아라.》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꿍꿍할미는 그들앞에 보따리를 내놓았습니다.

《아니, 그게 보석신발이 아니예요?》

바우가 얼른 보따리를 움켜잡으며 소리쳤습니다.

《그래, 보석신발과 뿔나팔이다. 하마트면 이 귀한 보물을 잃을번 했다.》

꿍꿍할미는 후유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고나서 말을 이었습니다.

《어제 밤에 너희들이 잠들자 나도 인차 따라 잠들었댔지. 얼마나 잤는지… 잠결에 무슨 인기척이 나길래 눈을 번쩍 떠보니 아니 글쎄 사람인지 도깨빈지 모를 두억시니같은 웬놈이 네 품에서 이 보따리를 살그머니 빼내가지고는 저 숲속으로 냅다 들구 뛰지 않겠니. 그걸 뺏기는 날에는 너희들이 어떻게 되겠니. 그래서 숨넘어가는줄도 모르고 죽기내기로 따라갔지.》

《그래 어떻게 됐나요?》

바우가 다우쳐물었습니다.

《난 그놈을 바싹 따라가서 추상같이 웨쳤지.<이놈아, 그걸 내놓지 못하겠느냐! 안 내놓으면 이 장도칼을 던질테다!> 하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그놈이 글쎄 이 보따리를 훌 내던지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냅다 줄행랑을 놓더구나. 하마트면 큰일날번 했다. 이제부터 이걸 잘 간수하거라.》

꿍꿍할미는 시치미를 떼고 능청스레 거짓말을 했습니다.

《알겠어요.》

해남이가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할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우린 할아버지가 그런 사람인줄도 모르고 괜히…》

바우는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 손으로 뒤더수기를 긁적이였습니다.

《내가 이걸 훔쳐가지고 도망친줄로 알았을테지.  허허허, 내 그럴줄 알았다.  그건 그렇구 어서 이걸 가지구 얼음산을 넘거라.》

꿍꿍할미가 해남이를 보며 말했습니다.

《해남아, 옥계담엔 내가 갔다오겠어. 그 보석신발과 뿔나팔을 인줘.》

바우가 해남이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서라. 그 길은 네가 가는 길이 아니다. 저 해남이가 물나라에서 선녀와 약속했다니까 해남이가 가는게 좋겠구나. 네가 가면 낯도 모르겠는데 선녀가 연적을 쉽게 내주겠느냐.》

그 말에 바우는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이 옳아. 바우야, 내 인차 갔다올게. 여기서 할아버지와 함께 기다려.어물어물할새가 없어. 마을에서 우릴 얼마나 기다리겠니.》

해남이는 더 긴말을 하지 않고 서둘러 얼음산을 향해 떠났습니다.

바우는 자기가 가려고 하였으나 일이 그렇게 안되자 여간만 섭섭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곁으로 꿍꿍할미가 다가와 슬쩍 말을 건넸습니다.

《얘야, 이제 청룡산에는 누가 가기로 했느냐? 누가 가서 호랑이를 그려오기로 했느냐 말이다.》

바우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그거야 내가 가야지요 뭐.》 하고 쉽게 대답했습니다.

《옳다. 네 말이 맞아. 청룡산호랑이는 꼭 네가 가서 그려오거라. 저 해남이가 신기한 무지개연적을 가져온데다가 청룡산호랑이까지 그리면 네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

꿍꿍할미는 바우의 눈치를 흘끔흘끔 곁눈질해보며 부추겨댔습니다.

바우는 그 말이 그럴듯하게 여겨졌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어요. 청룡산에는 제가 꼭 가겠어요.》

바우가 자신있게 말하자 꿍꿍할미는 매우 좋아하며 계속 지껄여댔습니다.

《꼭 그렇게 하거라. 저 애가 가겠다고 해도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된다. 알겠느냐?》

《네.》

바우는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난 그럼 그만 내려가봐야겠다. 이젠 별로 도와줄 일도 없는데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너희들을 따라다니기가 헐치 않구나.》

꿍꿍할미는 우정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힘든것도 힘든것이였지만 사실은 해남이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옥계담에 간 해남이가 은별선녀를 만나 자기에 대한 얘기를 듣고 돌아오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났던것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사이 우릴 도와주어 정말 고마워요.》

바우는 꿍꿍할미가 지금 속으로 어떤 꿍꿍이를 꾸미고있는지도 모르고 고맙다는 인사를 깍듯이 했습니다.

꿍꿍할미는 바우를 남겨두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바우는 혼자 바위굴에서 해남이를 기다리는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보석신발을 신고 얼음산을 넘어 옥계담에 이른 해남이는 뿔나팔을 꺼내들고 힘껏 불었습니다.

《뿌웅ㅡ》

뿔나팔소리가 길게 울렸습니다.

동녘하늘가에 칠색빛이 서리더니 령롱한 무지개다리가 옥계담으로 쭉 뻗어내려왔습니다.

그 무지개다리를 타고 은별선녀가 날개옷을 펄럭이며 날아내려왔습니다.

해남이는 얼른 은별선녀앞에 나서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해남이를 본 은별선녀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물나라에서 만났던 동자가 틀림없군요. 동자덕에 하늘나라 임금님의 병이 깨끗이 나았답니다.》

《그래요? 그거 참 기쁜 일이군요.》

은별선녀의 말에 해남이는 제일처럼 기뻐하였습니다.

《자, 받으세요. 하늘나라 임금님이 동자한테 드리라고 준 신기한 무지개연적이예요.》

은별선녀는 이렇게 말하며 무지개빛으로 번쩍이는 신기한 연적을 해남이앞에 내놓았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해남이는 은별선녀가 주는 신기한 연적을 가슴에 꼭 안았습니다.

은별선녀는 자기도 기쁜지 얼굴에 웃음을 담고 정겨운 눈길로 해남이를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었습니다.

《그 연적을 잃지 않도록 잘 간수하세요.》

은별선녀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해남이와 꼭같은 모습으로 변신한 마술쟁이할미가 찾아왔댔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마술쟁이할미가 변신하고 나타났댔다는 말에 해남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마술쟁이로파는 도대체 누구일가?…

어떻게 알고 자기보다 먼저 무지개연적을 가지러 왔댔을가?…

이상하여 아무리 생각을 더듬어보았으나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습니다.

은별선녀는 해남이와 헤여지기가 아쉬운듯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있다가 다시 무지개다리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은별선녀와 헤여진 해남이는 바우가 기다리고있는 동굴로 바삐 돌아왔습니다.

《가져왔니?》

바우가 해남이를 만나기 바쁘게 물었습니다.

《응, 이거야.》

해남이는 무지개연적을 바우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야, 멋있구나! 이젠 청룡산호랑이만 그리면 되겠구나.》

바우는 무지개연적을 쥐고 너무 좋아 선자리에서 콩당콩당 뜀박질까지 했습니다.

《바우야, 그런데 할아버지가 왜 보이지 않니?》

해남이가 주위를 살펴보며 물었습니다.

《이젠 나이가 많아 우릴 더 못 따라다니겠다고 하면서 먼저 내려갔어. 참 고마운 할아버지였는데…》

《그래?》

해남이는 신기한 무지개연적을 탐내여 마술쟁이할미가 찾아왔댔다고 하던 은별선녀의 말이 머리에 떠오르며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차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던것입니다.

얼마후 그들은 청룡산을 향해 떠났습니다.

고개를 넘어서자 저 멀리로 아슬하니 높이 솟은 청룡산이 바라보였습니다.

무지개연적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들고 앞에서 걷던 바우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뒤돌아보며 말했습니다.

《해남아, 청룡산호랑이는 내가 그려가지고 오겠어.》

그 말에 해남이는 뜻밖인듯 바우를 쳐다봤습니다.

《네가?》

《응.》

바우는 자신있게 말하였습니다.

해남이는 호랑이를 그리려 바우를 청룡산에 혼자 보내기가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바우야, 청룡산호랑이를 그리기가 쉽지 않을거야. 우리 좀 잘 생각해보자.》

《생각해보구 말구 할게 있니. 청룡산호랑이는 내가 꼭 그려야겠어. 옥계담에 가서 신기한 연적두 네가 가져오구 호랑이그림까지 네가 그려가지고 마을로 돌아가면 내 꼴이 뭐가 되겠니.》

《그래서 청룡산호랑이를 네가 가서 그려오겠단 말이냐?》

《그렇지 않구. 그래 내 생각이 잘못됐니?》

바우는 못마땅해하는 눈길로 해남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청룡산호랑이를 그리는 일은 꽃을 그리는것과는 달라.》

해남이의 말에 바우는 버럭 역증을 냈습니다.

《뭐? 내 그림재주를 어떻게 보구 그러니. 너무 저만 저라고 하지 말아.》

《뭐라구?》

해남이가 억이 막혀 말을 못하고있는데 인기척이 나더니 어깨에 사냥총을 멘 웬 늙수그레한 포수가 그들앞에 나타났습니다.

《너희들 무엇때문에 그렇게 다투고들 있느냐?》 하고 그가 물었습니다.

바우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별로 악한 사람같지 않았습니다.

《혹시 청룡산호랑이를 본적이 없나요?》

바우가 포수한테 물었습니다.

《청룡산호랑이 말이냐. 보구말구. 그 호랑이가 어디에 나타나는지도 잘 안다.》

《그래요?》

포수의 말에 바우는 대번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런데 청룡산호랑이는 왜 찾느냐?》

포수는 바우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물었습니다.

《그 호랑이를 그리려고 그래요.》

바우가 대답했습니다.

포수는 알만 한듯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말하였습니다.

《네가 정말 청룡산호랑이를 그리겠다면 내가 도와주지. 청룡산으로 가는 길도 잘 아는데다 이래뵈도 난 명포수란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곁에 내가 있는게 나쁘지는 않을게다. 헌데 너희 둘중 한사람만 가야겠다.》

《그건 왜요?》

바우가 물었습니다.

《그거야 뻔하지 않느냐. 한두사람이면 몰라도 세사람씩이나 나타나면 청룡산호랑이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 아니냐.》

포수의 말을 듣고난 바우는 해남이한테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해남이를 바라보는 바우의 머리에는 청룡산호랑이를 그리는 일은 절대로 양보하지 말라고 하던 약초캐는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해남이가 싫어해도 청룡산호랑이그림은 내가 꼭 그려야겠어.)

하고 생각한 바우는 포수한테로 돌아서며 말했습니다.

《저, 날 청룡산호랑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줘요.》

《네가 소원한다면 그까짓거야 못 도와주겠느냐, 허허.》

포수는 얼마 되지 않는 수염을 내리쓸며 쾌히 응했습니다.

《가자요.》

바우는 제먼저 청룡산쪽으로 걸음을 내짚었습니다.

《바우야!》

해남이가 다급히 바우를 불렀습니다.

《걱정말아. 내가 호랑이를 그려오지 못하면 그땐 네가 다시 가서 그려오면 될게 아니냐.》

바우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숲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얘야, 너무 걱정말거라. 내가 곁에 있지 않느냐.》

포수가 해남이를 안심시켰습니다.

해남이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숲속으로 걸어가는 그들의 뒤모습을 걱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이윽토록 서있었습니다.

 

10

 

바우는 포수와 함께 청룡산숲속길을 걸어가고있었습니다.

그는 포수가 신기한 무지개연적을 탐내는 꿍꿍할미인줄은 전혀 알수 없었습니다.

무지개연적을 손에 넣으려고 옥계담에 갔다가 은별선녀한테 꾸지람만 듣고 돌아온 꿍꿍할미는 다시 포수로 변신하고 그들이 나타나기만 기다리고있었던것입니다.

꿍꿍할미는 당장이라도 바우한테 있는 신기한 무지개연적을 제 손에 넣고 돌섬으로 돌아가고싶었으나 꾹 참았습니다. 청룡산호랑이를 그린 그림까지 가지고싶은 욕심이 났던것입니다.

깊은 숲속은 어찌나 아름드리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차있는지 대낮인데도 어스름달밤처럼 어둑컴컴하였습니다.

골짜기를 지나 산등성이로 오르는데 별안간 따웅! 하는 소리가 벼락같이 울리더니 쉬ㅡ익! 하는 휘파람소리가 머리우에서 들려왔습니다.

깜짝 놀란 바우가 얼핏 머리를 들고 바라보니 호랑이는 벌써 머리우를 날아넘어 숲이 우거진 산중턱바위우에 소리없이 내려앉았습니다.

얼룩얼룩한 줄이 건너간 실한 몸뚱이며 억센 발통, 호랑이가 발통으로 한번 바위를 내리치자 주먹같은 돌쪼각들이 나무잎처럼 흩날렸습니다.

호랑이가 따웅ㅡ 하고 다시 울부짖자 쩍 벌린 입안에서는 창날같은 이발들이 서슬푸르게 번쩍거렸습니다.

(청룡산호랑이로구나.)

바우는 대번에 몸이 졸아들었습니다.

그토록 찾고찾던 호랑이였으나 정작 마주치고보니 똑바로 바라볼수조차 없었습니다.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덤벼들어 따웅ㅡ 하고 한입에 삼킬것만 같았습니다.

바우는 저도 모르게 몇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함께 왔던 포수마저 어데론가 숨어버렸다는것을 알게 되자 더이상 여기 있는것조차 무서워졌습니다.

그러나 청룡산호랑이를 그리겠다고 장담해나섰으니 그냥 되돌아설수도 없었습니다.

간신히 용기를 내여 호랑이를 다시 보니 별로 어렵지 않게 그릴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랑이는 신통히도 바우네 뒤집의 누렁얼룩고양이와 비슷했기때문입니다.

(이젠 얼마든지 호랑이를 그릴수 있어.)

바우는 네발걸음으로 숲속 으슥한 곳에 물러나 재빨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지개연적에 담근 붓을 휘두르니 마음먹은 그대로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됐어.)

바위우에 앉아있던 호랑이는 바우가 그림을 그리기 바쁘게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림을 다 그린 바우가 이마에 송글송글 내돋은 땀방울을 훔치며 자리를 뜨려는데 호랑이가 무서워 꼬리를 사리였던 꿍꿍할미가 나타났습니다.

《여기 있는걸 모르구 온숲을 다 뒤졌구나.》

꿍꿍할미는 너스레를 떨고나서

《벌써 그림을 다 그렸느냐?》 하며 바우 가까이로 다가와 그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순간 꿍꿍할미는 흠칫 놀랐습니다.

그림속에서 호랑이가 당장 뛰쳐나올것만 같았습니다.

(에쿠! 저 그림에 잘못 손을 대다간 호랑이밥이 되고말겠구나.)

꿍꿍할미는 속이 덜컥 내려앉는것 같았으나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거 참 그림을 잘 그렸구나.》 하고 감탄하는체 하였습니다.

(어떻게 한다?)

꿍꿍할미는 얼른 속궁냥을 해보았습니다.

성이 독같이 난 두령의 험상궂은 얼굴이 눈앞에 자꾸만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목이 움츠러졌습니다.

꿍꿍할미가 돌섬에 가면 목이 뎅겅 달아날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였습니다.

피뜩 한가지 좋은 꾀가 떠올랐습니다. 꿍꿍할미는 입가에 웃음을 담고 말했습니다.

《얘야, 청룡산호랑이를 그렸으면 지체말고 어서 마을로 돌아가거라.》

꿍꿍할미는 바우의 눈치를 슬쩍 살피고나서

《나도 인젠 사냥을 좀 해야겠다.》 하며 제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숲속에 들어선 꿍꿍할미는 팽그르르 맴돌이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포수의 모습은 감쪽같이 없어지고 은별선녀가 나타났습니다.

은별선녀로 변신한 꿍꿍할미는 급히 마을로 가는 바우를 앞질러갔습니다.

길목을 지키고있던 꿍꿍할미는 바우앞에 불쑥 나섰습니다.

《누구나요?》

바우는 곱게 생긴 선녀가 나타나는 바람에 흠칫 걸음을 멈추고 물었습니다.

《난 은별선녀예요.》

꿍꿍할미는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은별선녀라구요?》

바우는 대뜸 반색을 하였습니다.

《그래요. 참, 청룡산호랑이는 그렸나요?》

《예.》

바우는 선뜻 대답했습니다.

《어디 좀 보자요.》

꿍꿍할미는 바우가 내주는 그림을 받아 들여다보는체 하다가 감탄하듯 말했습니다.

《정말 그림그리는 솜씨가 대단하구만요.》

꿍꿍할미는 이렇게 말하며 슬쩍 바우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바우는 흡족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꿍꿍할미는 이때라는듯 말했습니다.

《이젠 됐구만요. 그림을 다 그렸으니 그 연적은 도루 돌려주세요.》

《예? 연적을 달라구요?》

바우는 뜻밖의 말에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우리 하늘나라에도 그 연적이 있어야 한답니다.》

꿍꿍할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바우는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였습니다.

연적을 내놓자니 여간 아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은별선녀가 달라고 하는데 주지 않을수도 없었습니다.

바우는 시무룩한 낯빛을 지으며 연적을 내주었습니다.

꿍꿍할미는 얼른 연적을 받아들었습니다.

연적을 손에 넣은 꿍꿍할미는 춤출듯이 기뻤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런 티를 조금도 안 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몹시 서운한 모양이군요. 그러나 너무 섭섭해말아요. 필요할 땐 다시 갖다쓰면 될게 아니나요.》

그 말에 바우의 눈이 다시 생기를 띠였습니다.

《그게 정말이나요?》

《그렇잖구요. 그럼 잘있어요.》

꿍꿍할미는 이 말을 남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바우는 꿍꿍할미가 사라진 숲속을 한참동안 서서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기였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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