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7호에 실린 글

 

◇동 화◇

                                                                   김 명 철

1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져가는 저녁무렵이였습니다.

산나물바구니를 들고 처녀애가 산을 내리고있었습니다. 솔미라고 부르는 곱게 생긴 애였습니다.

발을 옮길 때마다 그의 다리는 휘청거렸습니다. 벌써 며칠째 끼니를 번졌으니까요.

(마을에 거의 다 왔는데 좀 쉬여갈가?)

솔미가 산기슭 바위밑에 앉으려는데 마을쪽에서 쿵쿵 절구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어머니의 절구질소리로구나. 그런데 아침에두 찧을 쌀이 한되박밖에 없었는데 아직까지 찧다니? 어데서 쌀이 생긴게 아닐가? 무슨 쌀일가? 좁쌀? 아니면 피쌀?》

솔미의 동그스름한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습니다.

솔미는 쉬려던 생각도 잊고 종종걸음으로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웃음을 담고 집에 들어서던 솔미의 두눈이 둥그래졌습니다.

어머니가 몹시 힘들게 절구질을 하고있었던것입니다.

솔미는 나물바구니를 내려놓고 어머니한테로 다가갔습니다.

《어머니, 뭘 그렇게 찧으시나요?》

어머니의 손에서 절구공이를 빼앗던 솔미는 흠칫 놀랐습니다.

절구확안에는 쌀겨가 조금 들어있었는데 얼마나 오래 찧었는지 재가루처럼 보드라왔습니다.

(빈 절구질을 하시다니? 어머니가 혹시 정신이 헛나간게 아닐가?)

솔미는 더럭 걱정이 생겼습니다.

어머니의 이마를 짚어보니 불덩어리같았습니다.

원래 몸이 성하지 못한데다가 며칠째 풀죽도 드는둥마는둥하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 어서 들어가 누우세요.》

솔미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방으로 이끌었습니다.

《일없다. 솔미야, 난 절구질을 해야 한단다.》

그 말에 의아해진 솔미가 물었습니다.

《예?! 찧을 쌀이 없는데두요?》

《그래. 전장에 나간 너의 오빠가 절구질소리라도 들으라고 말이다. 절구질소리만 들어도 배가 부르고 힘이 난다고 오빠가 늘 말하지 않더냐.》

어머니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것은 사실이였습니다.

솔미의 오빠는 귀가 참 밝았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동구밖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발자국소리도 가려들었습니다.

깊은 산속에 들어가 무술을 닦다가 너무 힘에 부쳐 쓰러졌다가도 어머니의 절구질소리를 듣고 일어나군 했습니다.

저녁늦게 집에 들어설 때면 싱글벙글거리며 《어머니, 난 어머니의 절구질소리를 들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힘이 솟아나요.》라고 말하군 하였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신기하게 귀가 밝은 솔미의 오빠를 두고 《천리귀》라고 불렀습니다.

선봉장이 되여 전장에 나가서도 솔미의 오빠는 늘 마을에서 울려오는 어머니의 절구질소리에 귀를 기울이군 하였습니다.

(어머니가 절구에 쌀을 찧어 미음이라도 좀 드셨을가?…)

어머니는 아들의 그 마음을 헤아려 쌀이 없는 날도 온종일 빈 절구질을 했던것입니다.

솔미는 어머니의 손에서 절구공이를 앗아들었습니다.

《어머니, 그럼 제가 절구질을 하겠어요.》

솔미는 어머니를 자리에 눕혔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약을 달일 약탕관을 화로우에 올려놓고 절구공이를 잡았습니다.

솔미역시 지칠대로 지쳐 절구공이를 드다루기가 헐치 않았습니다.

서너번을 들었다놓으니 벌써 팔맥이 풀리고 대여섯번을 들었다놓으니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하지만 솔미는 절구질을 해야 했습니다.

(단번에 열번 하고 쉬여야지.)

이런 속생각을 하며 솔미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절구 한번 쿵쿵

절구 두번 쿵쿵

 

전장에서 절구질소리를 듣고 힘이 솟아 적들에게로 달려가는 오빠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절구질을 열번 하고나니 숨이 가빴습니다.

(이번엔 스무번을 할테야.)

잠시 숨을 돌리고난 솔미는 또 노래를 불렀습니다.

 

절구 열한번 쿵쿵

절구 열두번 쿵쿵

 

오랑캐놈들을 무리로 쓰러눕히는 오빠의 장한 모습이 눈앞에 어려왔습니다.

송골송골 내돋은 땀을 씻던 솔미는 《아이참, 깜빡 잊을번 했네. 어머니한테 약을 드리고 나와야지.》하며 보골보골 끓고있는 약탕관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약을 드세요.》

《에구, 네가 힘들겠구나.》

《난 힘들지 않아요. 절구질소리를 듣고 오빠가 기뻐할것을 생각하니 오히려 힘이 솟는것 같애요.》

솔미는 생글생글 웃었습니다.

《그래, 원 애두.》

어머니는 못내 대견해하였습니다.

《어머니, 어서 약을 들고 땀을 푹 내세요.》

솔미는 사발에다 약물을 찌워드리고 곧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시 절구질을 하려던 그의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글쎄 절구공이가 없어졌던것이였습니다.

(분명 절구공이를 놓은채로 들어갔댔는데 어델 갔을가?)

솔미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마당을 살펴보았습니다. 마루밑에도 들여다보았지만 절구공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절구공이가 없어졌어요.》

솔미가 울상이 되여 말했습니다.

《절구공이가 없어지다니?》

어머니도 영문을 알수 없어 눈을 껌뻑이였습니다.

솔미는 이웃집 절구공이라도 빌려쓸 생각으로 앞집에 뛰여갔습니다.

그런데 그 집 절구공이도 없어졌다는것이였습니다.

다시 뒤집에 가보니 뒤집 절구공이도 없어졌습니다.

허둥지둥 뛰여다니며 알아보니 이상하게도 온 마을 절구공이가 이날 저녁에 다 없어진것이 아니겠습니까.

《참, 별난 일이로구나.》

마을 어른들은 놀라와하며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2

 

《어머니, 어쩌면 좋아요?》

솔미는 안타까와 흐느꼈습니다.

《울음을 그쳐라. 눈물을 흘리면 마음이 약해지는 법이란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솔미는 눈물을 씻으며 일어섰습니다.

《어머니, 난 이 길로 외할아버지네 집에 갔다오겠어요.》

《그 먼곳엘?》

어머니가 크게 놀랐습니다.

《아서라. 대낮에도 사나운 짐승들이 다니는 그런 고개를 세개씩이나 넘어가야 하는 길을 어린 네가 어떻게 간다고 그러느냐?》

《일없어요. 짐승을 만나면 활로 쏘지요 뭐.》

솔미는 활을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막상 고개길에 들어서니 저도 모르게 무섬증이 났습니다.

다행히도 하늘에서 둥근달이 밝게 비쳐주어 길은 알아볼수 있었습니다.

《고맙구나, 둥근달아.》

솔미는 둥근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속에서는 두마리의 옥토끼가 열심히 절구질을 하고있었습니다.

(저 달속의 절구공이는 신기한 절구공이일거야. 달아, 나에게 절구공이를 잠간만 빌려주려마. 우린 절구공이를 잃어버렸단다.… 하긴 달속의 절구공이를 어떻게 가져온담. 꿈같은 일이지.)

솔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종주먹을 쥐고 길을 다그쳤습니다.

소쩍소쩍ㅡ

소쩍새가 구슬프게 울었습니다.

푸드득ㅡ 발자국소리에 놀랬는지 밤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숲속을 날아갔습니다.

시커먼 풀숲에서 알지 못할 짐승이 후닥닥 뛰여 달아났습니다.

그럴 때마다 솔미의 온몸이 오싹오싹해났습니다.

하지만 솔미는 오빠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를 옥물고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던 솔미는 뜻밖의 광경에 우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류달리 밝고 환한 달빛이 쏟아져내리고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별꽃들이 반짝거리다가는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다시 나타나 반짝거렸습니다.

그속에서 눈이 부시도록 온몸이 은빛을 뿌리는 세마리의 토끼들이 달맞이꽃을 가운데 놓고 깡충깡충 춤을 추고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무척 귀여운 토끼들이였습니다.

숲속에서 날아온 온갖 새들이 토끼들의 머리우에서 기쁘게 우짖었습니다.

노루와 사슴들도 달려와 껑충거리며 좋아했습니다.

솔미가 나무뒤에 몸을 숨기고 정신없이 그 광경을 보고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휙ㅡ 하는 소리와 함께 어데선가 시커먼 그물이 날아와 은빛토끼들을 덮쳤습니다.

순간 새들이 자지러진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날아갔습니다.

노루와 사슴들도 놀라서 숲속으로 도망쳤습니다.

(저 그물은 어데서 날아왔을가?)

솔미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데 숲속에서 웬 털부숭이사나이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그물에 갇힌 토끼들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우린 달나라 옥토끼들이예요.》

(달나라 옥토끼? 그래서 저리도 아름답고 신기하댔구나. 그런데 저놈은 어떤 놈일가?)

솔미는 한껏 긴장해졌습니다.

그때 털부숭이놈이 너털웃음을 쳤습니다.

《이런 횡재라구야. 군량미를 찧던 온 마을의 절구공이를 모두 없애버렸겠다, 게다가 하늘나라 옥토끼들까지 잡았으니 오늘은 운수가 좋단 말이야. 으흐흐.》

털부숭이놈은 망태기속에 그물을 넣어가지고다니며 사냥군행세를 하던 오랑캐렴탐군이였습니다. 그놈은 손기가 어찌나 빠른지 요술쟁이처럼 남의 물건을 눈깜짝할 사이에 도적질하는 놈이였습니다.

그래서 이날 저녁 온 마을의 절구공이를 그 누구도 모르게 모두 없애버렸던것이였습니다. 군량미를 못 찧게 하려고 말이예요.

(그러니 절구공이를 훔친 놈이 바로 저놈이였구나.)

솔미는 화살을 꺼내여 털부숭이놈을 겨누었습니다. 손이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그러나 솔미는 온 정신을 가다듬고 힘껏 화살을 날렸습니다.

핑ㅡ 화살은 그놈의 숨통을 면바로 맞혔습니다.

《윽.》

털부숭이놈은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3

 

솔미는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있는 옥토끼들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무서워 말아. 난 너희들을 해치지 않아.》

솔미는 그물속에서 옥토끼들을 꺼내주었습니다.

《우릴 살려주어 정말 고마워요.》

옥토끼들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습니다. 땅에 떨어진 눈물은 그대로 은빛구슬로 되여 반짝거렸습니다.

솔미는 다정하게 물었습니다.

《얼마나 혼났니? 그런데 너희들 여기에는 왜 내려왔니?》

《이제 며칠 있으면 우리 달나라 할머니의 생일이예요. 할머니는 땅세상에서 피는 달맞이꽃을 제일 고와해요. 그래서 우린 달맞이꽃을 떠다가 달궁전 앞마당에 심어놓고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내려왔댔어요.》

그제서야 솔미는 옥토끼들이 왜 달맞이꽃을 앞에 놓고 춤을 추었는가를 알게 되였습니다.

《정말 기특하구나. 어서 달맞이꽃을 안고 올라가거라. 나쁜 오랑캐놈들이 마을가까이까지 쳐들어왔단다.》

솔미의 말에 몇발자국 옮기던 옥토끼들이 머뭇거렸습니다.

《저… 깊은 이밤에 누난 어떻게 되여 여기에 나타났나요?》

옥토끼들은 빨간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습니다.

솔미는 호ㅡ 한숨을 쉬고나서 먼곳에 있는 외할아버지네 집에 절구공이를 얻으러 가게 된 사연을 말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우리 함께 달나라에 올라가서 할머니에게 부탁해보자요.》

옥토끼들의 말에 솔미는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습니다.

《그 마음은 고맙구나. 그러나 달나라에는 어떻게 올라가며 올라간들 절구공이가 있겠니?》

그러자 옥토끼들은 념려말고 자기들을 따라오라며 깡충깡충 뛰여갔습니다.

솔미가 옥토끼들을 따라가보니 나지막한 언덕에 빛을 뿌리는 은빛바구니가 있었습니다.

옥토끼들이 어서 올라타라고 솔미를 잡아끌었습니다.

솔미는 꿈을 꾸는것 같아 눈을 깜빡거리다가 그들과 함께 바구니에 올라앉았습니다.

옥토끼들은 바구니끝에 매달린 끈을 흔들면서 《은빛바구니, 줄바구니 어서어서 끌어올려주세요.》하고 말했습니다.

그 끈은 달나라와 이어져있었던것입니다.

은빛바구니가 사르릉사르릉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오르는것 같더니 얼마나 빠른지 바람이 귀전을 스치였습니다.

솔미는 겁이 나서 눈을 꼭 감았습니다.

잠시후 옥토끼들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젠 달나라에 다 왔어요.》

눈을 떠보니 달궁전의 넓은 마당이였습니다.

벽이며 지붕이 모두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궁전이 앞에 우뚝 솟아있었습니다.

계수나무엔 향기로운 열매들이 주렁졌습니다.

옥토끼들이 궁전쪽에 대고 《할머니!》, 《할머니!》하고 불렀습니다.

그러자 《너희들이 왔구나. 내가 얼마나 찾았는줄 아느냐?》하며 구슬이 반짝거리는 치마저고리를 입은 달나라할머니가 반가와 달려나왔습니다.

《우린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달맞이꽃을 떠가지고 왔어요.》

옥토끼들이 장한듯이 으쓱거리며 할머니에게 달맞이꽃을 드렸습니다.

달나라할머니는 활짝 피여 향기풍기는 달맞이꽃을 안고 몹시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잠시후 솔미를 띠여보고 물었습니다.

《저 애는 누구냐?》

《우릴 살려준 누나예요.》

옥토끼들이 사연을 얘기했습니다.

달나라할머니는 솔미의 손을 잡고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습니다.

《정말 고맙네.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고. 하마트면 난 손자들을 못 볼번 했구만. 얘들아, 생명의 은인을 잘 대접해드리거라.》

《알겠어요, 할머니.》

할머니의 말에 옥토끼들이 노래를 부르며 절구질을 했습니다.

 

흰쌀 가득 쿵쿵

찹쌀 가득 쿵쿵

진수성찬 쿵쿵

차려다오 쿵쿵

 

솔미는 옥토끼들이 뭘 넣고 찧는가 하여 슬그머니 절구확을 들여다보다가 그만 의아해하였습니다.

글쎄 그들 역시 빈 절구질을 하고있었으니까요.

《아니? 너희들도 빈 절구질을 하는구나.》

솔미의 말에 옥토끼들이 《이건 소원만 말하면 생겨나게 하는 절구공이예요.》 하며 생긋 웃었습니다.

정말 한쪽 항아리에는 흰쌀이 가득 차있었고 다른 항아리에는 기름이 찰찰 도는 찹쌀이 그득했습니다.

(야! 정말 신기한 절구공이로구나. 우리 마을에도 저런 절구공이가 있었으면.)

솔미는 부러운 눈길로 절구공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잠간사이에 옥토끼들이 넓은 상에 진수성찬을 차려놓았습니다.

《자, 어서 들라구.》

달나라할머니가 솔미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솔미는 음식을 들지 못했습니다.

할머니가 이상해하며 물었습니다.

《왜 맛이 없나? 그러면 다른걸 차릴가?》

《아니예요. 사실은 앓고있는 어머니와 전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있는 오빠랑 군사들 생각이 나서 그래요.》

솔미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옥토끼들이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우리한테 절구공이가 또 없나요?》

그러면서 사연을 이야기했습니다.

《하나 더 있긴 하단다. 그 절구공이는 우리 달나라에서 대를 물려오는 귀한 보물이지. 하지만 너희들을 구원해준 은인에게 아까울것이 있겠느냐.》

달나라할머니는 곧 달궁전으로 들어가더니 자그마하고 깜찍스럽게 생긴 절구공이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내 손자들을 구원해준것도 고맙지만 앓는 어머니와 군사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 또한 뜨겁구나. 자, 이 절구공이를 어서 받으라구.》

달나라할머니는 솔미에게 절구공이를 안겨주었습니다. 솔미가 다루기에는 알맞춤한 절구공이였어요.

《할머니, 정말 고마워요.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깊숙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난 솔미는 절구공이를 가지고 은빛바구니에 올라앉았습니다.

사르릉사르릉 은빛바구니는 다시 땅세상으로 내려갔습니다.

달나라할머니와 옥토끼들이 달거울로 솔미의 앞길을 환히 밝혀주었습니다.

 

4

 

우리 군사들의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어려웠습니다.

놈들의 수가 두곱, 세곱으로 점점 불어났습니다.

게다가 군량미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자기 몸을 지탱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오늘도 군량미가 못 오는게지. 아, 이럴 땐 절구질소리라도 울렸으면.)

솔미의 오빠는 너무 안타까와 땅에 귀를 대보았습니다. 절구질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가 해서였습니다.

쿵쿵 들려오던 절구질소리가 멎자 그렇게도 굳세던 선봉장도 몸에서 맥이 풀려나가는것이 알렸습니다.

그래서 벌써 몇번째나 이렇게 절구질소리가 울려오지 않는가 해서 땅에 귀를 대보는것이였습니다.

(절구질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것을 보니 이젠 쌀이 없는게로구나. 하긴 지난해에 흉년까지 들었으니 마을에 쌀이 더 있을수가 없지.)

이렇게 생각하니 가슴만 답답했습니다.

눈앞에선 수많은 별찌들이 반짝거렸습니다.

정신이 자꾸만 흐려왔습니다.

(내가 쓰러지면 안되겠는데.)

바로 이때였습니다.

쿵ㅡ쿵ㅡ

귀를 두드리는 소린 분명 절구질소리였습니다.

《아, 절구질소리!》

선봉장은 벌떡 일어났습니다.

절구질소리는 땅을 울리며 쿵쿵 울려왔습니다.

《여보게들, 어서 일어나게. 절구질소리가 들려오네. 그러니 군량미는 인차 도착할걸세.》

선봉장은 너무 기뻐 웨쳤습니다.

《뭐?! 절구질소리가 들린다구?》

《그렇다네. 절구질소리가 들린대.》

쓰러졌던 군사들이 벌떡벌떡 일어났습니다.

이때 신기한 일이 생겨났습니다.

어깨에 가로 메고있던 빈 미대가 불룩해지고 비여있던 쌀자루에 쌀이 가득 생겨났던것입니다.

《아니, 이게 흰쌀이 아니요?》

《여기 찹쌀도 있수다.》

군사들은 쌀을 씻어 제꺽 밥을 지어먹었습니다.

그러자 군사들의 온몸에서는 새힘이 부쩍부쩍 솟아났습니다.

신기한 쌀밥을 먹고 기세가 오른 군사들은 선봉장의 령을 기다렸습니다.

오랑캐놈들은 그런줄도 모르고 군사들이 모두 굶어 쓰러진줄로만 알고 덤벼들었습니다.

《오랑캐놈들을 모조리 쳐물리치자.》

선봉장이 말을 타고 내달렸습니다.

우리 군사들은 기세충천하여 창과 칼을 휘두르며 순식간에 놈들을 족쳐버렸습니다.

주위엔 놈들의 시체가 쭉 깔렸습니다.

싸움은 우리 군사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선봉장을 따라 승전고를 울리며 마을에 들어서던 군사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자기들이 온것도 모르고 솔미가 마당가에서 노래를 부르며 계속 절구질만 하고있었기때문이였습니다.

 

흰쌀 가득 쿵쿵

찹쌀 가득 쿵쿵

전장 멀리 쿵쿵

생겨다오 쿵쿵

 

그것을 보는 오빠가 갈린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솔미야.》

그러면서 달려가 솔미를 껴안았습니다.

《용타. 절구질을 네가 했구나. 그런데 빈 절구질은 왜 하느냐?》

오빠는 영문을 알수 없어 빈 절구확과 솔미를 번갈아보았습니다.

군사들이 돌아온것을 알고 너무 기뻐 버선발로 뛰여나온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절구질소리를 울려야 전장에서 오빠와 군사들이 힘이 난다면서 솔미가 절구질을 했단다. 신기한 달나라 절구공이로 말이다.》

그러면서 군사들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자초지종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군사들은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어떻게 되여 전장에 신기한 일들이 생겼는가를 그제서야 알게 되였던것이였습니다.

솔미를 바라보는 군사들의 눈굽은 축축히 젖어들었습니다.

《네가 정말 큰일을 했구나. 어린 솔미가 우리들 못지 않게 큰 공을 세웠구려. 전장에서 싸우는 군사들에게 힘과 신심을 안겨주려는 이 애의 갸륵하고 뜨거운 마음이 오늘의 승리를 안아왔단 말이요.》

군사들은 솔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자, 오랑캐놈들을 쳐부신 기쁜 날에 북소리를 울리며 춤을 추세나.》

누군가의 말에 둥둥 북소리가 울렸습니다.

군사들은 서로서로 솔미의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흥겨운 춤판은 밤이 깊어가는줄 모르고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둥근달속에서 달나라할머니와 옥토끼들이 그들을 축하해주는듯 방실방실 웃으며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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