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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7호에 실린 글
◇우 화◇
문 영 철
어느날 밤. 늙은 승냥이가 느티나무밑에 상을 차려놓고 달을 바라보며 빌었습니다. 《밤의 재판관이신 보름달님, 그 밝은 빛으로 우리 승냥이들의 억울한 사정을 굽어살펴주사이다.》 《무슨 일이냐?》 달이 정답게 물었습니다. 《아, 글쎄 저 밤골에 사는 다람쥐란 놈들이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다 하옵니다.》 《어떤 무기인데?》 달은 흥미있는듯 다시 물었습니다. 《고 쪼꼬만 놈들이 골은 뱅뱅 돌아서 밤송이를 따다 밤알은 모두 창고에 넣고 가시가 삐죽삐죽한 껍질로는 돌멩이들을 감싸 <가시수류탄>들을 만들었다고 하옵니다.》 《그게 너희 승냥이들한테 <억울한 일>로 된단 말이냐?》 달은 어처구니가 없어 승냥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렇지 않구요. 그놈들때문에 이젠 밤동산에도 마음대로 못 가게 됐으니… 밤철이면 덤불속에 숨었다가 밤 따러오는 놈들을 덮치군 하였는데…》 승냥이는 달의 마음을 움직여보려고 허리까지 연방 굽석댔습니다. 《그래, 너희 승냥이들의 <억울한 일>이란 그것뿐이냐?》 《아니옵니다. 또 있사옵니다. 토끼란 놈들이 신기한 약을 만들어냈다고 하옵니다.》 《어떤 약인데?》 달은 여전히 하늘길을 가며 승냥이한테 물었습니다. 《토끼란 놈이 약초에는 귀신이여서 글쎄 어떤 약초로 약을 만들었는지 그걸 한알 먹으면 다리에 힘이 뻗쳐 웬간한 강이나 개울들은 훌쩍훌쩍 날아넘게 된다고 하옵니다.》 《그런데 그 약이 너희 승냥이들한테 무슨 <억울한 일>로 되느냐?》 《달님ㅡ》 승냥이는 답답하다는듯 달을 치떠보았습니다. 《토끼놈이 만든 그 약을 먹은 놈들이 강가에서 물을 마시다가도 우리가 나타나면 훌쩍훌쩍 강을 뛰여넘으니 닭쫓던 개신세가 된 우리 꼴이 억울하지 않단 말이오이까?》 《흠ㅡ》 달은 차겁게 또 물었습니다. 《이젠 <억울한 일>을 다 말했느냐?》 《한가지 더 있소이다.》 《뭐냐?》 《다람이나 토끼 그리고 오소리, 너구리 등 보잘것없는것들이 서로 밀려다니며 친하게 지내는것이옵니다.》 《그들이 친하게 지내는것도 너의 <억울한 일>로 된단 말이냐?》 달은 노기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놈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면 단합하게 될것이고 그놈들이 한데 뭉치면 우리가 마음대로 잡아먹을수 없으니 이 아니 억울한 일이오이까.》 《그럼 너희들의 <억울한 일>을 어떻게 풀어주면 좋겠느냐?》 달의 물음을 기다리기나 한듯 승냥이는 제꺽 대답했습니다. 《그놈들의 무기와 약을 모두 빼앗고 그놈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지 못하게 하였으면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달은 아무 대답도 없이 먹장구름과 번개, 우뢰까지 불러들였습니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젠 네가 다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주마.》 달님이 말했습니다. (아무렴 달님이 어련할라구요.) 승냥이가 제잡담 이렇게 생각하며 느티나무밑에 바싹 붙어섰는데 꽈르릉 꽝ㅡ 벼락이 내리치며 느티나무와 함께 승냥이를 숯검뎅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한참만에 다시 나타난 달이 느티나무밑을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남을 해치느라 피눈이 된 네놈에게 무슨 일인들 <억울>하지 않겠느냐. 너같은 놈은 일찌기 그렇게 됐어야 할걸 그랬다. 이젠 <억울한 일>을 다신 당하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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