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6호에 실린 글

 

◇동 화◇

 

                                          

                   

                                  문 명 일

 

 

남이네 마을에 경사가 났습니다.

국제경기에서 1등을 한 우리 나라 녀자축구선수들의 경기가 텔레비죤으로 방영되였는데 아 글쎄 거기에 축구선수로 뽑혀간 옆집누나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온 마을이 떠들썩했습니다.

《앵두나무집딸이 정말 대단하구만요.》

《우리 마을의 경사요.》

《앵두나무집을 이제부턴 <축구집>이라고 해야겠수다, 하하하.》

마을의 속보판에는 누나의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나붙었습니다.

(히야, 누난 얼마나 좋을가.)

남이는 자기도 옆집누나처럼 되고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후에는 군대나간 배나무집형님이 영웅이 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온 마을, 온 학교가 그야말로 명절처럼 흥성거렸습니다.

영웅의 아버지와 어머니, 영웅의 학교와 마을을 소개하려고 신문, 방송기자가 찾아오고 텔레비죤촬영가도 왔습니다.

옆집누나와 영웅형님덕분에 남이네 마을과 학교는 순식간에 온 나라가 다 아는 마을과 학교로 되였습니다.

(야, 난 언제면 형님, 누나처럼 큰 위훈을 세워가지고 이름을 떨쳐볼가.…)

남이의 머리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떠날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남이는 마을 뒤산에 토끼풀을 뜯으러 갔다가 저 혼자 돌아치는 새끼염소 한마리와 맞다들었습니다. 제 무리와 떨어진 염소가 분명했습니다.

(염소주인이 지금 얼마나 안타까와할가.…)

남이가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마배기에 빨간칠을 한게 고개너머에 있는 목장염소가 틀림없었습니다. 며칠전에 목장견학을 갔다가 방목공누나들이 숱한 새끼염소들의 나이를 제꺽 알아보기 위해 이런 표식을 해놓는걸 보았던것입니다.

(야참, 이런 정말…)

남이는 참 딱했습니다.

황소도 아니고 요런 새끼염소때문에 고개너머 갔다오기가 싫었던것입니다. 게다가 조금 있으면 재미있는 아동영화가 방영될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눈을 찔끔 감고 모르는척 하자니 새끼염소를 찾아 안타까이 산을 오르내릴 방목공누나들의 모습이 눈앞에 얼른거렸습니다.

새끼염소가 노란 눈으로 올려다보며 《매ㅡ 매ㅡ》우는 소리도 마치 《날 누나들에게 데려다줘요. 부탁이예요.》하는 소리같았습니다.

《챠, 이걸 어쩐다?…》

남이가 새끼염소를 놓고 망설이고있을 때 나무뒤에 숨어서 남이를 지켜보며 속을 조이는 놈이 있었습니다.

그놈은 마귀놈이였습니다.

여기도 돈을 가지고 모든것을 쥐락펴락하는 제놈의 세상처럼 만들려고 저 멀리 바다건너에서 기여든 놈이였지요.

마귀놈은 목장에서 새끼염소를 한마리 훔쳐서 끌어다놓았습니다. 말하자면 누구든지 낚아내기 위한 미끼였지요.

사람들을 자기 하나만을 위해 그 어떤짓이든지 서슴없이 하는 추물들로 만들자면 이런 미끼가 꼭 필요했습니다.

남이는 바로 그런 새끼염소와 맞다들린것입니다.

마귀놈은 남이가 이제 마을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면서 새끼염소를 몰래 집으로 끌고갈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를 마다할 사람이 없다고 믿었던것입니다.

이제 목장사람으로 둔갑해가지고 남이네 집에 가서 목장재산을 훔쳐왔다고 을러메면 남이는 겁에 질려 이 일을 비밀에 붙여달라고 애걸할것입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염소도적》으로 마을의 미움을 받게 될테니까요.

일이 이쯤되면 남이와 비밀을 지켜주마고 찰떡같이 약속을 합니다. 그러면 남이는 그때부터 무엇을 시키든지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인형》이 되고말것입니다.

(그담엔 저녀석을 미끼로 삼아서 계속… 흐흐흐.)

속으로 이렇게 너털웃음을 치던 마귀놈은 남이가 그냥 망설이는것을 보고 은근히 속이 안달아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야, 이녀석아. 공짜가 생겼는데 뭘 주저하는거냐? 새끼염소를 집으로 끌고 가, 어서.》하고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렇지만 마귀놈의 이런 심정도 모르고 남이는 《에참, 할수 없지. 힘들어도 목장에 갔다오는수밖에.》 이러더니 새끼염소를 안고 목장쪽으로 가는것이였습니다.

(젠장, 공짜도 모르는 바보녀석같으니. 하지만 내가 그냥 물러설줄 알아? 네가 그놈을 목장에까지 가지고 가는가 어디 두고보자.)

마귀놈은 남이를 노려보며 씨근덕거렸습니다. 이제는 무슨 수를 써서든지 남이가 새끼염소를 팔아먹게 해야 했습니다.

이런줄은 꿈에도 알리 없는 남이는 부지런히 걸음을 다그쳤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배가 고파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점심시간이 된것 같았습니다.

마침 길가에 빵이랑 사이다랑 차려놓은 매대가 나타났습니다.

매대아주머니는 정이 철철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남이를 찾았습니다.

《얘야, 보아하니 먼길을 가는것 같은데 요기나 하고 가려무나.》

아주머니는 남이의 손에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빵을 쥐여주기까지 했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남이가 손을 내젓는데도 그 아주머니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애두 참, 그렇다고 굶을셈이냐? 배고픈것하고는 타협을 못해. 무슨 수를 써서든지 배부터 채우고 봐야지.》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빵을 한개 줄테니 새끼염소를 달라고 하는것이였습니다.

《아니, 뭐라구요?》

《호호호, 네가 이게 어떤 빵인지 몰라서 그러는구나. 보겠니?》

아주머니는 남이에게서 빵을 되받아가지고 한입 뭉텅 떼먹었습니다. 아, 그런데 그 빵이 다시 본래대로 커지는게 아니겠어요.

이번에는 손으로 절반 뚝 꺾어먹었는데도 빵은 순식간에 다시 커졌습니다.

《자, 어떠냐. 이거 하나면야 일생 먹을 걱정 안하고 살수 있지.》

아주머니는 남이의 코앞에 그 신기한 빵을 바싹 가져다댔습니다.

빵냄새는 가뜩이나 고프던 남이의 배를 못 견디게 자극했습니다.

(바꿀가?)

남이는 한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인차 도리머리질했습니다.

(아니야. 이게 우리 집 염소인가 뭐. 그리고 만약 새끼염소를 저 신기한 빵과 바꾸었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퍼져봐. 그럼 마을에선 날 뭐라고 할가. 꿀꿀이? 먹새퉁구리? 에이 창피해. 옆집누나처럼 이름을 떨치지는 못할망정…)

남이는 아주머니의 손을 뿌리쳤습니다.

《안돼요. 이건 목장염소란 말이예요. 별난 아주머니 다 보겠네.》

남이는 배고픔을 참으면서 계속 걸어갔습니다.

한동안 걷던 남이는 다리쉼을 하려고 길옆의 나무그늘에 들어섰습니다.

거기에서는 웬 할머니가 앉아서 무릎을 두드려대고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자기도 쉬는중이니 앉았다 가라고 하면서 남이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얘야, 이게 목장염소가 아니냐?》

남이가 사연을 말해주자 그 할머니는 더욱 바싹 다가앉았습니다.

《얘야, 넌 참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아, 네가 새끼염소를 얻었는지 황소를 얻었는지 누가 안다고 이 고생이냐 말이다. 그러지 말고 그놈을 나한테 팔거라. 내 마침 새끼염소를 한마리 사려고 가던 길이란다.》

할머니는 괴춤에서 자그마한 돈지갑을 꺼내여 통채로 내밀었습니다.

《아니, 목장염소면 어쨌단 말이냐? 돈만 생기면 그만이지. 오, 너 돈이 작은것 같아서…》

할머니는 돈지갑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말 신기한 돈지갑이였습니다.

종이돈을 모두 꺼내자 씨ㅡ 쿵 하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지갑안에 종이돈이 가득 찼습니다. 이번엔 쇠돈을 다 털어냈는데 역시 그 이상한 씨ㅡ쿵 소리와 함께 짤락짤락 쇠돈이 가득 생겨났습니다. 쌀 샘솟는 항아리가 있다더니 이건 정말 돈 샘솟는 지갑이였습니다.

《그래 어떠냐. 이런 돈지갑을 마다하겠어? 네가 오늘 나를 만난덕에 정말 큰 횡재를 하는줄이나 알아라.》

할머니는 그 신기한 돈지갑을 남이의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얼결에 돈지갑을 받아든 남이는 한순간 망설이였습니다.

(어떻게 할가?…)

그러나 남이는 인차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목장재산을 제것처럼 팔아서 얻는 이런게 횡재라구? 아니야. 신기한 일은 더 빨리 퍼진다고 이제 이 사실이 알려져봐. 그럼 난 순간에 돈벌레로 불리울거야. 배나무집형님은 영웅이 되여 이름을 빛내이는데 난… 에이, 망신스러워.)

할머니가 새끼염소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남이는 펄쩍 정신을 차렸습니다.

《안돼요. 이건 파는 염소가 아니란 말이예요.》

남이는 돈지갑을 할머니에게 도로 주고 달아나다싶이 길에 나섰습니다.

《오늘은 참 이상한 사람들만 만나네.》

남이가 한참 걸음을 다그치는데 갑자기 시꺼먼것이 공중에서 휙 날아내렸습니다. 그러더니 남이의 앞에 얼럭덜럭 괴상망측한 옷을 걸친 난쟁이 하나가 나타나 길을 떡 막아섰습니다.

《으흐흐. 그 <이상한 사람들>이 바로 나다. 이 마귀님이란 말이야.》

《뭐? 마귀?…》

마귀놈은 두번씩이나 사람으로 둔갑하고 나타나 남이를 유혹하려다가 실패하자 이번에는 직접 제 몰골을 드러냈던것입니다.

《어리석게 굴지 말아. 네가 그 새끼염소를 목장에 찾아다준다고 해서 너한테 빵 한개, 돈 한잎 생길줄 알아? 그저 속보에나 한번 나고 칭찬이나 몇마디 들으면 다야. 그러니 새끼염소를 나한테 다오. 그럼 내 소원을 풀어주는 옥가락지를 주지. 이것만 끼면 넌 모든 소원을 다 풀수 있어. 돈이면 돈, 먹을것이면 먹을것, 하여튼 무엇이든 다 생겨나게 할수 있단 말이야. 어때, 이래도 싫어?》

마귀놈은 품속에서 옥가락지를 꺼내들고 바싹바싹 다가왔습니다.

그 옥가락지는 마귀놈의 마지막수단이였습니다. 누구든지 그것을 끼기만 하면 마귀놈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되는것입니다.

남이는 마귀놈의 더러운 손을 탁 쳐버리며 쏘아붙였습니다.

《그따위것, 네놈이나 콱 가져라.》

옥가락지는 물론 없어지지 않는 빵이나 돈이 샘솟는 지갑은 모두 마술을 부리는 요사스러운 물건짝들이였습니다.

그런데 남이가 어느것 하나 거들떠보지 않으니 마귀놈은 밸이 뒤틀려 죽을 지경이였습니다. 남이를 유혹하기는커녕 오히려 좋은 일을 하게까지 해준셈이니 분통이 터질노릇이였습니다.

《야, 이녀석아. 새끼염소를 공짜로 가지라고 몰래 훔쳐다주어도 싫구, 먹을것과 돈도, 옥가락지도 싫으면 네녀석은 대체 뭘 바라구 그 짓을 하느냐? 앙?…》

《?!…》

두눈이 휘둥그래진 남이는 얼음물에 머리를 담근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네놈이 그래서였구나.》

만약 자기가 마귀놈의 얼림수에 넘어갔더라면 어떻게 되였겠습니까. 새끼염소 한마리에, 혹은 먹을것과 돈 몇푼에 제 이름을 팔고 그대신 수치스러운 이름을 가지게 되였을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오싹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따위 허튼 꿈을 꾸지 말고 썩 사라져라,이 마귀놈아. 내가 바라는건 이 새끼염소를 목장에 가져다주는거다.》

《뭐라구? 아이구 분해라. 내가 애녀석 하나 홀리지 못하다니… 어허허.》

마귀놈은 제 머리카락을 쥐여뜯고 가슴을 두드려대며 지랄발광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말았습니다. 애들까지도 이렇게 자기보다 마을을 위하는 이런 곳에서 제놈이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것을 깨달았던것입니다.

남이는 새끼염소를 쓸어주며 속삭였습니다.

《하마트면 마귀놈한테 너도 팔고 내 이름도 팔번 했구나. 널 집에 데려다주는 요런 작은 일도 큰 마음을 먹지 않고는 할수가 없는걸.》

그리고는 목장을 향해 걸음을 다그쳤습니다.

다음날이였습니다.

학교에 간 남이는 생각지 않게 요란한 칭찬을 받게 되였습니다. 글쎄 교장선생님이 온 학교학생들을 모여놓고 남이가 어제 한 일을 크게 소개해주었던것입니다.

남이는 순간에 온 학교가 다 아는 아이로 되였습니다.

《야, 저 형님은 얼마나 좋을가.…》

《글쎄 말이야. 우리 담임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저런 형님들이 이담에 크면 영웅이 된대.》

아래학년의 꼬마들까지 이렇게 주고받는 소리에 남이는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그게 그렇게도 큰일일가? 참.》

그런데 마을에서 어른들의 칭찬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오죽했으면 길가에서 만난 반장아저씨가 남이를 유치원아이처럼 얼싸 안아주었겠습니까. 《남이때문에 우리 마을의 자랑이 또 하나 늘었구나. 용타!》하면서 말입니다.

저녁에는 또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몰랐습니다. 남이때문에 일터에서, 마을에서 사람들한테 둥둥 떠받들리웠다면서 말입니다.

남이는 정말 별치도 않은 일을 하고 학교에서, 마을에서,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칭찬소나기를 받고보니 기쁘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한 일이 정말 그렇게 큰일일가? 참.》

그날 저녁 남이는 일기장에 앞으로 고향마을을 위해,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더 많이 해서 형님,누나들처럼 영웅이 될 결의를 또박또박 써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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