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6호에 실린 글
◇장편동화◇
(이 작품은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동화로 옮긴것입니다.) (제 3 회) 6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달미포마을에 가서 숱한 재물과 을미를 빼앗아가지고 돌섬으로 돌아온 도적괴수놈은 기분이 좋아 날마다 큰 잔치를 차리였습니다. 잔치상을 차리는데 쓰일 음식을 만들어내는 음식칸은 눈코뜰새없이 바빴습니다. 을미는 돌섬에 끌려온 첫날부터 이 음식칸에서 시달렸습니다. 을미가 일하는 음식칸에는 다른 마을에서 끌려온 여러명의 처녀들도 있었습니다. 불때는 연기와 음식을 지지고 볶는 냄새가 꽉 차있는 음식칸은 숨이 컥컥 막혔습니다. 새벽부터 일에 볶이우던 을미는 시원한 공기라도 마실가 하여 물동이를 들었습니다. 그때 《음식칸에서 뭣들 하느냐!》 하는 도적괴수놈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을미는 물동이를 내려놓고 음식상을 쳐들었습니다. 흉물스럽게 생긴 도적괴수놈이 있는 곳으로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칼이 오싹 일어섰습니다. 을미는 도적괴수놈을 만나면 송충이를 보는것만큼 끔찍했습니다. 그러나 어쩔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수 없었습니다. 을미는 한숨을 호 내쉬고나서 잔치를 벌리고있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독한 술냄새가 확 풍겼습니다.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하였습니다. 웃자리에 틀고앉아 거들먹거리며 진탕치듯 먹어대던 도적괴수놈이 을미를 보더니 자기한테로 가까이 오라고 털이 부르르한 손가락을 꺼떡거렸습니다. 을미는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도적괴수놈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얼른 음식들을 차려놓고 돌아섰습니다. 《가만, 거기 좀 섰거라!》 도적괴수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을미는 흠칫 놀라며 멈춰섰습니다. 도적괴수놈이 무슨짓을 하려고 그러는지 몰라 등골로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춤이나 한번 춰봐!》 도적괴수놈은 징그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난 춤출줄 몰라요.》 을미는 딱 잡아뗐습니다. 《춤출줄도 몰라? 일이나 해먹다가 뒈질년이군. 보기 싫다, 썩 물러가라.》 도적괴수놈은 기분이 상하는지 손을 홱 내저었습니다. 을미는 도적괴수놈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얼른 방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마아도령은 얼마전에 죽은 도적괴수놈의 형의 아들이였습니다. 돌섬에서 두목노릇을 하던 형이 갑작스레 죽은 다음 돌섬의 보물을 몽땅 타고앉은 도적괴수놈은 마아도령을 은근히 두려워하고있었습니다. 《마아도령님은 몸이 아파 잔치에 참가하지 않겠답니다.》 옆에 있던 졸개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습니다. 《몸이 아프다구? 흥, 싫으면 그만두래.》 하고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나서 잔치상에 둘러앉은 졸개들을 둘러보던 도적괴수놈은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히벌쭉 웃었습니다. 《내가 수수께끼를 하나 낼테니 맞혀들 볼테냐?》 《수수께끼요?》 도적괴수놈의 말에 졸개들은 모두 귀들을 벌쭉거렸습니다. 《승냥이는 승냥이인데 고기를 보고도 먹지 못하는 승냥이가 무슨 승냥이냐?》 졸개들은 도적괴수놈이 내놓은 수수께끼를 풀어보려고 끙끙거렸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알아맞히지 못하였습니다. 《그래, 못 알아맞히겠느냐?》 《어리석은 저희들로서야 유식한 두령님의 머리에서 나온 수수께끼를 풀수가 없지요.》 한 졸개가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발라맞추었습니다. 《그쯤한걸 못 알아맞추다니. 그건 바로 죽은 승냥이란 말야.》 도적괴수놈은 큰거라도 알고있는듯이 뻐기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죽은 승냥이라구요?》 《생각해보란 말야. 죽은 승냥이가 어떻게 고기를 먹겠느냐 말이야. 안 그래?》 《듣고보니 정말 그렇습니다요.》 《헤헤… 거참 묘한 수수께끼입니다요.》 졸개들이 저마끔 아양을 떨었습니다. 그때 먼길을 갔다온듯 꿍꿍할미가 지친 걸음으로 어청어청 도적괴수한테로 다가왔습니다. 《달미포마을에선 별일 없을테지?》 도적괴수놈이 꿍꿍할미한테 물었습니다. 《있습니다요. 애숭이화공 두 녀석이 청룡산호랑이를 그린다면서 그걸 그리는데 쓸 신기한 무지개연적을 가지러 옥계담으로 떠난다고들 합디다요.》 《엉? 뭐라구?!》 꿍꿍할미의 말에 도적괴수놈은 불에 덴듯이 펄쩍 놀랐습니다. 《큰변이 났다! 달미포마을에 청룡산호랑이그림이 다시 생겨나면 그땐 우린 끝장이란 말야. 끝장!》 졸개들도 모두 눈들이 퀭해졌습니다. 《옥계담에 가서 가져오겠다는 무지개연적은 보통물건이 아니야. 그 연적에 붓을 담갔다가 청룡산호랑이를 그리면 우리 뿔도깨비들이 그전처럼 꼼짝 못하게 된단 말야.》 괴수놈의 말에 졸개들은 낯색이 시커멓게 죽었습니다. 퉁방울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무엇인가 궁리를 짜내던 도적괴수놈은 자리에서 움쭉 일어나 꿍꿍할미를 보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하였습니다. 그놈은 꿍꿍할미를 곧장 자기 방으로 데리고갔습니다. 도적괴수놈의 방에 들어선 꿍꿍할미는 탐욕스러운 눈길로 사방을 두릿거렸습니다. 갖가지 진귀한 금은보석들이 눈부시게 번쩍거리고있었습니다. 금으로 만든 밥사발과 금술잔, 은으로 만든 숟가락, 진주보석을 박아 만든 크고작은 궤짝들, 별의별것들이 다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 빼앗아온 재물들이였습니다. (이 숱한 재물 절반만이라도 내것이라면 여북 좋을가?)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꿍꿍할미의 가슴속에는 욕심이 굴뚝같이 일어났습니다. 도적괴수놈은 제일 안쪽에 놓여있는 보물함으로 다가갔습니다. 보물함에는 번쩍거리는 금으로 만든 붕어자물쇠가 채워져있었습니다. 도적괴수놈은 자물쇠를 절컥 열고 보물함안에서 지팽이 하나를 꺼냈습니다. 금은보석이 번쩍거리는 보물함안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별스러울만치 아주 초라한 지팽이였습니다. 크기는 보통지팽이만 하였습니다. 금시라도 뚝 부러질것만 같이 낡아빠진 지팽이의 손잡이에는 왕거미가 새겨져있었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봐야 왕거미인줄 알지 얼핏 보아서는 우둘투둘한 나무옹이같았습니다. 《이 지팽이가 어떤 조화를 부리는지 알지?》 도적괴수놈은 지팽이를 쳐들어보이며 물었습니다. 꿍꿍할미는 머리를 끄덕거리였습니다. 《자, 이 마술지팽이를 줄테니 빨리 가서 그놈들이 청룡산호랑이를 그리지 못하게 하라. 령을 어기면 어떻게 된다는걸 알지?》 도적괴수놈은 도끼눈을 해가지고 꿍꿍할미를 쏘아보았습니다. 《예, 예. 알다마다요. 난 변신술밖에 못쓰지만 이 마술지팽이만 있으면야.》 꿍꿍할미는 허리를 갑삭대며 도적괴수놈이 내주는 마술지팽이를 받았습니다. 도적괴수놈의 방에서 나온 꿍꿍할미는 곧바로 바다가로 나와 달미포로 가는 배에 올랐습니다. 배는 파도를 헤치며 쏜살같이 달렸습니다. 꿍꿍할미는 배머리에 서서 마술지팽이를 내려다보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 마술지팽이가 있는데야 무서울게 없지. 그까짓놈들이 청룡산호랑이를 그리지 못하게 하는것쯤이야 식은죽먹기고… 가만, 내가 호랑이족자임자가 되면 마술족자를 가지고있는 두령놈도 꼼짝 못할게 아닌가. 그러면 보물도 다 내것이 될텐데…) 꿍꿍할미의 눈앞엔 도적괴수놈의 방에서 본 갖가지 진귀한 보물들이 자꾸 얼른거렸습니다.
(그러자면 뭐니뭐니해도 신기한 무지개연적을 손에 넣어야 해. 가만, 그 연적에 붓을 담갔다가 그림을 그리면 진짜로 변하는 조화를 부린다고 했지. 그러니 그것만 손에 넣으면 벼락부자가 되겠구나.) 미꾸라지 룡이 될 꿈을 꾸듯 자기 생각에 빠져 닭알낟가리를 쌓았다허물었다 하는 꿍꿍할미의 입은 터진 팥자루처럼 벌어졌습니다.
한편 달미포마을을 떠나 옥계담으로 찾아가는 바우네는 며칠째 험한 숲속을 헤치며 걸어가고있었습니다. 그들은 부지런히 고개를 넘고 숲속을 지났습니다. 이따금 숲속에서 사나운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골짜기를 따라 한참 내려가던 그들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숲속에 자그마한 초막집이 한채 있었습니다. 그들은 초막집으로 다가갔습니다. 《주인님 계십니까?》 《누구요?》 문이 벌컥 열리며 약초캐는 할아버지가 나왔습니다. 그는 꿍꿍할미였습니다. 약초캐는 할아버지로 변신하고 초막에서 살면서 그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있었던것입니다. 꿍꿍할미의 손에는 마술지팽이가 들려있었습니다. 《난 이 산속에서 약초를 캐며 살아가는 사람일세. 헌데 자네들은 누군가?》 꿍꿍할미는 바우네 일행을 힐끔힐끔 살피며 물었습니다. 《우린 신기한 연적을 가지러 옥계담으로 가는 사람들입니다. 길을 물을가 해서 찾아왔습니다.》 갑쇠총각이 대답했습니다. 《오, 그런가?》 꿍꿍할미는 반색을 하였습니다. (흐흐, 드디여 기다리던 녀석들이 저절로 그물속으로 기여드는구나. 어떻게 해서든 그 신기한 연적을 손에 넣어야겠는데.) 꿍꿍할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닌보살을 하였습니다. 《난 여기 산세를 손금보듯 한다네. 옥계담이야 내가 잘 알지. 마침 그쪽에 희귀한 약초가 많다고 해서 가려던 참인데 내가 길안내를 해주지.》 꿍꿍할미는 시치미를 떼고 천연스레 말하고나서 서둘러 길차비를 갖추고 나섰습니다. (어떻게 해야 손쉽게 신기한 연적을 손에 넣을가.…) 꿍꿍할미는 숲속길을 걸으며 줄곧 머리를 굴려봤으나 인차 좋은 꾀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꿍꿍할미는 흘끔흘끔 세 젊은이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기둥같은 팔다리며 솥뚜껑같은 손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섬찍했습니다. 자칫하다 자기 정체가 알려지는 날에는 뼈도 추리지 못할것 같았습니다. 꿍꿍할미는 우선 세 젊은이부터 없애치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숲속길을 걸으며 맞춤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산등성이를 넘어섰을 때였습니다. 참나무들이 무성한 멀지 않은 숲속에서 으앙! 하는 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꿍꿍할미는 피뜩 한가지 좋은 꾀가 떠올라 땅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여보게들, 난 더, 더 못 가겠네.》 꿍꿍할미는 겁에 질린듯 한 소리를 내며 말까지 더듬었습니다. 《아니, 왜 그럽니까?》 갑쇠총각이 웬일인지 몰라 꿍꿍할미한테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저 곰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나. 저 곰은 보… 보통곰이 아니라네.》 꿍꿍할미는 소름이 끼친다는듯 목을 움츠렸습니다. 《아니, 저 곰이 무서워 그런단 말입니까?》 갑쇠총각은 별걸 다 가지고 겁을 낸다는듯이 씩 웃고나서 《내 제꺽 저놈을 요정내고올테니 걱정마십시오.》 하고 말하며 성큼성큼 숲속으로 걸어갔습니다. 《여보게, 거기 좀 서게.》 꿍꿍할미가 다급히 소리쳤습니다. 갑쇠총각은 걸음을 멈추고 웬일인가 해서 돌아보았습니다. 《곰이 한마리가 아니라네. 황소만 한 큰 곰이 세마리일세. 자네 혼자 가선 어림도 없을걸세.》 꿍꿍할미의 말에 이번에는 철메총각과 옥돌총각이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가야겠군.》 《임자들 정말 곰을 잡을수 있겠나?》 꿍꿍할미는 일이 제 생각대로 되여간다고 속으로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걱정하는 시늉을 하였습니다. 《걱정마십시오.》 《그렇다면 내 방법을 대줄테니 이번통에 산속에서 마음놓고 살수 있게 저놈들을 아주 없애주게나.》 꿍꿍할미는 세 젊은이를 가까이로 불렀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가선 잡을수 없네. 난 그놈들이 사는 동굴을 알고있네. 내 그 동굴로 자네들을 데려다주지. 아마 지금쯤 동굴안이 텅 비여있을거네. 동굴안에 들어가 미리 숨어있다가 밖에 나갔던 그놈들이 들어올 때 한놈씩 때려눕히면 쉽게 잡을수 있을거네.》 꿍꿍할미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앞장서 걸어갔습니다. 세 젊은이는 그 말이 그럴듯 하여 따라섰습니다. 《우리도 함께 가겠어요.》 해남이와 바우도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안된다. 너희들은 여기 그냥 남아있거라.》 꿍꿍할미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아니, 우리도 가겠어요.》 바우와 해남이는 기어코 따라가려고 했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곰이 눈치를 챌수 있다는걸 왜 생각 못하느냐. 그러니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움쩍말고 여기서 기다려라.》 바우와 해남이는 더 떼를 쓰지 못하였습니다. 꿍꿍할미는 세 젊은이를 데리고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쯤 걸어가자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습니다. 이미 봐두었던 동굴이였습니다. 《여길세.》 꿍꿍할미는 동굴입구에 서서 한참동안 안의 동정을 살피고나서 동굴안으로 들어가며 세 젊은이한테 따라들어오라고 손짓하였습니다. 먼저 동굴안에 들어간 꿍꿍할미는 마술지팽이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갑쇠총각이 한걸음 두걸음 손더듬하며 들어왔습니다. 밖에 있다가 갑자기 캄캄한 동굴안에 들어서니 앞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서 이리 오게.》 꿍꿍할미가 소리쳤습니다. 갑쇠총각은 소리나는쪽으로 어림짐작하며 가까이 걸어들어왔습니다. 꿍꿍할미는 이때다 하고 마술지팽이로 갑쇠총각을 슬쩍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갑쇠총각은 순식간에 돌사람으로 변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줄도 모르고 뒤따라 들어오던 철메총각과 옥돌총각도 동굴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돌사람으로 굳어지고말았습니다. (이젠 됐다. 애녀석들쯤이야 얼마든지 쥐락펴락할수 있지. 무서울것두 없구. 흐흐… 이젠 신기한 연적은 내 손에 든것이나 다름없어.) 꿍꿍할미는 너무 좋아 히쭉벌쭉거리며 동굴밖으로 뛰쳐나와 부랴부랴 바우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형님들은 왜 오지 않나요?》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있던 바우와 해남이는 《약초캐는 할아버지》가 혼자서 나타난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꿍꿍할미는 울상을 지었습니다. 《그거참, 일이 안됐구나. 글쎄 그놈의 곰들이 그렇게 사납고 힘이 셀줄이야 누가 알았겠니. 그놈들과 싸우다 그만 갑쇠라는 젊은이가 크게 다쳤구나.》 《갑쇠형님이 다쳤다구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바우와 해남이는 깜짝 놀라 다우쳐물었습니다. 《다행히 곰들은 쫓겨갔다.》 《갑쇠형님은요?》 《다른 두 젊은이가 정신잃고 쓰러진 그를 둘쳐업고 급히 마을로 내려갔다.》 꿍꿍할미는 거짓말을 둘러댔습니다. 《우리도 마을에 가보겠어요.》 꿍꿍할미는 급히 마을로 내려가려는 바우와 해남이의 앞을 막았습니다. 《내 말을 듣거라. 마을로 내려가면서 옥돌이라는 젊은이가 나한테 신신당부하더라. 한시가 급하니 자기들걱정은 말구 빨리 옥계담으로 떠나라고 말이다. 자기들도 인차 뒤따라오겠다고 했다.》 꿍꿍할미의 말에 바우와 해남이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였습니다. 《뭘 꾸물거리고들 있느냐. 여기서 우물거릴새가 없다. 그놈의 곰들이 다시 나타나기라도 하면 어떡하겠느냐. 어서 떠나도록 하자.》 꿍꿍할미는 정신을 차릴새없이 그들을 다몰아댔습니다. 바우와 해남이는 미타한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꿍꿍할미가 가는대로 숲속으로 걸어갔습니다. 해가 지자 숲속은 인차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이름 모를 새들이 잠자리를 찾느라고 푸드득거리며 어디론가 바삐 날아갔습니다. 하루종일 숲속을 걸어온 그들은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오늘은 그만 걷구 쉬여가자. 어디 하루밤 묵어갈만 한 동굴이라도 있나 찾아들 봐라.》 꿍꿍할미는 풀썩 주저앉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스르르 감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습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그런지 여간만 고달프지 않았습니다. 몇번이나 옥계담으로 가는 길을 걷어치울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도 신기한 무지개연적을 뺏지 못해 청룡산호랑이를 그려오는 날에는 큰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시 돌려먹군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몹시 힘드신 모양이구나.) 자기들과 함께 가는 할아버지가 변신한 꿍꿍할미인줄을 알리 없는 해남이는 뭔가 도와드릴 일이 없을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해남이의 눈길이 꿍꿍할미가 손에 쥐고있는 낡아빠진 지팽이에 가멎었습니다. 해남이는 바우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바우야, 하루밤 묵어갈만 한 동굴이 어디 없는가 찾아보렴. 난 그사이 지팽이감을 하나 찍어오겠어.》 《지팽이는 해서 뭘하려구?》 바우는 해남이의 생각을 몰라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한테 새 지팽이를 하나 만들어드려야겠어. 지금 가지고있는 지팽이가 너무 낡아빠져 짚지 못하고 걸으니 더 힘들어할수밖에 없지 않니.》 그제야 해남이의 생각을 알아차린 바우는 군말없이 동굴을 찾아보려고 산비탈쪽으로 걸어갔습니다. 해남이는 사방을 두릿두릿 둘러보다 떨기나무들이 우거진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떨기나무숲속에 우불구불하게 자란 어른키만큼 한 나무가 눈에 띄였습니다. (저 나무로 지팽이를 만들면 좋겠구나.) 해남이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나서 그 나무 있는데로 다가가 지팽이감으로 알맞춤하게 잘랐습니다. (이걸로 지팽이를 만들어드리면 할아버지가 퍽 기뻐하실거야.) 해남이는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바우가 나타났습니다. 《동굴을 찾았어.》 바우는 기쁜듯이 소리쳤습니다. 《그래? 그럼 할아버지를 깨워가지고 어서 가자.》 해남이는 그사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꿍꿍할미한테로 다가가 흔들어 깨웠습니다. 《할아버지, 동굴을 찾았어요. 어서 일어나세요.》 《뭐, 뭐야?》 코를 골던 꿍꿍할미는 마술지팽이를 움켜쥐며 후닥닥 일어나 눈을 떼룩거렸습니다. 《하루밤 묵어갈 동굴을 찾았어요.》 해남이는 다시 말하였습니다. 그제야 말귀를 알아차린 꿍꿍할미는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늦추며 후ㅡ 하고 숨을 내쉬였습니다. 그리고는 못마땅해하는 눈길로 바우와 해남이를 흘겨보며 갑자기 버럭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에끼, 그렇게 사람을 놀래우는 법이 어디 있느냐?》 바우와 해남이는 무슨 일로 할아버지가 그렇게까지 성을 내는지 알수가 없어 두눈이 둥그래졌습니다. 낯색이 달라진 그들을 바라보던 꿍꿍할미는 아차! 하고 혀를 깨물었습니다. 하마트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본색을 드러낼번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입니다. 꿍꿍할미는 얼른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내 말을 탓하지들 말아라. 줄창 산속에서 살다나니 괜한 일에도 노여움을 쓰게 되는구나. 자, 어서들 동굴로 가자.》 꿍꿍할미의 말에 바우와 해남이의 언짢았던 마음이 저도 모르게 스르르 풀렸습니다. 《어서 가자요.》 바우가 먼저 아무 일도 없었던듯 앞장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해남이와 꿍꿍할미도 말없이 바우의 뒤를 따랐습니다. 바우가 찾아낸 동굴은 깊지는 않으나 퍼그나 넓었습니다. 꿍꿍할미는 동굴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동굴벽에 몸을 기대고 스르르 눈을 감았습니다. 해남이는 동굴밖으로 나가 삭정이들을 모아왔습니다. 《삭정이는 해서 뭘하려구 그러니?》 바우가 물었습니다. 《불을 피우자. 그래야 누기도 없애고 사나운 짐승들도 덤벼들지 못하거던.》 《듣고보니 정말 그렇구나.》 바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자기도 부지런히 삭정이를 주어왔습니다. 얼마후 동굴한복판에 모닥불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싸늘한 기운이 돌던 동굴안은 어느새 훈훈해졌습니다. 해남이는 칼을 꺼내들고 아까 찍어온 나무로 지팽이를 깎기 시작하였습니다. 바우도 지팽이를 다듬는 일을 도왔습니다. 얼마 지나자 우불구불한 멋진 지팽이가 생겨났습니다. 《할아버지가 퍽 좋아하시겠구나.》 《그럴거야.》 해남이는 지팽이를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세상모르게 자고있는 꿍꿍할미옆에 가져다놓았습니다. 그리고 잠결에 한옆으로 빠져나온 꿍꿍할미의 낡은 지팽이를 집어 모닥불에 던져넣었습니다. 《이건 이젠 쓸모없어.》 불속에 던져진 마술지팽이에서 한줄기 검은 연기가 확 솟아나더니 불길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젠 그만 자자.》 바우는 피곤한지 자리에 드러누웠습니다. 그런데 해남이는 자리에 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붓을 꺼냈습니다. 《아니, 자지 않고 뭘 하려고 그러니?》 바우가 잠기섞인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림을 좀 그리다 자겠어.》 《힘든데 그림은 무슨 그림을 그린다구 그러니.》 바우는 옆으로 낑 하고 돌아누웠습니다. 해남이는 종이를 꺼내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윽고 바우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해남이는 밤이 퍽 깊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나서야 바우옆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숲속 어디선가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부엉! 부엉! 하고 들려왔습니다. 해남이는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소릇이 잠이 들었습니다. 깊은 잠에 빠졌던 바우와 해남이는 누군가 왁살스럽게 흔들어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습니다. 골이 잔뜩 난 꿍꿍할미가 도끼눈을 해가지고 내려다보고있었습니다. 《웬일이야요?》 바우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두 애는 서슬이 푸르딩딩해서 쏘아보는 꿍꿍할미의 눈총에 어느새 잠기가 말끔히 달아났습니다. 《내 지팽이를 어떻게 했느냐?》 꿍꿍할미가 따져물었습니다. 《낡은 지팽이 말인가요? 그건 불태워버리구 그대신 새 지팽이를 만들어놨어요.》 《뭐, 뭐, 그걸 불태워버렸다구?》 꿍꿍할미는 너무도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낯짝이 해쓱해지며 입술을 푸들푸들 떨었습니다. 눈앞이 아뜩해졌습니다. (괘씸한 놈들같으니. 마술지팽이를 불태워버리다니!) 생각같아서는 두 녀석을 당장 통채로 씹어삼키고싶었습니다. 그래도 시원치않을것 같았습니다. 꿍꿍할미의 눈앞에는 험상궂은 도적괴수놈의 무서운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마술지팽이가 불탄걸 알면 그놈이 자기를 가만놔두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온몸이 오싹해지고 두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죽을 수가 있으면 살 수가 생긴다는데 무슨 좋은 수가 없을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살구멍은 신기한 연적을 기어이 뺏는것이였습니다. 그것만 자기 손에 쥐여지면 누구도 청룡산호랑이를 못 그릴것은 뻔한 일이고 자기는 자기대로 살아날 수가 생길것 같았습니다. 꿍꿍할미는 두 애를 잘 구슬리며 틈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 낡은 지팽이를 불태워버린것이 잘못됐나요?》 해남이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아, 아니다. 그 거치장스러운걸 없애길 잘했어. 먼길에는 눈섭도 짐이 된다는데 별로 쓸모도 없는걸 시원히 잘 없앴다. 그래도 오래동안 쓰던 물건이여서 그런지 좀 섭섭은 하구나.》 꿍꿍할미는 너스레를 떨며 겉과 속이 다른 소리를 했습니다. 꿍꿍할미의 말에 두 애는 잔뜩 긴장되였던 마음이 좀 누그러졌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꽤나 변덕스러운 할아버지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자, 이젠 또 떠나보자.》 꿍꿍할미는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태연스레 말하며 자리에서 움쭉 일어나 동굴밖을 나섰습니다. 두 애는 말없이 꿍꿍할미의 뒤를 따랐습니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을 지나고 소용돌이치며 흘러내리는 시내물을 건넜습니다. 가파로운 비탈길을 톺아 산등성이를 넘어서자 눈앞이 탁 트이게 넓은 호수가 나타났습니다. 이때까지 어둑컴컴한 숲속길만 걷다가 넓은 호수가에 나서니 울적했던 마음이 어느새 달아나고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그들이 호수기슭을 따라 한참 걸어가는데 물가에 핀 꽃우에 알락나비 한마리가 팔랑팔랑 춤을 추며 날아예는것이 보였습니다. 해남이는 알락나비를 보자 불쑥 그림에 담아보고싶은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바우야, 우리 저 알락나비를 그려보지 않겠니?》 해남이는 바우를 돌아보며 말하였습니다. 《지금 한시가 바쁜데 무슨 그림을 그린단 말이니.》 바우는 어서빨리 옥계담으로 가서 무지개연적을 얻어와야 한다는 조바심이 나 마뜩지 않게 대답하였습니다. 《도사할아버지가 뭐랬니. 그림은 그릴수록 는다고 하지 않았니. 처음 보는 나비인데 한번 그려보자꾸나.》 《정 그릴려면 그리자꾸나.》 바우는 내키지 않았으나 바위우에 털썩 주저앉아 그림판을 펼쳐놓고 해남이와 함께 알락나비를 그렸습니다. 꿍꿍할미는 힘이 든지 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해남이와 바우가 그리는 그림을 멀뚱멀뚱 내려다보았습니다. 잠간사이에 그림을 다 그린 바우는 허리를 쭉 펴며 일어섰습니다. 해남이는 아직 그림을 다 그리지 못했는지 손에서 붓을 놓지 못하고있었습니다. 《무슨 그림을 저렇게 오래 그릴가?》 바우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동안 호수가주변이나 돌아보려고 스적스적 걸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바우는 풀숲에서 동그란 가락지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웬 가락지일가.) 바우는 걸음을 멈추고 가락지를 손에 집어들었습니다. 살펴보니 옥가락지였습니다. 호수의 물빛처럼 파란 옥가락지에는 물고기비늘모양의 문양이 곱게 새겨져있었습니다. 보통가락지같지 않았습니다. 《인적없는 호수가에 누가 이 가락지를 떨구었을가?》 그림을 다 그린 해남이와 꿍꿍할미도 다가와 가락지를 보며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엉?) 그들은 혹시 잘못 듣지나 않았나 해서 숨을 죽이고 귀를 강구었습니다. 호수가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오고있었습니다. 그들은 울음소리가 나는쪽으로 다가갔습니다. 큰 소나무밑에 예쁘게 생긴 처녀애가 쪼그리고 앉아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슬프게 흐느껴 울고있었습니다. 《얘야!》 꿍꿍할미가 소녀한테로 다가가며 불렀습니다. 난데없는 말소리에 소녀는 흠칫 놀라 울음을 뚝 그치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멀리에서 보던것보다 더 예쁘게 생긴 소녀였습니다. 얼굴색은 백합같이 희디희였고 동그란 두눈은 비록 걱정은 어렸어도 새별같이 반짝거리고있었습니다. 《넌 누구냐?》 꿍꿍할미가 물었습니다. 소녀는 호수가에 나타난 그들이 사뭇 이상한듯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눈을 살풋이 내리깔았습니다. 《난 이 호수에 사는 물나라 할머니의 손녀예요.》 소녀의 발깃한 입술사이로 들릴가말가한 소리가 가늘게 새여나왔습니다. 그 말에 모두의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물나라 할머니의 손녀라구? 그런데 왜 여기서 울고있느냐?》 꿍꿍할미가 이상한듯 다시 물었습니다. 《아주 귀한 옥가락지를 그만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너무 안타까워…》 물나라 소녀는 다시 눈물이 글썽해졌습니다. 《이게 네가 잃어버렸다는 그 옥가락지가 아니냐?》 해남이는 얼른 바우가 풀숲에서 주은 옥가락지를 내보였습니다. 옥가락지를 본 물나라 소녀의 눈이 반짝 빛을 뿜었습니다. 《옳아요. 이 옥가락지예요!》 해남이가 내주는 옥가락지를 받아든 물나라 소녀는 너무도 좋아 그것을 손에 꼭 쥔채 놓을줄 몰랐습니다. 《옥가락지는 어쩌다가 잃게 되였댔니?》 해남이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제까지 방실거리던 물나라 소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습니다. 《그림그리는 화공을 데려오라는 물나라 할머니의 분부를 받고 바깥세상에 나왔다가 화공은 만나보지도 못하고 물나라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그만 옥가락지를 잃었댔어요.》 《화공은 왜 데려오라고 했니?》 바우가 귀가 솔깃해 물었습니다. 《하늘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님이 몹쓸병에 걸렸는데 그 병을 고치는데 쓸 천수화라는 꽃을 피우려면 꼭 화공이 있어야 한댔어요.》 《그랬댔구나.》 사연을 알게 된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꿍꿍할미의 머리에는 피뜩 두 애중 한 아이를 떼여버릴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옥계담에 두 애를 데리고가면 시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가 하고 여러모로 걱정하던 참이였습니다. 꿍꿍할미는 물나라 소녀를 보며 《화공을 데리고가지 못하게 됐으니 물나라 할머니가 얼마나 속상해하겠느냐. 거참 일이 안됐구나.》 하고 짐짓 위해주는체 하였습니다. 꿍꿍할미의 말에 물나라 소녀는 한숨을 호 내쉬였습니다. 꿍꿍할미는 이때라는듯 두 애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얘들아, 남의 불행을 못 본체 해서는 안되느니라. 옥계담에 가서 연적을 가져오는 일에 둘이 다 갈거야 없지 않느냐. 너희들중 한 아이만 나와 함께 옥계담으로 가구 다른 애는 물나라 소녀와 함께 가는게 좋을것 같구나.》 그러며 어느 애를 보내고 어느 애를 데리고 갈것인가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해남이보다 바우를 데리고가는편이 나을것 같았습니다. 《내 생각엔 물나라엔 해남이가 가는게 좋겠구나. 옥계담엔 나와 같이 바우가 가고.》 꿍꿍할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우가 《옳아. 해남아, 내가 할아버지와 함께 옥계담에 갔다올테니 넌 물나라 소녀를 도와줘.》 하고 말했습니다. 바우의 말에 해남이는 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무슨 일인지 몰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던 물나라 소녀는 두 애가 그림그리는 재주를 가지고있다는걸 알고는 너무 기뻐 어쩔줄을 몰라했습니다. 《물나라 할머니가 여간 기뻐하지 않을거예요.》 물나라 소녀는 고운 얼굴에 방실 웃음을 피우며 해남이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럼 우린 제꺽 옥계담에 갔다올테니 여기서 다시 만나도록 하자.》 꿍꿍할미는 해남이가 다른 생각을 할사이없이 이렇게 말하고나서 바우와 함께 옥계담으로 서둘러 떠났습니다. 그들이 떠난 다음 해남이는 물나라 소녀와 함께 호수가로 나갔습니다. 호수가에 이른 물나라 소녀는 옥가락지를 물가운데에 던지며 《물나라 할머니, 다리를 놓아줘요.》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호수물이 부글부글 끓더니 량켠으로 쫙 갈라지며 아름다운 비취색다리가 생겨나 기슭으로 뻗어나왔습니다. 《자, 어서 가자요.》 물나라 소녀는 해남이를 돌아보며 방긋 웃고나서 사뿐사뿐 먼저 다리우에 올라섰습니다. 해남이도 물나라 소녀의 뒤를 따라 성큼성큼 다리우로 걸어갔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