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5호에 실린 글

 

◇우 화◇

 

 

                      

                                                  박 화 준

             

곰서방은 큰 자루 짊어지고 씨엉씨엉

옥토끼는 뒤웅박 하나 안고 타박타박

고개길 나란히 함께 가는데

곰서방 그만 우습다는듯 하는 말

 

《여보게, 옥토끼

  자네두 달콤하게 무르익은

  능금골 열매를 따러 이 먼길을 왔댔나?

  그런데 같은 값이면 나처럼 큰 짐 지고 가야지

  뒤웅박 하나가 뭔가? 하하하》

 

고개 하나 넘어서자

곰서방 말없이 걸음 다그치는

옥토끼의 뒤웅박 손끝으로 톡톡 건드려보며

또 한바탕 비웃어주었네

 

《산이 커야 그림자도 크다더니

  자네가 능금골 열매를 따러 갔다면

  이웃들도 모름지기 맛보려고들 할텐데

  도대체 이속에 몇알쯤 들어있나?》

 

제가 사는 마을에 다 이르도록

곰서방 그냥그냥 뒤웅박 흉보더니

선심이라도 쓰듯 옥토끼에게 말했네

 

《자네 우리 마을에 들렸다 가게

  내 이 열매를 좀 덜어줄테니…

  그 뒤웅박 안고서야 무슨 낯으로

  마을에 들어서겠나?

  이럴 때야 힘센 내가 도와줘야지》

 

그러자 옥토끼 호호호 웃으며 말했네

《도움은 오히려 곰아저씨가 받아야 할것 같은데요

  곰아저씨는 열매자루 지고가지만

  난 열매산을 안고 간답니다

  이 뒤웅박속에…》

 

옥토끼 꼭 닫긴 뚜껑을 열어보이니

뒤웅박속에는 알찬 열매씨앗 꼴딱!

아뿔싸ㅡ

곰서방 그제야

옥토끼의 뒤웅박 흉보느라 벙글거리던 입

싸쥐며 하는 말

 

《당장 입에 들어올 열매 한가득

  뚝심으로 지고가는 내 자루가 큰줄 알았더니

  온 마을에 열매산 펼칠 씨앗이 든

  자네의 뒤웅박이 진짜 큰 짐일세

  먼길을 힘들게 다녀오면서

  난 왜 그런 생각 못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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