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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5호에 실린 글
◇우 화◇
문 영 철
어느 한 마을에 꿀꿀이네와 꼬꼬닭네가 이웃하고 살았습니다. 꼬꼬닭네는 여우놈이 기여들어오지 못하게 집둘레를 가시울타리로 빙 둘러막았지만 꿀꿀이네 집과 잇닿은 곳만은 가시울타리를 치지 않았습니다. 《아무렴, 이 꿀꿀이도 믿지 못하겠나?》 꿀꿀이는 늘 이렇게 말하군 하였습니다. 어느날 담장에 회칠을 하던 꿀꿀이는 뒤담장밑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찾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거 누구요?》 꿀꿀이가 담장우에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니 여우 한마리가 마주 쳐다보는것이였습니다. 《아니, 네놈이?!》 꿀꿀이가 손에 쥔 회솔막대기로 내리치려 하자 여우는 얼른 큼직한 보꾸레미를 내밀었습니다. 《저, 이걸…》 《그게 뭐야?》 꿀꿀이가 한결 느슨해진 목소리로 묻자 여우는 순한척 목소리를 죽여 대답했습니다. 《집에 꿀호박이 생겼더라니… 아다싶이 우린 이런걸 좋아하지 않기에…》 군침 꿀꺽 삼킨 꿀꿀이는 담장안팎을 휘둘러보고나서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뒤담장으로 와서 이런걸 주는거야?》 《거야 뭐… 지난날 평판이 좋지 못한 저때문에 꿀꿀이형님이 낯이 깎일가봐.… 하지만 마음놓으세요. 전 이젠 남한테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고 살기로 맹세한 여우니까요.》 여우의 그럴듯한 말에 꿀꿀이는 여우가 올려받쳐주는 꿀호박을 받아 게걸스레 먹었습니다. 이튿날 여우가 뚝감자바구니를 안고 뒤담장밑으로 또 찾아왔습니다. 《하, 이러면 안되겠는데…》 꿀꿀이는 손을 내저으면서도 입귀는 벙글거렸습니다. 《뭘 그러세요.》 여우는 벌써 친구지간이나 된것처럼 아양을 떨었습니다. 꿀꿀이는 마지못하는척 이번에도 뚝감자바구니를 받았습니다. 그러기를 몇번… 어느날 탁배기단지까지 안고온 여우앞에서 꿀꿀이가 뒤더수기를 긁으며 중얼거렸습니다. 《하, 이 신셀 무엇으로 갚는다?》 그러자 이때라고 생각한 여우가 제꺽 입을 열었습니다. 《신세는 무슨… 그저 꿀꿀이형님네 이 뒤담장밑에 조그마한 구멍이나 하나 내게 해주세요.》 《뭐, 구멍을?》 꿀꿀이가 깜짝 놀라자 여우는 안심하라는듯 손을 내저었습니다. 《왜 그리 놀라세요? 난 그저 형님네 앞집 꼬꼬닭을 조용히 만나보고싶어서 그래요.》 《꼬꼬닭을?…》 꿀꿀이는 속이 께름직했지만 더 캐묻지 않았습니다. (전번날 지붕에 불이 났을 때 꼬꼬닭신세를 졌는데… 에라, 그땐 그때구 지금은 여우가 더 살틀하게 구니… 혹시 꼬꼬닭네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제꺽 달려가보면 되는거지.) 꿀꿀이는 여우한테 자기 집 담장구멍을 통해 들어왔다는 소릴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나서 자기 집 담장밑에 구멍을 뚫도록 승낙했습니다. 그런데 여우는 꿀꿀이가 승낙한것보다 더 큰 구멍을 냈습니다. 《아니, 이렇게 큰 구멍을?…》 《오늘 저녁에 형님진지상에 올릴 음식감자루를 끌고오려면 이 구멍도 작지요.》 (또 무슨 맛좋은걸 가져오려나?) 꿀꿀이는 여우가 하겠다는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밤이 되자 여우는 뚫어놓은 담장구멍으로 정말 큼직한 자루를 들이밀었습니다. 《자 형님, 좀 잡아주어요.》 꿀꿀이는 비지땀을 흘리며 자루를 잡아당기다가 쾅 하고 뒤로 자빠지기까지 했습니다. 순간 자루아구리가 풀어지면서 그속에서 승냥이가 달려나왔습니다. 꽥_ 꿀꿀이는 하늘땅이 울리게 소래기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지막비명이였습니다. 승냥이가 꿀꿀이의 멱살을 물어메쳤던것입니다. 《헹, 꿀호박과 뚝감자가 공짜인줄 알았어? 내가 담장구멍으로 승냥이형님을 모시고와서 네놈부터 잡아먹을줄 몰랐지.》 여우의 씨벌임에 꿀꿀이는 아무 대꾸도 못했습니다. 당장 눈앞의 리익만 보고 이웃들까지 배반했던 꿀꿀이는 이미 숨지고말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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