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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4호에 실린 글
◇우 화◇
강 금 정
어느 동산에 남을 속여먹고 살아가는 교활한 여우가 살고있었습니다. 어느날 여우의 귀에 아주 고소달콤한 소문이 날아들었습니다. 밤동산 곰이 한알만 먹으면 장수힘이 샘솟는 보약을 만들어 마을마다 나누어주는데 래일은 칭칭골 차례라는것이였습니다. (해해해, 칭칭골짐승들 대신에 내가 먹어줘야지.) 여우는 노오란 제 털에 새까만 물감을 칠하고 수염까지 덧붙여 앞마을 너구리처럼 변장을 한 다음 아슬랑아슬랑 칭칭골로 내려가다가 검은돈을 만났습니다. 《검은돈형님, 산너머 세번째 벼랑우에 큰 산삼밭이 있어서 올라갔댔는데 번대수리놈들을 만나서 겨우 살아왔수다요. 어쩌면 좋겠수?》 《어쩌구저쩌구 할게 있나. 내가 래일 칭칭골짐승들을 몽땅 데리고가겠네. 그럼 그까짓 번대수리들이 맥을 추겠나?》 여우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시치미를 빡 따고 꾸며댔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같이 나누어먹으면 좋을걸 나 혼자만 먹으려고 욕심부리다가 이 목이 날아날번 했다니까요. 난 새벽에 먼저 가서 번대수리놈들을 살필테니 그리로 꼭 오세요.》 칭칭골짐승들을 산너머로 빼돌린 여우놈은 이른아침 너구리로 변장하고 곰네 집으로 갔습니다. 《곰형님, 계시나요?》 여우의 목소리에 곰이 문을 열었습니다. 《아니, 자넨 처음 보는 너구리군. 어디서 왔나?》 《해해해해. 곰형님, 난 칭칭골 너구리예요. 어제 따벌한테 쏘여서 이 꼴이 됐다우.》 여우가 붕대로 칭칭 감은 팔을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아니, 벌한테 얼마나 쏘였으면 그 꼴이 된단말인가. 꿀은 많이 땄나?》 곰이 걱정스레 말했습니다. 《아유, 꿀이 다 뭐예요. 목숨이 붙어있는것만 해도 다행이지요. 너무도 급해나서 물에 뛰여들었다가 빠져죽을번 한걸 수달형제가 건져줬길래 살았지 룡궁에 가서 썩어질번 했다우.》 《허허, 그래도 내가 만든 약이 좋은줄 알아서 찾아왔군.》 곰의 이 말에 여우는 알랑거리며 달라붙었습니다. 《아, 알다마다요. 온 마을 짐승들이 곰형님이 만든 약이 진귀한 명약이라고 어서 가서 가져오래서 이렇게 달려왔다우.》 여우의 약은 수에 홀딱 속은 곰은 칭칭골짐승들의 수자만큼 꼼꼼히 세서 보약을 내주었습니다. 《자, 이 약은 꼭 한알씩만 먹어야 하네.》 《다 알아요.》 약을 받아든 여우는 깍듯이 인사를 하고 코노래를 부르며 칭칭골로 갔습니다. (칭칭골놈들이 몽땅 산삼밭에 간새에 얼른 가서 텅 빈 마을을 싹 털어내야지.) 검은돈네 집에 먼저 달려든 여우놈은 수레부터 끌어내서 거기에 말린 물고기와 잣, 밤까지 몽땅 내다실었습니다. (옳지. 약은 잃어버리기 전에 배속에다 건사하는게 제격이겠군.) 여우는 한줌이나 되는 약을 물과 함께 꿀꺽꿀꺽 삼켜버렸습니다. 약을 다 먹고나서 수레를 끌고가려던 여우는 그 자리에 폴싹 주저앉고말았습니다. 약기운이 퍼지며 꼼짝할수 없었던것입니다. (이크, 이게 웬일이야.) 여우가 달아나보려고 버드럭거리고있는데 깜빡 속히워 산너머 벼랑우에까지 갔던 칭칭골짐승들이 달려왔습니다. 그들은 수라장이 된 집안팎과 너부러진 여우를 보고 모든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약봉지를 살펴본 깡충이가 죽어가는 여우를 꾸짖었습니다. 《칭칭골짐승들이 먹어야 할 보약을 혼자 다 처먹구 중독됐으니 네놈의 협잡질만성병이 뚝 떨어지게 되였구나.》 《옳아요. 교활하게 남을 속여먹던 여우가 이제야 제 몸에 딱 맞는 진짜명약을 먹었어요.》 검은돈의 말을 증명이나 하듯 캥캥대던 여우놈은 꼴깍 숨지고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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