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4호에 실린 글

 

 □수 필□

 

넓게 열려진 길

주     향

 

길.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길들이 있는가.

산속의 비좁은 오솔길로부터 달구지길, 자동차길, 고속도로…

정말 이 땅우에는 사람의 몸에 무수히 뻗어간 피줄처럼 크고작은 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한 길로 매일 다니면서도 사람들은 그 길이 어떻게 되여 생겨났고 어떻게 되여 그렇게 훌륭하게 닦아졌는가를 별로 생각지 않는다.

유치원시절부터 대학생이 된 오늘까지 행복하고 즐거운 야영길, 답사길을 비롯해서 수많은 길을 다니면서도 나역시 그랬던것이다.

그런데…

태양절이 하루하루 다가와 즐겁기만 하던 우리 집에는 오늘 저녁 기쁜 일이 또다시 생겨 더없이 흥성거렸다. 내 동생 일광이가 룡악산에 있는 만경대소년단야영소에 야영을 가게 되였기때문이다.

부엌에서는 맛있고 고소한 냄새를 한껏 피워올리는 어머니의 칼장단소리가 정답게 울리고 동생의 옷들을 다림질할래, 야영모를 손질할래 바쁜 나였지만 입에서는 랄랄라 노래소리만이 흘러나왔다.

내 동생은 동식물채집에 쓸 곤충망이며 배불뚝이 확대경까지 찾아 배낭안에 넣느라 괜히 큰소리를 내며 아래웃방으로 들락날락했다.

한창 분주탕을 피우며 콩콩 뛰여다니던 동생이 조용해졌길래 돌아보니 그 앤 엎드려서 사진첩들을 뒤적이고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내가 만경대소년단야영소에서 찍은 사진들만 골라보는 그의 심정이 리해되여 나는 방긋이 웃었다.

나도 새삼스레 다시 보니 야영기념으로 찍은 사진들은 정말 많았다.

우뚝우뚝 솟은 야영각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우리 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느티나무며 법운암앞에서 찍은 사진, 생일상을 받는 모습과 뽀트놀이장면을 찍은 사진…

정말이지 많고많은 사진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느라니 그속에서는 아름다운 선률이 저절로 울려나오는듯싶었다. 진달래 만발한 꽃계절부터 단풍이 붉게 물드는 늦가을까지 저 높이 솟은 대봉마루 한끝으로 울려퍼지던 우리들의 명랑한 웃음소리와 씩씩한 노래소리, 환희에 찬 웨침소리…

그랬다. 정녕 그 모든 소리는 기쁨과 랑만에 넘친 우리들의 생활을 노래한 아름다운 음악이였고 저 모든 사진들은 이 세상 그 어떤 명화에도 비길수 없는 행복한 우리들의 모습을 영원히 새겨놓은 뜻깊은 화폭들이였다.

하다면 이 사랑, 이 행복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졌을가.

내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득 동생이 묻는것이였다.

《누나, 이 사진은 뭐나?》

《뭘 말이니?》

그가 가리키는 사진은 어머니가 일광이만할 때에 야영소에서 찍은것이였다. 두명의 선생님들과 여러명의 학생들이 무성한 숲을 배경으로 찍은 모습이였다. 누구든지 무심히 보느라면 별로 의미도 없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 사진이야말로 얼마나 뜻깊고 얼마나 가슴뜨거운 사연이 담겨져있는지 나는 잘 알고있었다. 나도 철부지시절엔 무심히 펼쳐 지나보내던 사진이였는데 어머니에게서 듣고서야 새삼스레 보고 또 본 사진이였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4월의 봄날.

글쎄 경애하는 대원수님께서 소식도 없이 만경대소년단야영소에 찾아오실줄 그 누가 알았으랴.

옛날 절간이였던 룡곡서원 앞마당에 차를 세우신 대원수님께서는 야영각들을 살펴보시다가 소년단야영소를 볼품없이 지었다고 지적하시며 만경대소년단야영소건설총계획도를 잘 만들어야겠다고 가르쳐주시였다. 이어 달려온 야영소의 일군에게 아이들이 등산을 하는 길을 물으시고는 등산길로 안내하라고 말씀하시였다. 일군들이 길이 험하기때문에 신발을 바꾸어신으셔야겠다고 말씀드리자 대원수님께서는 일없다시며 울퉁불퉁한 오솔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대원수님께서는 길이 험하다고 몹시 걱정하시며 아이들이 나무잎을 밟다가 미끄러질수 있으니 긁어모아 치워버리고 도랑도 잘 쳐주라고 친부모의 심정으로 세심히 가르쳐주시였다.

또한 산중턱에서 소년단야영소를 더 잘 꾸릴데 대한 방도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으며 내려가시여서도 이미 준비해놓은 야영소건설총계획도를 보아주시며 더 밝고밝은 전망을 펼쳐주시였었다.

저녁늦게야 감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야영생들은 다음날 아침,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모두가 대원수님께서 오르셨던 등산길을 따라 반달음질로 올라갔었다.

대원수님의 발자욱이 찍힌 골짜기의 길이며 락엽이 쌓인 가파로운 오솔길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도 막 치달아오른 아이들, 대원수님께서 넓고넓은 등산길을 펼쳐주시고 야영소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꾸려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산중턱 그 자리에까지 오른 아이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였다.

정말 이 세상에는 나라도 많고 수령도 많지만 우리의 경애하는 대원수님처럼 이렇듯 저녁어스름이 깃드는 숲속을 헤치며 아이들의 등산길까지 열어주신분이 또 어데 있으랴.

야영생들은 그날 뒤따라올라온 선생님들과 함께 경애하는 대원수님의 사랑을 영원히 아로새기기 위하여 그 자리, 그 숲속에서 사진을 찍었던것이다.

《이젠 알겠니? 이 사진속의 배경이 비록 평범한 숲이지만 그 얼마나 뜨거운 사랑이 어려있는줄을…》

《누나, 이젠 잘 알았어요. 어머니가 왜 많고많은 야영기념사진들중에서 맨 앞자리에 이걸 붙여놓았는지. 나도 이 자리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을래요.》

《아니, 찾지 못해. 이젠 넓고넓은 등산길이 펼쳐져있는데 어떻게 찾겠니?》

그렇다.

룡악산의 가파로운 산허리를 감돌며 비단필을 수놓은듯 솔봉과 대봉마루 정점까지 연연히 뻗어간 등산길.

바로 그 길이 어떻게 되여 시작되였고 어떻게 되여 그렇듯 넓고도 환히 펼쳐지게 되였는지 아는 사람이 과연 몇몇일가.

하지만 그것을 다 모른들 어떠랴. 이때껏 행복하게 살아오면서도 경애하는 대원수님과 아버지장군님께서 우리 아이들과 인민들에게 베풀어주시는 크나큰 사랑과 은정이 그 얼마인지, 알고 받는 사랑보다 모르고 받는 사랑이 그 얼마인지 과연 그 누가 헤아려보기나 하였던가.

나는 창문을 열고 멀리 룡악산쪽 하늘가를 바라보며 속으로 웨쳤다.

아! 행복한 아이들아, 가파로운 룡악산굽이마다 넓고넓게 펼쳐진 길을 따라 맘껏 오르내릴 때 너희들은 잊지 말어라.

그 길은 바로 경애하는 대원수님께서 락엽이 쌓인 가시덤불길을 헤치고 내주신 길이며 아버지장군님께서 우리들의 더 큰 행복을 위해 대소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사랑의 자욱을 남기신 눈길임을 부디 잊지 말거라.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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