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3호에 실린 글

 

      화

리    충    실                            

얼룩곰은 속이 바질바질 탔습니다. 밤골에 모아놓은 밤을 빨리 실어와야겠는데 속탈을 만나 움직일수가 없었던것입니다.

앓는 얼룩곰을 찾아와 침을 놓아준 염소의사가 말했습니다.

《한 닷새는 더 치료를 받아야겠네. 속탈을 깨끗이 고치지 못하면 후에 경을 칠수 있어.》

《아니, 닷새요? 난 한시가 급한데…》

《이보라구, 마음을 푹 눅잦히구 치료를 잘 하게. 밤무지걱정은 말라구. 병치료가 첫째야.》

염소의사는 이러면서 문을 나섰습니다.

(쳇, 아프게 침이나 찔러주구 가면서 훈시는… 저 염소의사는 아무래도 아는게 없는것 같애.)

이때 문밖에서 《형님, 계시우?》하는 까마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별놈 다 와서 성화로군.)

얼룩곰은 마뜩지 않은 얼굴로 문을 열었습니다.

《형님이 앓는다기에 고개 넘어 령 넘어 날아왔수다. 아니 무슨 병이기에 장사같은 형님이 이 지경 됐소?》

얼룩곰은 까마귀의 추근추근한 인사말에 어지간히 속이 누그러져 대꾸했습니다.

《내 지금 속탈을 만나 그러네. 밤골에 산같은 밤무지를 그대루 두구 이렇게…》

몹시 안타까와하는 얼룩곰을 보며 까마귀가 슬쩍 말했습니다.

《우리 마을에 용한 여우의사가 새로 왔는데 약 한알루 못 고치는 병이 없어요. 아, 이 마을 염소의사는 왔다가 울고가겠더라니까요.》

《여우? 에익, 말만 들어도 역겹다.》

얼룩곰이 얼굴을 찡그리자 까마귀가 나무랐습니다.

《아, 여우라구 다 나쁘겠나요? 싫으면 그만 두구려. 난 형님이 하두 속상해하길래…》

까마귀가 제편에서 푸드득거리자 얼룩곰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하긴 한번 병을 보인다구 손해볼게 없지. 내 지금 움직이기 힘들어 그러니 자네가 좀 모셔오게나. 내 인사는 후하게 하지.》

《글쎄 그렇겠지. 내 체면을 봐서라두 인사를 잘해야 해요.》

까마귀는 언제 성을 냈던가싶게 성수가 나서 날아갔습니다.

이윽고 나타난 흰여우의사는 얼룩곰을 진찰하고나서 밤알만 한 약 한알을 내밀었습니다.

얼룩곰이 그 약을 받아먹고 잠시 있으니 정말 배아픔이 씻은듯이 없어졌습니다.

《야, 거 정말 신기한데. 당장이라도 밤나르러 갈수 있겠어.》

《아무렴요. 그 약이야 다 죽었던 목숨도 살려내는 명약인걸요.》

흰여우의사의 말에 얼룩곰은 너무 고마와 어쩔줄 몰랐습니다.

《아, 내 밤무지를 그대루 두구 이렇게 앓아 누워 속이 타던걸 생각하면…》

《아니, 밤무지를 그냥두면 잃어버리기가 일쑤지요. 어서 가봐요. 쑥골지름길로 가면 빨라요.》

얼룩곰은 흰여우의사의 그 말에 더 감동되여 창고에 보관했던 물고기며 귀한 꿀까지 몽땅 꺼내 까마귀와 흰여우에게 지워보내고 자기는 밤골로 갔습니다.

신이 나서 수레를 끌고 밤골로 가던 얼룩곰은 쑥골지름길에 들어서자 금시 아파나는 배를 그러안고 푹 꺼꾸러졌습니다.

이때 언제 따라왔는지 흰여우와 까마귀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아니 곰형님, 명약까지 먹구두 무슨 엄살이요. 히히히…》

까마귀와 흰여우가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임자네들이 여기까지?… 그 약 한알만 더 주게.》

얼룩곰이 가까스로 반색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뭐? 한알 더? 바보같은 놈.》

흰여우가 뇌까렸습니다.

《뭐라구?》

사실 그 약은 흰여우놈이 얼룩곰이 앓는 기회를 리용해서 없애치우려고 골을 싸매고 만들어 낸 독약이였습니다.

《눈알은 내거다.》, 《염통은 내거.》

까마귀와 흰여우는 얼룩곰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이때 너구리며 사슴, 염소의사들이 몽둥이와 쇠스랑을 들고 곰이 쓰러져있는 곳으로 달려왔습니다.

까마귀와 흰여우는 이발을 부드득 갈며 달아나버렸습니다.

《얼룩곰, 이게 무슨 일인가? 자네 병 고칠 약초캐러 가다가 저놈들의 행동이 수상해서 따라왔네.》

얼룩곰이 떠듬떠듬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것 보게. 잘 아는 제 동네 의사를 믿지 않고 허튼 놈들을 믿다가는 신세를 망치게 되는 법이라네.》

염소의사의 충고에 얼룩곰은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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