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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3호에 실린 글
◇ 우 화 ◇
원 철 남
유명한 너구리연출가가 새 연극의 중요한 역을 맡을 배우감을 고른다는 소문이 숲속동산에 짜하게 퍼졌습니다. 《연극배우라? 그것 참 해볼만 한 일이군.》 일하기 싫어하고 무슨 일이든 나서지 않으면 몸살을 앓군 하는 메돼지는 삐죽한 송곳이로 땅을 뚜지다말고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배우가 되면 이렇게 힘들게 일하지 않고도 가는 곳마다 후한 대접을 받을테지…) 메돼지는 그길로 좋은 옷을 차려입고 신바람이 나서 너구리연출가를 찾아갔습니다. 《연출가선생, 난 나서부터 배우가 되는게 제일 큰 소원이였는데 선생이 내 소원을 좀 풀어주시우.》 큰 입을 넙적거리며 열심히 이야기하는 메돼지를 유심히 살펴보던 너구리연출가는 머리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음, 자넨 내가 찾던 인물과 비슷하긴 한데…》 너구리연출가의 뜻밖의 말에 메돼지는 한순간 어리둥절해졌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럼. 그런데… 자네의 그 송곳이가 좀 아쉽구만. 하지만 그만해도 괜찮아. 래일 다시 오라구.》 집으로 돌아온 메돼지는 거울에 제모습을 비쳐보았습니다. (송곳이가 좀 아쉽다구?…) 그러고보니 삐죽 나온 송곳이가 정말 보기 흉했습니다. (안되겠어. 당장 뽑아버려야지. 배우가 되면 팔자를 고치겠는데 이따위 송곳이가 대수냐.) 메돼지는 그길로 산양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산양의사선생, 이 송곳이를 당장 뽑아주시우. 급한 일이 있어 그래요.》 메돼지의 다급한 부탁에 산양의사가 펄쩍 뛰였습니다. 《아니, 상하지도 않은 생이발을 망탕 뽑다니. 그것도 송곳이를… 정신이 있는것 같지 않구만.》 하지만 메돼지는 산양의사를 설복하여 끝내 이발을 뽑고야말았습니다. (이젠 됐어. 너구리연출가가 춤을 출거야.) 메돼지는 생이발을 뽑아 부어오른 볼을 문지르며 벌쭉 웃었습니다. 다음날. 메돼지는 아침 일찌기 너구리연출가를 찾아갔습니다. 이른아침 찾아온 메돼지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던 너구리연출가는 《누군가요? 어데서 본것 같기도 한데…》하며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참, 선생님도… 어제 왔던 메돼지예요. 선생님이 아쉽다던 그 송곳이를 아예 뽑아버렸어요.》 기뻐서 벙글거리는 메돼지의 말에 어이가 없어 한참이나 멍해있던 너구리연출가가 말했습니다. 《자넨 정말 미련하구만. 송곳이도 없는게 무슨 메돼진가. 난 그 송곳이가 좀 더 컸으면 했댔는데 이젠 다 틀렸어. 가보라구. 내가 찾는 역인물에겐 큰 송곳이가 필요하네.》 너구리연출가는 이런 말을 남기고 가버렸습니다. 《아니, 저…》 메돼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리석은 자기 행동을 무엇이라 변명할수 있겠습니까. 《내가 바보였지. 이젠 어쩌면 좋아. 송곳이가 없으니 땅을 뚜져 먹을걸 찾을수도 없으니… 편한 일자리를 찾아 팔자를 고치려다가 아예 신세를 망치고말았구나.》 송곳이도 없는 메돼지의 두볼로는 주먹같은 눈물이 굴러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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