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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3호에 실린 글
◇ 우 화 ◇
문 영 철 어느 곡식밭에 틀차리기 좋아하는 허수아비가 있었습니다. 허수아비는 잘 익은 곡식들을 새들이나 쥐들로부터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꺽두룩하게 서서 틀만 차리군 했습니다. 어느날 고추잠자리 한마리가 날아가다가 허수아비한테 깍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허수아비아저씨, 안녕하세요?》 하지만 허수아비는 고추잠자리의 말을 못 들은체 고개를 잔뜩 외로 꼬고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무안해진 고추잠자리는 꼬리가 더 새빨개가지고 어디론가 날아가고말았습니다. (별 쪼꼬만게 다 아는체를 하는군. 내가 아무렴 저따위들과 상대할텐가. 위신없게스리…) 허수아비가 장한듯 어깨를 으쓱이고있는데 곁에서 지게를 뻗치고있던 작시미가 넌지시 말을 걸었습니다. 《여보게, 수고하는군.》 《여보게라니? 이건 또 뭐야?》 허수아비가 낯을 찡그리며 내려다보자 작시미가 어줍게 웃으며 마주 올려다보는것이였습니다. 《날세. 자네와 난 한 아카시아나무뿌리에서 자란 쌍가지가 아닌가. 자네 그래 날 모르겠나?》 그러자 허수아비는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난 그런 친구를 모르네. 그러니 말조심하라구. 친구니, 여보게니 하면서 남의 체면을 깎지 말구.》 억이 막힌 작시미가 어쩔바를 몰라하는데 이번엔 선들바람이 허수아비한테 말했습니다. 《허수아비야, 잔뜩 머리를 쳐들고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아래도 살펴라. 쥐란 놈들이 줄기를 타고 올라와 이삭들을 쏠아먹는다.》 선들바람의 충고에 허수아비는 볼이 부어 투덜댔습니다. 《허참, 한갖 바람인 주제에 누굴 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거야? 싱거운 간참일랑 말고 어서 제 갈데로나 가. 난 적어도 주인의 모자를 쓰고 옷을 입은 〈작은 주인〉이란 말이야.》 그 말에 선들바람은 쓰겁게 웃고나서 갑자기 돌개바람으로 변하였습니다. 윙― 돌개바람은 순간에 허수아비가 입었던 저고리와 모자를 벗겨 허공중에 뿌려던지고말았습니다. 눈깜짝할사이에 알몸뚱이가 된 허수아비는 삐죽이 땅에 박혀가지고 거북하게 서있었습니다. 그 꼴을 보고 작시미가 물었습니다. 《이젠 널 어떻게 불러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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