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3호에 실린 글

 

      화

 

                                  

 

과학자도시에서 태여난 룡이는 어느덧 소학교 1학년생이 되였습니다. 산뜻한 새 교복에 어머니가 사준 까만 구두까지 신은 룡이의 모습은 누구나 부러워할만큼 멋있었습니다.

그러나 룡이 어머니는 룡이를 더 곱게 내세우고싶어 백화점 신발매대로 데리고갔습니다. 신발매대에는 처녀애들이 신는 리봉이 달린 여러가지 색갈의 고운 구두와 운동화, 장화를 비롯하여 갖가지 신발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룡이 어머니는 그중에서 고르고골라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새로운 모양의 구두를 사주었습니다.

걸음을 내짚을 때마다 별모양의 신발자국이 또렷이 찍혀지는 멋진 구두였답니다.

어머니는 새 신발을 신고 기뻐서 깡충거리는 룡이에게 말했습니다.

《룡이야, 엄마가 사준 이 신발을 신고 고운 자욱만 새기거라.》

룡이는 구두를 신고 거리가 좁다하게 뛰여다녔습니다.

어느날 공부를 마치고 학교에서 돌아오던 룡이는 도마도시험포전을 지나게 되였습니다.

바라보니 푸른 잎새마다 큼직한 도마도들이 주렁주렁 열려있었습니다. 그 도마도들은 빨갛고 윤기가 자르르 도는것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우리 집 랭동기안에 있는 도마도보다 더 맛있을거야. 한알 따먹어볼가?)

룡이는 저도 모르게 도마도밭으로 걸음을 내짚었습니다. 한순간 자기 물건이 아닌것에 손을 대면 안된다고 이르던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 어깨가 움츠러들기는 했으나 생신한 도마도를 따먹고싶은 생각을 누를수 없었습니다.

한발만 내짚으면 손에 도마도가 가닿을것 같았습니다. 룡이는 주위를 휘둘러보았습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누가 보지 않을 때 제꺽 한알 따야지.)

룡이는 《용감》하게 발자국을 내짚었습니다.

룡이는 제일 커보이는 도마도 한알을 뚝 따가지고 재빨리 뛰여나왔습니다. 그리고 누가 보지 않았는가 하여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숨을 내쉬고난 룡이는 주머니에 넣었던 도마도를 꺼내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도마도가 얼마나 맛있는지 이런 경우를 두고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고 하는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맛있는줄 알았으면 한알 더 땄을걸.)

룡이는 도마도를 냠냠 먹으며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이였습니다.

어머니가 웬일인지 엄한 낯빛을 하고 룡이를 불러앉혔습니다.

《룡이야, 어디 말해봐라. 왜 시험포전에 들어가 도마도를 땄니? 응? 어머니가 몇번이나 말

하지 않았니, 착한 일만 해야 한다고. 그런데 넌 뭐냐?》

어머니의 목소리는 안타깝게 울렸습니다.

룡이는 어머니앞에 아무 대꾸도 못하고 머리만 숙이고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는 속에서도 머리속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도 보지 않을 때 도마도를 따먹었는데 어머니가 어떻게 아실가?)

룡이는 영문을 알수 없어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다음날이였습니다.

룡이는 동무들과 함께 공원에서 신이 나는 축구경기를 하고있었습니다. 한창 열이 올라 경기를 하는데 룡이가 찬 뽈이 그만 꽃밭으로 훌쩍 날아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룡이와 그의 동무들은 서로 뽈을 먼저 차지하겠다고 꽃밭에 뛰여들었습니다.

이때 멀리서 공원관리원할아버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녀석들, 당장 나오지 못할가.》

순간 애들은 깜짝 놀라 꽃밭에서 뛰쳐나와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흥, 겁쟁이같은것들. 뽈이야 찾아가지고 뛰여야지.)

달아나는 동무들을 힐끔 바라보고난 룡이는 재빨리 뽈을 안고 공원을 벗어났습니다.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뛰여놀다가 집으로 돌아온 룡이는 어머니에게서 또 꾸지람을 듣게 되였습니다.

《룡이야, 넌 왜 돌아다니며 나쁜 장난만 하느냐? 오늘 공원꽃밭에 또 들어갔댔지? 관리원할아버지가 애써 가꾼 꽃들을 다 꺾어놓으면 어쩌니?》

어머니에게서 또 추궁을 받게 되자 룡이의 머리속에는 물음표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내가 꽃밭에 들어갔댔다는걸 어떻게 아실가?)

다음날 아침 학교로 가던 룡이는 공원을 지나게 되였습니다. 꽃밭옆을 지나가느라니 어제 어머니에게서 꾸지람을 듣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꽃밭을 살펴보며 걸어가던 룡이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물결모양발자국, 줄무늬발자국들이 수두룩한데 그속에 유별나게 눈에 띠우는 발자국이 있었던것입니다. 그것은 별모양발자국, 바로 룡이가 신은 구두에서 찍혀진것이였습니다. 순간 룡이는 어떻게 되여 어머니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였는지 깨달았습니다.

다음날부터 룡이는 구두를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고다녔습니다. 이 구두를 신고다니면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어머니에게서 계속 꾸지람을 들을수 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룡이네 학급동무들은 집을 향해 나는듯이 뛰여갔습니다.

마지막에야 교실문을 나선 룡이는 얼떠름해져 앞에서 뛰여가는 동무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얘, 너희들 왜 뛰여가니?》

《이제 아동영화를 한단 말이야. 벌써 시작했을수도 있어. 빨리 가자.》

룡이는 아동영화를 한다는 소리에 신바람이 났습니다. 아동영화라면 누구보다 좋아하는 룡이니까요. 동무들을 따라 속보판옆으로 뛰여가던 룡이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불쑥 학교담장이 눈에 안겨왔던거예요.

(저 담장을 넘어가면 집에 빨리 갈수 있어.)

속보판뒤로 넘으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룡이는 더 생각할 사이없이 쏜살같이 달려가 담장을 뛰여넘었습니다.

그리고는 책가방을 달랑거리며 집을 향해 뛰여갔습니다.

룡이는 다행히도 아동영화가 시작하는 순간에 들어섰습니다. 정말 재미나는 아동영화였습니다.

아동영화를 다 보고난 룡이는 숙제를 하려고 학습장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담장을 넘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혹시 어머니가 또 보시지 않았을가 해서 말입니다. 분명 담장에 발자국자리가 났겠는데 어머니가 알아보시면 큰일입니다.

(남들과 꼭같은 운동화를 신고 담장을 넘었으니 누구의 발자국인지 모를수도 있지 않을가.…)

숙제를 하면서도 어쩐지 룡이의 마음은 가볍지 못했습니다. 잡생각을 쫓아버리며 숙제를 해나가던 룡이는 그만 졸음이 몰려와 연필방아를 찧다가 소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마당청소당번인 룡이는 아침일찍 학교로 갔습니다. 담장밑에 떨어진 나무잎들을 쓸어나가던 룡이의 눈은 갑자기 황소눈만큼 커졌습니다.

글쎄 담장에 어지러운 발자국들이 찍혀져있고 매 발자국마다 《룡이》라는 글자가 씌여져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야? 누가 알고 내 이름까지 써놓았을가. 분명 어떤 장난꾸러기의 짓일거야.)

룡이는 비자루로 발자국자리들을 썩썩 지워버렸습니다.

(이젠 됐구나. 오늘 마당청소당번이 아니였다면 톡톡히 망신당할번 했네.)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마당을 쓸어나가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돌아보니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색동옷을 곱게 입고 빨간 고깔모자를 쓴 작은 꼬마가 막대기를 들고 룡이의 발자국이 나있던 자리에 그림을 그리는것이였습니다. 막대기끝에서 룡이의 이름이 씌여있는 발자국들이 다시 생겨났습니다.

룡이는 벌컥 성을 내며 물었습니다.

《야! 넌 도대체 누군데 남의 발자국을 그리는거냐?》

룡이가 성난 빛을 하고 따지는데도 꼬마동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무 성나서 그러지 말어. 난 네가 남기는 발자국을 새겨놓는 발자국동이란다. 이 땅우에 무수히 찍혀지는 너의 발자국들을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하는것이 바로 나의 임무란다.》

룡이는 꼬마동이에게 간청하듯 말했습니다.

《얘 발자국동이야, 조금 있으면 우리 동무들이 오겠는데 저 발자국들을 좀 지워주렴.》

그러나 발자국동이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안돼. 넌 네가 책임지지도 못할 발자국은 왜 남겼니? 한번 찍은 발자국은 영원히 지울수 없어.》

룡이는 너무 안타까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정했습니다.

《발자국동이야, 제발 나를 도와주렴. 넌 정말 인정도 없구나. 내 다신 안 그럴게 저 발자국만은 지워주렴.》…

이때 어머니가 룡이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니 룡이야, 너 무슨 꿈을 꾸었니?》

룡이는 놀라 잠에서 깨여났습니다.

눈을 비비고 주위를 살펴보니 다행히도 꿈이였습니다. 꿈에서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두볼로는 아직도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습니다.

비록 꿈이였지만 룡이는 큰 충격을 받아안았습니다. 신발이나 바꾸어신으면 잘못을 감출수 있다고 생각한 룡이였습니다. 아마도 담장을 넘은 일을 두고 걱정하다 잠들었으니 그런 꿈을 꾼 모양입니다. 룡이는 이제라도 학교담장을 깨끗이 회칠하리라 결심하였습니다.

룡이는 옷을 입으며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이제 학교에 갔다오겠어요.》

《아니 이밤에 학교에는 왜 간다는거냐?》

어머니는 놀라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룡이는 꿈이야기와 담장을 넘은 사연을 하나도 빠짐없이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룡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말했습니다.

《그래, 가거라. 룡이야, 사람은 언제나 좋은 발자국만 남겨야 한단다.》

룡이는 회가루가 든 바께쯔와 솔을 들고 한달음에 학교로 뛰여갔습니다.

하늘의 별들도 착한 일을 하는 룡이가 사랑스러운듯 밝은 빛을 뿌려주었습니다.

룡이는 자기의 발자국자리들이 찍혀진 담장을 깨끗하게 회칠해놓았습니다. 그리고 흙물이 조금씩 묻은 담장도 회칠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룡이의 마음은 날것만 같이 가벼워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학교정문에 들어서던 룡이는 자기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글쎄 속보판에 학교꾸리기에서 앞장선 룡이의 소행에 대하여 크게 난것이 아니겠습니까.

선생님과 학급동무들이 룡이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룡이학생, 정말 용해요.》

《룡이동무, 축하해.》

룡이는 선생님과 동무들의 축하를 받자 홍당무우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저, 사실은 그런게 아니라…》하는 말만 했을뿐입니다.

속보판에 나고보니 룡이는 오히려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애꿎은 신발코숭이만 땅바닥에 꼭꼭 찍어댔습니다. 그때마다 별모양의 신발자국이 땅우에 곱게 새겨졌습니다.

그 고운 발자국들은 룡이를 올려다보며 웃고 있는듯 했습니다.

(만경대구역 장훈1동 6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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