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2호에 실린 글

 

  ◇우 화◇

 

                                     

리 영 희

 

이웃마을에 갔다오던 수닭은 큼직한 자루를 메고 고개를 오르는 족제비와 맞다들자 눈에서 불이 펄펄 일었습니다.

《이놈아, 벼르고있던 참인데 잘 만났다.》

수닭은 서슬푸른 날창을 족제비놈의 가슴팍에 들이대며 소리쳤습니다.

수닭이 새로 만든 창은 몸에 닿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위력한 독창이였습니다.

그래서 멋모르고 수닭에게 덤벼들었던 승냥이도 명줄이 끊어졌던것입니다.

그것을 다 알고있는 족제비는 독창을 보자 땅에 넙적 엎드려 두손을 싹싹 비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죄를 빌려고 이 생선자루를 가지고 수닭님을 찾아가던 길입니다.》

족제비는 눈물절반, 말절반으로 징징 우는 소리를 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포악한짓을 일삼으며 착한 짐승들을 닥치는대로 해치던 족제비놈이 고양이앞의 쥐처럼 설설 기는 꼴을 보니 갑자기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놈아, 그게 사실이냐?》

수닭은 발을 탕 굴렀습니다.

《저야 지은 죄를 생각하면 백번 죽어도 마땅한 놈이지요.…》

족제비는 또다시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오롱조롱한 자식이 여섯이나 있습니다. 그 애들이 제 발로 걸어다닐 때까지만이라도 저를 살려주십시오. 그 다음엔 내 스스로 수닭님을 찾아와 벌을 받겠습니다. 흑ㅡ흑.》

족제비의 말을 듣자 수닭은 문득 자기의 지난날이 돌이켜졌습니다. 족제비놈에게 아빠, 엄마를 다 잃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수닭이였습니다.

추운 겨울 홑옷을 입고 꽁꽁 언 두손을 호호 불며 이집저집 찾아다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저절로 났습니다.

죄로 따지면 족제비놈을 백번 죽여도 씨원치 않겠지만 여섯이나 되는 새끼들이 있다니 동정심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은 놈이라 해도 자기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가.…

그리고 자기가 위력한 독창을 가지고있는 한 이전처럼 함부로 못된짓을 할수 없을것입니다.

《좋다, 뉘우친다니 용서해주겠다. 다시는 착한 짐승들을 해치지 않겠지?》

《예, 예. 고치다마다요. 꼭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리고 이 물고기를 받으십시오.》

족제비는 너무도 고마와 고개를 연방 조아리며 물고기마대를 놓고 사라졌습니다.

수닭은 족제비가 놓고 간 물고기자루를 둘러멨습니다. 물고기자루는 무거웠습니다.

땀을 흘리며 고개를 넘어서니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수닭은 들고있던 창을 나무에 기대놓고 돌아앉아 땀을 들이였습니다.

앞에 놓인 생선자루를 바라보는 수닭의 마음은 흡족하였습니다.

그처럼 포악하던 족제비놈이 발밑에서 굽신거리며 물고기자루까지 가져다바치니 온 세상이 다 자기의것이 된듯싶었습니다.

수닭이 이렇게 흡족한 생각에 잠겨있는데 등뒤에서 족제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수닭님.》

고개를 돌리던 수닭은 두눈이 둥그래지고 온몸이 꼿꼿해졌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족제비놈이 자기가 세워놓았던 독창을 들고 노려보고있었던것입니다.

《아ㅡ니? 은혜를 갚…겠…다…던… 네놈이?》

수닭이 떠듬떠듬 말했습니다.

《포동포동 살찐 수닭님께서 내가 곰한테서 훔친 물고기자루를 힘들게 메고 여기까지 찾아오셨구려. 살찐 수닭님과 물고기를 맛있게 먹어주는게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는게 아닐가요. 이게 바로 꿩먹고 알먹고 둥지털어 불 때는격이지, 으하하…》

족제비는 그러고나서 수닭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메쳤습니다.

수닭은 원쑤에 대한 동정과 순간의 해이는 곧 죽음이라는것을 미처 깨달을새도 없이 숨졌습니다.

 

(벽성과수농장 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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