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2호에 실린 글

 

  ◇우 화◇

 

                                      김 향 심

 

도적질에 이골이 난 여우놈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풍년든 곰동산에

기여들었다네

 

먹물을 뿌린듯 캄캄한 밤

이리기웃 저리기웃

얼룩곰네 창고에 여우놈 들어서자

그만에야 아뿔싸

왕방울이 왈랑절랑

 

《어떤 놈이야?》

몽둥이 들고 달려나온 얼룩곰을 보고

기겁한 여우놈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쳤다네

 

그런데 어찌하랴

앞에는 아찔한 낭떠러지

그아랜 깊디깊은 물함정

 

깜짝 놀라 뒤걸음치던 여우놈

머리를 탁 쳤다네

(옳지, 곰은 죽은 짐승을

 다치지 않는다고 했지)

 

덤불속에 대가리 푹 박은 여우놈

까딱도 안했네

죽은체 했다네

 

그런데 웬일인가

뒤따라 달려온 얼룩곰

다짜고짜 몽둥이 휘둘러

여우놈을 내리쳤네

 

《아이쿠, 곰님

  죽은 짐승 다치지 않는다더니

  이게 무슨짓이요?

  체통 큰 곰님이 체면도 없구려》

 

죽는다고 아우성치는 여우놈에게

얼룩곰은 더 큰 매 안기며 말했네

《흥, 죽은 놈이 말을 다 하누나

  네놈이 죽은척 하면 속을줄 알았지

  너같이 악착하고 교활한 놈에겐

  이 몽둥이가 그저 제격이야》

 

(만경대구역 금성1동 40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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