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2호에 실린 글

 

  ◇동 화◇

 

                                   

  박 원 남

 

바다가 해돋이마을의 어느 한 농가집문이 빠끔히 열리였습니다.

《심술쟁이바람이 이제야 달아났구나!》

열살쯤 되여보이는 사내아이의 여무진 목소리였어요. 그 애는 지동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는 문을 활짝 열고 나와 이영부터 살펴보았습니다. 삼년째 갈아대지 못한 이영이다보니 너무나도 낡고낡았던것입니다. 심술쟁이바람의 장난으로 이영짚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습니다.

지동이는 그것을 하나, 둘 곱게 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뭐예요.

지동이의 손이 뚝 굳어지고 그의 눈이 대번에 커졌습니다. 이영깃에 난생 처음보는 씨앗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으니까요. 머리를 갸웃거리던 그는 그것을 살며시 집어들었습니다.

그 씨앗에는 하늘하늘한 매미날개같은것이 착 붙어있었습니다. 녹두알만 한 딴딴한것이 가운데 볼록하니 나와있었구요. 그런데 가엾게도 한쪽날개가 찢기여달아나고 날개는 한개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불쌍한 씨앗이였어요. 그것을 보는 그의 마음은 알알했습니다.

지동이는 상한 씨앗을 살살 쓸어주며 《몹시 아프겠구나. 넌 어디서 날아왔니?》하고 속삭이듯 물었습니다.

물론 대답이 없었습니다. 씨앗이 어떻게 말을 할수 있겠나요.

《여기 이렇게 그냥 매달려있으면 인차 말라죽고만단다. 내 포근한 땅에 얼른 심어주지.》

지동이가 이렇게 말하자 그 씨앗은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듯 날개를 한들거렸습니다.

그는 곧 마당 한끝에 땅을 팠습니다. 그리고 뒤웅박을 찾아들고 우물로 달싹거리며 뛰여갔습니다.

우물가에는 분이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분이 어머니, 물 한바가지만 저에게 먼저 좀 떠주세요. 예!》

《왜?》하며 드레박줄을 끌어올리던 분이 어머니가 지동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씨앗이 말라죽을가봐 그래요.》

《살구씨냐?》

《아니요.》

지동이는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습니다.

분이 어머니는 재미있는듯 또 물었습니다.

《그럼 복숭아?》

《아, 아니요.》

《그럼 뭐니?》

지동이는 손을 주머니에 찔렀다가 슬며시 빼고말았습니다. 자랑하는새에 씨앗이 말라들것 같았기때문이였지요.

《나도 모르는 씨앗이예요.》

《아니, 모르는 씨앗을 망탕 심는단 말이냐?》

분이 어머니는 어이없다는듯 말했습니다.

《모르는 나무라고 해도 그것이 자라면 우리 마을에 나무 한그루가 또 생기지 않나요.》

《그래?!》

분이 어머니는 비록 어리지만 어른스러워보이는 지동이를 대견스레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어서 받아라, 자!》

《고마워요.》

《애두 고맙긴. 어서 가서 심어라!》

지동이는 맑은 물을 정히 떠왔습니다. 그리고는 씨앗을 정성담아 심고 물을 주었습니다.

지동이는 씨앗을 위해 온갖 성의를 다 기울이였어요. 나쁜 짐승이 와서 훌쩍 파먹을가봐 그는 온밤을 뜬눈으로 밝혔습니다. 또 낮에는 낮대로 못된 새가 날아와 헤집어 먹을가봐 잠시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새파란 싹이 빠끔히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야! 싹이 돋네!》

지동이는 너무 좋아 손벽까지 짜락짜락 쳤습니다. 그가 보는 앞에서 새싹은 자랑이라도 하듯 옴씰옴씰 솟아올랐습니다.

잠간사이에 한뽐이나 자랐습니다. 조금 지나니 세뽐이나 훌쩍 커졌습니다. 얼마쯤 지나서는 지동이의 키를 넘어섰고 가지들도 쭉쭉 뻗었습니다.

꿈을 꾸는것 같은 희한한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그는 그냥 《야! 야!》하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잎사귀들은 얼핏 보면 은행나무잎같았습니다.

자세히 보면 꼭 부채처럼 생겼구요. 그것들이 흔들리자 바람이 솔솔 나왔습니다. 마치 숱한 부채들이 매달려 흔들어대는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다가 이것 보세요. 나무가 말까지 하는게 아니겠어요.

《고마와!》

《엉?!》

지동이는 와뜰 놀랐습니다.

(나무가 말을 하다니!)

암만해도 믿을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죄다 사실이였습니다.

《그런데 넌 어디서 날아왔니?》

지동이가 눈이 왕방울만 해져서 물었습니다.

《난 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살았단다. 우리 섬을 다들 <바람섬>이라고 부르더구나. 그런데 하루는 심술쟁이바람이 우리한테 악을 쓰며 달려들었단다. 우리에게도 바람을 일쿠는 재간이 있었으니까 심술이 꿈틀거렸던거지.

그 못된 심술쟁이때문에 난 엄마나무와 헤여졌단다. 그런데 다행히도 너희 집 이영에 매달리게 되였구나.》

《그랬댔구나. 하지만 엄마와 헤여졌다고 외로워하지 마. 나하구 같이 살자. 우리 집엔 할아버지와 나 이렇게 단둘이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랑캐놈들과 싸우다 돌아가셨어.》

《참, 안됐구나. 난 부채나무라고 한단다.》

《그래? 그럼 한번 바람을 일쿼봐.》

지동이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부채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부채나무는 남쪽가지를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잎사귀들이 모두 남쪽방향으로 향해지면서 훈훈한 바람이 살살 불어왔습니다.

《야! 멋진 재간인데. 이젠 그만 흔들어…》

지동이는 부채나무잎을 살살 쓸어도 보고 볼에도 살짝 대보았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워 깨물어주고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때 밭에 나갔던 할아버지가 들어오시였습니다.

《할아버지, 이 나문 신기한 부채나무였어요.》

《그래?》

지동이는 할아버지에게 착 매달려서 이자 방금 있은 일을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였습니다.

《그거 정말 희한한 나무구나. 적적하던 우리 집에 식구가 하나 늘어난셈이다, 허허…》

《부채나무야, 넌 이제부터 나와 딱친구야,응.》

지동이는 사기나서 부채나무주위를 뱅글뱅글 돌고돌았습니다.

《됐다, 그만해라. 넘어질라.》

할아버지는 사랑어린 눈빛으로 부채나무를 바라보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 나무가 우리 마을에 복을 가져다줄것 같구나!》

《정말 그럴가요. 야! 할아버지, 나 이 나무에 시원한 물을 길어다 줄래요.》

《어서 그렇게 해라.》

할아버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동이는 물초롱을 찾아들고 샘물가로 달려갔습니다. 맑은 물을 찰랑찰랑 떠온 그는 부채나무에 정성껏 부어주었습니다. 지동이는 날마다 부채나무가꾸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아침일찍 일어나 부채나무를 나와 본 지동이는 파들짝 놀랐습니다.

아니 글쎄 그렇게 싱싱하던 부채나무가 하루아침에 누렇게 황이 들었던것입니다.

《아니, 너 어떻게 된거니, 응?》

지동이는 부채나무를 붙안고 어찌할바를 몰라했습니다. 안타까와하는 그를 보며 부채나무가 떠듬떠듬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난… 바다의 섬에서 자라던 나무여서 소금기가 있는 바다물을 먹어야 한단다.》

《응?》

지동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무에 소금기있는 물을 주면 인차 죽는것으로 알고있었으니까요.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한 나무였습니다.

(그래서 시들었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지동이는 물초롱을 들고 바다가로 나갔습니다. 돌아올 때 그는 한방울이라도 쏟을가봐 사뿐사뿐 걸음을 옮겼습니다.

쪼르륵ㅡ 쪼르륵ㅡ 소리를 내며 부채나무는 바다물을 순간에 먹어버렸습니다.

《야, 좋구나. 좀 더 먹었으면…》

《그래!》

지동이는 또다시 바다가로 달려갔습니다.

한번 또 한번… 이렇게 열두번을 오고갔습니다.

그랬더니 이것 보세요. 좀전까지 황이 들어 누렇던 잎사귀들이 점점 파랗게 정기가 돌았습니다.

그전보다 더 새파래졌습니다. 부채나무는 지동이에게 고맙다고 잎사귀들을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키가 으쓱으쓱 자라올랐습니다. 잎사귀들도 점점 커지더니 부들부채만 해졌습니다.

지동이는 너무 좋아 깨꾸막질까지 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깨여나보니 부채나무는 우듬지가 보이지 않을만큼 키가 부쩍 자랐습니다. 부들부채만 하던 잎사귀는 얼마나 커졌겠나요. 글쎄 키질할 때 쓰는 키짝만 해졌습니다. 그런것이 하나도 아니고 셀수없이 많이 매달려있으니 얼마나 희한했겠습니까. 정말 굉장했어요.

어느새 알고 모여왔는지 지동이네 집뜨락은 마을사람들로 흥성거렸습니다. 마을의 좌상인 최로인이 수염을 내리쓸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로부터 집근처나 길가에 있는 큰나무를 정자나무라 했거늘. 오늘부터 우리 마을에서 제일 크고 희한한 나무가 서있는 지동이네 집을 <정자나무집>이라고 하자구.》

《그게 좋겠소이다.》

누군가가 퉁소를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소리에 맞추어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지동이도 춤판에 끼여들어 어깨를 달싹거리며 돌아갔습니다.

부채나무잎사귀들도 악기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듯 한들거렸습니다.

그날부터 《정자나무집》은 어느 하루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치지 않았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은 물론이고요, 들에 나갔던 농군들도 집으로 가는 길에 꼭꼭 들려가군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인지 사람들로 흥성이던 부채나무쉼터가 한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타는듯 한 가물을 이겨내보려고 물지게를 지고 떨쳐나섰던 마을사람들이 모두 지쳐 밭머리에 주저앉아 한숨만 내쉬고있었던것입니다. 웅뎅이물이 바닥나도록 물을 길었건만 넓디넓은 벌판 한귀퉁이나 겨우 적실뿐이였습니다.

겨우 땅을 비짚고 나왔던 새싹들이 모두 꼬기꼬기 까드라져있었습니다.

《씨를 뿌렸건만 비가 오지 않아 이 모양이니 이를 어찌하오리까?》

한 젊은이가 좌상인 최로인을 붙들고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비를 몰아올수 있다면 좋으련만…》

최로인도 어찌할 묘책이 없어 무정한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그옆에서 근심속에 앉아있는 지동이 할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띄였습니다.

모퉁이에 소곳이 앉아 오고가는 말을 듣고있던 지동이의 눈이 순간 반짝 빛났습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마을쪽으로 냅다 달렸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가 하여 그의 뒤모습만 바라보았습니다.

지동이가 할딱거리며 달려간 곳은 부채나무가 서있는 곳이였습니다. 그는 숨도 돌리지 못한채 씨근거리며 부채나무에게 말했습니다.

《부채나무야! 넌 바람일쿠는 재간이 있다고 했지?》

《응.》

《너 혹시 비구름도 몰아올수 있지 않니?》

《그래, 그런데 왜 그러니?》

지동이는 마을사람들이 비가 오지 않아 안타까와하던 이야기를 부채나무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어서 구름을 몰아다주렴. 우리 마을 논밭에서 곡식들이 몽땅 말라죽고있단다.》

《그래그래.》하며 부채나무는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그러더니 동쪽가지를 힘차게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잎사귀들이 동쪽방향으로 향해지면서 한꺼번에 흔들어댔습니다. 드디여 동쪽에서 센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후에는 비구름이 몰려와 삽시에 온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졌습니다.

지동이의 뒤를 쫓아왔던 사람들은 비가 내리자 환성을 터쳤습니다.

《단비가 내리는구려.》

《새싹들이 좋아라 춤을 추겠구만.》

《곡식들만 춤을 추겠나, 우리도 춤을 춰야지.》

마을사람들은 비오는 속에서도 얼씨구절씨구하며 춤판을 펼쳤습니다.

최로인은 지동이를 얼싸안고 《네가 정말 큰일을 했구나!》라고 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지동이 할아버지도 지동이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동아, 저 나무는 마을의 보배로다. 우리 저 귀한 부채나무를 더 잘 가꾸자.》

《알겠어요, 할아버지. 부채나무는 걱정마세요.》

지동이의 오돌찬 대답을 들으며 최로인과 지동이 할아버지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신기한 부채나무는 이렇게 비구름을 몰아와 초들초들 말라가던 새싹들에 단비를 뿌려주었습니다.

얼마후 장마철먹장구름이 떼를 지어 해돋이마을에 밀려들 때는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바람을 일구어 먹장구름을 몽땅 밀어냈답니다.

그래서 해돋이마을엔 무더기비가 내리지 않았지요. 들판의 곡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한들거리며 부채나무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보냈습니다.

어느덧 넓은 들에는 풍요한 계절이 왔습니다.

례년에 보기 드문 풍작이 이루어졌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엔 밝은빛이 감돌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쁨은 오래가질 못했습니다.

그들의 행복을 빼앗으려는 놈들이 있었으니까요.

몇해전 여기 해돋이마을에 달려들었던 오랑캐놈들이 또 노리고있었던것입니다. 그때 지동이의 부모들도 앞장에 섰다가 그놈들의 칼에 잘못되였답니다. 해돋이마을에 신기한 부채나무가 생겨 풍년이 들고 잘살게 되였다는 소식이 날아들자 오랑캐두목놈은 선불맞은 승냥이마냥 미쳐날뛰였습니다.

《뭐라구! 부채나무가 생겨 복이 차례졌다구? 그 복이 오늘로 끝장날것이다. 출동하라!》

놈들은 수많은 배를 끌고 바다가에 몰려들었습니다.

두목놈은 몬끼라는 놈을 조용히 불러들였습니다.

몬끼놈으로 말하면 길손으로 가장하고 해돋이마을에 새여들어가 부채나무의 내막을 알아낸 놈이였습니다.

《넌 한발 먼저 가서 그 신기하다는 부채나무부터 어떻게 하든 찍어버리라. 그리고 일이 성사되면 이 불화살을 날려 신호하라!》

《알겠소이다.》

몬끼놈은 두목놈이 주는 불화살을 받아들고나와 곧 대여섯놈의 날파람있는 놈들을 뽑았습니다.

날이 선들선들한 도끼를 꽁무니에 찬 놈들은 도적고양이마냥 부채나무가 서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기여들었습니다.

그날은 달도 뜨지 않은 그믐밤이였습니다.

《빨리! 빨리!》

몬끼놈이 졸개놈들에게 부채나무를 찍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졸개들이 도끼를 들고 부채나무에 달려들었습니다.

그런데 글쎄 수염까지 깎을 정도로 날이 선 도끼로 아무리 내리쳐야 부채나무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탕탕 튀여났어요.

《엉?! 이게 뭐야.》

몬끼놈의 눈이 희뜩 뒤집어졌습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노릇이였습니다. 그러나 워낙 간특한 놈인지라 잔꾀를 부렸습니다.

《야, 올라가 가지를 쳐라! 가지를…》

놈들이 겨우 부채나무에 기여올라 도끼를 휘둘러댔습니다. 팔이 떨어져나가듯 가지들이 하나, 둘 꺾이였습니다.

《음ㅡ》

부채나무가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낮에 바람을 일쿠며 일을 하고 굳잠이 들었던 부채나무가 잠을 깼던것입니다. 부채나무는 제몸에 붙은 놈들을 떼여버리려고 바람을 일쿠었으나 나무에 거마리처럼 찰싹 붙어있는 놈들까지 떨궈버릴수 없었습니다.

《히히… 네가 아무리 요술같은 재간을 가지고있어도 안될걸. 야, 뭘 멍청해있어. 찍으라!》

몬끼놈이 이죽거리며 부채나무의 약을 올렸습니다.

《아! 아!》

가지가 찍힐 때마다 부채나무는 신음소리를 내였습니다.

《이놈들아!ㅡ》 오랑캐놈들이 나무밑둥을 찍을 때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깨여 뛰여나오다가 망을 보던 놈에게 붙잡혔던 지동이가 안타까이 몸부림치며 웨쳤습니다.

그는 그놈의 손을 깨물고 빠져나왔습니다.

지동이는 부채나무에 달려가 놈들이 꺾어버린 가지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올라가있는 놈들을 힘껏 후려쳤습니다.

그러자 이것 보십시오. 지동이의 손에 쥐여진 가지의 잎사귀들에서 앵앵 소리를 내며 바람이 일어났습니다. 그 바람을 맞은 놈들이 낯짝을 싸쥐면서 땅에 돌덩이처럼 떨어져 나동그라졌습니다.

《아이쿠! 눈이야!》

《에크, 엉치야!》

지동이가 흔드는 가지에서 서리돋친 칼바람이 나왔던것입니다.

놈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쳤습니다.

노한 부채나무가 잎사귀들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그러자 부채나무에서는 회오리바람이 세차게 일어났습니다. 처음보는 정말 무서운 바람이였어요.

회오리바람은 휘이ㅡ 휘이ㅡ 소리를 내불며 바다가로 날아가더니 놈들의 배들을 몽땅 뒤집어놓았습니다. 배에 올라탔던 놈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물속에서 겨우 기슭으로 기여나온 놈들은 해돋이마을사람들의 손에 몽땅 녹아나고말았습니다.

마지막 한놈까지 모조리 쳐없앤 해돋이마을사람들은 부채나무밑에 모여들었습니다.

지동이는 부채나무를 부여잡고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채나무야, 장하다. 네가 내 부모의 원쑤를 갚아주고 고향마을을 지켜내게 해주었구나!)

《내가 좌상로인네 집에 긴히 의논할 일이 있어 간새에 놈들이 달려들었댔구나. 정말 용타!》

지동이 할아버지가 지동이를 칭찬하는 말이였습니다.

《지동아! 난 그때 네가 괜한 수고를 한다고 생각했댔는데 이런 귀한 나무였구나. 이건 나무 한그루라도 더 심어 마을을 꽃피우려는 너의 그 갸륵한 마음이 키워낸 나무다.

어때요? 내 말이 옳지요!》

분이 어머니가 지동이의 손을 덥썩 잡으며 이렇게 절절히 말했습니다.

《예, 옳수다!》

마을사람들이 옳다고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이때 좌상인 최로인이 나서며 한마디 했습니다.

《임자가 그 말 한마디만은 정말 잘했네.》

《원, 아버님두…》

《하하…》

《호호…》

부채나무도 우습다는듯 커다란 잎사귀들을 설렁설렁 흔들었습니다.

그후에도 지동이는 날마다 부채나무를 가꾸고 지켰습니다. 부채나무는 해돋이마을에 복을 가져다주면서 오래도록 푸르러 설레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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