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2호에 실린 글

 

  ◇동 화◇

 

                                   

  김 형 운

1

 

어느날 오후 3시경이였습니다.

《비오삐ㅡ비오삐ㅡ》

전화기에서 사람을 찾고있었습니다.

재봉기앞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급히 송수화기를 들었습니다.

《봉수동 호남이네 집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할머니시군요.》

호남이 담임선생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선생님이 말하길 그 애가 오후에 학교를 뚜꺼먹었다는것이였습니다.

《아니, 틀림없이 갔겠는데요. 집엔 없습니다.》

할머니는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호남이네 집에선 늘 점심때이면 할머니와 호남이 둘이서 식사를 하군 하였습니다.

과학자였던 호남이 아버지는 몇해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점심을 싸가지고 아버지가 다니던 과학원에 출근하고있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아직도 직장일을 보면서 종종 출장을 다니군 하였습니다.

《이상도 하다. 그럼 이 애가 어델 갔단 말인고.》

할머니는 혹시나 해서 호남이의 방문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글쎄 호남이가 콤퓨터앞에 앉아서 록음을 죽이고 전자오락을 하고있는게 아니겠어요.

할머니는 어이가 없어 입만 벌리고 잠시 말을 못했습니다.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한셈이니까요.

《얘 호남아, 너 학교엔 가지 않고 방에 있었구나.》

《가려고 했는데 그만 시간이 지나서 못 갔어요.》

호남이가 말을 얼버무렸습니다.

《시간이 지났다구? 그래 시계가 신호를 안하더냐?》

《난 뻐꾸기 우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요.》

호남이의 방에 있는 탁상시계안에는 뻐꾸기 한마리가 앉아있는데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뻐꾹 뻐꾹》하고 신호를 하였습니다.

《어쨌든 그놈의 전자오락이 문제다. 오늘 할아버지가 돌아오실텐데 이걸 알면 또 야단치시겠다.》

《그래두 난 할아버지가 좋아요. 할머니처럼 그렇게 오래 욕을 하진 않거던요.》

그건 사실이였습니다. 할머니의 꾸지람은 언제나 한번 시작되면 5분이상 지속되군 하였습니다. 지나간 일까지 거들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딱 리치에 맞게 짧게 하군했습니다.

더구나 할아버지는 출장길에서 돌아올 때면 늘 호남이가 제일 좋아하는 아동영화가 들어있는 CD판을 사다주군 하였습니다.

아니나다를가 이날도 할아버지는 평양에서 새 CD판을 사가지고 오시였습니다.

《할아버지, CD판.》

호남이가 말을 꺼내기 바쁘게 할아버지는 벌써 그한테 CD판을 내밀어주었습니다.

《옛다, 새로 나온 아동영화다.》

《야, 좋네. 제목이 뭐나요?》

《<고집쟁이>할아버지다.》

《<고집쟁이>할아버지?》

참 별난 할아버지가 다 있는 모양이였습니다.

전자오락이나 아동영화라면 오금을 못쓰는 호남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누는 그다음의 이야기는 들을념을 하지 않고 곧 록화기에 CD판을 넣었습니다.

 

2

 

아름다운 산과 들이 흘러가고있었습니다.

새들이 우짖고 나비가 춤을 추었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길을 걸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날 고집쟁이령감이라구? 함부로 그런 딱지를 붙이지 말라고 해. 내용을 알기나 하구 그러는지 원.》

이때 새들이 그를 알아보고 재잘거렸습니다.

《시간할아버지다! 시간할아버지다!》

새들이 춤을 추며 반겨주었지만 할아버지는 조금도 웃지를 않았습니다.

(시간할아버지?)

호남이는 신기해하며 화면에 나온 그 할아버지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머리엔 왕관같은 모자를 쓰고 몸에는 울긋불긋한 두루마기를 입었습니다. 모자에선 별모양의 시계가 돌고있고 가슴에선 해모양의 시계가 돌아가고있었습니다.

숲속에서 《고 고빌레-꾀꼴, 고 고빌레-꾀꼴.》하고 노래부르던 꾀꼬리 한마리가 날아와 아양을 떨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리치에 밝으시고 도량이 넓으시고 인정이 뜨거우신 할아버지!》

꾀꼬리가 말꼭지를 떼자 할아버지는 인차 그것을 밀막아버렸습니다.

《귀 간지럽게 굴지 말아. 나는 짧게 그리고 정확하게 요점만 말하는걸 좋아해. 시간이 아깝지 않아? 그래 무슨 일이냐?》

《옳아요, 요점만 말해야지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늙으셨지만 걸음걸이는 매우 패기가 있어 보여요.》

《날 늙었다구? 난 지금도 늙었지만 아득한 옛날부터도 이미 늙어있었어. 내 나이가 몇살이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거야. 나자신도 모르니까. 그리고 날 패기가 있다구? 내 발걸음은 정상적으로 1초에 한발자국이야. 보폭은 언제나 꼭같구. 그런데 넌 왜 별스레 나한테 아첨을 부리는거냐? 어서 요점만 말해.》

《예, 요점을 말해야지요. 요점을 말하면…》

꾀꼬리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갑자르다가 숲속을 향해 《고 고빌레-》하고 울어댔습니다. 그러자 그쪽에서 다른 꾀꼬리 한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작고 귀엽게 생긴 꾀꼬리였습니다.

《이 꼬맹이꾀꼬리가 자기 집에서 쫓겨나서 그래요.》

《집에서 쫓겨났다구?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

할아버지의 말투는 매우 무뚝뚝했습니다.

《알고보니 이 꾀꼬린 시간때문에 그렇게 되였다나요.》

《뭐뭐 시간때문에?》

할아버지의 두눈이 갑자기 커지며 꾀꼬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래요. 시간때문이지요. 이 꾀꼬린 철이라는 아이네 탁상시계안에 있던 꾀꼬리인데 글쎄 그 애 할머니가 <넌 왜 제때에 꾀꼴꾀꼴 시간을 알리지 못해서 철이가 학교에 늦어지게 했니? 그럴바엔 아예 시계안에서 나가버리고말아. 널 믿다간 애를 아예 버리겠다.>하고 말했다나요. 사실은 철이가 할머니 몰래 전자오락을 하느라고 소리를 내지 못하게 조절해놓았는데도 말이예요.》

《그게 사실이냐?》

시간할아버지는 작은꾀꼬리에게 물었습니다.

작은꾀꼬리는 눈물이 그렁해서 고개만 끄덕이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우리 집에 가서 살면서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했지요 뭐. 그런데 얜 시간을 알리는 꾀꼬리기때문에 시간할아버지의 승인을 받기 전엔 그럴수 없다나요. 할아버지, 승인해주세요. 이 귀염둥이꼬맹이가 우리와 함께 살게 해주세요!》

시간할아버지는 그의 부탁을 단번에 잘라버렸습니다.

《그건 안돼! 시간을 못 지켰으니 벌을 받아야 해! 그 집 철이가 받든 저 꾀꼬리가 받든.》

(그렇다면 저 귀여운 꾀꼬린 이제 어떻게 될가?)

호남이는 영화를 보면서 신통히도 철이가 저지른 일이 자기가 한 일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마치 자기의 결함까지도 알고서 영화를 만든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나처럼 전자오락에 정신을 파는 아이가 한둘이 아닌가봐.)

 

3

 

시간할아버지가 걸어가고있었습니다. 발걸음은 1초에 한발자국씩, 보폭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큰꾀꼬리는 꼬맹이꾀꼬리를 데리고 행여나 승인을 받아볼가 해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갑자기 앞쪽에서 《꼬끼요!》하고 수닭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니, 대낮에 닭이 울다니?》

할아버지는 놀라와하며 앞을 바라보았습니다.

길옆에서 금빛수닭이 연거퍼 목청을 뽑아댔습니다.

《꼬끼요ㅡ꼬옥! 꼬끼요ㅡ꼬옥!》

《저런 미친 놈 봤나.》

할아버지는 성이 나서 소리쳤습니다.

《이놈아, 넌 왜 시간을 헛갈리면서 자꾸 울어대는거냐? 지금이 새벽인줄 아느냐? 이놈!》

수닭은 머리를 주억거리며 할아버지에게 잘못했다는 뜻을 표시했습니다.

《저는 시간할아버지가 이 길로 지나가신다는것을 알고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려고 왔어요.》

《억울하다니, 무엇이 억울하단 말이냐?》

그러자 수닭은 사연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자그마한 농촌마을 중학교졸업반 녀학생이 대학입학시험을 치러 가는 시각까지 집에서 책을 들여다보고있었습니다. 공부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으니까요.

뜻밖에도 이때 역전쪽에서 경적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느새 기차가 역에 들어오면서 내는 소리였습니다.

녀학생은 깜짝 놀라며 벽시계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쩐담. 벽시계는 전지약이 떨어져서 이미 멎어있었습니다.

벗어놓은 손목시계를 보니 기차가 떠날 시간이 3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뛰여도 그 시각까지 역에 가닿을것 같지 못했습니다.

《기차야, 5분만 좀 늦게 떠나주렴. 기차야, 5분만 좀 늦게 떠나주렴.》

녀학생은 이렇게 외워대며 뛰였습니다. 그의 얼굴에선 굵은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져내렸습니다.

수닭은 바로 그 녀학생의 손목시계안에 들어있었습니다. 그 애가 너무 안타까와하자 시계안에서 뛰쳐나와 시간할아버지를 찾아왔던것입니다.

《할아버지, 부탁이예요. 기차를 5분만 늦게 떠나게 해줄순 없나요? 역전의 시계들을 다 늦어지게 해서라도 말이예요. 하루에 한번밖에 오지 않는 기차여서 오늘 못 가면 그 앤 다음날에야 가게 되여요. 그러면 시험을 두과목이나 치지 못하게 된다나요. 공부를 잘하는 착한 학생인데 멎은 시계때문에 대학에 붙지 못하면 얼마나 억울하나요. 어서 도와주세요!》

수닭은 간절히 부탁하였습니다.

시간할아버지는 수닭을 좋지 않은 눈으로 내려다보았습니다.

《너도 시계속의 수닭이 맞긴 맞느냐? 시간을 늦추다니. 안돼! 기차는 꼭 제시간에 떠나야 해. 그건 바로 기차가 지켜야 할 시간이거던.》

그러자 수닭이 애걸하였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요? 할아버지, 사정 좀 봐주세요. 집이 몇채밖에 안되는 자그마한 그 마을에선 그 애가 대학에 간다고 모두가 경사로 여기고있어요. 부모들은 더 말할것도 없구요. 그런데 시험도 못 쳐보고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나요.》

《어쨌든 안된다지 않아. 시간은 어길수 없어. 그렇잖아도 우리가 말하는 사이에 기차는 벌써 1분전에 떠났을거야. 그 애는 1분이 모자라서 떠나는 기차를 보며 울고있을테고. 그애가 대학에 붙고 못 붙는건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런건 선생님들이나 알아서 처리하라지.》

수닭은 자기 주인이 불쌍하게 되였다고 목청을 돋구어 울어댔습니다.

《아, 할아버진 너무 무정해요! 꼬끼요ㅡ꼬옥!》

그러면서 수닭은 그 애가 집으로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역전마당에서 울고있을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실망하여 어깨가 처져있고 부모들은 성이 나서 딸을 꾸짖고있을 모습도 보이는듯 했습니다.

나무가지에 내려앉아 그 광경을 보고있던 큰 꾀꼬리와 작은꾀꼬리가 서로 소곤거렸습니다.

《저 할아버진 참 린색하구나야.》

《정말이야, 사정이란 꼬물만큼도 없어.》

그러거나말거나 할아버지는 내처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일인데 왜 미리 역전에 나가 기다리지 못했누. 다 제 불찰이야. 1분때문에 일생을 망칠수도 있다는걸 알아야 해!》

 

4

 

시간할아버지는 쉬지 않고 길을 걸어갔습니다. 발걸음은 1초에 한발자국씩, 보폭은 언제나 꼭같았습니다.

두 꾀꼬리는 행여나 승인을 받아볼가 해서 계속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토끼 한마리가 길바닥에서 절구질을 하고있었습니다.

《저건 또 뭐야? 하필 길바닥에 나와서 절구질을 하다니.》

할아버지는 토끼가 무엇을 찧고있나 가까이에 가서 절구통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절구확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토끼야, 넌 왜 빈 절구질을 하느냐? 찧을것이 없어서 그러느냐?》

할아버지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아니예요, 할아버지. 저는 시계안에 들어가있던 토끼예요. 그런데 시간할아버지가 이 길로 지나간다는것을 알고 미리 와서 기다리는 참이예요.》

그러더니 토끼는 사연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멀리 수평선을 배경으로 간석지건설장이 펼쳐지였습니다.

이미 쌓아놓은 방파제뚝이 좌우량쪽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으로 뻗어있었습니다.

자동차들이 분주히 달리고 불도젤들이 부르릉거리며 용을 썼습니다. 사람들이 재빨리 일손을 놀리였습니다.

량쪽에서 쌓아오던 뚝을 이어놓는 마감막이전투가 벌어진것입니다.

바다를 막는 그곳엔 머지않아 무연한 논벌이 생기고 감나무 우거진 아름다운 농장마을이 일떠설것입니다.

벌써부터 백학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날아오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현장방송에서 한시간후에 밀물이 들어온다는 긴급소식을 알리였습니다.

간석지건설사업소 기사장은 연방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의 시계안에선 토끼가 1초에 한번씩 규칙적으로 절구질을 하고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장은 토끼가 너무 빨리 절구질을 한다고 나무랐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것 같아서였습니다.

뚝을 막기 전에 바다물이 밀려들어오면 이미 쌓아놓은것까지 허물어지고맙니다.

《한시간만 더 있었으면 좋겠구나, 한시간만!》

기사장은 걱정을 하며 애꿎은 토끼만 자꾸 나무랐습니다.

그 소리에 토끼는 더는 참고있을수가 없어 절구통을 메고 시간할아버지를 찾아온것입니다.

《할아버지,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한시간만 늦추어줄순 없나요? 그 한시간을 마감막이전투장에 돌려주세요!》

《한시간을 돌려달라구? 안돼! 그러면 내 수염오리가 다 뽑히워야 할텐데? 밀물도 시간을 지킬 의무가 있고 권리가 있어. 그건 밀물의 시간이니까.》

할아버지는 토끼의 부탁을 딱 잘라버렸습니다.

《할아버지, 그래도 사정을 봐주세요. 마감막이를 미처 못하면 숱한 로력과 자재가 바다속에 파묻히고말아요.》

토끼는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러다가는 웬일인지 몸을 덜덜 떨었습니다.

그를 바라보고있던 큰꾀꼬리가 물었습니다.

《토끼야, 왜 그러니?》

토끼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난 막 무서워! 지금 파도물이 곤두박질치며 밀려들어와서는 제방뚝을 사정없이 허물어뜨리는것 같아. 자동차와 불도젤들이 파도에 휘말려 물속에 처박히고 나의 주인, 기사장은 죽음을 무릅쓰고 물속에 뛰여들거야.》

꾀꼬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정말 시간할아버지는 너무해! 저렇게도 고집이 센 할아버진 보다 처음이야.》

그러거나말거나 시간할아버지는 더는 상대를 안하겠다는듯 그곳을 훌 떠나고말았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왜 미리 준비를 잘하지 못했누. 한시간때문에 큰일을 망칠수 있다는걸 모르진 않을텐데.》

 

5

 

할아버지는 여전히 패기있게 걸었습니다. 발걸음은 1초에 한발자국, 보폭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앞쪽에서 《부엉부엉》 부엉이울음소리가 들리였습니다.

《이건 또 뭐야? 대낮에 부엉이가 울다니? 요즘은 마치 낮과 밤이 바뀐것처럼 온통 뒤죽박죽이라니까.》

시간할아버지는 속이 언짢았습니다.

하지만 부엉이는 나무가지에 앉아 계속 《부엉부엉》 울어댔습니다.

시간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얘 부엉아, 넌 밤새인데 왜 대낮에 나타나 청승맞게 울어대는거냐?》

그러자 부엉이가 울음을 그치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왜 대낮이라고 울지 않겠나요. 저절로 울음이 나오는걸요.》

부엉이는 사연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어느 과학원에서 연구사업을 하는 한 박사선생님의 방에는 큼직한 벽시계가 걸려있었습니다. 부엉이는 바로 그 벽시계안에서 박사선생님에게 시간을 알려주군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박사선생님은 오늘 하루밖에 더는 일할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박사선생님은 아픔을 무릅쓰고 하던 연구를 마감지으려고 애를 쓰고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랄것 같아서 의사선생님들에게 《나에게 하루만 더 주시오, 하루만.》하며 하소연하였습니다.

하지만 의사선생님들은 눈물만 흘릴뿐 누구도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할수없이 부엉이가 시간할아버지를 찾아왔던것입니다.

《할아버지, 연구사업을 끝낼수 있게 박사선생님의 소원을 풀어주세요. 아주 중요한 연구를 하는것 같아요. 하루만이라도 더 그에게 시간을 주세요!》

부엉이는 눈물을 흘리며 부탁하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호남이도 줄줄 눈물을 흘리였습니다. 부엉이가 말하는 그 박사선생님이 신통히도 자기 아버지의 마지막과도 비슷하였기때문이였습니다.

호남이 아버지는 병으로 진단을 받고도 연구사업을 계속하다가 하루만이라도 더 시간을 달라고 애원했던것입니다.

(시간할아버지가 부엉이의 저 간절한 부탁만은 들어주겠지.)

호남이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할아버지는 이번에도 딱 잘라버렸습니다.

《안돼! 시간은 절대로 멈춰세울수 없어. 그러니 그건 의사선생님한테 맡길수밖에 없구나. 무슨 기적이라도 일어날지 알겠느냐? 어쨌든 나에게 시간을 더 달라는 소리는 하지두 말아.》

그 소리에 호남이는 그만 자기 아버지 생각이 나서 엉엉 울었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옆방에 가계시던 그애 할아버지가 달려왔습니다.

《호남아, 너 왜 우느냐? 어디 아프냐?》

호남이는 그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뚱딴지같이 《할아버지는 너무해요. 고집쟁이구 린색해요!》하면서 울어댔습니다.

호남이 할아버지는 손주애가 자기를 보고 그러는줄 알고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얘야, 내가 왜 너무하단 말이냐?》

그러자 호남이는 화면을 가리켰습니다.

《저 시간할아버지 말이예요. 하루밖에 더 못산다는 사람한테도 시간을 주지 않으니 너무하지 않나요.》

할아버지는 그제야 사연을 알고 《시간이란 그렇게도 린색하단다.》하고 말했습니다.

화면에서는 그때 시간할아버지가 좀 너그러워진 목소리로 나무가지에 앉아있는 부엉이에게 이렇게 말하고있었습니다.

《날 고집이 세다느니 린색하다느니 별말을 다해도 할수 없어. 내가 단 1분이라도 인정을 베풀면 난 그 시각에 죽고말아. 내가 죽으면 세상도 다 죽어버려. 심장이 멎고 호흡도 멎고 모든것이 다 멎어버리니까. 그래도 좋단 말이냐?》

시간할아버지의 그 말엔 부엉이도 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갑자기 까치 한마리가 깟깟거리며 그리로 날아왔습니다.

《부엉아, 부엉아, 울지 마! 박사선생님이 병을 고칠수 있게 되였대.》

까치가 알리는 소식이였습니다.

《병을 고치다니?》

부엉이도 시간할아버지도 영문을 몰라 눈을 껌벅이였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야. 의학과학원에 있는 한 연구사가 그런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려고 남모르게 시간을 바쳐 연구했다누나. 끼니도 건느고 잠도 잊으면서 말이야. 그는 드디여 오늘 아침에 성공을 하고 지금은 박사선생님을 찾아가 치료를 하고있대. 그래서 모두들 기뻐해! 깟깟깟.》

까치는 한참 말을 엮어대고는 숨이 가빠 씨근거렸습니다.

《성공했단 말이지? 아, 나도 어쩔수 없는 일을 그 사람이 해주었구나. 그 연구사는 자기에게 차례진 시간을 남에게 바치였어.》

감정이 없는것 같던 시간할아버지의 눈굽에 맑은것이 맺혔습니다.

그 시각 할아버지의 모자에 있는 별모양의 시계와 가슴에서 돌고있는 해모양의 시계가 금빛으로 반짝이였습니다.

그 모양을 보고있던 큰꾀꼬리가 작은꾀꼬리에게 소곤거렸습니다.

《얘, 저것 봐. 시계가 금빛을 뿜는구나! 웬 일일가?》

작은꾀꼬리가 머뭇거리며 대답을 못하자 대신 시간할아버지가 말해주었습니다.

《그건 바로 그 연구사가 바친 시간이 금빛시간이기때문이란다. 값있게 보낸 시간이란 뜻이지.》

이런 말을 하는 시간할아버지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이 피였습니다.

《금빛시간이래, 금빛시간!》

큰꾀꼬리가 재잘거렸습니다.

그러더니 꾀꼬리는 시간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즐거워져 때를 놓칠세라 넌지시 말을 걸었습니다.

《시간할아버지가 그렇게 웃으시니 우리도 기뻐요. 할아버지, 이젠 제 부탁도 들어주세요. 집에서 쫓겨난 저 꾀꼬리가 우리 집에 가서 함께 살게 승인해주세요. 불쌍하지 않나요?》

다행히도 시간할아버지는 그 소리에 성을 내지 않았습니다.

《물론 불쌍하지.》할아버지는 작은꾀꼬리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계안에 다시 돌아가야 해. 넌 시간꾀꼬리이기때문에 거기 들어가야 오래 살지 숲속에선 살수 없어. 돌아가서 철이한테 지금껏 네가 본것만이라도 이야기해주어라. 시간을 꼭 지키고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입에 들어가는 밥 한숟가락은 귀한줄 알면서도 시간 귀중한줄 모르거던. 코막고 답답한 일이야.

철이한테도 일과표는 있겠지? 아침기상도 제때에 해야 하고 밥도 제시간에 먹어야 하고 학교에도 제시간에 가야 해. 일과표에 있는대로 부모일손도 도울줄 알고 운동시간도 지켜야 해. 전자오락도 한시간이상 하면 나빠.》

《할아버지, 알아들었어요. 철이한테 그대로 말해줄래요. 그런데 철이가 놓쳐버린 시간은 어떻게 할가요?》

꾀꼬리는 그래도 자기 주인이라고 철이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건 그 애 어머니가 보상해줄거다. 그대신 어머니의 머리가 희여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나지.》

영화를 보며 이 말을 듣는 호남이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대신 어머니의 머리가 희여지고 주름이 늘어나다니. 안돼! 그건 안돼!)

그 애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때 부름종이 울렸습니다.

달려가서 문을 열어보니 마침 어머니가 직장에서 돌아오시였습니다.

호남이는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눈으로 새삼스레 어머니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자기때문에 어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난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

호남이는 점직해하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아니예요. 어머니, 할아버지가 오시였어요. 새 CD판을 사가지고 말이예요.… 어머니, 내가 이제 시간을 금빛시간으로 값있게 보내여 훌륭한 사람이 되면 어머니의 얼굴에서 주름이 없어질수 있지요?》

《오늘은 정말 이상하구나. 네가 그런 말을 다하다니.》

어머니는 리해가 되지 않아 머리를 기웃거리더니 인차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러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호남이는 생각에 잠겨 잠시 그 자리에 서있다가 스적스적 록화기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어느새 아동영화는 끝나고 화면에는 록화기자호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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