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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호에 실린 글
◇우 화◇
최 영 호
산들바람 불어오는 이른 봄날 두더지와 다람이, 얼룩곰 밭두렁에 모였네 서로 힘을 모아가며 올농사 잘 지어 풍년곡식 몫몫이 듬뿍듬뿍 장만하자 손들을 맞잡고 의논을 하였네
땅뚜지기명수 두더지는 밭을 걸구고 꼼꼼하고 일손 잰 다람이는 씨앗을 묻으며 씨붙임철부터 제 할 일들 찾아하는데 사래긴 밭이랑 하염없이 바라보며 얼룩곰 《안타까이》뜨직뜨직 하는 말 ―동작 느린 나에게야 할 일이 있나 이다음 힘쓸 일 있을 때 지금에 못한 일 봉창할수밖에
불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말라드는 잎새사이 이리저리 누비며 두더지와 다람이 김매기 한창인데 그 잎새사이로 산같은 체통 들이밀며 얼룩곰 《미안》스레 뜨직뜨직 하는 말 ―덩지가 크다나니 자네들처럼 비좁은 포기사이를 누빌수도 없구 이다음 기운쓸 일 있을 때 지금에 못한 일 봉창할수밖에
무르익은 곡식향기 넘쳐나는 가을날 두더지와 다람이 손수레 끌고 나섰는데 헐떡헐떡 달려나온 얼룩곰 손세까지 써가며 《섭섭》한듯 하는 말 ―여보게들, 자네들은 날 뭘루 아나? 아, 다된 곡식이야 힘센 내가 걷어들이지 않으리 자네들은 푹 쉬라구
누가 말릴세라 밭으로 씨엉씨엉 걸어가는 얼룩곰 불러세우며 두더지 쌀쌀하게 내쏘는 말 ―이보라구, 자네 마음은 알겠네만 괜한 수고를 할 필요가 없겠네 ―괜한 수고라니? 자네들이 먹고 내가 먹을 곡식인데… 얼룩곰 의아한듯 고개만 기웃기웃
―이보라구, 얼룩곰 말은 바른대로 곡식이야 자네가 아니라 이웃마을 황소형님의 몫이지 그 형님은 진거름도 나르고 물통도 메면서 봄내 여름내 우리 일을 제 일처럼 도와주었네 자네보다 동작도 더 굼뜨고 몸집도 더 우람한 바로 그 황소형님이 말일세!
―뭐, 뭐라구? 아이쿠 얼룩곰 그만에야 말문이 막혀 꾀부리던 머리통 연방 두드리는데 두더지와 다람이 준절히 타이르네
―명심하라구 힘든 일에는 요리조리 빠지고 먹을알있고 보수있는 일에만 꾀바르게 찾아든다면 동산과 이웃들의 미움을 사게 되고 나중에는 버림까지 받게 된다는것을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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