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호에 실린 글

 

◇동화◇

     맹 성 재

 

립춘을 하루 앞둔 날이였습니다.

장서방은 아침부터 토방에 걸터앉아 농사걱정을 하고있었습니다.

(올농사는 뭘루 짓는담.)

한뉘 농사일을 해오면서 장서방은 올봄처럼 눈앞이 캄캄해지기는 처음이였습니다.

마을에서는 란리를 겪었습니다. 사람들은 오랑캐를 물리치는 피어린 싸움을 치르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마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랑캐놈들이 모조리 불태우고 모조리 빼앗아갔습니다.

(소라도 한마리 있었으면…)

란리통에 잃어진 소를 생각하니 장서방은 가슴이 막 미여졌습니다.

장서방은 마을에서 손꼽히는 실농군이였습니다. 그는 부림소도 두마리씩이나 기르며 농사를 남보다 잘 지어왔습니다. 농사차비를 착실히 해두었다가 농사철이 되면 두엄도 가득 내고 밭갈이도 일찍 끝내군 했습니다.

그래서 달래벌에서는 온 마을이 장서방을 따르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장서방이 농쟁기를 벼리면 따라 벼리고 장서방이 밭을 갈면 따라 갈았습니다. 그리고 장서방에게 물어가며 논농사를 짓기도 하고 밭곡식을 가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농사일이라면 막혀본적이 없는 장서방도 올농사만은 전혀 자신이 없었습니다.

(소가 없이 빈손으로야 어찌…)

장서방은 부림소가 없는 농사일이란 애당초 생각도 못하고있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더러 장서방을 찾아와서 두루 농사걱정이랑 하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는 한숨을 지으며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올농사는 다로군.》

정말 손맥이 풀리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장서방은 저고리앞섶을 활 풀어제꼈습니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들가로 나갔습니다.

들안개가 뿌옇게 눈앞을 가렸습니다.

장서방은 눈덮인 들가에 오금을 꺾으며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땅을 묵이고서야 무슨 농사군이람.)

봄이 점점 다가오건만 마을에서는 농사차비는 고사하고 집집마다 때식거리마저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은 풀뿌리를 캐거나 송기를 벗기며 하루하루를 겨우 넘기고있었습니다.

자칫하다간 농사철을 놓칠 판이였습니다.

장서방은 눈을 헤치고 흙 한줌을 움켜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구수한 흙내를 한껏 들이키며 벌을 둘러보았습니다.

(땅아, 고향땅아.)

더없이 귀중한 고향땅이였습니다. 농사군이 명줄을 건 이 땅, 원쑤를 이긴 이 고향땅에서 농사를 망친다는건 말도 되지 않았습니다.

억척같이 일어나 농사를 지어야 했습니다. 소가 없으면 등짐으로 두엄을 내고 어깨로 가대기를 끌어서라도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했습니다.

(내가 주저앉으면 안돼. 내가 먼저 일어나야 해.)

장서방은 강심을 먹었습니다. 지금 온 마을이 장서방을 쳐다보고있었습니다. 장서방이 한숨을 지으면 남들도 따라짓고 장서방이 일어서면 남들도 따라설것이였습니다.

(립춘맞이를 하자. 그래서 신심을 잃은 농사군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어야 해.)

마을에서는 해마다 립춘이 오면 봄의 첫 절기라고 독특하게 맞이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립춘 하루전에 흙으로 빚은 소를 들가에 세워놓고 북을 울리고 꽹과리를 치면서 춤을 추다가 립춘날에는 흙소에게 농쟁기를 메우고 밭가는 시늉도 하며 봄놀이를 즐겼습니다.

사람들은 립춘맞이를 하며 농사철을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해서 풍년농사를 지으려는 소박한 꿈을 키우군 했습니다.

립춘맞이는 그저 봄놀이만이 아니였습니다.

사람들을 농사에로 불러일으키는 풍년맞이였습니다.

언제인가 큰 물로 농사를 망치고 사람들이 맥을 놓고있을 때에도 립춘맞이를 하여 온 마을이 달라붙어 농사를 지은적도 있었습니다.

(그래그래, 립춘맞이를 하자.)

장서방은 집으로 돌아가서 삽이랑 가지고 다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흙을 푹푹 파서 철떡철떡 이겨놓았습니다.

장서방은 흙덩어리를 주물러가며 흙소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어화둥둥 농부들아

봄이 왔다 봄이 왔네

 

장서방이 소다리를 세워가는데 오서방이 나무지게를 메고 나타났습니다.

《자네 흙소를 빚고있나?!》

《그래 립춘이 아닌가.》

오서방은 고개를 가로 흔들었습니다.

《립춘맞이나새나. 우린 아침끼니도 건넜네. 아이들이 빈 밥상에 올망졸망 모여앉아 맨손만 빠는 모양을 차마 눈뜨고 볼수가 있어야지.》

오서방은 지게를 으쓱 추겼습니다. 그는 땔나무라도 해다 팔아서 때거리를 마련해보려고 나선 걸음이였습니다.

《오랑캐를 물리친 우리가 주저앉아서야 되겠나. 이럴 때일수록 립춘맞이랑 하면서 기운을 북돋아 풍년농사를 지어야지.》

장서방의 절절한 말에 오서방은 얼굴을 붉히며 들판을 바라보았습니다.

장서방은 오서방을 손잡아끌었습니다.

《함께 빚자구. 자네가 없이 어디 흙소가 될라구?》

오서방은 남달리 솜씨가 있어 흙소를 잘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립춘맞이때면 한몫을 단단히 했습니다.

《자, 어서 흙덩이를 섬겨주게나.》

오서방이 일손을 잡았습니다. 그들은 흙덩이를 주고받으며 소몸통을 붙여갔습니다.

 

어화둥둥 농부들아

밭을 가세 씨뿌리세

 

장서방과 오서방이 한창 흙일을 하는데 한서방이 괴나리보짐을 어깨에 질끈 동여매고 다가왔습니다.

《자네들 흙소를 빚는구만.》

《그래그래, 립춘맞이를 해야 할게 아닌가.》

한서방은 보짐끈을 바싹 조여맸습니다.

《언제 춤노래를 할새가 없네. 우리 집에선 늙으신 어머니마저 맹물로 끼니를 에워가는데 내가 이게 뭔가. 도리깨아들이지.》

한서방은 눈물이 글썽해서 울먹거렸습니다.

그는 품팔이라도 해볼가 해서 떠나던 길이였습니다.

《오랑캐와 싸울 때 우린 힘겨워도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기세를 올려 이기지 않았나. 땅을 가꿔야 사네.》

한서방은 뒤더수기를 긁적이며 들판을 이윽토록 바라보더니 괴나리보짐을 풀어놓았습니다.

《농사군이 땅을 버리고 떠나려 하다니 정말 면목이 없네.》

장서방은 한서방을 스스럼없이 끌었습니다.

《어서 들어서게나. 자네가 없이 립춘맞이가 무슨 멋이 있겠나.》

한서방은 마을에서 으뜸가는 상쇠잡이였습니다. 꽹과리를 꽹당꽹당 울리면 춤마당이 흥겹게 펼쳐지군 했습니다.

《자, 빨리 다그치자구.》

한서방이 일판에 뛰여들었습니다. 그들은 흙덩이를 비비고 주물며 흙소의 대가리며 꼬리를 빚어갔습니다.

 

어화둥둥 농부들아

땀 흘리며 땅 가꾸세

 

노래소리는 온 마을을 불러부르며 멀리멀리로 울려퍼졌습니다.

《립춘맞이를 해요.》

《아무렴, 해야지. 다들 어서 가자구.》

풀뿌리를 캐던 녀인들도 모여오고 송기를 벗기던 늙은이들도 모여왔습니다. 모여와서는 흙소를 둘러싸고 웃고 떠들며 한마디씩 했습니다.

《거 소발통이랑 크게 만들라구요.》

《소야 뿔이 우뚝 솟구쳐야지.》

장서방이랑 흙일을 하는 사람들도 맞장구를 치면서 성수가 나서 일손을 다그쳤습니다.

《옳수다.》

《그럽시다.》

어느새 들가에는 흙소가 우뚝 솟구쳐올랐습니다. 굵다란 다리며 넙적한 잔등이며 커다란 대가리며 … 흙소는 힘꼴 깨나 쓸 멋진 둥글소처럼 보였습니다.

장서방은 흙소에게 소굴레도 씌워주고 소방울도 달아주었습니다.

《흙소야, 달래벌에 소방울소리를 울려주려마.》

마을사람들은 소굴레의 엽전이며 소방울을 알른알른 닦아주었습니다.

《흙소가 거참 멋있는데.》

《이번엔 진짜소같아요.》

장서방이 마을사람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자, 다들 립춘맞이를 하자구요.》

상쇠잡이가 꽹과리를 치고 북잡이가 북을 울렸습니다.

쿵챙쿵챙 꽹과리소리가 터지고 둥둥둥― 북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얼싸절싸 립춘이요

밭을 갈고 씨뿌리는

얼싸절싸 새봄일세

 

사람들은 흙소를 빙 둘러싸고 농악무를 즐겁게 추었습니다. 상모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탈춤이 덩실덩실 나왔습니다. 노래소리, 웃음소리, 둥둥 북소리… 사람들은 시름을 잊고 즐거움에 넘쳤습니다. 온 달래벌이 들썩이며 흥성거렸습니다.

사람들은 립춘맞이를 즐기며 어느새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렸는지도 몰랐습니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서 반짝일무렵에야 사람들은 춤노래를 그쳤습니다.

《흙소야, 고맙다. 오늘은 정말 실컷 즐겼구나. 네가 걸을수만 있다면 널 우리 집 외양간으로 몰고갔으면 좋겠다.》

장서방이 흙소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이게 정말로 부림소라면 오죽이나 좋을가.》

사람들은 흙소를 그냥 두고 떠나는게 막 아쉬웠습니다. 누구인가 멀리 북쪽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가리켰습니다.

《저기가 황소별자리라는데 거기에 가면 황소가 있을지도 몰라.》

《글쎄, 자네가 날개라도 달고 훨훨 날아가서 한마리를 몰고오게나.》

사람들은 하하허허 웃어가며 다들 돌아갔습니다.

들가에는 흙소만이 어둠속에 홀로 서있었습니다.

밤은 소리없이 깊어가고 별들도 도글도글 여물어가는데 갑자기 북쪽하늘에서 별이 하나 달래벌로 빛줄기를 길게 날리며 내려오고있었습니다.

밤들판을 날던 저광이가 날개로 눈을 가렸습니다.

《저 별은 왜 내리는거야. 눈이 시글어서 참.》

함께 날던 부엉이가 제법 아는 티를 냈습니다.

《저건 황소별자리에 사는 별목동이 내려오는거야.》

저광이가 놀라와했습니다.

《별목동?! 그런 애도 있니? 별목동이 뭘 하러 내려올가?》

그러나 부엉이는 미처 대꾸를 못했습니다.

별이 땅에 닿자 불꽃이 펑긋 튕기며 온 들판이 눈부시도록 환해졌던것입니다.

부엉이는 어둠속으로 급히 날아갔습니다. 저광이도 따라갔습니다.

별이 떨어진 자리에서 별목동이 오똑 솟구치며 일어섰습니다. 별모자를 쓰고 불꼬리가 날리는 소채찍을 든 아이였습니다.

별목동은 북쪽하늘의 황소별자리에서 아까부터 달래벌을 내려다보고있었습니다. 립춘맞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노래소리가 아름답고 춤가락이 흥겨워서 별목동은 함뿍 취해있었습니다.

《정말 노래많고 웃음많은 사람들이구나.》

그런데 그 사람들이 흙소를 두고 아쉬워하는 말을 듣고는 놀랐습니다.

《부림소가 없는 사람들이로구나.》

별목동은 부림소를 몹시 그리워하는 그 사람들의 소원을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황소별자리에서 살며 하늘나라의 황소들을 키워가는 그는 해마다 땅나라에서 립춘맞이를 할 때면 소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찾아보고 한번씩 도와주군 했습니다.

별목동의 소채찍은 별의별 조화를 다 부리는 신기한것이였습니다. 송아지를 다치면 둥글소로 우쩍 크고 앓는 소를 쓸어주면 씻은듯이 낫고 지어 숨진 소를 휘여감으면 다시 살아났습니다.

《올해엔 저 사람들의 소원을 풀어줄테야.》

그래서 별목동이 소채찍을 휘날리며 내려온것이였습니다.

《흙소야, 흙소야. 크고 멋진 흙소야.》

별목동은 흙소를 한바퀴 돌며 소채찍으로 휘휘 쓸어주었습니다.

《흙소야, 흙소야. 크고 힘센 흙소야.》

별목동은 흙소를 두바퀴 돌며 소채찍으로 휘휘 쓸어주었습니다. 그러자 흙소가 눈부신 빛발을 내뿜으며 긴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었습니다. 이어 눈을 껌벅 뜨더니 귀박죽을 움씰움씰 움직였습니다. 흙소는 고개를 쳐들며 《음메―》하고 길게 영각소리를 울리더니 뚜걱뚜걱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랴, 이 소야. 어서 가자.》

별목동이 채찍질을 했습니다.

《음메―》

흙소가 걸음발을 옮기며 왈랑절랑 소방울을 울렸습니다.

별목동이 소잔등에 훌쩍 올라타 흙소를 몰았습니다.

《이랴, 쩌― 쩌―》

왈랑절랑 왈랑절랑.

흙소는 밤들판을 느릿느릿 걸어갔습니다.

그제야 어둠속에 숨어있던 저광이가 고개를 까딱거렸습니다.

《별목동은 흙소를 몰러 왔댔구나. 놀라운데?!》

부엉이가 큰 눈을 깜빡거렸습니다.

《놀랍긴. 그쯤한건 아무것도 아니야.》

저광이와 부엉이는 푸드득 깃을 치며 밤하늘을 날아올랐습니다.

다음날 립춘아침이 밝아왔습니다.

흙소에게 메워줄 농쟁기랑 들고 들가에 나왔던 달래벌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이런, 흙소가 없어졌구나.》

사람들은 흙소를 세웠던 자리에서 두리번거렸습니다.

《무너져내렸나?》

그러나 무너진 흙더미도 없었습니다.

《웬일이야?!》

사람들은 실망했습니다. 원래 립춘맞이는 하루전에 흙소를 만들며 시작되고 다음날 흙소에게 농쟁기를 메우고 밭가는 시늉이랑 해보며 끝났습니다.

(흙소가 없으면 이번 립춘맞이는?!)

장서방은 모처럼 마음을 먹고 벌린 립춘맞이가 끝도 못 보고 싱겁게 끝나는것만 같아 몹시 걱정되였습니다.

《이젠 립춘맞이는 다로군.》

《괜히 시작을 했어.》

사람들은 사기를 잃고말았습니다. 그들은 서로들 얼굴만 쳐다보며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음메―》

멀리 들판에서 사람들의 가슴을 치며 소영각소리가 울려왔습니다.

《아니?!》

사람들은 고개를 길게들 뽑아들었습니다.

《음메― 음메―》

영각소리는 그냥 터져올랐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들에 하얗게 쌓였던 눈이 녹아내렸습니다. 도랑에 두텁게 얼어붙었던 얼음이 녹아내렸습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도랑물이 도란도란 흘렀습니다. 땅이 점점 부풀며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피여났습니다. 들에는 싹이 뽀족뽀족 움트더니 봄풀이 파랗게 돋아났습니다. 노란색민들레꽃이 방긋 웃고 보라색제비꽃이 활짝 피여났습니다.

《이런, 봄이 앞당겨오는구나.》

사람들은 때이르게 펼쳐지는 봄풍경이 그저 놀라웁기만 했습니다.

《음메― 음메―》

영각소리가 울리는 들에 소가 한마리 나타났습니다.

《소다―》

소는 별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둥글소였습니다.

이리저리 꼬리를 휘저으며 왈랑절랑 소방울을 울리며 둥글소가 걸어오고있었습니다.

《둥글소다―》

사람들은 와― 달려갔습니다.

《음메―》

둥글소도 사람들을 향해 마주왔습니다.

《둥글소야.》

장서방이랑 마을사람들은 둥글소를 둘러싸며 와락 그러안았습니다.

《음메―》

둥글소도 기쁜듯 고개를 쳐들고 길게 영각을 뽑았습니다.

사람들은 둥글소를 쓸어만지고 또 만졌습니다.

《흙소가 정말로 둥글소가 되다니.》

《립춘맞이가 정말 좋구나.》

사람들은 둥글소둘레를 빙빙 돌고돌며 얼씨구 절씨구 춤들을 추었습니다.

《자, 둥글소가 봄을 불러온 이 달래벌에서 우리 놀음놀이가 아니라 진짜로 밭을 갈며 립춘맞이를 계속하자구요.》

장서방의 말에 사람들은 한사람같이 대답했습니다.

《좋아요.》

립춘날에 밭을 갈아보기는 나서 처음이라 사람들은 신바람이 나서 둥글소에게 보습을 메웠습니다. 그리고는 장서방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자, 장서방이 먼저 보탑을 잡게.》

《암, 장서방이 먼저 잡는게 응당하지. 이 둥글소는 장서방이 불러왔거던.》

장서방은 보탑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마을사람들은 합창이나 하듯 힘껏 소리쳤습니다.

《이랴, 쩌― 쩌―》

《음메―》

둥글소가 움쩍 걸음발을 뗐습니다. 그러자 보습날이 꾹 박히며 땅을 척척 번져놓았습니다. 흙발이 물결처럼 갈라지며 김이 문문 피여올랐습니다.

《야―》

사람들은 너도나도 보드라운 흙밥을 한줌씩 집어들며 비벼보았습니다.

《나도 한번 잡아보세.》

《나도.》

오서방이랑 한서방이랑 달래벌사람들은 번갈아가며 보탑을 잡고 둥글소를 몰고몰았습니다.

《이랴, 쩌― 쩌―》

소 모는 소리가 온 달래벌을 쩌렁쩌렁 울리며 메아리쳤습니다.

《음메― 음메―》

둥글소는 코김을 힝힝 내불며 용을 썼습니다.

흙발이 파도치듯 밀려갔습니다.

 

멋이로다 밭갈일세

이 벌 갈고 저 벌 갈면

뻐꾹뻐꾹 뻐꾹새도

밭갈이 노래하네

 

둥글소는 밭을 잘도 갈아갔습니다. 어느새에 하루갈이를 갈아엎고 이틀갈이를 해제끼고 사흘갈이를 끝냈습니다.

《보배로운 둥글소로구나.》

달래벌사람들은 흥이 나서 둥글소를 몰고몰며 밭을 갈았습니다.

둥글소는 하루종일 온벌을 몽땅 갈아제꼈습니다.

한서방이랑 달래벌사람들이 장서방의 손을 잡았습니다.

《립춘맞이를 한 보람이 크네. 립춘날에 땅이 녹고 둥글소가 생기고 온벌을 다 갈아엎을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네.》

장서방은 사람들과 손에 손을 꾹 잡고 흔들었습니다.

《어렵고 힘들어 앞이 캄캄할수록 신심을 가지고 웃으며 달라붙으면 기적도 생기는 법이라네. 자, 우리 이 둥글소를 앞세우고 올농사를 본때있게 잘 지어보자구. 농사를 잘 지어야 나라도 강해지고 오랑캐놈들이 얼씬 못할게 아닌가.》

다음날부터 달래벌사람들은 둥글소를 몰아가며 농사에 떨쳐나섰습니다.

 

왈랑절랑 왈랑절랑

 

둥글소는 소방울을 울리며 날마다 사람들을 놀래웠습니다. 둥글소가 갈아엎은 밭에 씨를 뿌리니 씨붙임이 얼마나 잘되였는지 빈 포기가 하나도 없이 싹이 그쯘하게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둥글소로 후치질을 하니 김은 말끔히 없어지고 곡식은 시퍼렇게 독을 쓰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습니다.

어느덧 온벌에 소담한 이삭이 패였습니다. 논벼는 알알이 땅땅 여문 이삭을 무겁게 드리우고 늠실늠실 설레였습니다. 수수랑 조랑 밭곡식은 탐스런 이삭을 빼들고 으쓱으쓱 솟구쳤습니다.

《작황이 정말 좋군.》

《이런 농사는 난생 처음이야.》

달래벌사람들은 기쁨에 넘쳐 가을걷이를 다그쳤습니다.

둥글소가 왈랑절랑 산같은 낟가리를 실어나르고 사람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둥글소를 몰고몰았습니다.

《음메―》

영각소리가 달래벌을 흔들며 멀리멀리로 메아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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