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호에 실린 글

 

◇동화◇

     홍 병 호

 

어느 숲속에 알락다람이가 한마리 살고있었습니다.

알락달락한 줄무늬옷에 탐스러운 꼬리를 가진 깜찍하게 생긴 다람이였습니다.

어느날 알락다람이는 소나무우듬지에서 솔씨를 까먹고있었습니다.

이때 꾀꼴새가 소나무가지로 포르릉 날아오더니 은방울 굴러가는 고운 목청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꾀꼴, 꾀꼴, 꾀꼴릉.》

《야, 저 아름다운 소리, 금빛깃털옷, 참 곱기도 하네.》

알락다람이는 꾀꼴새의 노래소리보다도 그가 입은 노란 깃털옷이 더 부러웠습니다.

자기는 늘 땅빛줄무늬옷만 입고 다녔으니까요.

《난 언제면 저런 고운 옷을 입어볼가?》

알락다람이가 꾀꼴새의 깃털옷을 막 부러워할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꿔겅꿔겅.》하는 청높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건 또 누굴가?》

한참 소리나는쪽을 바라보던 알락다람이는 나무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왔습니다.

큰 장끼였습니다.

울긋불긋한 깃털옷, 멋지게 뻗친 꽁지.

알락다람이는 막 눈이 부셨습니다.

《야, 저 장끼는 꾀꼴새보담도 더 멋진 깃털옷을 입었구나.》

한번 만져라도 보고싶었습니다.

알락다람이는 장끼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러자 《꿔겅꿔겅.》하는 소리와 함께 깜짝 놀란 장끼는 푸드득 날아갔습니다.

《야, 고운 깃털옷을 한번 만져보기라도 하게 좀 더 앉아있을게지.》

알락다람이는 장끼의 깃털옷이 눈에 아물거렸습니다.

(난 언제면 그런 고운 옷을 한번 입어볼가?)

알락다람이는 장끼의 울긋불긋한 깃털옷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랐습니다.

(우리 다람쥐들은 하필 이런 거무틱틱한 옷만 입고 살았을건 뭐람.)

알락다람이가 이런 생각을 하며 타박타박 걸어갈 때였습니다.

그의 앞으로 무엇인가 휙 날아가더니 가둑나무잎에 착 붙었습니다.

《저게 뭘가?》

그 순간이였습니다.

앞에 서있던 가둑나무잎이 빨간 잎으로 변했습니다.

《엉?》

알락다람이는 어리둥절해졌습니다.

꼭 꿈을 꾸는것 같았으니까요.

가둑나무잎은 얼마나 빨간지 막 불타는것 같았습니다.

알락다람이는 손으로 두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분명 빨간 가둑나무잎이였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산들산들 산들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빨간 가둑나무에 붙었던것이 홀 날아올랐습니다.

(야, 어디로 갈가?)

이번에는 참나무로 홀 날아가 붙었습니다.

그러자 이것 보세요.

풀색이던 참나무잎이 황금빛의 노랑참나무잎으로 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야, 정말 멋있구나.》

알락다람이는 저도 모르게 짜락짜락 박수를 쳤습니다.

(저게 뭘가?)

알락다람이는 참나무로 뽀르르 올라갔습니다.

참나무잎에 붙은것은 황금빛의 노랑단풍잎이였습니다.

《이상한 단풍잎이야.》

알락다람이가 알수 없다는듯 머리를 기웃거릴 때였습니다.

《넌 아직 그것도 모르고있니? 저건 요술단풍잎이야.》

소나무우듬지에 앉아있던 까치가 말했습니다.

《뭐, 요술단풍잎?》

《그래 저 요술단풍잎은 못하는 요술이 없단다.》

까치는 꼬리를 달싹달싹거리며 자기만 안다는듯 우쭐해서 말했습니다.

《그래?》

알락다람이는 황금빛의 노랑참나무잎으로 한걸음두걸음 다가갔습니다.

노랑참나무잎은 막 눈이 부셨습니다.

《네가 요술단풍잎이냐?》

《그래.》

《너 정말 요술을 할수 있니?》

알락다람이는 믿어지지 않는듯 다시 물었습니다.

《난 너에게 네번은 요술을 해줄수 있어.》

《그래, 그럼 내 옷을 꾀꼬리나 장끼의 옷처럼 멋진 옷으로 만들어줘. 너도 좀 봐, 내 옷이란게 땅색갈인데다 거무틱틱한 줄까지 쭉쭉 간게 어디 옷 같니? 누구든 날 보면 깜짝 놀라 막 부러워할 그런 옷을 해줘.》

《그럼 한가지 약속할게 있어.》

《뭔데?》

《난 꼭 너한테 붙어있어야 해. 그리고 소곤소곤 이렇게 말해. 파란색이 필요할 땐〈팔딱 파란 옷〉, 노란옷이 필요할 땐 〈팔딱 노란 옷〉하고 말이야.》

《그래그래.》

알락다람이는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떡였습니다.

이때 요술단풍잎이 홀 날아오르더니 알락다람이의 잔등에 착 붙었습니다.

알락다람이는 소곤소곤 말했습니다.

《팔딱 빨간 옷.》

그 순간 알락다람이의 옷은 어데로 갔는지 그 자리에는 빨간 옷을 입은 빨간 다람이가 척 서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야.》

빨간 다람이는 막 눈이 부셨습니다.

옷이 얼마나 빨간지 자기 몸이 막 불타는듯 했습니다.

다람이는 자기의 빨간 옷을 손으로 살살 내리쓸어보더니 너무 좋아 손벽까지 찰싹 쳤습니다.

그리고는 보란듯이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야, 내 옷이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옷이 됐어.》

빨간 다람이는 너무 좋아 큰소리로 웨쳤습니다.

그러자 산골짜기들에서도 《됐어, 됐어.》 하는 웅글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때였습니다.

그옆을 지나던 청서가 빨간 다람이를 보고 나무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왔습니다.

(저 다람인 어느 동산에서 왔을가?)

난생처음 보는 빨간 다람이였던것입니다.

《넌 어디서 사는데 우리 동산에 왔니?》

그 말에 빨간 다람이는 눈이 올롱해서 말했습니다.

《청서야, 나야, 나. 알락다람이.》

《뭐, 알락다람이? 그 앤 너처럼 그런 옷을 입지 않았어.》

청서는 알수 없다는듯 머리를 갸웃거렸습니다.

《청서야, 내가 이 빨간 옷을 입어서 그러지 난 진짜 알락이란데.》

《흥, 거짓말 말아. 넌 내 동무 알락이가 아니야. 그러니 여기서 썩 사라져.》

청서는 성이 나서 내쏘았습니다.

《넌 내 옷이 부러우니까 모르는척 하는거지. 흥, 촌바우같은거. 그런 깜장옷이나 입고 이 산속에서 실컷 살아봐.》

빨간 다람이는 이 말을 남기고 타박타박 걸어갔습니다.

(이렇게 멋진 옷을 입은 내가 한생 이 산속에 묻혀살수야 없지. 번화한 들판에 나가 남부럽지 않게 보란듯이 살테야.)

빨간 다람이는 자기 옷을 한번 더 바라보더니 흥이 나서 코노래까지 부르며 동산을 떠났습니다.

소나무숲을 지나니 무연한 들판이 나타났습니다.

(야, 멋있구나. 이 좋은 곳을 두고 산속에만 꾹 박혀살다니.)

빨간 다람이는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이 넓은 들판에 행복의 보금자리를 꾸리고 보란듯이 살테야.》

한참 들길을 걷던 빨간 다람이가 오똑 서서 손채양을 하고 행복의 보금자리를 찾고있을 때였습니다.

《왝 왝.》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앞으로 게사니 한마리가 뚱기뚱기 다가오고있었습니다.

《야, 저 게사닌 내 옷이 막 부러운게지.》

빨간 다람이는 자랑을 하고싶어 오똑 일어서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겠어요.

가까이 다가오던 게사니는 뭉툭한 부리로 빨간 다람이를 무작정 콱 쪼았습니다.

《앗.》

눈에서는 불이 번쩍 일었습니다.

빨간 다람이는 너무 급해 걸음아 날 살려라 냅다 도망쳤습니다.

게사니는 퍼덕퍼덕 날개까지 저으며 뒤쫓아왔습니다.

《이놈아, 거기 서라. 나랑 싸워보자.》하면서 말이예요.

사실 그 게사니는 빨간 빛갈만 보면 끝까지 따라가 쪼아주는 습성이 있답니다.

(어쩌면 좋담.)

게사니를 피해 한참 달아나던 빨간 다람이는 넓은 들판에 눈같이 흰 옷을 입은 백조를 보았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게사니가 당장 쪼을듯이 다가들고있었습니다.

빨간 다람이는 요술단풍잎에게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팔딱 하얀 옷.》

순간 다람이는 눈같이 하얀 다람이가 되였습니다.

《야, 이 옷은 눈같이 하얀게 내 마음에 꼭 들어.》

하얀 다람이는 너무 좋아 콩당콩당 뛰였습니다.

《왝왝.》

뒤따르던 게사니는 눈이 퀭해졌습니다.

빨간 다람이는 눈깜빡할 사이에 없어지고 눈같이 하얀 다람이가 앞에 서있으니 말입니다.

게사니는 목을 빼들고 《왝왝.》몇번 소리를 지르더니 온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다람이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습니다.

(야, 혼이 났네.)

흰 다람이는 백조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자기 옷을 자랑하고싶었습니다.

흰 다람이가 뜀박질하며 백조들에게로 갈 때였습니다.

앞에 족제비 한마리가 눈을 깜짝깜짝하며 서있었습니다.

《저 족제비는 내 흰 옷이 막 부러워 못 가고있는게로구나.》

흰다람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였습니다.

《엉? 저건 웬 떡이야. 하얀 새끼토끼가 날 먹어주십사하고 아장아장 걸어오고있으니 저 철없는 새끼토끼야 단번에 잡아 털까지 꼴깍 삼킬수 있을걸.》

족제비는 그를 흰 토끼새낀줄 알고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앗, 저놈이.》

흰 다람이는 더 생각할새도 없이 냅다 달아났습니다.

피할 곳도 없었습니다.

(아, 나무라도 있으면 올라가련만.)

흰 다람이는 갈팡질팡하며 소나무숲쪽으로 죽기내기로 달렸습니다.

《요놈, 서지 못할가?》

족제비도 거의 다 따라왔습니다.

뒤에서는 족제비의 숨소리까지 들려왔습니다.

소나무숲이 점점 더 가까와졌습니다.

《팔딱 노랑꾀꼬리옷.》

흰 다람이는 소나무로 뽀르르 기여오르며 소리쳤습니다.

순간 흰 다람이는 노랑다람이로 변했습니다.

뒤따르던 족제비는 흰 토끼가 눈앞에서 갑자기 없어지자 어리둥절해졌습니다.

《요놈의 토끼가 어디로 갔어.》

족제비는 눈알만 끔뻑이며 여기저기를 살폈습니다.

그러나 흰 새끼토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에 서있는 소나무가지우에 노랑꾀꼴새옷을 입은것이 자기를 빤히 내려다보고있을뿐이였습니다.

족제비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격이 되고말았습니다.

숨을 할딱거리며 흰 새끼토끼를 찾던 족제비는 어디론가 터벌터벌 달아났습니다.

노랑다람이는 《휴.》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였습니다.

이때 소나무밑에 그림자가 얼른거렸습니다.

(엉, 저게 뭘가?)

아무리 둘러봐도 소나무에는 자기밖에 그 누구도 없었습니다.

자기의 그림자도 아니였습니다.

소나무우듬지를 올려다보던 노랑다람이는 하늘높은 곳에서 새매 한마리가 한자리에 선채 날개를 파닥거리고있는것을 보았습니다.

《야, 저 새매가 내 옷이 부러워 자리를 못 뜨고있는게지.》

노랑다람이는 자기의 모습이 소나무잎에 가리워 보이지 않을것 같아 뽀르르 앞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새매는 그를 노랑꾀꼬리로 보았던거예요.

《꾀꼴새》를 발견한 새매는 돌멩이 떨어지듯 쏜살같이 내리꽂혔습니다.

《앗.》

노랑다람이는 이 나무가지에서 저 나무가지로 뽀르르 달아났습니다.

《뛰여야 벼룩이다.》

새매는 휙 소리를 내며 노랑다람이를 따라왔습니다.

급해난 다람이는 요술단풍잎에게 소곤거렸습니다.

《팔딱 고운 옷.》

그런데 단풍잎은 뒤집히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람아, 널 도와주는게 마지막이야. 잘 생각해서 말해.》

《뭐 마지막?》

노랑다람이는 요술단풍잎을 만났을 때부터 있은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았습니다.

빨간 옷을 입으니 게사니가 쪼아주고 하얀 옷을 입자 족제비가 달려들고 노랑옷을 입으니 새매가 내리꽂히던 일…

노랑다람이는 요술단풍잎에게 말했습니다.

《팔딱 본래의 옷.》

순간 노랑다람이는 본래의 모습인 알락다람이가 되였습니다.

노랑다람이를 쫓아오던 새매는 어리둥절해서 눈만 깜박거렸습니다.

《요놈이 어디로 갔어.》

새매는 소나무주위를 몇바퀴 돌더니 어디론가 날아가버렸습니다.

노랑다람이가 본래의 옷을 입고 나무가지사이에 숨자 새매놈이 찾아내지 못했던것입니다.

소나무우듬지에 숨었던 알락다람이가 소나무가지로 내려설 때였습니다.

《알락아.》

알락다람이의 동무인 청서였습니다.

《알락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어디에 갔다 인제 오니?》

청서의 말에 알락다람이는 얼굴만 붉혔습니다.

《청서야, 내가 잘못 생각했댔어. 내가 그만 허영에 들떠…》

알락다람이는 청서에게 지금까지 있은 일들을 솔직히 말했습니다.

《…이제 보니 우리 다람이들의 옷이 제일이였어.》

알락다람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알락아, 알았으면 됐어. 그렇게 허영에 들떠서 살면 안돼.》

알락다람이는 청서의 그 말에 머리를 끄떡였습니다.

알락다람이는 자기의 등에 붙었던 요술단풍잎을 뚝 떼서 훌 던져버렸습니다.

《요술단풍잎아, 네 갈데로 가. 이제 보니 내 본래의 모습, 내 보금자리가 제일이였어.》

청서는 다람이의 등을 다독여주었습니다.

지금도 알락다람이는 자기 옷을 귀중히 여기며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고 살아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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