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호에 실린 글
□중편소설□
21. 면 회
구역병원에서의 한주일이란 순일이가 말한것처럼 그렇게 아기자기한것은 아니였다. 그것은 하루 세번씩 쓴약도 삼키고 팔이 찡찡 저려나는 주사도 맞고 약이나 주사에 못지 않게 맵짠 의사의 훈계나 간호원의 잔소리도 들어야 하는 참을수없이 《지긋지긋한 나날》이였다. 순일이가 늘 말하는 바삭과자가 머리맡에 세통씩이나 쌓여있어도 금동이는 그것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꿀물이나 사과 같은것도 잘 먹지 못하는 주제에 바삭과자가 다 무언가. 그만큼 그는 모든것이 다 귀찮아졌다. 먹고싶은 생각도 놀고싶은 생각도 구경하고싶은 생각도 죄다 어디론가 달아나버렸다. 금동이는 수많은 미찡과 페니실린과 비타민과 포도당을 써버린 페염이라는 그 괴벽스러운 병이 자기의 몸에서 어떻게 그 포동포동한 살을 덜어낼수 있었는지 알수 없었다. 의사는 병원구급과까지 금동이를 업고온 김향선생님과 재수의 호소를 듣고 페염이 금동이를 쓰러뜨린 까닭은 그가 몸을 차게 군탓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11월에 반소매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우둔한 《용감성》을 두고 가볍게 나무랬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재수하고 같이 려관에 갔다온 다음날 어머니의 말대로 학교에만 가지 않았어도 병은 생기지 않았을것이다. 그날도 금동이는 고집스럽게 반소매를 입고 학교에 갔었다. 김향선생님이 그의 이마를 짚어보고 집에 돌아가라고 세번, 네번 일깨웠을 때에도 그는 한본새로 도리머리만 흔들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역시 그 반소매를 입고 매바위골아이들을 바래주려고 역에 나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그만 꽝― 하고 까무라쳐 병원에 실려왔던것이다. 그래서 분하게도 자기의 얼굴이 텔레비죤에 나오는것을 보지 못하고말았다. 좌담회가 방영되는 그 순간에 금동이는 40°의 고열과 싸우고있었으니깐. 며칠동안 금동이는 매일같이 찾아오는 손님들과 간식보따리속에 파묻혀있었다. 어떤 날은 이 병원의 다른 병동의 의사들과 간호원들이 찾아왔고 기술부원장과 초급당비서 같은분들도 드문히 나타나그의 이마를 짚어보군 하였다. 때로는 원장자신이 손수 그의 체온을 재보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는 별로 적적한줄을 몰랐다. 적적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원생활이 재미나기까지 했다. 시간은 너무 바삐 서두르며 앞으로 줄달음쳐가는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면회를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나 금석이를 내놓고는 며칠째 누구도 병동앞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아버지도 오지 않았고 김향선생님도 오지 않았다. 면회일이 아닌 날에도 접수구아주머니의 눈을 묘하게 피하여 곧잘 입원실에 새여들어오군 하던 재수며 순일이며 동학이들마저 발길을 딱 끊었다. 마치 금동이를 적적하게 해주자고 일부러 약속이나 한것처럼. 금동이는 마침내 갑갑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누구하고인가 줄창 말을 하고싶었고 시시덕거리고싶었고 읽고싶었으며 지어는 거리를 싸다니며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싶었다. 그러나 병실에는 그를 상대해줄만 한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108호병실의 아이들은 신통히도 하나같이 온순하고 우울하였다. 금동이의 오른쪽 옆침대에 누워있는 중학생은 진종일 책만 붙들고있었고 신장염으로 입원한 왼쪽 옆침대의 창전인민학교 2학년생아이는 내내 알사탕만 깨물어대고있어 말조차 건네기 싫었다. 오늘은 어째 그런지 류별나게 더 심심한 생각이 들었다. 바깥날씨가 흐려서 기분이 더 언짢아지는것 같았다. 빨리 일요일이 와야 면회오는 사람들이 많겠는데 사흘만 기다리면 될 그 일요일이라는게 얼마나 까마득해보이는지… (이거 심심해서 야단났는데!) 금동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병실안을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넌 왜 아까부터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니? 어째서 그러니?》 《시대의 탄생》을 읽던 오른쪽침대의 중학생이 눈을 치뜨고 책장너머로 금동이를 바라보았다. 금동이는 맞갖잖아하는듯 한 그 시선이 비위에 거슬려 우정 못 들은체 하고 다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쳇, 중학생이라구 거드름을 부리네. 저 형님은 내가 나오는 텔레비죤을 못 본 모양이지? 봤다면 내앞에서 저렇게 우쭐대지 못할텐데… 에이, 이젠 병원이 막 싫어. 이런덴 순일이나 있으라지. 여기에 있으면서 바삭과자나 실컷 먹으라지. 언제면 나두 이 환자복을 벗어내치게 될가?) 병원이 아니면 자기가 죽을수도 있었고 이보다 훨씬 더 모진 고통을 당할수도 있었다는 사정은 다 잊어버리고 그는 이런 생각에 옴해버렸다. 그리고는 침대 한쪽옆구리에 달아매놓은 체온표를 잠자코 들여다보았다. 체온은 어제부터 37° 계선에서 오르내리고있었다. 열이 너무 심해서 정신까지 잃던 닷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간호원누나, 나 언제 퇴원시켜줄래요?》 금동이는 약함을 들고 병실에 나타난 간호원이 자기 침대앞으로 오기 바쁘게 다짜고짜 물었다. 《왜? 집생각이 나니?》 목소리가 유난히 또랑또랑하고 쾌활한 간호원은 네속은 벌써 다 알았다는듯 넌지시 금동이를 굽어보았다. 금동이는 《집생각》이라는 말과 무엇을 떠보는듯 한 간호원의 능청스러운 눈길에 기분을 잡쳐버렸다. 그래서 아무 대답도 안했다. 무슨 화제거리건 빙빙 에둘러말하기를 좋아하는 간호원한테서는 암만해야 시원한 대답을 들을것 같지 않았다. 원래 의사나 간호원들은 환자들을 병원에 오래 붙들어두지 못해 애를 박박 쓰는 사람들인것 같았다. 금동이는 간호원이 내주는 약봉지를 공손하게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가 병실에서 나가기 전에 얼른 약을 먹어버리였다. 퇴원을 빨리 하자면 뭐니뭐니해도 간호원의 말을 곰상곰상 잘 들어야 할것이다. 하긴 체온이 37°까지 내려왔으니 의사선생도 다 생각이 있겠지.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금동이는 한주일째 가보지 못한 학교와 집과 거리와 동무들이 몹시 그리웠다. 세상에 온갖 재미나는 일들이 자기가 없는 사이에 죄다 벌어져 퇴원한 다음에는 그 그림자도 볼수 없을것 같은 불안과 조바심이 자꾸만 금동이를 못살게 굴었다. 그는 두손을 깍지껴 머리뒤에 붙이고 반듯이 누웠다. 그러나 똑똑… 하는 귀에 익은 손기척소리가 다급히 침대우에서 그를 일으켜세웠다. 누구인가 거리쪽으로 향한 창문의 유리를 조심스럽게 두드리고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자그마한 손만이 유리창에 얼른거리였다. 재수나 순일이나 동학이가 아니고서는 저렇게 감쪽같이 손기척을 할수 없었다. 금동이는 간호원이 병실에서 나간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슬그머니 창문옆으로 다가갔다. 재수의 머리가 먼저 창턱밑에서 불쑥 일어섰다. 그애는 소리가 나지 않게 입만 벌려 무슨 말인지 형용하였다. 금동이는 입모양만 보고서도 그것이 《없니?》 하는 두음절짜리 물음이라는것을 인차 알아맞히였다. 병실안에 의사나 간호원이 없는가고 묻는것이 분명했다. 그는 《없다》고 손시늉을 하였다. 그러자 재수는 창턱밑에 숨어있던 순일이며 동학이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옆침대에서 책을 읽고있던 그 《거드름쟁이》중학생이 창문쪽을 보고 씨물씨물 웃었다. 밖에 금동이네 짝패들이 나타난것을 낌새챈 모양이였다. 《또 왔니?》 하고 그 중학생은 다른 아이들이 듣지 못하게 귀속말로 물었다. 금동이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거리였다. 《넌 참 동무들이 많구나. 네가 괜찮은 친구들을 두었다.》 중학생은 말을 끊고나서 출입문쪽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해보이였다. 금동이는 좀전까지만 해도 그 중학생을 《거드름쟁이》라고 찌글서하게 보아온것이 슬그머니 부끄러워났다. 재수가 창문을 두드릴 때까지만 해도 그는 그 중학생이 무슨 잔소리를 하지 않나싶어 속이 조마조마해있었는데 잔소리는커녕 도리여 다정스레 눈을 끔쩍거리기까지 한다. 《면회일이 아닌 날 동무들을 만나는건 규정위반이지. 그렇지만 네가 병실안에 짝패들을 데리고 들어와도 난 탓하지 않을테다.》하고 그 눈은 말하고있었다. 금동이는 출입문밖에 나가 복도에 서있는 재수와 순일이, 동학이들을 병실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세 아이는 다른 환자들의 눈치를 보는 기색도 없이 금동이의 침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순일이는 금동이의 사물함에 귤이 들어있는 구럭을 넣고나서 포단우에 벌렁 나가넘어졌다. 《에참, 나두 금동이처럼 입원해봤음 좋겠다. 금동아, 너하구 나하구 바꿔 누워있지 않을래?》 그가 앞이발이 두대나 빠진 허궁창같은 입을 열어놓고 이렇게 지껄이는 바람에 구석쪽에서 몇몇 아이들이 입을 싸쥐고 킥킥거리였다. 그런데도 순일이는 계속 허튼소리를 했다. 《내가 한번도 앓지 않으니까 우리 엄만 나보고 자꾸 잔소리를 하는것 같애. 내가 한번 금동이처럼 쎄게 알아보지. 그럼 그날부터 어머닌 날 고와하지 않나.》 《너두 그럼 금동이처럼 반소매를 입고 다니려무나. 그럼 제깍 감기에 걸리겠는데…》 동학이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참견을 하였다. 순일이는 대뜸 《흥!》하고 코방귀를 뀌였다. 《반소매를 입으면 추운것두… 난 추운게 제일 싫어. 추워서 우들우들 떠는 병이 제일 싫거던.》 작년 이맘때 감기때문에 되게 혼난적 있는 그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병이 고뿔인줄로 알고있었다. 《이 앤 감기약도 잘 먹지 못하면서 밤낮 입원소리야. 사흘만 입원해보지. 답답해서 당장 집으로 도망가지 않나…》 재수가 순일이를 흘겨보면서 낮은 소리로 이죽거렸다. 그런 다음 금동이더러 《금동아, 그렇지? 병원에 있음 답답하지?》하고 물었다. 《그래, 막 답답해. 너희들하구 같이 학교에 다닐 때가 제일이야. 뽈이랑 차구싶어 못 견디겠어. 난 이제 퇴원할래.》 금동이는 짝패들을 둘러보면서 마른 침을 꿀꺽 삼키였다. 《쳇, 네가 뭐 퇴원하고싶으면 하니. 병이 다 나아야 퇴원하지. 금동인 아직두 한달쯤 더 누워있어야 한대. 담임선생님두 그렇게 말했어.》 식은 소리를 잘하는 동학이는 금동이가 속이 달아하는걸 보려고 우정 그의 마음을 든장질해놓았다. 그리고는 재수를 향해 한쪽눈을 끔뻑 해보이였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매번 동학이를 골탕먹이군 하는 재수는 이번에도 《아니야, 그런 말을 한적이 없어. 대포야, 대포!》하고 금동이를 안심시키였다. 금동이는 사물함속에서 동무들이 가져온 귤을 꺼내여 병실의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곁침대의 중학생한테도 한알이 돌아갔다. 그 중학생은 조꼬만 아이들이 권하는 귤을 차마 선뜻 먹어버릴수 없는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만 맡다가 동학이의 어깨를 툭 다치였다. 《너희들은 왜 앓는 사람에게 바깥소식도 이야기하지 않고 속상한 소리만 하니!》 동학이는 좀 미안해하며 헤벌쭉 웃었다. 《이제 다 이야기해요.》 그러자 금동이가 때를 만난듯이 짝패들에게 졸랐다. 《얘들아, 정말 재미나는 소식이나 얘기해주렴. 밖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는데 난 아무것도 모르거던. 응, 어서!…》 재수와 동학이와 순일이는 그 청까지 듣자 잠잠해졌다. 아무 소식도 모르고 지내는 금동이가 가엾어보였던 모양이였다. (무슨 소식부터 이야기할가?) 셋이 다같이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금동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요새도 3반아이들과 축구시합을 하니?》 《응, 어제두 했는데 3 : 3으로 비겼어.》 재수는 이런 말을 하고나서 웬일인지 어깨를 낮추었다. 비겼다는게 금동이앞에서는 별로 큰 자랑거리가 못되는 모양이였다. 《비겼다구? 그 애들이 그새 그렇게 쎄졌니?》 《좀 쎄졌어. 그런데 효남이가 두번이나 헛다리질을 해서 문지기가 골탕을 먹었어. 참참참…》 《내 이제 퇴원하면 꼴을 다섯알쯤 넣을테다!》 금동이는 오른다리를 앞으로 쭉 내뻗치며 꼴넣는 시늉을 해보이였다. 《에참, 학교에 가구싶어서 막 죽겠구나. 그래 요샌 뭘 배우니?》 한참만에 그가 다시 물었다. 《재미나는걸 많이 배워. 산수(당시) 있지 응. 산수시간에는 두자리수의 더하기와 덜기도 배웠어.》 재수의 대답이였다. 그때 금동이의 이불속에 기여들어갔던 순일이가 침대우에 몸을 반쯤 일으키고 말참견을 하였다. 《우린 재미나는 노래두 배웠단다.》 《무슨 노래야?》 《〈사양공 우리 누나〉라는 노랜데… 얼음사탕처럼 달달해.》 《넌 노래를 배우면서도 사탕생각만 한게로구나.》 금동이는 노래를 먹는것에 비기는 순일이를 보자 참지 못하고 헤벌쭉 웃었다. 순일이는 금동이가 자기 말이 못미더워서 그러는줄로 알고 약간 골을 낼사했다. 《정말이야, 거짓부리가 아니야. 내 한번 불러볼게. 너 들어볼래?》 그는 이불밑에서 량발을 엇바꿔 들었다내렸다 하며 쨍쨍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똘똘 똘똘이네 스물두형제 …
금동이는 순일이의 쨋쨋한 노래소리가 병실밖으로 새여나갈가봐 진땀을 흘리였다. 복도로 지나가던 간호원이나 담당의사가 그 노래소리를 들으면 이게 무슨 좁쌀친구들인가고 하면서 냉큼 쫓아버릴테니까 말이다. 《순일아, 너 정신있니? 맹추같은게.》 아까부터 간호원이 들어오지 않나하여 출입문쪽만 연송 돌아보던 동학이가 순일이를 침대우에 허궁 넘어뜨리고 그가 노래를 못 부르게 이불을 뒤집어씌웠다. 그 바람에 병실의 환자들이 일제히 와― 하고 웃었다. 《금동아, 너무 부러워말어. 네가 퇴원하면 우리가 다 배워줄게.》 재수가 금동이를 안심시켰다. 그는 오늘 다른 아이들보다도 별로 어른스럽게 놀았다. 아마 병원침대우에 몸을 매인 자기 짝패가 측은해져서 그러는 모양이였다. 《아니야, 우리가 배워주기 전에 선생님이 배워줄거야. 너한테 배워주려구 선생님이 그 노래를 록음까지 했단다. 노래는 우리가 불러넣었지 뭐. 이제 선생님이 그 록음기를 가지고 일요일날 너한테로 찾아온댔어.》 동학이는 금동이가 흐뭇해하는 모양을 보자 신이 나서 록음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았다. 재수는 머리를 긁적거리였다. 금동이를 깜짝 놀래울수 있는 멋진 소식을 자기보다 동학이가 먼저 말해버린것때문에 샘이 났던것이다. 순일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 통쾌한 이야기거리를 동학이한테 떼운것이 여간만 알알하지 않았다. 그래 그보다 더 멋들어진 소식을 생각해내느라고 죽은듯이 누워있다가 갑자기 이불을 밀어제끼고 후닥닥 일어나앉으며 이렇게 소리쳤다. 《금동아, 우리 담임선생님있지 응. 새 외투를 해입었어. 3반선생님것보다 더 멋있는거야!》 《새 외투? 어떤 외투? 빨갛니? 노랗니? 파랗니?》 《새파란거야. 진한 하늘색…》 《야, 그럼 우리 선생님이 제일 멋있겠구나.》 금동이는 흐뭇해서 두손을 마주치기까지 했다. 그도 딴 아이들처럼 담임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 고운 옷을 입고 더 좋은 신발을 신고 더 맵시나는 가방을 들고 다녀야 기뻐한다. 옷이나 가방이나 신발뿐만아니라 비옷이며 우산이며 만년필도 담임선생님의것이 제일 훌륭한것이여야 한다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좋은 일은 내가 없는 사이에 다 생긴단 말이야. 빨리 퇴원해야겠는데!) 금동이는 진한 하늘색외투에 보라빛머리수건을 쓰고 다닌다는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한시바삐 보고싶었다. 동학이가 그의 이런 마음에 불을 더 달아주었다. 《그리고… 래일 우린 시험을 치거던.》 그는 퇴원하고싶어서 몸살을 앓는 금동이가 더 등이 달라고 구미가 바싹 당기게 말했다. 《뭐, 시험?》 금동이는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새 소식에 그만 정신이 어리뻥뻥해졌다. 게다가 동학이가 《시험》이라는 말을 얼마나 감칠맛이 나게 했는지 그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군침을 삼키기까지 했다. 인민학교 1학년생들에게는 원래 시험이라는것이 없다. 학년말이나 학기말이면 선생님들은 평상시성적을 종합하여 학생들의 성적을 평정하군 한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에는 학생들의 실력을 료해하고 측정하기 위한 시험도 치는 때가 있는것이다. 그런 시험은 일년치고도 몇번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기회가 마침내 1학년생들에게 차례진것이다. 금동이는 자기가 이 시험에 참가할수 없는 환자의 몸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말도 하기 싫어졌다. 그런데다가 순일이가 《금동인 시험도 안치겠지.… 참 좋겠네.》하는 말까지 해서 금동이는 발끈 성을 내고야말았다. 《넌 시험치는게 그렇게두 싫니?》 《싫어, 막 떨리니깐. 우리가 시험을 치느라고 땀을 빨빨 흘릴 때 금동인 여기 이렇게 척 누워있겠지. 귤이랑 사탕이랑 먹으면서…》 순일이는 금동이의 이불밑으로 기여들어가 두팔을 쩍 벌리고 무엇인가 먹는 시늉을 하였다. 온 병실안이 그 모양을 보고 《하하하…》하고 웃었다. 그러는데 출입문이 활짝 열리였다. 투약함을 든 담당간호원이 문가에 나타나 엄한 눈길로 병실안을 들여다보았다. 다른 병실에서 일을 보고 지나가다가 웃음소리에 이끌려 잠시 걸음을 지체한것 같았다. 《아니, 너희들 또 면회를 왔니?》하고 그 간호원은 병실문턱을 넘어서며 트집을 걸었다. 재수, 순일이, 동학이들은 그 소리에 놀라 와닥닥 침대에서 일어섰다. 기회를 보다가 어디로든지 날쌔게 꽁무니를 뺄 잡도리들이였다. 《면회는 일요일에만 한다고 했지? 그런데 왜 이렇게 또 줄을 지어왔니?…》 간호원은 그냥 문가에 서서 따짐질을 시작했다. 《금동이가 보고싶어 왔어요. 너무 보구싶어서…》 동학이가 입안의 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러나 간호원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기 말만 계속하였다. 《이렇게 아무날에나 망탕 면회를 오면 금동이병을 고치는데 지장이 된다는걸 알아야지. 내 오늘까지는 눈을 감아준다. 그렇지만 다음부터는 어림두 없다. 김향선생님한테 다 말하지 않나 봐라.》 세 아이는 아무 응대도 못하고 문설주를 잡고선 간호원의 겨드랑이밑으로 해서 병실을 나섰다. 금동이는 짝패들을 바래주려고 침대아래로 내려섰지만 뜻을 이룰수 없었다. 간호원이 그를 이불밑으로 떠밀어넣었던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금 침대에 매인 몸이 되였다.
―주체72(1983)년― (다음호에 계속)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