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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2호에 실린 글
◇우 화◇
리 완 기 그림 박 봉 성
절대로 손해보는짓은 하지 말라고 자식들에게 늘 훈시하던 공지주놈이 어느날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앓아누웠던 건너집의 가난뱅이 오씨가 무심결에 멸치젓이라도 한숟갈 먹고싶다고 했더니 세간난 세 자식들이 여러가지 물고기를 이고지고왔다는 소리였습니다. 부모자식간에 아주 평범한 일이 지주놈에게는 퍽 신기하게 생각되였습니다. (그래그래, 새끼들한테 긁어내는것도 좋은 벌이지. 나에겐 세간난 자식이 넷인데다가 모두 떵떵대며 잘사니 그놈들이 병문안을 오면 모두 눈이 뒤집혀질걸.) 지주놈은 중병에 걸린것처럼 품을 놓고 드러누워서는 물좋은 청어가 한두름 먹고싶다느니, 매운 잉어탕을 한가마 먹으면 병이 낫겠다는 등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만들어서는 마름을 시켜 자식들을 불러오게 했습니다. 제일 먼저 맏이가 왔습니다. 이마에 수건을 질끈 동이고 실눈으로 맏이를 보며 지주놈은 생각했습니다. (물고기짐은 뒤따라오나. 덤벼치며 오는걸 보니 맏이가 다르군그래.) 맏이가 뒤꽁무니에 찼던 자그마한 꾸레미를 풀어놓았습니다. 《물고기는 대가리맛이 제일이라기에 잉어대가리 몇개를 겨우 구해왔어요.》 뒤따라 들어선 둘째는 미꾸라지 한사발을 내놓으며 《무슨탕 무슨탕해도 몸보신에는 이 미꾸라지탕이 제일이예요.》하며 노죽을 부렸습니다. 그뒤에 들어선 셋째는 《바삐 오다나니 뭘 특별히 준비할새가 있어야지요. 새우도 반찬이라고 아버지 병구완에 보탬이 되겠지요.》하며 새우 한옹큼 내놓았습니다. 기가 막혀 두눈을 꾹 감아버린 공지주놈의 속에서는 불이 일 지경이였습니다. 욕심이 하늘같으면 망상도 하늘같다고 지주놈은 막내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이윽해서 기다리던 막내가 수레를 덜커덩거리며 들어섰습니다. (수레까지 끌고 오다니, 막내가 제일이야. 흐흐흐.) 지주놈은 눈을 번쩍 떴습니다. 《어이쿠, 아버지가 아직 멀쩡하시군요. 난 그런걸 돌아가신줄 알고…》 그러니 막내놈은 제 애비의 재산을 싣고 가자고 빈 수레를 끌고 온것이였습니다. 화가 치솟은 공지주놈은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 천하에 고약한 놈들, 아무리 돈이 중하기로서니 애비가 아프다는데 모두 이 꼴들이야. 괘씸한 놈들, 썩 사라져라. 그러나 그냥은 못가. 내 마름이 네놈들한테 기별다닌 품값이라도 내놓고 가라.》
《우리도 할 소리가 있수다. 거짓병에 찾아온 우리 품값은 어떡하나요?》 공지주네 집에서는 서로 물고뜯는 악다구니가 그칠줄 몰랐습니다. 웬일인가 해서 담장밖에 모여왔던 사람들이 코웃음을 쳤습니다. 《흥, 서로 위한다는 병문안이 물고뜯는 개싸움이 되고말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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