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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2호에 실린 글
◇우 화◇
박 화 준
먼먼 려행길 이어가던 깡충이 찌는듯 한 무더위에 가쁜숨 헉헉 내몰아쉬며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사막의 모래불을 지나 는데 불룩한 주머니 배에 달린 캉가루 길녘에서 다리쉼하고있었네
초행길이라 길동무 만난 반가움에 저도 쉬여가려고 비지땀 훔치며 멈춰선 깡충이 허리춤에 차고가던 물통을 내밀며 어서 먼저 물마시라 권하자 굳이굳이 사양하며 캉가루 하는 말
《초면에 정말 고맙군요 헌데 우리들 물걱정은 조금도 마시라요》 《아, 그래요!》
꽤 묵직한 주머니를 슬슬 매만지며 물걱정 아예 말라는 그 소리에 깡충이 무등 기뻐 어쩔줄 몰라하며 물 한모금 기분좋게 쭉 들이켰네
(그러지 않아도 마실 물이 제일 큰 걱정이였는데 운수좋게 떡함지에 엎어졌군 이런 더운 곳에 사느라니 늘 저 주머니속에 물을 충분히 가지고 다니나보군)
큼직한 물통에 반나마 남은 물을 깡충이 배가 불쑥 나오도록 실컷 마시고나서 모래불에 주르륵 쏟아버렸네
그러자 길손 놀라며 하는 말 《그건 왜? 갈길이 꽤 먼데》 《그래서라네. 먼길을 떠나려거든 눈섭도 떼여놓고 가라지 않나 이 베찬 모래길에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야지 공연한 고생 사서 하겠나 자네에게 큰 물주머니 있는데야》 갑삭해진 빈통을 내흔들며 깡충이 홀가분해 하는 그 소리에 길손 두말없이 주머니 벌려 그속에 쌔근쌔근 단잠자는 제 새끼를 살살 어루쓸어보였네
《엉? 그럼 새끼주머니?!…》 《그럼요, 어디 좀 보세요 이 무더위에 잠만 골골 잘도 자는 우리 애를요 하두 이런데서 살다나니까 우린 웬간해서 갈증을 타지 않는답니다》
눈앞이 아찔해진 깡충이 땅속으로 가뭇없이 잦아버린 물 도로 주어담기라도 할듯 두손으로 벅벅 모래불 파헤치며 중얼중얼
《이 봉변 싸지 싸! 남의 덕에 쉽게 길을 가려다가 사막에서 물을 버리는 머저리가 됐군 힘들어도 제살궁리는 제가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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