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2호에 실린 글
◇동 화◇
리 순 기
어느 한 도시에 한 할머니가 살고있었습니다. 놀이감을 만드는 할머니였습니다. 그 할머니는 천으로 인형을 만들군 하였는데 신통히 사람과 꼭 같았습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속에 끼운 인형이 진짜 사람처럼 움직이군 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땐 누가 사람인지 누가 인형인지 가려보지 못했다나요. 정말 할머니가 만든 인형은 보기 드문 인형이였답니다. 어느날 할머니에겐 고운 천이 생겼습니다. (이번엔 사내아이인형을 만들어야지.) 할머니는 아이들만큼 큰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몸뚱이를 만들고 그다음엔 두팔을 만들어 붙였습니다. 그리고 다섯손가락이 달린 고운 손을 만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손은 재간있는 손이란다.》 할머니는 두손을 살살 쓸어주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재간있는 손.》하고 속삭이듯 되받아외웠습니다. 이번에는 두다리를 만들어 붙였습니다. 그리고 다섯발가락이 달린 멋진 발을 만들면서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발은 보배로운 발이란다.》 할머니는 두발을 슬슬 쓸어주었습니다. 이때 또 누군가가 《보배로운 발.》하고 속삭이였습니다. 할머니는 다 만든 인형아이를 책상우에 올려놓고 안경을 썼다벗었다하며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무척 마음에 들었던것입니다. 《네 손발이 필요해서 누가 찾을 때면 너도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게 될게다.》 할머니는 방금 만든 인형이 기특하여 손발을 툭툭 두드려주고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것 보세요. 글쎄 할머니가 안 보이자 인형의 손이 옴지락옴지락 움직이더니 말을 하는게 아니겠어요. 《날 보고 재간있는 손이라고 했어. 난 그 무엇이나 다 할수 있어.》 그러면서 손가락을 꼬부렸다폈다하는것이였습니다. 이번엔 인형의 발이 움직움직 움직이더니 말을 했습니다. 《날 보고 보배로운 발이라구 했어. 나도 그 무엇이나 다 할수 있어.》 그러면서 발목을 돌리며 발운동을 하는것이였습니다. 《누가 우릴 찾아줄가? 빨리 나가서 마음껏 놀고싶구나.》 재간있는 손이 이렇게 말을 하자 보배로운 발도 안타까와했습니다. 《정말이야. 당장 뛰여놀고싶구나.》 이때였습니다. 《누구 배구할 아이가 없니? 손 좀 빌리자.》 어디선가 이런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야, 날 찾는 소리구나. 어서 나가자.》 재간있는 손이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인형아이는 달싹달싹 걸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누군가 찾는 소리는 아빠트뒤에서 들렸습니다. 벌나비가 날아들고 온갖 꽃들이 활짝 피여난 그곳에는 여러 아이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두 학습반이 배구경기를 하려고 편을 가르는 중이였습니다. 한편은 6명이 되는데 다른편은 5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한명이 모자라서 속상해하고있었습니다. 한 애가 두손으로 입나팔을 하고 사방에 대고 소리를 치고있었습니다. 《어, 여기 있어.》 인형아이는 아이들한테로 다가갔습니다. 《아, 마침이구나. 어서 들어와.》 아이들은 좋아서 그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그들은 인형을 진짜아이로 보았습니다. 그처럼 할머니는 아이들과 신통하게 만들었거든요. 재간있는 손과 보배로운 발은 힘이 용솟음쳤습니다. 드디여 경기가 시작되였습니다. 재간있는 손은 자기의 솜씨를 남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날아오는 공을 살짝 옆의 아이에게 넘겨주기도 하고 높이 띄운 공을 눈깜빡할새 내려치기도 하였습니다. 힘껏 치는척 하다가 상대편 빈자리에 살짝쿵 넘겨서 꼴을 넣었습니다. 인형아이가 들어간편은 계속 점수를 올렸습니다. 《야, 정말 잘하누나.》 《어쩌면 그리도 날랠가!》 아이들은 모두 감탄했습니다. 그러자 손이 제꺽 대답했습니다. 《난 재간있는 손이거던.》 《그래? 자, 재간있는 손, 어서 받아.》 아이들마다 자기에게 공이 오면 재간있는 손에게 모두 넘겨주군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손은 영낙없이 한점씩 올렸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좋아 재간있는 손만 찾았습니다. 손을 따라 뛰여다니던 보배로운 발은 그만 시무룩해졌습니다. 손만 찾고 자기는 거들떠도 보지 않으니까요. (배구는 손이 하는 일이구나. 난 소용없는게지.) 보배로운 발은 놀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재간있는 손이 혼자 하고싶은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발은 흥타령만 부르며 제멋대로 움직이였습니다. 그때부터 웬일인지 재간있는 손은 공다루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공을 한번 치면 그물에 털썩 걸렸고 앞으로 쳐준다는 공이 훌쩍 뒤로 넘어가기도 하였습니다. 두손으로 친다는것이 한손에 맞아 바깥으로 툭 삐여져 날아가기도 하였습니다. 《여 재간있는 손, 왜 그 모양이야?》 아이들은 점점 점수를 떼우니 사기가 푹 떨어졌습니다. 《재간있는 손, 왜 그래? 정신차려.》 아이들이 연거퍼 그에게 공을 넘겨주었으나 비칠거리면서 친 공은 어방없이 딴 곳으로 날아가 떨어졌습니다. 경기는 그만 재간있는 손때문에 지고말았습니다. 인형아이가 들어갔던편 아이들은 저마다 야단법석이였습니다. 《네가 무슨 재간있는 손이야?》 《너 혹시 우리를 지게 하려고 들어온 <간첩>아니야?》 인형아이는 결국 아이들의 된욕을 먹으며 그곳에서 쫓겨나고말았습니다. 인형아이가 아빠트를 에돌아 멀리 피해 나왔을 때였습니다. 재간있는 손은 발에게 행풀이질을 해댔습니다. 《넌 뭐야. 왜 내가 치는걸 방해했니?》 《아니, 내가 언제 그랬어?》 발은 손의 꾸지람에 영문을 알수 없어 되물었습니다. 《앞쪽으로 치자면 뒤로 잡아당기지 않나, 공중 떠서 내려치려면 땅에 떡 붙어 꿈쩍도 안하구.》 손은 연방 발을 나무라면서 툴툴거렸습니다. 《네가 한 일인데 왜 나한테 해보는거야?》 발은 어처구니가 없어 재간있는 손에게 대들었습니다. 입씨름을 하다나니 그들은 서로 어성버성해서 본체만체 하였습니다. 발은 기분이 언짢아 터벌터벌 걸었고 손도 지쳤는지 팔만 흔들흔들 휘저었습니다. 보배로운 발이 문득 멈춰섰습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던것입니다. 그 소리는 아동공원쪽에서 들려왔습니다. 넓은 잔디밭우에 축구공을 한가운데 놓고 아이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날개식아빠트에서 사는 애들과 탑식아빠트에서 사는 애들이 공을 차려는것이였습니다. 그런데 날개식아빠트애들은 11명이 되는데 탑식아빠트애들은 한명이 모자라 망설이고있었습니다. 《여, 공찰 아이 한명 없니? 발 좀 빌리자.》 (야, 날 찾는 소리구나.) 보배로운 발은 껑충 올리뛰며 좋아했습니다. 《어, 나 여기 있어.》 인형아이는 그곳으로 겅중겅중 뛰여갔습니다. 《아, 마침이구나. 어서 들어와.》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며 그를 잡아끌었습니다. 축구경기가 시작되였습니다. 발은 요리조리 공을 몰며 재치있게 뽈을 찼습니다. 어찌나 공몰기를 잘하는지 상대편 아이들은 뒤따를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가 찬 공에 맞으면 드센 힘에 못 견뎌 허궁 넘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방어수들도 살짝 피하고 문지기까지 속여넘겨 두번씩이나 슛ㅡ꼴잉을 하였습니다. 《야, 정말 잘 차누나.》 《어쩌면 그리도 날쌔니?》 아이들은 모두 탄복했습니다. 그러자 발이 제꺽 대답했습니다. 《난 보배로운 발이니깐.》 《그래? 자, 보배로운 발, 공이 간다.》 아이들마다 자기에게 공이 오면 보배로운 발에게 모두 넘겨주었습니다. 그들은 보배로운 발을 무척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재간있는 손이 자기를 상관도 하지 않으니 심심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할가 하고 궁싯대는데 마침 공중으로 공이 휘익ㅡ 날아왔습니다. 《야, 공이 날아온다.》 반갑게 소리를 치며 손은 재치있게 공을 탁 쳐갈겼습니다. 호르륵ㅡ 문득 호각소리가 울렸습니다. 손다치기반칙이였습니다. 공은 그만 상대편에게 빼앗기고말았습니다. 발은 성이 나서 고함쳤습니다. 《야, 너 이게 배구인줄 아니? 내가 발로 찰걸 네가 손으로 치면 어떻게 해? 넌 할 일 없으니 놀기나 해.》 발이 큰소리 치자 두손은 그만 몸뒤로 제꺽 피했습니다. (축구는 발이 하는 일이야. 내가 상관할바가 아니지.) 재간있는 손은 등뒤에서 두손을 맞잡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발이 뛰겠으면 뛰고 서있겠으면 서있고 거들떠도 보지 않았습니다. (흥, 이렇게 뒤짐지니까 편안하고 좋은걸.) 그런데 웬일인지 그때부터 발은 공차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으로 찬 공이 왼쪽으로 날아갔고 왼쪽으로 찬 공이 오른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코앞으로 지나가는 공도 제대로 멈추지 못했고 밑으로 깎아서 찬 공이 오히려 공중으로 떠서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여 보배로운 발, 왜 그래? 동서남북도 몰라?》 아이들은 이상하다고 머리를 기웃대며 수군거렸습니다. 발은 열성스레 공을 따라다녔으나 제앞으로 오는 공도 놓쳐 매번 헛발질이였습니다. 《보배로운 발, 왜 자꾸만 개다리질이야?》 아이들이 행여나 하여 공을 또 보내주면 공은 왕청같은데로 날아가 떨어지군 했습니다. 경기는 보배로운 발때문에 지고말았습니다. 탑식아빠트편 아이들은 약이 올라 그를 몰아댔습니다. 《네가 무슨 보배로운 발이야?》 《너 일부러 우리를 지게 하자고 들어왔댔지.》 인형아이는 결국 여기서도 창피를 당하고 쫓겨나고말았습니다. 거리에 나선 발은 참으로 억울했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보배롭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꼴이람.) 터벌터벌 걸어가던 발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잘되댔는데…) 혹시 공이 자기를 골려주려고 요리조리 피해다니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알쑹달쑹한 생각에 잠겨 걷던 발은 덩실하게 큰 체육관옆을 지나게 되였습니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돌조각들이 세워져있었습니다. 축구하는 사람, 배구하는 사람, 체육무용하는 사람 등 갖가지 모양의 돌조각들이였습니다. 발은 축구선수돌조각앞에 우뚝 멈춰섰습니다. 금시 돌공을 차서 날려버릴듯 한 자세는 정말 멋이 있었습니다. (히야, 대단한데. 나도 저렇게 찰수 있어.) 발이 조각선수처럼 공을 탁 차는 자세를 취하다가 이상하게 비칠거렸습니다. (엉?) 글쎄 손이 저 혼자 흔들흔들 놀다나니 그만 넘어질번 했던것입니다. 발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땅을 탕 구르며 소리쳤습니다. 《여 재간있는 손, 넌 뭘해. 이 선수 봐. 손을 어떻게 하고있나.》 그제야 제멋대로 흔들대던 손이 축구하는 돌조각을 바라보았습니다. 발이 공을 차려는 순간인데 두손이 주먹을 쥔채 앞뒤로 힘차게 뻗쳐주고있었습니다. 공차는 발 못지 않게 두손도 힘이 막 넘쳐나는듯 했습니다. 발이 먼저 말했습니다. 《이것 봐, 나 하나 잘못도 아니지. 너 손도 저렇게 해줘야 돼.》 《헹, 네가 놀라구 하지 않았니?》 손은 결김에 발을 툭 쏘아주었습니다. 발은 말문이 막혀 씩씩대기만 하였습니다. 그 모양을 보던 손은 미안한감이 들었습니다. 발이 어떻게 되든 뒤짐지고 놀기만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제 혼자 뛰여다니던 발은 무척 불편하고 고달팠을것이였습니다. 《안됐어. 네가 잘할수 있게 나도 힘껏 맞추어주어야 할걸.》 손이 진정으로 미안해하였습니다. 《아니야, 내 잘못도 커. 네가 방해한다고 막 성을 냈으니깐.》 서로 이런 말을 주고받던 그들은 배구선수돌조각앞에 이르렀습니다. 조각선수는 공중높이 떠서 공을 힘껏 내려치는 자세로 서있었습니다. 《저것 봐. 아까 배구할 때 내가 높이 뛰여주지 않고 건둥건둥 놀았으니 네가 망신한거야.》 발은 정말 멋적어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린 서로 제멋대로 놀지 말고 맞추어야 되겠구나.》 손의 말에 발도 옳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래, 난 너를, 넌 나를 서로 맞추어주면 다신 망신하지 않을거야.》 그들은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집쪽으로 가던 인형아이는 경쾌한 손풍금소리가 들려오는 학교정문앞에서 멈춰섰습니다. 학교운동장에서는 한창 군중무용이 벌어지고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재미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우리두 저기 가서 춤을 추자.》 손과 발은 성수가 나서 춤판에 뛰여들었습니다. 그들이 춤을 얼마나 잘 추겠습니까. 꽃나비처럼 나풀나풀 움직이는 재간있는 손, 북장단치듯 박자맞추어 오르내리는 보배로운 발, 방긋방긋 웃으며 뱅글뱅글 돌아가는 인형아이… 아이들은 모두 인형아이의 춤에 반해서 오구구 모여 구경을 하였습니다. 녀자애들도 춤을 멈추고 인형아이를 에워쌌습니다. 《야, 정말 잘 추누나.》 《우리 녀자들보다 더 잘 춘다야.》 꽃치마를 곱게 입은 녀자애들이 서로 소곤소곤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들은 인형아이가 처음 보는 얼굴이여서 머리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어디서 온 아이일가?》 《글쎄 얼마나 맵시있게 손목을 놀리니?》 《그뿐이가. 발은 또 얼마나 가볍게 사뿐사뿐 움직이니?》 녀자애들은 흥겨운 춤가락에 넋을 잃고 인형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이때 인형아이를 만들었던 할머니가 이 광경을 보고 정문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할머니는 그 애의 춤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아이구나. 그 애 참 잘하누나. 누구네 집 아이람.》 할머니는 저도 몰래 어깨가 들썩거려 흥이 나서 구경하다가 그 애를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어디서 봤던가? 낯이 익은데…) 할머니는 그 애를 찬찬히 여겨보다가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하, 내 귀염둥이 인형이로구나.) 그것은 할머니만 알아볼수 있었습니다. 인형아이의 얼굴과 손발을 알아볼 사람은 할머니밖에 없었던것입니다. 춤을 추던 인형은 어느새 할머니를 알아보고 달려왔습니다. 《할머니ㅡ》 《어이구, 우리 귀여운 애야.》 할머니는 인형아이를 덥석 안아주었습니다. 모여섰던 아이들은 《응, 할머니네 손자였댔구나.》하고는 서로 웃으면서 헤여져갔습니다. 《그래, 아이들과 잘 놀았니?》 할머니가 이렇게 묻자 손과 발은 《예, 정말 재미났어요.》하고 꼭같이 대답했습니다. 《너희들이 춤을 정말 잘 추더구나.》 할머니가 기뻐서 손이랑 발이랑 쓸어주니 발이 먼저 말했습니다. 《할머니, 그건 재간있는 손이 잘했기때문이예요.》 손도 뒤따라 말했습니다. 《아니예요. 보배로운 발이 잘 맞추어주었기때문이예요.》 《아니? 그건 웬 소리냐?》 할머니가 의아해하자 손이 할머니의 목을 꼭 그러안고 귀속말로 오늘 있었던 일을 쭉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암, 손발이 꼭 맞으면 뭐나 다 잘할수 있는거지. 무슨 일이든 서로 마음을 맞추면 못할게 없단다.》 《할머니, 알겠어요. 어서 집으로 가자요.》 손과 발은 어리광을 부리며 할머니한테 매달렸습니다. 《그래, 그래.》 할머니는 곱고 귀여운 인형아이를 품에 꼭 껴안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