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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2호에 실린 글
◇동 화◇
맹 성 재
남철이는 동무들을 놀려대기 잘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있었습니다. 수업시간이건 놀이시간이건 상관없이 엉뚱한 장난으로 동무들을 깜짝깜짝 놀래우고는 좋아라 깔깔 웃어대군 했습니다. 그래서 동무들은 남철이를 멀리했습니다. 남철이는 학교갈 나이가 다되였는데도 그 못된 버릇을 뚝 떼버리지 못하고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되게 혼쌀난적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여 하마트면 영영 버림을 받을번 했답니다. 그날은 바로 월요일이였습니다. 따르릉ㅡ 하고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은 손들을 깨끗이 씻으러 수도칸으로 갔습니다. 그 시간은 콩우유를 마시는 시간이였던것입니다. 동무들을 따라 맨 뒤꽁무니로 방을 나서던 남철이는 잠시 우두커니 서있었습니다. 또 동무들을 골려줄 생각이 굴뚝처럼 솟았던것입니다. 남철이는 옷걸이에서 파란 머리수건을 벗겨들었습니다. 바로 옥이의것이였습니다. 이제 남철이가 머리수건을 뒤집어쓰고 문뒤에 살짝 숨었다가 옥이랑 녀자애들이 나타날 때 불쑥 뛰쳐나오며 《꼬꼬ㅡ》하고 깜짝 놀래우면 그 애들은 《어마나》하고 새된 비명을 지를것입니다. (겁쟁이같은거. 해해.) 생각만 해도 웃음집이 흔들거렸습니다. 남철이는 파란 수건을 펼치고 놀리는 흉내를 피워보며 《꼬꼬ㅡ》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는 항아리속에서처럼 웅웅거리며 《꼬꼬ㅡ꼬꼬ㅡ꼬꼬ㅡ》하고 세번이나 울렸습니다. 그러자 어디 멀리에선가 《응, 왜 그래?》하고 코맹맹이소리가 앵앵 들리는듯 했습니다. (엉?!) 남철이는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나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남철이는 다시한번 《꼬꼬!》하고 소리쳤습니다. 이번에도 제 목소리는 웅웅거리고 《응. 간다, 가.》하고 코맹맹이소리가 앵앵 대답했습니다. (누가 대답할가?) 남철이는 어리뻥뻥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머리수건이 새깃처럼 푸드득하더니 웬 인형아이가 홀딱 뛰여나왔습니다. 새빨간 닭볏모자를 쓴 그 애는 키가 한뽐만 한데 얼굴은 닭알만 했습니다. 게다가 호박씨만큼 한 두눈이 얼굴을 거의 절반이나 차지했습니다. 정말 우습강스러운 애였습니다. 《날 꼬꼬동이라고 부른단다.》 《뭐, 꼬꼬동이?!》 이름도 우습강스러웠습니다. 꼬꼬동이는 익살을 부리며 말했습니다. 《난 인형극장에서 살아. 네가 부르기에 한달음에 달려왔어.》 그제야 남철이는 고개를 끄떡이였습니다. 아까 멀리에서 들려오던 그 코맹맹이소리가 바로 이 꼬꼬동이라는 극장아이가 낸 소리였던것입니다. 《응, 너였구나.》 꼬꼬동이는 해쭉거렸습니다. 《나도 너처럼 장난이라면 쪽을 못쓴단다. 한번 장난질을 해볼가? 본때나게 말이야.》 남철이는 귀가 항아리만 해졌습니다. 《정말이니? 그래 어떤 장난질?!》 남철이는 꼬꼬동이가 훌쩍 가버리기라도 할듯 덤벼치며 그를 꼭 잡았습니다. 꼬꼬동이는 남철이의 속을 빤히 들여다보는듯 눈을 찡긋했습니다. 《해해, 난 네 맘을 다 알아. 누구도 널 못 알아보게 해주마. 그럼 넌 실컷 <꼬꼬!>하며 장난질을 하렴.》 남철이는 사기가 났습니다. 《정말 재미있는데. 어서 그래주렴.》 꼬꼬동이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자, 그 파란 수건을 이리 줘.》 그는 수건을 머리우로 세번 빙빙 휘둘렀습니다. 《하나, 둘, 셋! 눈을 감아.》 남철이는 눈을 꾹 감았습니다. 《뜨면 안돼. 절대로 안돼.》 꼬꼬동이는 거듭거듭 그루를 박으며 남철이의 머리에 수건을 씌웠습니다. 그리고는 깡충깡충 깨꾸막질을 하며 남철이의 주위를 세번이나 돌았습니다. 이런 노래를 부르며 말입니다.
넌넌 누굴가? 꼬꼬! 몰라몰라 꼬꼬!
꼬꼬동이는 오똑 멈춰섰습니다. 《자, 다됐어. 눈을 떠라.》 남철이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파란 수건을 쓰면 네 모습이 다르게 보인단다. 그리고 벗으면 보이지 않고… 그러니 이젠 누구도 널 못 알아볼거야.》 남철이는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정말?》 《그럼. 사람들이 널 알아보면 장난은 끝난단다. 날 찾겠으면 수건을 벗고 찾아. 그러지않으면 안 나와.》 꼬꼬동이와 헤여진 남철이는 수도칸으로 갔습니다. 그는 문뒤에 딱 붙어섰습니다. 파란 수건을 쓴채로 말입니다. 옥이랑 녀자애들이 재잘거리며 나오고있었습니다. 그애들이 문을 나서는 순간 남철이는 발을 탕 구르며 벼락같이 소리쳤습니다. 《꼬꼬ㅡ》 《어마나.》 옥이랑은 화뜰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하하, 혼났지? 요 겁쟁이들아.》 남철이는 으쓱해서 웃어댔습니다. 그런데 녀자애들은 별스러운 눈길로 남철이를 말똥말똥 바라보고있었습니다. 여느때같으면 깜짝 놀라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든가 눈을 딱 감아버렸을 애들이말입니다. 《아니, 넌 누구니?》 옥이가 물었습니다. 다른 애들도 오구구 모여들었습니다. 《어디서 왔니?》 《왜 왔니?》 남철이는 눈을 부라렸습니다. 《요것들 왜 이래? 날 몰라? 난 남철이야.》 애들이 허리를 싸쥐며 웃어댔습니다. 《네가 남철이?!》 남철이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왜들 이래?! 난 남철이란 말이야.》 옥이랑은 더 크게 깔깔거렸습니다. 남철이는 놀림가마리가 되였습니다. 《정말… 난… 난 남철이란데두.》 남철이는 얼떠름해서 말까지 꺽꺽 막혔습니다. 옥이가 남철이를 벽거울쪽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자, 봐라. 네가 무슨 남자애라고 남철이니? 녀자애지.》 남철이는 벽거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순간 그는 소스라치듯 놀랐습니다. 거울속엔 분명 녀자애가 서있었습니다. 머리엔 파란 수건을 쓰고 꽃치마에 하얀 샤쯔를 받쳐입은 처녀애가 글쎄 바로 자기 모습이였습니다. 《엉?!》 남철이는 파란 수건을 와락 벗었습니다. 그러자 거울안에 비껴있던 그 처녀애가 없어졌습니다. 옥이랑은 두리번거렸습니다. 《아니 어디로 갔어?》 《글쎄 별난 애로구나. 꼭 인형극을 본것 같애.》 처녀애들은 허리가 부러지도록 한바탕 웃고나서 우르르 가버렸습니다. 남철이는 속이 한줌만 해서 구석에 오도카니 서있었습니다. (그럼 내가?!) 꼬꼬동이의 말은 사실이였습니다. 남철이는 벽거울앞에 나서서 파란 수건을 써보았습니다. 그러자 아까 그 처녀애 모습이 거울안에 또렷이 나타났습니다. 벗으면 없어지고 쓰면 나타나고… 참 야단났습니다. 남철이는 꼬꼬동이의 장난질에 걸려들었습니다. 옥이랑 처녀애들을 놀려대려다가 도리여 제가 골탕을 먹는판이였습니다. 남철이는 성이 나서 수건을 벗어들고 꼬꼬동이를 불렀습니다. 《꼬꼬! 꼬꼬! 꼬꼬!》 꼬꼬동이가 난딱 뛰여나왔습니다. 그는 깨고소한듯 남철이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널 알아보던? 그 애들이.》 《잔말 말고 어서 이 장난질을 그만둬.》 꼬꼬동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남철이를 놀려댔습니다.
넌넌 누굴가? 꼬꼬! 몰라몰라 꼬꼬!
남철이는 눈앞에서 숱한 꼬꼬동이들이 빙빙 돌며 《꼬꼬! 꼬꼬!》하고 돌개바람을 윙윙 일쿠는듯 했습니다. 눈앞이 막 어질어질했습니다. 《저리 가, 저리 가.》 남철이는 진절머리를 떨며 파란 수건을 뒤집어썼습니다. 그러자 쥐 죽은듯 조용해지고 꼬꼬동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어쩜 좋아?) 큰일이였습니다. 파란 수건을 쓰면 사람들이 웃어대고 벗으면 꼬꼬동이가 놀려댑니다. 이 장난질에서 벗어나려면 누구든 자기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이때 복도에서 우유공급원누나가 나타났습니다. 하얀 위생복을 입고 우유통을 든 누나는 교실로 들어가는참이였습니다. 남철이는 눈이 반짝했습니다. (날 알아볼거야. 저 누난 꼭 알아볼거야.) 그 누나는 남철이네 옆집누나였습니다. 탁아소때부터 남철이를 끔찍이 사랑해주는 누나랍니다. 남철이는 우유공급원누나에게로 막 뛰여갔습니다. 《누나!》 교실문을 열려던 누나가 주춤했습니다. 그리고는 남철이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니 넌? 새로 온 애니?》 그 누나가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누나, 난 남철이야요, 남철이.》 남철이는 울상이 되였습니다. 《뭐, 네가 남철이?!》 그 누나는 호호 웃으며 남철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꼭 눌러놓았습니다. 《얘, 웃기지 마. 간 떨어지겠다, 호호.》 그 누나는 교실문을 열고 《남철이!》하고 소리쳐불렀습니다. 《없습니다.》 안에서 대답소리가 나더니 애들 몇이 뒤문을 열고 빠끔히 내다보았습니다. 《또 나타났다. 남철이라는 녀자애가.》 온 교실이 법석거렸습니다. 애들이 우르르 쓸어나왔습니다. 남철이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쏙 기여들고싶었습니다. 그는 급해맞아서 머리수건을 벗었습니다. 그리고는 뺑소니를 치듯 빠져나왔습니다. (후_) 남철이는 어정어정 교실창문으로 다가가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 애들은 빨간 고뿌를 들고 김이 물물 나는 콩우유를 맛있게 마시고있었습니다. 남철이의 책상우에도 고뿌가 놓여있었습니다. 《자. 누가 가서 빨리 남철이를 찾아오세요. 우유가 다 식겠어요.》 우유공급원누나의 말에 옥이랑 애들이 더러 교실을 나섰습니다. (어쩐다?) 남철이는 제발로 교실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호박을 쓰고 돼지우리에 들어가면 갔지 말입니다. (그럼 저 고소한 콩우유는?! 공부는?!) 남철이는 개밥의 도토리처럼 외토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꼬꼬동이를 생각만 해도 젖 먹은 밸까지 울컥했습니다. 《꼬꼬! 꼬꼬! 꼬꼬!》 꼬꼬동이가 냉큼 뛰여나왔습니다. 《널 알아보던? 그 누나랑.》 남철이는 종주먹을 내흔들었습니다. 《당장 그만 둬. 이 장난질을 어서.》 꼬꼬동이는 혀바닥을 날름거리며 약을 올렸습니다.
넌넌 누굴가? 꼬꼬! 몰라몰라 꼬꼬!
꼬꼬동이는 바람개비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꼬꼬! 꼬꼬!》하고 놀렸습니다. 남철이는 그만 진절머리가 나서 두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엥이, 어서 사라져. 없어져.》 남철이는 파란 수건을 썼습니다. 그러자 물 뿌린듯 조용했습니다. (정말 야단났구나.) 꼭 범꼬리를 잡은 심정이였습니다. 파란 수건을 쓴 남철이를 알아볼 사람이 누구겠는지 남철이는 꼬꼬동이의 심술궂은 이 장난질에서 영영 빠질것 같지 않았습니다. 남철이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남철이는 눈물을 뚤렁뚤렁 떨구었습니다. 이때 저쪽에서 누가 부르는것이였습니다. 《얘야, 남철이라고 하던 애야.》 옥이가 뛰여왔습니다. 남철이는 얼른 나무뒤에 숨었습니다. 《얘, 그러지 말고…》 옥이가 할딱거리며 남철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는 남철이가 쓴 파란 수건을 눈여겨보았습니다. 《또 바람처럼 사라질 생각은 말아. 어디 좀 이야기해봐. 너 진짜 남철이지?》 남철이는 코마루가 쩡해왔습니다. 《응.》 옥이가 반색을 했습니다. 《그래. 난 다 알아. 네가 쓴 그 파란 수건이 바로 내 수건이야. 네가 그 수건을 쓰고 감쪽같이 변장을 했지?》 남철이는 우물쭈물하며 사연을 다 말했습니다. 《그런걸… 얼마나 널 찾았는지 몰라. 자, 어서 가자. 콩우유가 다 식겠네.》 남철이는 파란 수건을 벗어들었습니다. 《꼬꼬! 꼬꼬! 꼬꼬!》 꼬꼬동이가 살랑 뛰여나왔습니다. 《해해. 이젠 장난질이 끝났어.》 꼬꼬동이는 남철이를 뱅뱅 돌며 노래했습니다.
넌넌 아니야 꼬꼬! 아니아니 꼬꼬!
《야!》 갑자기 옥이가 짝자꿍을 쳤습니다. 《진짜 남철이가 나타났네.》 옥이는 손거울을 내밀었습니다. 남철이는 거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넓은 이마며 부리부리한 눈이며 옴폭 패인 보조개며… 남철이는 거울속에 비친 제 모습을 정신없이 보았습니다. 남철이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옥이, 고마와.》 남철이는 옥이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러자 꼬꼬동이가 깔깔 웃었습니다. 《자, 안녕. 남철아, 래일 우리 인형극장에 오렴. 재미나는 인형극을 보여줄래.》
남철이는 꼬꼬동이를 바래웠습니다. 《하하하.》 남철이는 옥이와 손잡고 교실로 뛰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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