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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1호에 실린 글
◇우 화◇
김 성 률
미끈하기로 소문난 황철나무 숲동산에선 제가 제일인듯 우쭐거리다가 하루는 몸이 아파 딱따구리를 불렀네
《딱따구리야, 웬일인지 얼마전부터 몸이 근질거려서 그러니 좀 봐주렴》 황철나무의 말에 딱따구리 뾰족한 부리로 여기저기 두드려보고나서 깜짝 놀라 하는 말 《자네 몸속에 나쁜 벌레들이 생겼네 내 제꺽 구멍을 뚫고 잡아주지》
딱따구리의 말에 황철나무 흠칫 놀라 머리를 흔들었네 《구멍을 뚫겠다구? 그만두게 이 미끈한 몸에 구멍을 뚫어놓으면 다들 날보고 병든 나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말고 어서 갈데로 가보게》
딱따구리를 쫓아버린 황철나무 기분이 언짢아 투덜대는데 땅속에서 나온 두더지 황철나무를 올려다보며 걱정스레 하는 말 《여보게, 자네 뿌리가 썩기 시작하네 더 늦기 전에 뿌리 몇개를 잘라야겠네》
두더지가 뿌리를 자르려고 하자 황철나무 벌컥 성을 냈네 《아, 아니 자네 제정신인가? 내 뿌리를 자르다니? 그렇게 마구 자르고 헤집어놓으면 이 몸이 병신되였다고 온 동산에 소문날텐데 그럼 내 체면이 어떻게 되겠나? 두말말고 어서 썩 물러가주게》
황철나무의 말에 기분잡친 두더지 땅속으로 들어가버리고말았네 그러던 어느날 황철나무가지에 까치가 날아와앉아 하는 말 《황철나무님, 난 숲동산의 통신원이예요 제일 멋있고 높이 뻗은 가지우에 집을 지으려고 하니 받아주겠어요?》
까치의 청에 황철나무 제 허물 감추며 위엄을 돋구었네 《어험, 난 아무나 받자 하지는 않지만 동산통신원의 청이야 어찌 거절하겠나 어서 제일 높은 가지에 앉아 온 동산에 위풍당당한 이 황철나무 자랑해주게》
그 말 듣고 까치 높다란 황철나무가지우에 집을 지으려는데 뜻밖에 몰아친 세찬 비바람에 그만에야 황철나무 썩은 뿌리 드러내며 땅바닥에 쾅 넘어지고말았네
이때 다시 찾아온 딱따구리와 두더지 어쩔바를 몰라하는 까치에게 자초지종 이야기하였네 모든 사연 알게 된 까치 기가 막혀 말했네 《체면만 차리면서 허물을 감추려다 아주 신세를 망치고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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