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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1호에 실린 글
◇동 화◇
최 일 남
몹시도 무더운 어느 여름날이였습니다. 장보러 갔던 세사람이 마을로 돌아오고있었습니다. 복철이라 땀을 철철 흘리면서 말이지요. 남들보다 곱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권서방은 온몸이 말그대로 물주머니가 되였답니다. 멀리 앞쪽에 샘터가 바라보였습니다. 마을에서 좀 떨어져있긴 했어도 차고 시원한 약샘물이여서 마을사람들은 물론 오가는 길손들도 즐겨찾군 하던 샘물이였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던 샘물이 지금은 아예 말라버려 샘터자리만 남아있을따름이였습니다. 다만 지금도 샘터를 지키듯 서있는 한그루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넓고 시원한 그늘을 던지며 말없이 길손들을 부르고있었습니다. 권서방은 흘러내리는 땀을 씻으며 조바심을 쳤습니다. 《그늘밑에서 땀이라도 좀 들이구 가자구. 원, 이렇게 무덥다구야…》 서두르며 남먼저 은행나무밑에 다달은 권서방은 미처 짐을 벗어놓을 사이도 없이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활활 손부채질하며 얼핏 샘터에 눈길을 주던 권서방의 두눈이 갑자기 늦가을 왕밤알만해졌습니다. 글쎄 장보러 갈 때에도 땅땅 말라있던 샘터에 분명 맑고맑은 샘물이 찰랑이고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옆에는 자그마한 바가지까지 놓여있었답니다. 움쭉 일어나 샘터로 다가간 권서방은 이것저것 생각할 사이없이 바가지를 집어들고 샘물부터 푹 떠서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한모금 마시니 줄줄 흘러내리던 땀이 쑥 가시여지고 두모금 마시자 온몸이 쩡ㅡ해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답니다. 그뿐이 아니였습니다. 샘물이 전에 없이 꿀물처럼 달콤하기까지 했지요. 다시 솟아오른 샘물도, 샘터에 놓여있는 바가지도 희한하기만 하였습니다. 샘물과 바가지를 번갈아 바라보던 권서방은 신기한 생각이 들어 손에 든 바가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답니다. 아닌게아니라 바가지에서는 이상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연분홍빛이 도는것 같고 또 저렇게 보면 파르스름한 빛같았답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이번에는 번쩍번쩍 눈부신 황금빛이 쏟아져나오는것이 아니겠나요. 권서방은 넋을 잃은듯 바가지를 빙글빙글 돌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이건 신기한 바가지가 분명해. 그런데 마을에서 퍼그나 떨어져있는 샘터에 누가 일부러 가져다놨을순 없구… 어느 고마운 귀인이 이 바가지로 샘물을 떠마시고는 두고 간게야…》 공짜라면 오금을 못쓰는 권서방의 마음속에 홍두깨같은 욕심이 불쑥 머리를 쳐들었습니다. 신기한 바가지라면 신기한 재주를 부릴건 뻔하니까요. 뒤따라오던 두사람이 가까이 오고있었습니다. 권서방은 얼른 바가지를 소금 사가지고오던 보짐속에 슬쩍 감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너스레를 피웠답니다. 《자, 어서 와서 시원한 약샘물부터 마시게.》 두사람도 다시 솟아오른 약샘물을 보더니 깜짝 놀라 굳어졌습니다. 《아니, 이게 꿈은 아닐테지. 하늘에서 비 한방울 떨어지지 않았는데 샘물이 솟아나다니?!…》 《정말 희한한 일일세!》 그들은 넓은 나무잎을 오그려가지고 연방 샘물을 떠마셨습니다. 이때 그들의 등뒤에서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호호호… 아이참, 좋은 바가질 두고 왜 샘물을 나무잎에 떠마시나요?》 한마을에서 사는 예쁜이였습니다. 《바가지라니?…》 두사람은 어리둥절해서 샘터를 둘러보며 되물었습니다. 권서방은 속이 찔려 괜히 헛기침을 깇으며 안절부절 못했지요. 예쁜이는 조약돌이 담겨져있는 바구니를 들고 샘물터로 다가갔습니다. 《어마나? 바가지가 없어졌네. 방금전에 가져다놓았는데…》 예쁜이는 믿어지지 않아 샘터 여기저기를 찾아보았답니다. 그러나 권서방의 보짐속에 들어있는 바가지가 눈에 뜨일리 없었지요. 사실 약샘물이 다시 솟아오르고 샘터에 바가지가 놓이기까지에는 깊은 사연이 있었답니다. 약샘물이 말라버리자 마을사람들속에서는 이상한 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배를 그러쥐고 쓰러지는가 하면 뼈마디들이 불거지면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던것입니다. 그때부터 마음씨 착한 예쁜이는 날마다 바구니를 들고 산에 올랐습니다. 병으로 고생하는 마을사람들에게 약초를 캐서 대접하려는 애틋한 마음에서였지요. 이른봄부터 호ㅡ호ㅡ 입김으로 언손을 녹여가며 한줌, 두줌 애어린 약초싹도 뜯어왔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가며 병에 좋다는 약초들을 캐왔답니다. 험한 산발을 오르내리느라 가시덤불에 옷이 찢기고 손등이며 얼굴이 긁히워 피가 흘렀답니다. 미끄러운 산비탈에서 굴러내린적은 또 몇번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병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호ㅡ》 그날도 약초를 찾아 산에 오른 예쁜이의 입에서는 저도 몰래 가느다란 한숨이 새여나왔습니다. 이제는 약초도 깊은 산속에 가야만 캘수 있었습니다. 한뿌리 또 한뿌리… 약초를 캐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던 예쁜이는 주춤 멈춰섰습니다. 숲속에 웬 할머니가 몸을 꼬부리고 쓰러져있었던것입니다. 예쁜이는 그 할머니에게로 다가갔습니다. 《할머니, 왜 그러시나요?》 《갑자기… 배가…》 예쁜이는 얼른 바구니에서 배아픔에 쓰는 약초를 꺼내여 정성껏 다듬은 다음 잘 짓찧어서 할머니에게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때마침 가까이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두손으로 떠가지고 왔답니다. 그러나 샘물은 손가락짬으로 새여버리고말았지요. 말없이 예쁜이를 지켜보던 할머니가 품에서 자그마한 바가지를 꺼냈답니다. 《얘야, 이 바가지에… 물을 뜨렴.》 할머니는 약초와 함께 예쁜이가 떠온 샘물을 마시고는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났답니다. 《얘야, 정말 고맙다. 네가 아니였으면 난 영영 다시 일어나지 못할번 했구나.》 할머니는 예쁜이의 두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약초를 어데 쓰려구 그러느냐?》 예쁜이는 사연을 이야기했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가볍게 머리를 젓는것이였습니다. 《그건 약초를 먹어 나을 병이 아니란다. 그 병은 꼭 너희 마을의 약샘물을 마셔야 나을수 있지.》 《그런데… 그 샘물은 말라버렸답니다.》 《그렇게 됐구나. 자, 그럼 이 바가지를 받거라.》 할머니는 예쁜이의 손에 선뜻 바가지를 쥐여주며 말을 이었습니다. 《이건 샘바가지란다. 이제 이 바가지에 샘물을 떠가지고 가서 말라버린 샘자리에 고루 뿌려주어라. 그러면 샘물이 다시 솟아오를게다. 그 샘물을 이 바가지로 떠마시면 세상에 으뜸가는 장수보약이 되지.》 할머니는 샘바가지 쓰는 법을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답니다. 그리고는 바쁜 길을 재촉하듯 예쁜이가 인사할 사이도 없이 숲속 저 멀리로 멀어져갔습니다. 샘바가지를 소중히 안고 샘터로 돌아오는 예쁜이의 마음은 하늘의 흰 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여올랐습니다. 병이 나아 기뻐할 마을사람들과 장수보약샘물을 마시며 만족해할 길손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처럼 안겨왔답니다. 예쁜이는 샘바가지에 정히 떠가지고온 물을 샘터자리에 고이 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금시에 보글보글 은모래가 끓더니 드디여 퐁퐁 맑은 샘물이 솟구쳐오르는것이였습니다. 예쁜이는 눈물이 글썽하여 손벽치며 기뻐했습니다. 가랑잎도 걷어내고 그사이에 어지러워졌던 샘터주변도 깨끗이 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샘터에 깔아줄 조약돌들을 주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사이에 샘바가지가 바람에 가랑잎 날려가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것입니다. 《허, 그러니 그 바가질 누가 집어간게로구나.》 《글쎄말일세. 사람의 욕심이란… 쯔쯔… 참, 권서방, 자넨 혹시 바가질 못 봤나?》 한사람이 물었습니다. 《모…못 봤네. 헌데 그걸 왜 꼭 나한테 묻나?》 권서방이 버럭 화를 냈습니다. 《자네가 맨 먼저 샘터에 왔댔으니 물어본건데 성낼것까지 있나.》 《어쨌든 난… 보질 못했네.》 퉁명스럽게 대꾸한 권서방은 누가 볼세라 자기의 보짐을 그러안고 슬그머니 돌아앉았습니다. 《예쁜아, 너무 상심말어라. 이제 그 사람 보란듯이 우리 새 바가지를 제꺽 가져다놓자꾸나.》 《아니예요. 그건… 보통바가지가 아니예요.》 예쁜이는 두눈에 눈물이 가랑가랑해서 말없이 샘터에 조약돌을 깔아주었습니다. 왜 그렇지 않겠나요. 앓고있는 마을사람들에게 장수보약샘물을 단 한모금도 드리지 못하고 샘바가지를 잃어버렸으니 말입니다. 두사람은 예쁜이의 일손을 도와주며 위로해주었답니다. 권서방은 마치도 바늘방석에 앉은듯싶었습니다. 그냥 앉아있을수 없어 움쭉 일어났답니다. 《난 먼저 가보겠네.》 《아니, 같이 떠났으면 함께 가야지. 예쁜아, 어서 가자. 약샘물이 다시 솟아났으니 아무튼 이 소식을 마을사람들에게 알려야지.》 그들은 모두 함께 떠났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지요. 신기한 일은 다음에 벌어졌답니다. 길섶에서 풀을 뜯던 두마리의 염소가 누가 부르기라도 한듯이 권서방의 뒤를 졸졸 따라나섰던것입니다. 《음매ㅡ》, 《매ㅡ애ㅡ》기쁜듯이 찾고 부르면서 말입니다. 뒤따라가던 두사람은 두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글쎄 염소들이 권서방을 부지런히 뒤쫓아가면서 무엇인가 열심히 핥아먹고있었으니까요. 《저, 저런… 여보게, 자네 보짐에서 웬 물이 뚤렁뚤렁 떨어지누만.》한사람이 놀래서 말했습니다. 《자네 혹시 소금이 아니라 물을 지고 가는게 아닌가?》 다른 사람도 말했지요. (아뿔사, 바가지에 물이 좀 남아있었던게로구나.) 《따…땀을 흠뻑 흘렸더니 소…소금이 물을 먹은게지.》 둘러치며 대답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얼굴은 끓는 물을 뒤집어쓴것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답니다. 가셔졌던 땀이 송골송골 다시 내돋았습니다. 게다가 지꿎게 따라오는 염소들을 쫓아버리느라 진땀을 뽑지 않으면 안되였지요. 그러나 그건 괜한노릇이였습니다. 염소들은 쫓겨가기는커녕 오히려 세마리, 다섯마리… 열마리로 늘어났답니다. 쫓겨갔다가는 다시 오고 이놈을 쫓으면 저놈이 왔답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또 들려왔습니다. 《여보게, 물이 아예 줄줄 흘러내리네. 그러단 등에 진 소금이 다 녹아버리겠어.》 《어서 보짐을 풀어보라구.》 권서방은 머리를 저었습니다. 《돼…됐네, 됐어. 이젠 집도 멀지 않았는데 부지런히 가야지. 그럼 자네들은 천천히 오라구. 난 한발 먼저 가겠네.》
《흥, 날 중떠보는줄 모를줄 알구? 아무렴 물몇방울에 소금이 녹으면 얼마나 녹겠다구…》 헐레벌떡 집에 들어선 권서방은 무너지듯 방바닥에 주저앉으며 애꿎은 안해를 들볶아댔습니다. 《아, 뭘해. 지…짐을 받아주지 않구.》 안해가 등에서 보짐을 받아내렸습니다. 《아니? 사오라는 소금은 사오지 않구 바가지 하나만 댕그라니 사오구두 웬 큰소리요? 큰소리…》 안해가 보짐속에서 바가지를 꺼내여들고 가더니 부엌의 물독우에 착 엎어놓으면서 하는 말이였답니다. 《어엉?!… 그럼 소…소금은?…》 안해의 말대로 보짐속엔 소금이 한알도 없었습니다. 《그 많은 소금을 바가지가 다 먹어치웠을순 없는데… 허헛참, 기가 막혀서…》 그렇다고 그 기막힌 사연을 안해에게조차 말할수 없었습니다. 풀썩풀썩 애꿎은 담배만 피워댈뿐이였지요.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매ㅡ매ㅡ애ㅡ》하는 염소들의 울음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려왔습니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던 권서방과 안해는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습니다. 글쎄 권서방네 집뜨락이 터져나가게 염소들이 무리로 모여들어 붐비고있었으니까요. 마치도 맛나는 풀판이 권서방네 집뜨락으로 옮겨오기라도 한것처럼 말입니다. 버럭 화가 난 권서방은 부지깽이를 들고 달려나갔습니다. 안해도 뒤쫓아나갔지요. 권서방부부는 염소들을 쫓아내느라 한동안이나 분주탕을 피웠답니다. 손을 털며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던 권서방은 이번엔 《첨버덩!》하는 물소리에 그만 망두석처럼 굳어지고말았습니다. 권서방의 어깨너머로 부엌을 들여다보던 그의 안해도 그 자리에 얼어붙은듯 했습니다. 어데서 솟았는지 부엌 한가득 물이 차고넘쳐 찰랑거리고있는게 아니겠나요. 나무토막이며 빈 그릇가지들이 헤염치듯 둥둥 떠다니고있었습니다. 왕사발만 해진 두쌍의 눈이 향방없이 허둥거렸습니다. 《이…이게, 어…어찌된…일이예요?》 《그…글쎄말이요.》 그러던 권서방이 제 이마빡을 찰싹! 소리나게 치며 기겁한 소리를 쳤습니다. 《아! 저…저 바가지!》 《바가지?!…》 정말이지 안해가 물독우에 엎어놓았던 바가지가 물우에 동동 떠올라 쪼르륵쪼르륵 소리를 내면서 물을 흘러내보내고있었답니다. 권서방은 허겁지겁 물속에 뛰여들었습니다. 그러나 바가지는 잡힐듯말듯 요리조리 피하면서 권서방을 골려주기라도 하듯 종시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약이 오른 권서방은 와락 바가지를 덮쳤습니다. 하지만 역시 바가지는 살짝 빠지고 권서방은 그만 물에 빠진 수닭신세가 되고말았습니다. 별수없이 권서방은 안해와 함께 소랭이로 물을 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강물을 퍼서 말리우려는것과 같은 우둔한짓이 틀림없었습니다. 퍼내고 또 퍼내도 물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으니까요. 맥이 빠진 권서방은 털써덕 토방에 주저앉았습니다. 《어휴ㅡ 예쁜이가 여느 바가지하군 다르다더니 요술바가지가 분명하구나. 그런줄도 모르구… 어이쿠…》 더 묻지 않고도 사연을 짐작한 안해가 푸념했습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나가두 샌다구 밤낮 <공짜공짜>하더니 오늘은 그 공짜맛을 톡톡히 보게 됐수다.》 어느새 소문이 퍼졌는지 마을의 조무래기들이 울바자에 오롱조롱 매달려 갸웃갸웃하고있었습니다. 《저 아저씨네 샘바가지에서 샘이 터졌대.》 《피ㅡ샘바가질게 뭐니. 욕심바가지지. 그러니 욕심이 터진거야.》 《해해… 욕심바가지에서 욕심이 터졌대!》 권서방은 더는 머리를 들고있을수 없었습니다. 예쁜이와 두사람이 급히 뜨락에 들어서는것조차 볼수 없었답니다. 《여보게, 이 사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권서방은 대답을 못하고 푹 수그린 머리를 더 깊이 수그릴뿐이였답니다. 《아, 샘바가지!》 예쁜이가 부엌에 동동 떠있는 바가지를 보고 반색하며 소리쳤습니다. 권서방은 두사람의 손을 부여잡고 떠듬떠듬 사연을 이야기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여보게들, 내가 그만 공짜에 눈이 어두워… 얘 예쁜아, 난… 응당한 벌을 받았다. 이 못난 놈을… 용서해다오.》 권서방이 말을 마치기 바쁘게 바가지가 보글보글 물방울을 피워올리면서 헤염치듯 동동 예쁜이한테로 다가오는것이였답니다. 예쁜이는 얼른 바가지를 집어들었습니다. 그 순간 어데선가 쭈르륵ㅡ쭈르륵ㅡ 소리가 나더니 모래불에 물이 스며들듯이 부엌에 가득 차있던 물이 가뭇없이 스며들었습니다. 그러나 권서방의 가슴속에는 뼈아픈 후회와 자책이 가득가득 고여올랐습니다. 공짜를 좋아하던 권서방의 나쁜 버릇은 그후부터 뚝 떨어졌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알찬 노력과 땀으로 생활을 참답게 꾸려나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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