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1호에 실린 글

 

  ◇동 화

 

 

                  

                                                     김 성 현

 

아침해가 방긋 떠올랐습니다.

눈부신 아침해살은 동산의 푸른 잎새들과 고운 꽃송이들을 따뜻이 어루만져주었습니다.

나리꽃이 꽃잎을 활짝 펴며 하품을 하였습니다.

장미꽃도 가지를 흔들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아이, 잘 잤네.》

《벌써 해가 떴구나.》

꽃들은 모두 잠에서 깨여났습니다.

꽃들은 아침이슬에 세면을 하고 노란 분가루며 빨간 연지를 바르느라 떠들썩했습니다.

꽃동산의 즐거운 아침이 시작된것입니다.

아련하고 어여쁜 나리꽃에 노랑나비가 날아와 살짝 입을 맞추었습니다. 나리꽃은 수집어 고개를 숙였습니다. 얼굴이 살짝 붉어졌습니다.

푸른색 무용복을 현란하게 차려입은 장미꽃과 노랑나비가 빙글빙글 춤을 추었습니다.

그런데 나팔꽃만은 춤도 추지 못하고 우울해있었습니다. 혼자서는 일어설수 없기때문입니다.

나팔꽃은 장미꽃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장미야, 날 좀 도와줘. 한쪽팔만 내밀어주렴.》

장미꽃은 한쪽 가지를 내려주었습니다. 그런데 팔이 모자랐습니다.

나리꽃이 손을 내밀었지만 역시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나리꽃은 정말 안타까왔습니다.

《아이 속상해. 난 꿀벌을 만나 꿀을 주기로 약속했는데…》

나팔꽃은 일어서려고 모지름을 썼습니다.

왼쪽팔로 땅을 짚고 오른팔로 허리를 감았습니다. 나팔꽃은 드디여 줄기줄기 돌돌 뭉쳐 일어나게 되였습니다.

그런데 심술쟁이바람이 휘익 불어와 나팔꽃을 쓰러뜨렸습니다.

나팔꽃은 저도 모르게 설음이 북받쳐올랐습니다. 흑ㅡ 하고 눈물이 방울져 내렸습니다.

이런 창피한 모습을 하고 어떻게 꿀벌을 만난단 말입니까.

이때 마침 다람이가 달랑달랑 뛰여갔습니다.

《다람아, 다람아. 날 좀 일으켜주렴.》

나팔꽃은 눈물을 머금고 소리쳤습니다.

《아이참, 난 몹시 바빠. 족제비놈이 기여들고있대.》

다람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여갔습니다.

다람이의 뒤를 따라 벌레잡이명수인 따쥐가 지나갔습니다.

《따쥐야, 따쥐야. 날 좀 도와주렴.》

《그럴새가 없어. 빨리 숨을 구멍을 찾아야 해. 난 족제비를 당할 힘이 없거던.》

따쥐는 다급히 사라졌습니다.

잠시후 애기토끼가 깡충깡충 나타났습니다.

《토끼야, 토끼야. 날 좀 세워주렴.》

애기토끼는 주춤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아니 이런, 허리를 상했구나. 얼마나 아플가.》

애기토끼는 나팔꽃을 조심조심 일으켜세웠습니다.

그러나  나팔꽃은 가냘픈 허리를 가지고 서있을수가 없었습니다.

앞서가던 따쥐와 다람이가 소리쳤습니다.

《애기토끼야, 뭘 꾸물거리고있니. 그러다가 족제비가 나타나면 어쩔려구.》

《여기에 나팔꽃이 쓰러졌어.》

다람이와 따쥐는 기가 막혀 소리를 쳤습니다.

《넌 정신이 쑥 나갔구나. 목숨이 위태로운데 꽃 한송이가 뭐라구.》

《지체하지 말고 빨리 따라와.》

그러나 애기토끼는 오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오면서 보았던 나무가지를 하나 얻어왔습니다.

애기토끼는 나무가지를 든든히 세워주고 돌기돌기 나팔꽃을 감아주었습니다.

상한 허리에 풀잎붕대도 매주었습니다.

나팔꽃은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방긋 웃었습니다.

꽃잎을 활짝 펴고 나팔을 불었습니다.

즐거운 꽃나팔소리가 《또따ㅡ 또따ㅡ》 동산에 울렸습니다.

그러자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노랑나비, 팔랑나비들이 팔랑팔랑 날아왔습니다.

고운 꽃송이들이 향기를 풍기고 잎새들이 흔들흔들 춤을 추었습니다.

꿀벌들이 붕붕 날아와 나팔꽃의 두리를 빙빙 돌았습니다.

꿀벌들은 꿀단지에 달달한 꿀을 가득가득 받아가며 나팔꽃과 애기토끼에게 봉봉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애기토끼는 너무도 흥에 겨워 떠날념도 잊고 어깨를 들썩이였습니다.

벌들이 나팔꽃에서 꿀을 받아가는것도 보고 흐트러진 꽃줄기들을 바로 잡아주기도 했습니다.

애기토끼가 떠나려고 하자 나팔꽃이 말했습니다.

《애기토끼야, 바쁜 걸음을 지체시켜 미안해. 기념으로 이걸 받아.》

나팔꽃은 품속에서 노오란 금빛나팔을 하나 꺼내주었습니다.

《아이 깜찍해, 정말 멋진 나팔이구나.》

《그건 내 진정이 어린 꽃나팔이야. 어려울 때 불어봐.》

《고마워.》

애기토끼는 나팔꽃과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애기토끼가 길우에 올라섰을 때였습니다.

길가에 서있던 이상한 말뚝이 애기토끼의 앞을 오똑 막아섰습니다.

순간 애기토끼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말뚝처럼 변장한 교활한 족제비였던것입니다.

족제비놈은 애기토끼에게 막 달려들었습니다.

애기토끼는 깡충 뛰여 덤불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족제비놈도 애기토끼의 뒤를 바싹 따랐습니다.

그러자 풀덤불이 족제비놈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장미꽃이 뾰족뾰족한 가시로 족제비를 마구 찔렀습니다.

족제비놈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족제비놈은 기를 쓰고 따라왔습니다.

애기토끼는 나무사이와 바위짬을 요리조리 빠지며 뛰였습니다.

불쑥 벼랑턱이 나타났습니다.

아찔한 벼랑에서 내리뛸수도 없고 돌아갈 길도 없었습니다.

족제비놈은 점점 더 가까이 왔습니다.

애기토끼에게 위급한 순간이 다가온것입니다.

순간 애기토끼는 나팔꽃이 하던 말이 번개치듯 떠올랐습니다.

애기토끼는 꽃나팔을 꺼내 힘껏 불었습니다.

《따따ㅡ 또따따ㅡ》

꽃나팔소리가 꽃동산에 짜랑짜랑 울려퍼졌습니다.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붕붕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꿀벌병정들이 나타났습니다.

뾰쪽날창을 틀어쥔 꿀벌병정들은 은빛날개를 반짝이며 족제비놈에게 날아들었습니다.

용감한 꿀벌들은 족제비놈의 낯짝이며 몸뚱이에 날창을 푹푹 들이박았습니다.

당장 애기토끼를 덮치려던 족제비놈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습니다.

순간에 눈이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너무도 급해맞아 대굴대굴 굴던 족제비놈은 도망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꿀벌들은 끝까지 따라가 족제비놈을 쏘고 또 쏘았습니다.

부어오른 눈통을 싸쥐고 정신없이 도망치던 족제비놈은 그만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말았습니다.

꿀벌들은 날창을 휘두르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꽃들도 웃으며 기쁨으로 설레였습니다.

땅굴속에 숨어 바르르 떨던 따쥐가 홀짝 뛰여나왔습니다.

나무우에 숨어있던 다람이도 뽀르르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애기토끼를 와락 부여안았습니다.

《애기토끼야, 어쩌면 넌…》

《동산의 꽃 한송이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사나운 족제비를 이겨냈구나.》

애기토끼는 다람이와 따쥐의 손을 맞잡고 즐겁게 웃었습니다.

꽃나팔소리가 울렸습니다.

《또따또따ㅡ 또따따ㅡ》

짜랑짜랑 울리는 꽃나팔소리는 아름다운 꽃동산에 그 어떤 나쁜 놈도 얼씬하지 못하게 하였답니다.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네이버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