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영 철

 

 

점심밥을 먹으며 철이는 어머니가 써놓은 쪽지편지를 다시한번 들여다보았습니다.

《철이야, 밥상에 차려놓은 점심밥을 동생과 함께 먹어라. 국가마안에 있는 닭곰은 다 식었나 확인해보고 랭동기안에 꼭 넣어야 한다.》

닭곰, 랭동기? 옳지, 아버지네 중대의 훈련판정이 인차 끝나 아버지가 오신다는 소리로구나.

《형, 뭐라고 썼나?》

돌이가 궁금해서 쳐다보았습니다.

《오, 아버지가 인차 돌아오신다는 소식이야.》

《야! 좋구나ㅡ》

돌이가 헤벌쭉하며 숟가락에 밥을 곡상 퍼담았습니다.

기분이 붕 뜬 철이는 사기나서 말했습니다.

《우리가 토끼풀도 주고 음… 그릇도 가셔놓자. 저녁에 어머니가 들어오면 기뻐하게.》

돌이가 기세좋게 나왔습니다.

《좋다, 토끼풀은 내가 주겠어.》

그러자 철이는 저도 모르게 책가방을 흘끔 곁눈질하였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재미나는 그림책이 가방안에서 눈이 까맣게 되여 자기를 기다릴것입니다.

《토끼풀은 내가 주겠다. 네가 밥상을 치우고 그릇을 가셔라.》

돌이가 오목한 두눈을 감때사납게 안으로 모으며 형을 마주보았습니다.

《야, 눈은 왜 확대경처럼 동그래지니?》

《피, 남자가 그릇을 가시는거 봤니?》

《봤다. 아버지중대에 갔을 때 신입병사 철남아저씨가 하얀 모자 착 쓰고 한버치나 되는 그릇들을 왈랑절랑 가시는거.》

《형은 왜 안하니?》

《난 토끼풀도 주고 또 숙제도 해야 한단 말이야. 얼마나 바쁜지 알아?》

그러나 사실 바쁜것은 그림책을 보는 일이였습니다.

《좋아. 어머니가 오면 내가 그릇을 가셨다고 꼭 말해야 돼.》

돌이는 다짐을 받더니 밥상을 거두기 시작했어요.

빈그릇들을 낟가리처럼 높이 쌓은 다음 그우에 간장종지까지 마저 올려놓고 숟가락, 저가락들을 가로놓고서야 아실랑아실랑 부엌으로 새각시걸음을 하였습니다.

이어 부엌에서 왈가당댕가당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히도 울립니다.

얼른 토끼풀을 준 철이는 그렇게도 속을 간지럽히던 그림책을 펼쳐들었어요.

욕심쟁이 두 형제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죽으면서 남겨놓은 재산을 서로 더 가지겠다고 옥신각신 다툼질하는 이야기가 실린 재미나는 그림책입니다. 눈꼽만치도 에누리없이 재산을 꼭 같이 나눠가지고 이제 남았다는것은 무쇠가마 하나뿐입니다. 어떻게 나눌것인가.

웃음집이 흔들흔들거립니다.

《뚜루룩, 뚜루룩!》

한쪽눈을 찔끔 감은 돌이가 방바닥에 넙죽 엎드려서는 량볼을 잔뜩 불궈가며 입총을 쏘아댔습니다.

조용하라고 소리칠가 하다가 그만두고말았어요.

돌이는 유치원생이니까요. 철이 자기도 한때는 저랬거던요.

그러나 지금은 당당한 소학교 1학년생이랍니다.

철이가 입던 멜빵을 댄 노란 바지는 돌이에게로 넘어갔습니다. 대신 주름발이 칼날같은 까만 바지에 갈기를 날리며 내닫는 말이 새겨진 혁띠를 찬 의젓한 학생이 되였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가야 할 방향도 제각기랍니다.

돌이는 탈곡장옆을 지나 관리위원회옆에 있는 탁아소와 맞붙은 1층짜리 유치원에 간다면 철이는 《무지개군민다리》를 건너 백양나무가 빙 둘러선 3층짜리 멋쟁이학교에 가거던요.

《형, 그림책 보는것두 숙제나?》

돌이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 애의 새까만 눈동자에 책을 든 자기의 모습이 조꼬맣게 비치는게 참 우스웠습니다.

《너 유치원생이니까 이것두 숙제라는걸 모르누나. 래일 아침 교실에서 동무들에게 이야기해야 되거던.》

돌이의 약간 쪼프린 눈에 장난궂은 웃음이 새물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럼 나한테 먼저 이야기해보라. 진짜 재미나는가 들어보자.》

《못써, 숙제하는거 방해하믄.》

《피! 별난 숙제로구나.》

돌이는 시뜩해서 돌아섰습니다.

이야기는 싱겁게도 끝났습니다. 옥신각신 다투다가 무쇠가마를 깨뜨려서는 저울에 달아 꼭같이 나눠가졌던것입니다.

쳇, 어처구니가 없구나. 아까운 가마를 파철로 만들어 나누다니… 동생이 더 악바리야. 쪼꼬만게 좀 양보해서 이 가마는 형이 가지라요 하면 형이 가지겠는가.

잘코사니, 욕심쟁이들, 형제간의 의리도 인정도 손톱눈만큼도 없는 나쁜 놈들 같으니…

그림책을 덮으며 철이는 스르르 눈을 감았어요.

그러자 진짜숙제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가방안에서 수학학습장을 꺼냈습니다. 암만 살펴보아야 숙제문제를 어데다 적었는지 통 알수가 없었어요.

옳지,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실 때 그림책 빌릴 생각에만 정신이 팔렸댔지. 챠, 야단났구나. 옆집 애순이한테 가볼가, 그런데 고 새침데기가 순순히 대줄가.

《내 참 속상해서. 또 까먹언?》요러겠지.

사내애라는게 대문앞에 말뚝처럼 서서 빌붙는다는것도 창피한 일이야.

《뚜루룩!》

또다시 울리는 돌이의 입총소리에 철이는 좋은 궁리가 떠올랐습니다.

《너 그림책 볼래?》

《야, 좋구나.》

돌이는 고무공처럼 퐁 튀여나며 좋아라 굴러옵니다.

《그런데 말이야, 애순이네 집에 가서 수학숙제 좀 물어보라.》

돌이의 두눈이 아까보담 더 동그래졌어요.

《형은 발이 떨어졌니?》

《바빠서 그래. 국어숙제가 얼마나 많은지 아니?》

《쳇, 다른 때엔 코흘리개라구 저희들짬엔 끼우지도 못하게 하더니 요런 땐 나만 시켜먹으면서…》

돌이의 토라진 대답에 철이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건 사실이였습니다.

몇달전까지만 해도 철이는 돌이의 손목을 잡고 유치원에 함께 다녔습니다. 돌이는 형의 뒤를 그림자처럼 졸졸 묻어다녔구요. 이런 두형제를 보면서 사람들은 쌍둥이같다고 저저마다 칭찬을 했답니다.

그러나 학생이 된 다음부터 철이의 생각은 좀 달라졌어요. 학생이 유치원생과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 되겠나요. 철이의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가 곰발바닥같은 돌이는 학생이 된 자기를 《형님》 하고 찾을 대신 《철이형, 철이형.》 하며 온 마을이 다 들으라는듯 소리쳤답니다. 아직도 코물을 같이 훔치던 유치원생인줄로 아는게지요.

형으로서의 위신을 세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철이는 학습반하러 갈 때면 돌이가 쫓아올가봐 뒤길로 슬쩍 내뺐고 학급애들과 토끼풀이랑 하러 갈 때에도 학교에 간다고 딴전을 피우군 했습니다.

돌이는 그런 고까운 일들이 다 생각난다는듯 머리를 외로 틀고 찌뿌둥해서 서있기만 하였습니다.

이쯤되면 일이 좋게 번져진다고는 볼수 없습니다.

철이는 눈을 부릅뜨며 을러멨습니다.

《너 형의 말을 우습게 아누나.》

《헹, 형이면 다가?》

동생이 뻑뻑 맞섰습니다.

철이는 한발작 뒤로 물러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소뿔같은 고집을 꺾자면 딴 도리가 없었으니까요.

《최돌이동무, 생각 좀 해보라. 아버진 중대장이지, 중대의 맏형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대원들두 아버지의 말이면 <알았습니다.> 하고 무조건 고대루 집행하거던. 너와 나 둘중에서 내가 형이란 말이야. 아버지도 그렇게 말하는걸 너도 들었지.》

아버지가 진짜 그렇게 말씀했습니다.

철이가 소학교에 입학하였을 때였습니다.

학생복을 입은 철이의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아버지는 돌이도 옆에 앉혀놓고 이렇게 말씀했던것입니다.

《철이도 이젠 학생이 되였구나.

아버지장군님의 말씀대로 공부도 잘하고 조직생활도 잘하는 모범학생이 되여야 한다.

형이 학생인만큼 돌이도 형의 훌륭한 행동을 본받아야 한다.》

그때 일을 생각하는지 잠자코 대답이 없는 동생에게 철이는 말머리를 슬쩍 돌렸습니다.

《그림책은 네가 실컷 봐라.》

《…》

《수학숙제 몇페지 몇번, 알지?》

《오, 알아.》

《셈을 세개 셀 동안, 알지?》

《오, 알아. 그림책 꼭 줘야 해.》

돌이가 뛰쳐나가며 열어놓은 대문으로는 오롱조롱 병아리들을 거느린 암닭이 좋아라 달려나갔고 볏을 곤두세운 수닭이 고개를 꺼떡거리며 점잖게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저쯤되면 장난 세찬 닭들이 옆집터밭의 갓심은 콩알이랑 싹이 돋아나는 강냉이랑 쪼아놓아 욕벌이감이 한광주리쯤 차례질지도 모릅니다.

열어놓은 대문을 나가서 닫을가말가 망설이던 철이는 돌이가 앞에 있기라도 하듯 을러댔습니다.

《너 그만큼 말했는데도 문을 제대로 닫을줄 몰라. 네가 열어놓았으니 네가 닫으라. 네가 열어놓은것은 내가 닫지 않겠다. 욕도 네가 먹으라.》

철이는 고개를 빼들고 창문을 내다보았습니다.

돌이가 담장옆을 바람처럼 내달립니다.

《하나!》

그 소리에 대답이라도 하듯 돌이의 쨍쨍 여문 부름소리가 들립니다.

《애순이누나, 누나!》

《둘!》

애순이의 머리가 대문밖으로 쏙 나오더니 돌이의 귀에 대고 뭐라뭐라 속살거립니다.

돌이는 연방 고개방아를 찧다가 홱 돌아섭니다.

《두개 반!》

돌이의 짧은 두다리가 재봉침처럼 빨라졌습니다.

《셋!》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쾅!》 닫기더니 이어 《왕ㅡ》 하는 낮고동소리가 울렸습니다. 아니, 이건 뭐야. 낮고동소리는 분명 아까 울렸는데… 귀기울여보니 낮고동소리보다 더 크게 울리는것은 돌이의 울음소리였습니다.

화들짝 놀란 철이는 신발도 채 신지 못하고 뛰여나갔습니다.

얼굴을 싸쥔 돌이가 선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동네가 떠나갈듯 울어대고있었습니다.

《왜 울어, 왜?》

《쐈어, 쐈어. 두개씩이나, 따벌이!》

철이는 얼굴을 싸쥔 그 애의 두손을 잡아 아래로 내리웠습니다.

입술이 시뻘겋게 되였습니다.

《도대체 웬 따벌이야?》

《알게 뭐야. 형때문이야, 엉엉.》

안절부절 발방아를 찧던 철이는 얼핏 떠오르는 생각에 집안으로 달려들어왔습니다.

책장문을 드르륵 열고는 아버지랑, 어머니랑 가끔 들여다보시던 《가정의학상식》이라는 두툼한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벌에게 쏘였을 때, 벌에게 쏘였을 때? 에참, 없구나. 가만, 뱀에게 물렸을 때? 하긴 뱀이나 벌이나 다 독이 있어 아프겠지. 비누물로 씻어야 한다고 썼구나.》

철이는 물을 담은 소랭이와 비누곽을 들고 다시 마당으로 허겁지겁 달려나갔습니다.

무작정 비누로 돌이의 입술을 문대주며 소랭이를 그 애의 턱밑에 바싹 들이댔어요.

《자, 빨리 세면하라. 그래야 안 아파.》

어푸ㅡ어푸ㅡ

《아이구, 더 쓰려.》

《엄살은 말고 한번 더.》

돌이가 울음먹은 소리로 대들었습니다.

《한번 쏘여보라. 왕돌멩이에 맞았을 때보담 더 아파.》

이렇게 찧고 받으며 하는 사이에 울음소리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따벌이 어데서 날아왔을가?》

《알게 뭐야. 형때문이야. 심부름만 딱딱 시키면서…》

동생의 말에 속이 켕겨난 철이는 슬금슬금 대문으로 다가갔습니다.

철이의 두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아니 글쎄 고 깜찍한 따벌들이 문기둥옆의 돌울타리에 멋으로 뚫러놓은 사각형구멍안에 둥지를 만들고있는게 아니겠어요.

애기주먹만 한 허연 벌집에는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 허리가 잘쑥하고 까밋까밋한 따벌들이 꼬리를 달싹거리며 분주히 돌아치고있었습니다.

돌이가 대문을 쾅쾅 여닫는 바람에 놀랐던 모양입니다.

어머니가 돌아오시면 돌이가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칠것입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형이 잘못했다고 꾸지람을 할것입니다. 아버지까지 알면?…

철이의 마음속에 따벌둥지보다 더 큰 걱정보따리가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한다?)

생각을 굴리던 철이는 담모서리에 세워둔 길다란 장대기를 질질 끌고왔습니다.

《형, 뭘하니?》

돌이가 두눈이 말똥말똥해서 쳐다보았어요.

《돌이야, 내 털모자하구 겨울에 입던 솜옷 가져오라.》

《왜?》

《너한테 못되게 군 요놈들을 가만 놔두간? 그리구 또 딴사람이 들어오면 요것들이 벌침을 쏠지 알게 뭐야, 그렇지?》

《응, 고놈들 요정내라.》

돌이는 고개를 힘있게 끄덕거렸습니다.

어느덧 눈물로 지도를 그렸던 돌이의 얼굴에 웃음이 새물새물 피여오르기 시작했어요.

철이는 돌이가 가져온 털모자를 쓴 다음 귀덮개까지 내리우고 털이 부르르한 솜옷을 껴입었습니다.

《형, 동물원의 곰같구나.》

《곰이면 곰, 성성이면 성성이. 이렇게 해야 벌이 쏴도 아프지 않단 말이야.》

두 형제가 힘을 모아 쳐든 장대기의 끝이 바들바들 떨리며 따벌둥지쪽으로 포신처럼 쳐들렸습니다.

《콱 쑤시라, 혼쌀나게.》

돌이의 도톰한 입술이 오물오물 철이의 귀바퀴를 간지럽혔어요.

《쉿! 조용하라. 내뒤에 꼭 붙어서라.》

《오, 알아.》

한번 쿡, 또 한번 쿡ㅡ

장대기끝에 매달렸던 허연 벌집이 땅에 뚝 떨어졌습니다.

놀란 따벌들이 윙ㅡ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온다!》

돌이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고막을 찡 울렸어요.

몇마리의 따벌들이 밉살스러운 미군놈비행기처럼 그들에게 날아왔습니다. 바빠난 철이는 장대기를 내던지고 돌따섰습니다. 그러나 돌이가 형보다 더 재빨랐습니다. 토끼처럼 깡충 집안으로 달려들어가면서 그 애가 쾅 하고 문을 닫는 바람에 철이는 이마를 찧을번 하였답니다. 닫으면 자동적으로 걸려지는 문이여서 아무리 잡아당겨도 담벽처럼 끄떡없었습니다.

철이는 그 자리에 웅크리면서 머리를 두무릎사이에 틀어박았어요.

성이 독같이 오른 따벌들이 어데 침 박을 자리가 없나 눈을 부릅뜨고 머리우에서 왱왱 돌아쳤어요.

(제발, 제발 쏘지만 말아.)

온몸이 한줌이 되게 옹송그리고있는데 고놈의 장난꾸러기바둑이는 저와 놀자는줄로 아는지 철이의 얼굴을 핥으려고 낑낑 애를 쓰고있었습니다.

(너 돌이, 다른 때엔 문을 활짝활짝 잘도 열어놓더니 요런 땐 꽁꽁 잘도 닫누나.)

숨막히는 짜릿짜릿한 순간이 지나갔어요.

따벌들은 이런 털부숭이하고는 암만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것을 알았는지 왱ㅡ 소리를 남기며 하나 둘 가버렸습니다.

《후ㅡ》숨을 내부는데 딸까닥 문열리는 소리가 나며 돌이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문짬으로 새여나왔습니다.

《형, 몇개 쏘였나?》

《너 뭘하댔어?》

《숨었댔어, 옷장안에.》

《하하하, 넌 갈데없는 겁쟁이야. 여 겁쟁이, 이젠 나오라. 못된 놈의 벌들이 너처럼 다 뺑소니쳤어.》

《정말?》

눈이 동그래진 돌이가 나왔습니다.

《만세. 용감한 우리 형 제일 세다.》

따벌둥지를 발로 콱콱 짓뭉개버린 두형제는 우쭐해서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거울을 보던 돌이가 이마살을 찌프렸어요.

《형, 웃을 땐 아파. 고놈들도 형제따벌 아니가. 요것 봐, 량쪽에 하나씩 쏜거.》

누에처럼 토실토실한 돌이의 둘째손가락이 퉁퉁 부어오른 오른쪽입귀를 가리켰어요.

《먼저 쏜 요게 더 아파. 형따벌같애.》

(뭐, 형따벌? 트집쟁이같은거.)

눈을 뜨부럭거리며 동생의 오른쪽입귀를 살펴보던 철이는 머리를 가로저었습니다.

《아니야, 건 동생따벌이 쐈어.》

동생의 두번째손가락이 이번에는 왼쪽입귀를 꼭 짚었습니다.

《그럼 요 자리가 형따벌이 쏜거로구나.》

《응, 그건 말이야.》

철이는 대답대신 시물시물 웃기만 하였습니다.

《그건 말이야 동생따벌의 동생이 쏜거야.》

《그럼 형따벌은 없니?》

이상하다는듯 눈꼬리를 치켜뜨던 돌이는 히물거리는 형을 보자 그제야 속은것을 알았는지 와락 덮쳐들었습니다.

《놀리누나, 나를!》

밑에 깔린 철이가 캑캑거리며 대굴대굴 구는데 《빨리 땅을 치라.》 하고 돌이가 소리쳤어요.

갑자기 숨이 막혀난 철이가 손바닥으로 땅을 쳤습니다. 이것은 둘이 씨름질을 할 때 어느 한쪽이 졌다는것을 알리는 약속이랍니다. 형이 항복을 하니 돌이는 뒤로 발랑 나자빠졌습니다.

《헹, 동생따벌의 동생?》

돌이가 또 한번 흉내내는 바람에 두형제는 땅바닥에 나동그라지며 밸이 끊어지도록 웃어댔습니다.

이럴 때 보면 영낙없는 쌍둥이형제였답니다.

하루에 열번은 더 다투고 스무번도 넘게 화해를 하는 다정한 형제가 바로 이들이랍니다.

《너희들 문은 활짝 열어놓구 무슨 장난이냐?》

문가에 어머니가 서계셨습니다.

《아니, 너 입술은 왜 그렇게 부었니?》

어머니의 놀란  눈길이 철이한테로 날아왔어요.

《따벌둥지를 형이 콱 쑤셔놨어요. 딴데루 날아가라구. 형한테루 따벌이 왕 날아오는걸 내가 막다가… 그런데 절대 울지 않았어요.》

형의 눈치를 힐끔 보던 돌이가 덧붙였답니다.

《형이 책을 보고는 비누물로 씻어줬어요.  그랬더니 이젠 안 아파요.》

속이 한줌만 해서 돌이의 말을 듣던 철이는 마음이 솔금솔금 풀렸습니다.

착한 동생, 형때문에 따벌한테 쏘였다는걸 말하지 않누나.

《따벌침은 끔찍이도 아프다던데… 형이 책을 다 볼 생각을 하구. 그래도 형이 용쿠나.》

영문을 알수 없는 어머니가 동생의 말을 그대로 믿고 해주는 칭찬에 철이는 그만 멋적어졌습니다.

이어 얼굴이 따끈따끈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형의 털모자를 쓰고 솜옷을 입은 돌이는 창밖에 대고 입총을 쏘아댔습니다.

《따벌들아, 몽땅 다 오라. 뚜루룩!》

 

×

 

설겆이를 끝낸 어머니가 방안으로 올라오시였습니다.

중얼중얼 아는 글자만 골라가며 그림책을 보던 돌이는 네활개를 펴고 꿈나라로 갔습니다.

노르끼레한 닭곰을 종이에 정히 싼 어머니가 랭동기문을 열었습니다.

《어머니, 그건 아버지에게 드릴거지요?》

《넌 온통 아버지 생각이구나.》

《그럼요. 아버진 중대의 맏형, 난 우리 집의 맏형, 그러니 통한단 말이예요.》

《그래 아버진 맏형이지, 중대의 맏형!》

어머니의 생각깊은 눈길이 이윽토록 철이를 바라보고있습니다.

《너도 중대의 신입병사 철남아저씨를 알지?》

《예!》

철이는 무릎걸음으로 어머니한테 다가갔습니다.

《그 아저씬 다른 전사들보다 몸이 좀 약하단다. 아버진 이번 판정을 앞두고 철남아저씨때문에 걱정이 많았지. 그래서 이 닭곰을 특별히 부탁했단다. 철남아저씰 먹이려구…》

(그랬댔구나.)

어머니의 말씀은 시내가의 물소리처럼 도란도란 정답게 울렸습니다.

《아버지는 늘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산다. 전사들의 눈으로 볼 때 내가 진짜 맏형의 구실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전사들의 눈으로 볼 때?)

아직은 그 뜻을 다 알수는 없지만 철이는 별스레 코마루가 찡해나며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떨구었습니다.

그러자 동생의 머리맡에 놓여있는 그림책, 두볼들이 꼭같이 축 처진 욕심쟁이형제가 무쇠가마 하나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그림이 눈에 띄였습니다.

철이의 생각에는 형이 더 밉살스러워보였습니다.

동생한테 무쇠가마를 주면 좋지 나쁠건 뭐람.

웃물이 맑아야 아래물도 맑다고 형이 돼지니까 동생도 역시 돼지가 되지.

이런 생각을 하느라니 오늘 낮에 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눈앞에 떠오르며 막 후회가 나기 시작했어요.

돌이에게 그릇을 가시라고 시킨거랑, 숙제를 동생보고 알아오라고 얼리던거랑, 돌이가 열어놓은 문을 절대로 닫지 않겠다고 맹세하던거랑 그리고 또 형의 위신을 세운다고 동생을 따돌리던 전번날의 일들이랑… 돌이가 자기 행동을 고대로 본딴다면?…

부끄러워난 철이는 낮에 있었던 일들을 어머니에게 자초지종 말씀드렸답니다.

말없이 다 듣고난 어머니는 철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주었답니다.

《철이야, 얼핏 보면 형제들사이에 흔히 있을수 있는 별치 않은 일같지만 따져놓고보면 그렇지도 않구나. 너의 행동, 너의 자그마한 잘못도 어린 동생의 눈에는 확대경으로 보는것처럼 크게 비쳐진단다. 그러니 형님은 항상 동생의 모범, 동생의 거울이 되여야 한다.

이걸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어머니의 말씀을 곰곰히 새겨보며 철이는 동생의 옆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전사들의 눈에 언제나 자기를 비춰보며 초소에서 밤을 새우고있을 중대의 맏형 아버지를 그려보는 뜻깊은 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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